이사야 표지

이사야 1장 황소도 알건만

머리말

1 이사야(Isaiah · ㉸ 이사이아)의 환상이다. 아모스의 아들. 웃시야(Uzziah · ㉸ 우찌야), 요담(Jotham · ㉸ 요탐), 아하스(Ahaz · ㉸ 아하즈), 히스기야(Hezekiah · ㉸ 히즈키야) — 유다 왕들이 다스리던 시절에 유다와 예루살렘에 관하여 본 것이다.

이사야가 활동한 시기는 대략 기원전 740년에서 700년 사이다. 네 왕의 치세를 아울렀다. 아시리아 제국이 팽창하며 소국들을 집어삼키던 시절이었다. 이사야는 그 격변 한가운데서 말했다.


고발

2 들어라, 하늘아. 귀를 기울여라, 땅아. 야훼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자녀를 키우고 길렀거늘 그들이 나를 배반하였다.

3 소도 제 임자를 알고 나귀도 주인의 구유를 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알지 못하고 내 백성은 깨닫지 못한다.”

하늘과 땅을 증인으로 부르는 것은 고대 근동의 법정 언어다. 신명기 4:26, 30:19, 31:28에도 같은 형식이 나온다. 야훼는 이스라엘을 피고로 세우고 우주를 증인석에 앉힌다. 소와 나귀 — 가장 둔한 짐승조차 주인을 안다. 이 비교가 고발의 날을 세운다.

4 슬프다, 죄 많은 나라여. 허물을 가득 진 백성이여. 악한 자들의 자손이여. 타락한 자식들이여. 그들이 야훼를 버렸다.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이를 멸시하였다. 등을 돌리고 떠나갔다.


병든 몸

5 너희가 어찌하여 더 맞으려 하느냐. 어찌하여 반역을 계속하느냐. 머리는 온통 상했고 마음은 녹아내렸다.

6 발바닥에서 머리까지 성한 곳이 없다. 상처와 멍과 새로 생긴 상처들. 짜내지도 않고 싸매지도 않았으며 기름으로 부드럽게 하지도 않았다.

7 너희 땅은 황폐해졌다. 성읍들은 불에 탔다. 너희 땅, 너희 눈앞에서 외인들이 그것을 먹어치운다. 외인들에게 무너진 것처럼 황무지가 되었다.

8 딸 시온은 포도원의 초막처럼 남겨졌고 외씨밭의 원두막처럼, 에워싸인 성읍처럼 되었다.

9 만군의 야훼께서 우리에게 생존자를 남겨 두지 않으셨더라면 우리는 소돔(Sodom · ㉸ 소도마)처럼 되었을 것이다. 고모라(Gomorrah)와 같아졌을 것이다.

소돔과 고모라 — 창세기 18-19장의 그 도시들. 전멸의 상징. 이사야는 예루살렘을 그 도시들과 나란히 놓는다. 충격적인 비교다.


야훼의 말씀

10 소돔의 통치자들아, 야훼의 말씀을 들어라. 고모라의 백성아, 우리 하나님의 율법에 귀 기울여라.

11 “너희의 수많은 제물이 내게 무슨 소용이냐?” 야훼의 말씀이다. “숫양의 번제와 살진 짐승의 기름에 나는 질렸다. 수소의 피와 어린 양과 염소의 피를 나는 기뻐하지 않는다.

12 너희가 내 앞에 나올 때 누가 이것을 너희 손에서 요구하였느냐? 내 뜰을 밟는 것을.

13 더 이상 헛된 예물을 가져오지 마라. 분향은 내게 역겨운 것이다. 초하루와 안식일과 대회로 모임— 악과 함께하는 성회를 나는 견딜 수 없다.

14 내 마음이 너희의 초하루와 정한 절기를 싫어하여 그것들이 내게 짐이 되었다. 나는 지고 다니기에 지쳤다.

15 너희가 손을 펼 때 나는 내 눈을 너희에게서 가릴 것이다. 너희가 기도를 많이 해도 나는 듣지 않겠다. 너희 손에 피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16 씻어라. 깨끗이 하여라. 내 눈앞에서 너희의 악한 행실을 치워라. 악을 행하기를 그쳐라.

17 선을 행하기를 배워라. 공의를 구하여라. 억압받는 자를 도와라. 고아의 억울함을 풀어 주어라. 과부의 송사를 변호하여라.”

제의(祭儀) 비판 — 이사야 1장의 이 본문은 아모스 5:21-24, 호세아 6:6, 미가 6:6-8과 함께 ‘예언자적 제의 비판’의 고전 본문으로 꼽힌다. 제물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 없는 제물을 부정한다. 의식(儀式)과 윤리가 분리될 때 야훼는 의식을 거부한다는 선언이다.


오너라, 따져보자

18 “오너라, 우리가 서로 따져보자.” 야훼의 말씀이다. “너희 죄가 주홍 같을지라도 눈처럼 희어질 것이다. 진홍 같이 붉을지라도 양털처럼 될 것이다.

19 너희가 기꺼이 순종하면 땅의 좋은 것을 먹을 것이다.

20 그러나 너희가 거절하고 반역하면 칼에 먹힐 것이다.” 야훼의 입이 말씀하셨다.


창녀가 된 성읍

21 신실하던 성읍이 창녀가 되었구나. 공의가 가득하고 의가 거했건만 이제는 살인자들뿐이다.

22 네 은이 찌꺼기가 되었고 네 포도주는 물로 희석되었다.

23 네 통치자들은 반역자들이며 도둑들의 동료다. 그들 모두 뇌물을 사랑하고 사례를 따른다. 고아의 억울함을 변호하지 않고 과부의 송사는 그들에게 오지도 않는다.


야훼의 맹세

24 그러므로 주, 만군의 야훼, 이스라엘의 전능자가 선언하신다.

“아, 내가 내 대적에게 앙갚음하고 내 원수들에게 보복하리라.

25 내가 내 손을 네게 돌려 네 찌꺼기를 잿물로 씻고 네 모든 불순물을 제거하리라.

26 내가 네 재판관들을 처음과 같이 회복하고 네 모사들을 태초와 같이 하리라. 그 후에야 네가 의의 성읍이라 신실한 읍이라 불릴 것이다.”

27 시온이 공의로 구속될 것이며 그 가운데 돌아오는 자들이 의로 구속될 것이다.

28 그러나 반역자들과 죄인들은 함께 멸망하리라. 야훼를 버린 자들은 없어질 것이다.

29 너희가 좋아했던 상수리나무들을 인하여 너희가 부끄러워할 것이다. 너희가 택했던 동산들을 인하여 수치를 당할 것이다.

상수리나무와 동산 — 가나안의 풍요 신 바알과 아세라를 섬기던 장소들이다. 나무 아래, 언덕 위의 예식은 야훼 신앙과 섞여 있었다. 이사야는 그 혼합주의를 정면으로 고발한다.

30 너희는 잎이 시든 상수리나무 같을 것이며 물 없는 동산 같을 것이다.

31 강한 자는 부스러기 같을 것이며 그의 일은 불꽃 같을 것이다. 둘이 함께 탈 것이나 끌 자가 없을 것이다.


다음 장 — 미래의 시온. 만방이 야훼의 산으로 몰려오는 환상. 칼이 보습으로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