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9장 다섯째·여섯째 나팔 — 두 화
다섯째 나팔 — 구덩이에서 오는 메뚜기
1 다섯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내가 보매 하늘에서 땅에 떨어진 별 하나가 있는데, 그가 무저갱의 열쇠를 받았더라.
2 그가 무저갱을 여니 그 구덩이에서 연기가 큰 풀무의 연기 같이 올라오매 해와 공기가 그 구덩이의 연기로 말미암아 어두워지더라.
무저갱(ἄβυσσος, 아뷔소스) — ‘밑바닥이 없는 곳’이라는 뜻. 구약의 테홈(תְּהוֹם — 깊음, 창세기 1:2)에 해당한다. 악령들의 거처이자 가장 깊은 봉인의 장소(20:1-3에서 사탄이 여기에 갇힌다). 하늘에서 떨어진 별이 열쇠를 받는다 — 이것이 사탄인지 다른 천사인지 본문은 명시하지 않는다. 권한을 부여받은 존재임은 분명하다 — 스스로 연 것이 아니라 “받았더라.”
3 또 황충이 연기 가운데로부터 땅 위에 나오매 땅의 전갈이 권세 있는 것 같이 그들에게 권세가 주어지더라.
4 그들에게 이르시되 땅의 풀이나 채소나 각종 나무는 해하지 말고 오직 이마에 하나님의 인 맞지 아니한 사람들만 해하라 하시더라.
5 그러나 그들을 죽이지는 못하게 하시고 다섯 달 동안 괴롭게만 하게 하시니, 그 괴롭게 함이 전갈이 사람을 쏠 때에 괴롭게 함과 같더라.
6 그 날들에는 사람들이 죽기를 구하여도 죽지 못하고 죽고 싶으나 죽음이 그들을 피하리로다.
“죽기를 구하여도 죽지 못하고” — 욥기 3:21(“죽음을 기다려도 오지 아니하며”)의 언어다. 재앙이 죽음보다 더 길어진다. 고통이 끝을 찾지 못하는 상태. 다섯 달 — 실제 메뚜기의 활동 기간이기도 하다(봄부터 가을). “이마에 하나님의 인 맞지 아니한 사람들만” — 7장에서 봉인된 자들은 보호된다. 재앙은 무차별적이지 않다.
7 황충들의 모양은 전쟁을 위하여 준비한 말들 같고, 그 머리에는 금 같은 관들 같은 것이 있고, 그 얼굴은 사람의 얼굴 같으며,
8 또 여자의 머리털 같은 머리털이 있고 그 이는 사자의 이 같으며,
9 또 철 갑옷 같은 갑옷이 있고 그 날개들의 소리는 병거와 많은 말들이 전쟁터로 달려 들어가는 소리 같으며,
10 또 전갈과 같은 꼬리와 쏘는 살이 있어 그 꼬리에는 다섯 달 동안 사람들을 해하는 권세가 있더라.
11 그들에게 왕이 있으니 무저갱의 사자라. 히브리어로는 아바돈(Abaddon · ㉸ 아바돈)이요 헬라어로는 아폴리온(Apollyon)이니 그 이름을 번역하면 파괴자라.
아바돈(אֲבַדּוֹן) — 히브리어로 ‘멸망, 파멸’. 욥기 26:6, 28:22, 잠언 15:11에서 음부와 함께 등장한다. 아폴리온(Ἀπολλύων) — 그리스어 ‘파괴하는 자’. 로마의 신 아폴로(Apollo)와 발음이 유사하다 — 도미티아누스 황제가 자신을 아폴로와 동일시했다. 독자들이 이 연상을 알아챘을 것이다.
12 첫째 화는 지나갔으나 보라, 이 후에도 화 둘이 이르리로다.
여섯째 나팔 — 유프라테스 강의 군대
13 여섯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나는 하나님 앞 금 제단 네 뿔에서 한 음성이 나서,
14 나팔 가진 여섯째 천사에게 말하기를 “큰 강 유프라테스에 결박한 네 천사를 놓아 주라” 하더라.
15 네 천사가 놓였으니 그들은 그 연, 그 달, 그 날, 그 시에 이르러 사람 삼분의 일을 죽이기로 준비된 자들이더라.
유프라테스(Euphrates) — 당시 로마 제국의 동쪽 경계. 그 너머는 파르티아 제국이었다. 로마인들이 가장 두려워한 적이 파르티아 기병대였다. “결박한 네 천사” — 정해진 때까지 묶인 존재들. 그 시간이 구체적으로 명시된다 — 연, 월, 일, 시. 이 재앙은 즉흥적이지 않다. 창조 이전부터 계획되었다.
16 마병대의 수는 이만만이니, 내가 그들의 수를 들었노라.
17 이같이 이상한 가운데 그 말들과 그것을 탄 자들을 보니, 불빛과 자주빛과 유황빛 흉갑이 있고 또 그 말들의 머리는 사자 머리 같고 그 입에서는 불과 연기와 유황이 나오더라.
18 이 세 재앙 곧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불과 연기와 유황으로 말미암아 사람 삼분의 일이 죽임을 당하니라.
19 이 말들의 권세는 입과 꼬리에 있으니 꼬리는 뱀 같고 꼬리에 머리가 있어 이것으로 해하더라.
그래도 회개하지 않다
20 이 재앙에 죽지 않고 남은 사람들은 손으로 행한 일을 회개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여러 귀신과 또는 보거나 듣거나 다니거나 할 수 없는 금, 은, 동, 석, 목으로 만든 우상들에게 절하고,
21 또 그 살인과 복술과 음행과 도둑질을 회개하지 아니하더라.
재앙의 목적 — 파괴가 아니라 회개다. 그러나 재앙이 자동으로 회개를 만들지 않는다. 출애굽기에서 파라오의 마음이 점점 굳어진 것처럼, 여기서도 나머지 사람들의 마음이 굳어진다. 고통이 반드시 돌아섬을 낳지 않는다. 9장 전체는 가장 물리적이고 구체적인 언어로 재앙을 묘사하면서도, 마지막에 “회개하지 아니하더라”는 한 문장으로 끝난다. 이 책이 진짜 말하려는 것은 재앙의 스펙터클이 아니다 — 인간이 그것을 보고도 돌아서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다음 장 — 나팔이 멈추고 작은 두루마리를 든 천사가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