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6장 일곱 인 — 네 말과 두 인
첫째 인 — 흰 말
1 내가 보매 어린 양이 일곱 인 중의 하나를 떼시는데, 그 때에 내가 들으니 네 생물 중의 하나가 우레 소리 같이 말하되 “오라” 하기로,
2 이에 내가 보니 흰 말이 있는데 그 탄 자가 활을 가졌고 면류관을 받고 나아가서 이기고 또 이기려고 하더라.
흰 말 탄 자 — 해석이 가장 갈리는 인물이다. 19:11-16의 백마 탄 자(예수)와 같은 이미지이므로 그리스도를 가리킨다는 해석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계시록 후반부의 환상이며, 6장의 문맥은 심판의 연속이다. 많은 학자는 이 흰 말 탄 자를 정복 전쟁을 상징하는 존재로 읽는다 — 로마 파르티아 기병의 이미지, 또는 로마 제국 자체. “이기고 또 이기려 하더라” — 정복의 무한 욕망.
둘째 인 — 붉은 말
3 둘째 인을 떼실 때에 내가 들으니 둘째 생물이 말하되 “오라” 하니,
4 이에 다른 붉은 말이 나오더라. 그 탄 자가 허락을 받아 땅에서 화평을 제하여 버리며 서로 죽이게 하고, 또 큰 칼을 받았더라.
붉은 말 — 피와 전쟁의 색. “화평을 제하여 버리며” — 로마의 팍스 로마나(Pax Romana, 로마의 평화)가 이 책의 독자들 눈에 어떻게 보였는지를 암시한다. 제국이 선포하는 평화는 칼 위에 세워진 것이다.
셋째 인 — 검은 말
5 셋째 인을 떼실 때에 내가 들으니 셋째 생물이 말하되 “오라” 하기로, 내가 보니 검은 말이 나오는데, 그 탄 자가 손에 저울을 가졌더라.
6 내가 네 생물 사이로부터 나는 듯한 음성을 들으니 이르되,
“밀 한 되에 한 데나리온이요, 보리 석 되에 한 데나리온이로다. 또 감람유와 포도주는 해치 말라.”
검은 말과 저울 — 기근의 상징이다. 데나리온은 로마 노동자의 하루 품삯이었다. 밀 한 되는 한 사람의 하루 식량. 하루 벌어 하루 식량만 겨우 산다. “감람유와 포도주는 해치 말라” — 부유층의 사치품은 보호된다. 기근은 가난한 자를 먼저 죽인다. AD 92년 도미티아누스 황제가 곡식 생산을 늘리기 위해 포도밭을 반이나 줄이라는 칙령을 내렸다가 아시아 속주들의 강한 반발로 취소한 사건이 있었다. 독자들은 이 역사를 알고 있었다.
넷째 인 — 청황색 말
7 넷째 인을 떼실 때에 내가 들으니 넷째 생물의 음성이 말하되 “오라” 하기로,
8 내가 보매 청황색 말이 나오는데 그 탄 자의 이름은 사망이니, 음부가 그 뒤를 따르더라. 그들이 땅 사분의 일의 권세를 얻어 칼과 흉년과 사망과 땅의 짐승들로써 죽이더라.
청황색(χλωρός, 클로로스) — 시체의 색, 병든 피부의 색. 그리스어로 녹색이기도 하다. 영어 성경은 “pale” 또는 “ashen”으로 옮긴다. 이 말의 이름이 ‘사망’이고 음부(하데스)가 뒤따른다 — 죽음과 죽음의 영역이 한 쌍으로 등장한다. 20:13-14에서 이 둘은 불 못에 던져진다.
다섯째 인 — 순교자들의 외침
9 다섯째 인을 떼실 때에 내가 보니 하나님의 말씀과 그들이 가진 증거로 말미암아 죽임을 당한 영혼들이 제단 아래에 있어,
10 큰 소리로 불러 이르되, “거룩하고 참되신 대주재여, 땅에 거하는 자들을 심판하여 우리 피를 갚아 주지 아니하시기를 어느 때까지 하시려 하나이까?”
11 각각 그들에게 흰 두루마기를 주시며 이르시되, “아직 잠시 동안 쉬되 그들의 동무 종들과 형제들도 자기처럼 죽임을 당하여 그 수가 차기까지 하라” 하시더라.
“제단 아래” — 유대교 전통에서 제단에 뿌린 희생제물의 피는 제단 밑으로 흘렀다(레위기 4:7). 순교자들의 영혼이 그 자리에 있다 — 그들은 하나님께 드려진 제물이다. “어느 때까지” — 시편 13:1, 79:5의 탄식과 같다. 고통 중의 신앙인이 하나님께 물어온 질문이다. 계시록은 이 질문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대답은 즉시 오지 않는다 — “잠시 동안 쉬라.”
여섯째 인 — 우주적 격변
12 내가 보니 여섯째 인을 떼실 때에 큰 지진이 나며 해가 검은 털로 짠 상복 같이 검어지고 달은 온통 피 같이 되며,
13 하늘의 별들이 무화과나무가 대풍에 흔들려 설익은 열매가 떨어지는 것 같이 땅에 떨어지며,
14 하늘은 두루마리가 말리는 것 같이 떠나가고 각 산과 섬이 제 자리에서 옮겨지매,
15 땅의 임금들과 왕족들과 장군들과 부자들과 강한 자들과 모든 종과 자유한 자가 굴과 산들의 바위틈에 숨어,
16 산들과 바위에게 이르되 “우리 위에 떨어져 보좌에 앉으신 이의 얼굴에서와 그 어린 양의 진노에서 우리를 가리라.
17 그들의 진노의 큰 날이 이르렀으니 누가 능히 서리요?” 하더라.
여섯째 인의 우주적 언어 — 이사야 13:10(“해가 돋아도 어두워지고 달도 그 빛을 발하지 않을 것이라”), 이사야 34:4(“모든 하늘의 군대가 스러지고 하늘이 두루마리처럼 말리리라”), 요엘 2:31(“해가 어두워지고 달이 핏빛 같이 되리라”)을 합쳐 인용한다. 고대 예언자들이 “날이 온다”고 말하던 그 날이다. 계시록 저자는 그 모든 예언을 한 장면에 겹쳐 놓는다.
“어린 양의 진노(ὀργὴ τοῦ ἀρνίου)” — 계시록 전체에서 가장 역설적인 표현 중 하나다. 희생된 어린 양의 진노. 폭력을 당한 자가 심판자가 된다. 땅의 권세자들이 두려워 산 속으로 숨는다 — 그들이 박해하던 이들이 섬기던 바로 그 어린 양 앞에서.
다음 장 — 일곱째 인이 떼어지기 전, 하나님의 인으로 봉인받는 자들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