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표지

누가복음 1장 두 잉태

데오빌로에게

1 여러 사람이 우리 가운데서 이루어진 일들을 차례대로 기술하려 한 것이, 이미 이전에 있었으니,

2 이는 처음부터 말씀의 목격자가 되고 일꾼이 된 자들이 우리에게 전하여 준 대로였다.

3 그러므로 나 누가(Luke · ㉸ 루카)도 모든 일을 근원부터 자세히 살펴보고 나서, 가장 존귀한 데오빌로(Theophilos · ㉸ 테오필로스)여, 각하에게 차례대로 써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여겼다.

4 이는 이미 들은 바의 확실함을 알게 하려 함이다.

데오빌로(Θεόφιλος)는 ‘하나님의 친구’라는 뜻이다. 실재하는 후원자였을 수도 있고, 복음서를 받아 읽는 모든 독자를 가리키는 이름일 수도 있다. “가장 존귀한”이라는 호칭은 로마 고위 관리에게 붙이는 표현이다(사도행전 23:26, 24:2, 26:25에서 로마 총독들에게 같은 표현이 쓰인다). 누가는 의사였으며(골로새서 4:14), 바울의 동료였다. 사도행전의 저자 역시 같은 데오빌로에게 헌정된 것으로 보아,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은 원래 한 작품이었다.


사가랴에게 나타난 천사

5 유대 왕 헤롯(Herod · ㉸ 헤로데) 때에 사가랴(Zechariah · ㉸ 즈카르야)라 하는 제사장이 있었다. 그는 아비야 반열에 속한 자였다.

그 아내는 아론의 자손으로 이름이 엘리사벳(Elizabeth)이었다.

6 이 두 사람이 하나님 앞에 의인이니, 주의 모든 계명과 규례대로 흠이 없이 행하였다.

7 엘리사벳이 임신하지 못하는 여자라 그들에게 자식이 없었고, 둘이 이미 나이가 많았다.

“임신하지 못하는 여자” — 성경에서 반복되는 패턴이다. 사라, 리브가, 라헬, 한나가 모두 먼저 불임이었다가 하나님의 개입으로 아들을 낳았다. 누가는 첫 장부터 이 패턴을 의식적으로 활성화한다.

8 사가랴가 하나님 앞에서 그 반열을 따라 제사장의 직무를 수행할 때에,

9 제사장 직무의 관례를 따라 제비를 뽑아 주님의 성소(Temple)에 들어가 분향하게 되었다.

10 분향하는 시간에 모든 백성은 밖에서 기도하였다.

11 주의 사자가 그에게 나타났다. 향단 오른쪽에 서 있었다.

12 사가랴가 이를 보고 놀라며 두려워하였다.

13 천사가 그에게 말했다.

“사가랴여, 두려워하지 말라. 너의 기도가 들렸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요한(John)이라 하라.

14 너도 기뻐하고 즐거워할 것이며, 그의 출생을 많은 사람이 기뻐할 것이다.

15 그가 주 앞에서 큰 자가 되리니, 포도주나 독한 것을 마시지 않으며, 태어날 때부터 성령이 충만하며,

16 이스라엘 자손을 많이 주 곧 그들의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하겠고,

17 그가 또 엘리야의 심령과 능력으로 주 앞에 먼저 와서, 아버지의 마음을 자식에게, 거스르는 자를 의인의 슬기에 돌아오게 하고, 이를 위하여 예비한 백성을 주께 세우리라.”

18 사가랴가 천사에게 물었다.

“내가 이것을 어떻게 알리이까? 나는 늙었고 아내도 나이가 많습니다.”

19 천사가 대답하여 말했다.

“나는 하나님의 앞에 서 있는 가브리엘(Gabriel)이라. 이 좋은 소식을 전하라고 보냄을 받았다.

20 보라, 이 일이 이루어지는 날까지 네가 말을 못하게 될 것이다. 이는 네가 내 말을 믿지 아니하였기 때문이다. 내 말은 때가 되면 이루어지리라.”

