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장 밧모섬에서
서문 — 이 예언의 출처
1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라. 이것은 하나님이 그에게 주신 것이니, 반드시 속히 일어날 일들을 그의 종들에게 보이시려 함이라. 그가 그의 천사를 그의 종 요한(John)에게 보내어 알게 하셨다.
2 요한은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 그리스도의 증거, 곧 자기가 본 것을 다 증언했다.
3 이 예언의 말씀을 읽는 자와 듣는 자들과 그 가운데 기록한 것을 지키는 자들은 복이 있나니, 때가 가까이 왔기 때문이다.
“계시(啓示)” — 그리스어 ‘아포칼룁시스(ἀποκάλυψις)‘의 번역이다. ‘베일을 벗긴다’는 뜻. 오늘날 영어 apocalypse는 재앙을 연상시키지만, 원래 뜻은 감추어진 것의 드러남이다. 이 책 전체는 재앙의 책이기 이전에 계시의 책이다 — 감추어진 실체가 보이는 세계 너머에 있음을 주장하는 책.
계시록 해석은 네 학파로 갈린다.
과거주의(Preterist): 1614년 예수회 루이스 데 알카자르(Luis de Alcázar) 의 Vestigatio Arcani Sensus in Apocalypsi 가 정초. AD 70년 예루살렘 성전 파괴와 1세기 로마 제국을 본문의 직접 지시 대상으로 본다. 현대 케네스 젠트리(Kenneth Gentry), R.C. 스프룰 이 변호.
역사주의(Historicist): 종교개혁 다수 입장. 루터, 칼뱅, 존 녹스 가 교황을 적그리스도와 동일시했다. 19세기 알베르 반즈(Albert Barnes) 의 주석. 교회사 전체를 봉인·나팔·대접에 매핑한다.
미래주의(Futurist): 1830년대 영국의 존 넬슨 다비(John Nelson Darby) 의 디스펜세이션주의가 정착시켰다. 4-22장 대부분을 종말의 미래 사건으로 읽는다. 20세기 할 린지(Hal Lindsey) 의 The Late Great Planet Earth(1970), 팀 라하이(Tim LaHaye) 의 Left Behind 시리즈(1995-)가 대중화했다.
이상주의(Idealist): 3세기 알렉산드리아의 오리겐 까지 거슬러. 본문을 모든 시대 선악 투쟁의 상징으로 본다. 20세기 윌리엄 헨드릭센(William Hendriksen) 의 More Than Conquerors(1940), G.K. 비일(G.K. Beale) 의 NIGTC 주석(1999)이 대표적이다.
저자 요한 — 스스로를 ‘하나님의 종 요한’이라고만 밝힌다. 전통은 요한복음과 요한서신을 쓴 사도 요한과 동일인으로 본다. 하지만 2세기 알렉산드리아의 디오니시오스는 문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별개의 인물로 주장했다. 현대 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은 계속된다. 본문은 결론을 요구하지 않는다.
일곱 교회에 보내는 인사
4 요한은 소아시아(Asia Minor · ㉸ 아시아)에 있는 일곱 교회에 편지한다.
이제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고 장차 오실 이와, 그의 보좌 앞에 있는 일곱 영과,
5 충성된 증인이시며 죽은 자들 가운데서 먼저 나신 이시며 땅의 임금들의 머리가 되신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은혜와 평강이 너희에게 있기를 원하노라.
우리를 사랑하사 그의 피로 우리 죄에서 우리를 해방하시고,
6 그의 아버지 하나님을 위하여 우리를 나라와 제사장으로 삼으신 그에게 영광과 능력이 세세토록 있기를 원하노라. 아멘.
7 볼지어다. 그가 구름을 타고 오시리라. 각 사람의 눈이 그를 볼 것이요, 그를 찌른 자들도 볼 것이며, 땅에 있는 모든 족속이 그로 말미암아 애곡하리니. 그러하리라. 아멘.
7절 — 다니엘 7:13(“인자 같은 이가 하늘 구름을 타고 왔다”)과 스가랴 12:10(“그들이 그 찌른 바 그를 바라보고”)을 합쳐 인용한다. 계시록 저자는 구약 성경을 직접 인용하지 않고 흡수한다 — 그의 언어 자체가 구약의 언어들로 짜여 있다.
