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겔 1장 그발 강가의 폭풍
때와 장소
1 서른째 해 넷째 달 오일에, 나 에스겔(Ezekiel · ㉸ 에제키엘)은 그발(Chebar · ㉸ 크바르) 강 가에서 포로들 가운데 있었다. 하늘이 열리고 하나님의 환상을 보았다.
“서른째 해” — 에스겔의 나이 서른을 가리킨다고 보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서른은 제사장이 성전 직무를 시작하는 나이였다(민수기 4:3). 제사장 집안 출신의 에스겔은 성전에서 제사를 드려야 할 나이에 바벨론 운하 옆에 앉아 있었다. 그 대신 하늘이 열렸다. 그발 강은 바벨론 남부의 인공 운하로, 1900년대 초 독일 발굴팀이 고문서에서 “nar Kabari(큰 강)“로 확인했다. 현재 이라크 니푸르(Nippur) 인근이다.
2 그것은 여호야긴 왕이 포로로 잡혀간 지 다섯째 해 오일이었다.
3 야훼의 말씀이 갈대아 땅 그발 강 가에서 제사장 부시(Buzi)의 아들 에스겔에게 임했다. 야훼의 손이 그 위에 있었다.
북쪽에서 오는 폭풍
4 내가 보니 북쪽에서 거대한 폭풍이 몰려왔다. 큰 구름과 번쩍이는 불이 있고 그 주위에 광채가 있었다. 그 가운데, 불 가운데서 호박금 빛깔 같은 것이 보였다.
북쪽 —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신들의 거처는 북쪽이다(욥기 37:22도 “금빛이 북쪽에서 온다”). 야훼가 바벨론의 신화적 방향에서 나타나는 것은 의도적인 충돌이다. 포로지에서도, 이방 신들의 영역에서도, 야훼가 먼저 온다.
네 생물
5 그 가운데서 네 생물의 모양이 나타났다. 그 모습은 이러했다. 사람의 형상이었다.
6 각각 네 얼굴이 있고 각각 네 날개가 있었다.
7 그 다리는 곧게 뻗어 있고 발바닥은 송아지 발바닥 같았으며 광채 나는 놋처럼 빛났다.
8 날개 아래 사방에 사람의 손이 있었다. 네 생물의 날개와 얼굴이 사방을 향하고 있었다.
9 날개들이 서로 닿아 있었고 움직일 때 돌지 않고 각자 앞으로 곧장 나아갔다.
10 그 얼굴의 모양은 이러했다. 앞은 사람의 얼굴이었다. 넷 모두 오른쪽에는 사자의 얼굴이 있었다. 넷 모두 왼쪽에는 황소의 얼굴이 있었다. 넷 모두 뒤에는 독수리의 얼굴이 있었다.
네 얼굴 — 사람·사자·황소·독수리는 고대 근동 수호 신상(아시리아의 라마수, 이집트의 스핑크스)의 구성 요소들이다. 에스겔은 이 이미지들을 야훼의 어좌를 떠받치는 존재들로 전환한다. 2세기 신학자 이레네우스(Irenaeus)가 네 복음서 저자의 상징으로 사용하며 이후 기독교 도상학의 고정 언어가 되었다: 마태=사람, 마가=사자, 누가=황소, 요한=독수리.
11 그 날개는 위로 펼쳐졌는데 각 생물은 두 날개씩 서로 닿고 두 날개는 몸을 가렸다.
12 각자 앞으로 곧장 나아갔다. 영이 가는 곳으로 갔고 나아갈 때 돌지 않았다.
13 생물들의 모양은 타오르는 숯불 같고 화롯불 같았다. 불이 생물들 사이를 오가며 빛났고 번개가 불에서 나왔다.
14 생물들은 번갯불처럼 왔다 갔다 했다.
바퀴 안의 바퀴
15 내가 생물들을 보고 있을 때 땅 위에 각 네 얼굴 곁에 바퀴가 하나씩 있었다.
16 바퀴의 모습과 만든 것은 황록색 보석 같았고 넷 모두 같은 형상이었다. 모양과 만든 것은 바퀴 안에 바퀴가 있는 것 같았다.