21 백성들이 사가랴를 기다리며, 그가 성소 안에서 지체함을 이상히 여겼다.

22 그가 나와서 그들에게 말을 하지 못하니, 사람들은 그가 성소에서 환상을 본 줄 알았다. 그가 그들에게 손짓만 하고 말을 못한 채로 있었다.

23 그 직무의 기간이 끝나매 집으로 돌아갔다.

24 이후에 그의 아내 엘리사벳이 임신하여 다섯 달 동안 숨어 지냈다.

25 그가 말했다. “주께서 나를 돌보시는 날에 사람들 앞에서 내 부끄러움을 없이하시려고 이렇게 행하셨다.”


마리아에게 나타난 가브리엘

26 여섯째 달에 하나님이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리(Galilee · ㉸ 갈릴래아) 지방의 나사렛(Nazareth · ㉸ 나자렛)이라 하는 동네로 보내셨다.

27 다윗의 집안 출신으로 요셉(Joseph)이라 하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에게 보내시니,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Mary)였다.

28 천사가 그에게 들어와 말했다.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

29 마리아가 그 말을 듣고 몹시 당황하여 이 인사가 어떠한 것인지 생각하였다.

30 천사가 말했다.

“마리아여, 두려워하지 말라.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받았다.

31 보라, 네가 임신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Jesus)라 하라.

32 그가 크게 되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 주 하나님께서 그의 조상 다윗의 왕위를 그에게 주시리니,

33 영원히 야곱의 집을 왕으로 다스리실 것이며, 그 나라가 무궁하리라.”

34 마리아가 천사에게 말했다.

“나는 남자를 알지 못하니, 어찌 이런 일이 있으리이까?”

35 천사가 대답하여 말했다.

“성령이 네게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너를 덮으시리라. 이러므로 나실 바 거룩한 이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불리리라.

36 보라, 네 친족 엘리사벳도 늙어서 아들을 임신하였다. 임신하지 못한다 불리던 이가 이미 여섯 달이 되었다.

37 하나님의 말씀은 어기지 못할 것이 없다.”

38 마리아가 말했다.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

천사가 그를 떠나갔다.

마리아의 대답은 짧다. 묻지도, 항의하지도, 감사하지도 않았다. “말씀대로 이루어지이다”라는 한 문장이 있을 뿐이다. 히브리어 성경에서 이 표현과 가장 가까운 것은 종이 주인의 명령을 받아들이는 말이다. 누가는 마리아를 “주의 여종”이라는 정체성으로 소개한다.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함

39 그때에 마리아가 일어나 빨리 산골 동네로 갔다. 유다(Judah) 지방의 한 동네에 이르러,

40 사가랴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문안하였다.

41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문안 소리를 들을 때에, 그의 태 속의 아이가 기쁨으로 뛰었다. 엘리사벳이 성령으로 충만하여

42 큰 소리로 불러 말했다.

“당신은 여성 가운데서 복받은 자요, 당신의 태 속의 아이도 복받은 자입니다.

43 내 주님의 어머니가 내게 오시다니, 이 은혜가 어떻게 된 일인지요?

44 보십시오, 당신의 문안 소리가 내 귀에 들릴 때에 태 속의 아이가 기쁨으로 뛰놀았습니다.

45 주께서 하신 말씀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믿은 여자는 복이 있도다.”


마그니피카트 — 마리아의 노래

46 마리아가 말했다.

“내 영혼이 주를 찬양하며,

47 내 마음이 하나님 내 구주를 기뻐하였음은,

48 그가 이 여종의 낮은 상태를 돌아보셨기 때문입니다. 보십시오, 이제 이후로 모든 세대가 나를 복이 있다 할 것입니다.

49 능하신 이가 내게 큰 일을 행하셨으니, 그의 이름이 거룩합니다.

50 그의 긍휼이 두려워하는 자에게 대대로 이릅니다.