8 주 하나님이 이르시되, “나는 알파와 오메가라. 이제도 있고 전에도 있었고 장차 올 자요, 전능한 자라.”
알파(Α)와 오메가(Ω) — 그리스어 알파벳의 첫 글자와 마지막 글자. 히브리어로는 알렙(א)과 타브(ת)에 대응한다. 유대교 전통에서 알렙-타브(אֱמֶת, 에메트 — 진리)는 처음부터 끝까지를 의미했다. 요한계시록에서 이 표현은 세 번 나온다(1:8, 21:6, 22:13). 처음과 마지막의 하나님 — 그 사이에 있는 모든 역사는 그 안에 담겨 있다.
밧모섬의 요한
9 나 요한은 너희 형제요, 예수 안에서 함께 환난과 나라와 인내에 참여하는 자라.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를 증언하였음으로 말미암아 밧모(Patmos · ㉸ 파트모스)라 하는 섬에 있었다.
밧모섬 — 에게해 동부, 소아시아 해안에서 약 55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섬. 오늘날 그리스 영토(도데카네스 제도). 가장 긴 축이 13킬로미터. 로마는 정치범을 이 섬에 유배 보냈다. 전통에 따르면 요한은 도미티아누스 황제(재위 81-96년) 시절 이곳에 유배되었다. AD 95년경으로 보는 것이 다수 의견이나, 일부 학자는 네로 황제 시기(64-68년)로 본다.
10 주의 날에 내가 성령에 감동되어 내 뒤에서 나는 큰 음성을 들으니, 나팔 소리 같더라.
11 이르되 “네가 보는 것을 두루마리에 써서 에베소, 서머나, 버가모, 두아디라, 사데, 빌라델비아, 라오디게아 등 일곱 교회에 보내라” 하시기로,
12 몸을 돌이켜 나에게 말씀하시는 음성을 알아보려고 돌이킬 때에 일곱 금 촛대를 보았다.
인자 같은 이
13 촛대 사이에 인자 같은 이가 발에 끌리는 옷을 입고 가슴에 금 띠를 띠고 계셨다.
14 그 머리와 털의 희기가 흰 양털 같고 눈 같으며, 그의 눈은 불꽃 같고,
15 그의 발은 풀무불에 단련한 빛난 주석 같고, 그의 음성은 많은 물 소리와 같았다.
16 그의 오른손에 일곱 별이 있고, 그의 입에서 좌우에 날선 검이 나오고, 그 얼굴은 해가 힘있게 비치는 것 같았다.
인자 같은 이의 형상 — 다니엘 7:13의 “인자 같은 이”와 다니엘 10:5-6의 세마포 옷 입은 사람, 에스겔 1:24의 “많은 물 소리”를 한데 모은다. 흰 머리는 다니엘 7:9의 “옛적부터 항상 계신 이”의 특징이었다. 계시록 저자는 예수에게 옛적부터 계신 이의 속성을 입힌다. “발에 끌리는 옷”은 제사장 복장이고, “금 띠”는 왕의 복장이다 — 제사장이자 왕.
17 내가 그를 볼 때에 그의 발 앞에 엎드러져 죽은 자 같이 되매, 그가 오른손을 내게 얹고 이르시되,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처음이요 마지막이니,
18 곧 살아 있는 자라. 내가 죽었었노라. 볼지어다, 이제 세세토록 살아 있어 사망과 음부의 열쇠를 가졌노라.
19 그러므로 네가 본 것과 지금 있는 일과 이 후에 될 일들을 기록하라.
20 네 오른손에 있는 일곱 별의 비밀과 일곱 금 촛대의 비밀 — 일곱 별은 일곱 교회의 사자요, 일곱 촛대는 일곱 교회이니라.”
“사망과 음부의 열쇠” — 열쇠는 지배권의 상징이다. 이사야 22:22에서 엘리아김이 왕궁 열쇠를 받는 장면이 배경이다. 죽음(사망)과 죽음의 영역(음부, 그리스어 하데스)을 지배하는 자 — 죽음이 최종 발언권을 갖지 못한다는 선언이다.
다음 장 — 일곱 교회 중 처음 둘, 에베소와 서머나에 보내는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