“바퀴 안에 바퀴” — 이 구절은 유대 신비주의 메르카바(מֶרְכָּבָה, 전차·수레) 신비주의의 출발 텍스트다. 미슈나 하기가 2.1은 “메르카바는 한 사람 앞에서, 그가 현자이며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자가 아니면 가르치지 말라”고 규정한다. AD 3–7세기에 형성된 헤이칼롯(Hekhalot, 천상의 궁궐) 문헌 — 『헤이칼롯 라바티』, 『헤이칼롯 주타르티』, 『세페르 헤칼롯(에녹3서)』 — 이 모두 에스겔 1장의 보좌 환상을 신비적 상승의 도식으로 발전시켰다. 12세기 라인란트의 하시데이 아슈케나즈 와 13세기 카발라의 시작인 『바히르』 도 이 환상에 깊이 의존한다. 20세기에는 게르숌 숄렘(Gershom Scholem)의 『유대 신비주의의 주류』(1941)가 메르카바 전통을 학문적 무대로 끌어올렸다.
17 바퀴는 사방으로 나아갈 수 있었고 나아갈 때 돌지 않았다.
18 바퀴 테두리는 높고 두려웠으며 그 사방 테두리에 눈이 가득했다.
19 생물들이 가면 바퀴도 함께 갔고 생물들이 땅에서 떠오르면 바퀴도 함께 떠올랐다.
20 영이 가려는 곳으로 갔다. 바퀴도 생물 옆에서 함께 떠올랐다. 생물의 영이 바퀴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21 저것들이 가면 이것들도 갔고 저것들이 서면 이것들도 섰으며 저것들이 땅에서 떠오르면 이것들도 함께 떠올랐다. 생물의 영이 그 안에 있었다.
궁창과 목소리
22 생물들의 머리 위에 궁창 같은 것이 있었다. 수정처럼 빛났고 두려웠으며 그들의 머리 위로 펼쳐져 있었다.
23 궁창 아래 날개들이 서로를 향해 곧게 뻗어 있었고 각 생물은 두 날개로 몸 이쪽을 가리고 또 두 날개로 몸 저쪽을 가렸다.
24 그들이 나아갈 때 날개 소리를 들었다. 많은 물 소리 같고 전능자의 음성 같았다. 큰 소리 — 군대의 함성 같은. 서면 날개를 내렸다.
25 그들이 서고 날개를 내릴 때 궁창 위에서 소리가 났다.
야훼의 영광
26 그 궁창 위에 있는 것은 보좌의 모양이었다. 남보석 같았다. 그 보좌의 모양 위에 사람의 모습 같은 형상이 있었다.
27 내가 보니 허리처럼 보이는 곳에서 위로는 호박금 빛깔이었고 그 안에 불처럼 빛났다. 허리처럼 보이는 곳에서 아래로는 불 같았고 그 주위에 광채가 있었다.
28 비 오는 날 구름에 있는 무지개처럼 그 사방에 광채가 있었다. 이것이 야훼의 영광의 모습이었다.
내가 그것을 보고 얼굴을 땅에 대며 엎드렸다. 그 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야훼의 영광(카보드 야훼 — כְּבוֹד יְהוָה)” — 카보드는 본래 “무게”를 뜻한다. 야훼의 현존이 압도적인 무게로 임한다. 에스겔은 이 환상을 직접 묘사하지 않고 “같은”, “모양”, “형상”이라는 간접 언어로 겹겹이 감싼다. 신적 임재 앞에서 언어가 먼저 무너진다. 모세가 성막에서 본 구름(출애굽기 40장), 이사야가 성전에서 본 영광(이사야 6장)이 여기서 이동한다 — 성전 밖, 포로의 땅으로. 9-11장에서 이 영광이 예루살렘을 떠나고, 43장에서 동쪽을 통해 새 성전으로 돌아온다.
다음 장 — 엎드린 에스겔에게 목소리가 말한다. “사람의 아들아, 일어서라.” 야훼가 두루마리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