51 그의 팔로 힘을 보이시어, 마음의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52 권력자들을 그 위에서 내리셨고, 낮은 자들을 높이셨습니다.

53 주린 자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셨고, 부한 자들을 빈 손으로 보내셨습니다.

54 이스라엘을 도우셨으니, 긍휼히 기억하심으로 하셨습니다.

55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것과 같이, 아브라함과 그 자손에게 영원히 하리라 하셨습니다.”

56 마리아가 엘리사벳과 함께 석 달쯤 머물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마그니피카트(Magnificat)는 라틴어 번역(불가타)의 첫 단어 “magnifi cat”(찬양한다)에서 온 이름이다. 사무엘상 2장에서 한나가 아들 사무엘을 얻은 뒤 부른 노래와 구조적·내용적으로 거의 같다. 두 노래 모두 사회적 역전을 선포한다 — 낮은 자가 높아지고, 강한 자가 낮아진다. 누가복음 전체의 신학적 방향이 이 노래에 압축되어 있다.


세례 요한의 탄생

57 엘리사벳이 해산할 날이 찼다. 아들을 낳았다.

58 이웃들과 친족들이 주께서 그에게 큰 긍휼을 베푸셨다 함을 듣고, 그와 함께 기뻐하였다.

59 여덟째 날에 아이를 할례하러 왔다. 그 아버지의 이름을 따라 사가랴라 하려 하였다.

60 그 어머니가 대답하여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요한이라 할 것입니다.”

61 사람들이 말했다. “네 친족 가운데 이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없습니다.”

62 그의 아버지에게 손짓으로 아이의 이름을 무엇이라 하려 하는지 물었다.

63 사가랴가 서판을 달라 하여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 썼다.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

64 사가랴의 입이 곧 열리고 혀가 풀리어 말을 하며 하나님을 찬송하였다.

65 그 근처에 사는 자들이 두려워하였다. 이 모든 일이 온 유대 산골에서 두루 이야기되었다.

66 듣는 사람이 다 이것을 마음에 두며 말했다. “이 아이가 장차 어떻게 될까?” 주의 손이 그와 함께 계셨다.


베네딕투스 — 사가랴의 노래

67 그 아버지 사가랴가 성령으로 충만하여 예언하여 말했다.

68 “찬송하리로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주여, 그 백성을 돌아보시어 속량하시며,

69 우리를 위하여 구원의 뿔을 그 종 다윗의 집에 일으키셨으니,

70 이것은 주께서 예로부터 거룩한 선지자의 입으로 말씀하신 바와 같이,

71 우리 원수에게서 또는 우리를 미워하는 모든 자의 손에서 구원하시는 것입니다.

72 우리 조상을 긍휼히 여기시고, 그 거룩한 언약을 기억하셨으니,

73 곧 우리 조상 아브라함에게 맹세하신 바라.

74 우리가 원수의 손에서 건지심을 받고,

75 우리 하나님 앞에서 거룩함과 의로움으로 두려움이 없이 섬기게 하심이라.

76 이 아이여, 네가 지극히 높으신 이의 선지자라 불릴 것이다. 주 앞에 앞서 가서 그 길을 준비하여,

77 죄 사함으로 인한 구원을 알게 하리라.

78 이는 우리 하나님의 긍휼로 인함이라. 이로써 돋는 해가 위로부터 우리에게 임하여,

79 어둠과 죽음의 그늘에 앉은 자에게 비치고, 우리 발을 평화의 길로 인도하시리로다.”

80 아이가 자라며 심령이 강하여지고, 이스라엘에게 나타나는 날까지 빈 들에서 지냈다.

베네딕투스(Benedictus)는 라틴어로 “찬송하리로다”라는 뜻이다. 사가랴는 아홉 달의 침묵 끝에 첫 말로 찬양을 쏟아낸다. 그 침묵이 어떤 준비였는지 본문은 설명하지 않는다. 단지 성령이 충만하여 예언하였다고 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