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겔 16장 버려진 아이, 음란한 아내
탄생과 버려짐
1 야훼의 말씀이 내게 임했다.
2 “사람아, 예루살렘으로 하여금 자기의 가증한 일들을 알게 하여라.
3 주 야훼가 예루살렘에게 이렇게 말한다. 네 근본과 태어남은 가나안 땅이다. 네 아버지는 아모리(Amorite) 사람이고 네 어머니는 헷(Hittite · ㉸ 히타이트) 사람이다.
4 네가 태어나던 날에, 네 배꼽 줄이 잘리지 않았고 물로 씻기지도 않았고 소금으로 문지르지도 않았고 포대기에 싸이지도 않았다.
5 아무도 너를 가엾이 여기지 않았다. 이 일들 중 어느 하나라도 너에게 행하여 너를 불쌍히 여기는 자가 없었다. 네가 태어난 날에 들판에 버려졌다. 네 생명이 혐오스럽게 여겨졌기 때문에.”
신생아 유기(遺棄) — 고대 근동에서 신생아 유기는 드물지 않았다. 아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 또는 장애가 있거나 태어난 날의 징조가 나쁠 때 들판에 내다버렸다. 들판에 버려진 아이를 지나가다 주워 기르는 일도 있었다. 이집트 신화에도, 로마 로물루스 전설에도 같은 모티프가 있다. 에스겔은 예루살렘의 기원을 이 이미지로 시작한다 —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아이.
주움과 자람
6 “내가 네 곁을 지나다가 네가 피 속에서 발버둥치는 것을 보았다. 내가 피 속의 너에게 말했다. ‘살아라!’ 내가 피 속의 너에게 말했다. ‘살아라!’
7 내가 너를 들의 채소처럼 무수히 많게 했다. 너는 자라고 또 자라서 매우 아름다워졌다. 젖가슴이 자랐고 머리털이 났다. 그러나 너는 벌거벗고 있었다.
8 내가 네 곁을 지나가다 너를 보았다. 보라, 네 때 — 사랑받을 때가 왔다. 내가 내 옷자락으로 너를 덮어 네 벌거벗음을 가렸다. 내가 네게 맹세하고 너와 언약을 맺었다. 주 야훼의 말씀이다. 그리하여 너는 내 것이 되었다.
9 내가 물로 너를 씻겨 네 피를 씻어 버렸다. 기름을 네게 발랐다.
10 내가 수놓은 옷을 네게 입히고 물고기 가죽 신을 신겼으며 가는 베로 감싸고 비단을 덮었다.
11 내가 너를 단장시켜 팔찌를 네 손에 끼우고 목걸이를 네 목에 걸었다.
12 내가 코 고리를 네 코에 달고 귀고리를 네 귀에 달고 아름다운 관을 네 머리에 씌웠다.
13 이렇게 너는 금과 은으로 단장하였고 가는 베와 비단과 수놓은 옷을 입었다. 고운 밀가루와 꿀과 기름을 먹었다. 너는 매우 아름다워져 왕위에까지 나아갔다.
14 네 아름다움으로 인하여 네 명성이 민족들 중에 퍼졌다. 내가 네게 베푼 내 화려함으로 완전하였기 때문이다. 주 야훼의 말씀이다.”
“내 옷자락으로 너를 덮어” — 룻기 3장에서 룻이 보아스에게 “당신의 옷자락으로 나를 덮어주소서”라고 하는 장면과 같은 언어다. 옷자락으로 덮는 것은 결혼 언약의 상징이었다. 야훼가 예루살렘과 혼인 언약을 맺었다는 이미지다. 단장 목록은 솔로몬 시대의 이스라엘 번영을 가리킨다.
음란의 시작
15 “그러나 너는 네 아름다움을 믿고 네 명성으로 인하여 음행하였다. 지나가는 자마다에게 음행하여 그것이 그의 것이 되게 했다.
16 네 의복을 가져다가 꾸민 산당들을 만들고 거기서 음행하였다. 이런 일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17 내가 네게 준 내 금과 은으로 만든 나를 위한 아름다운 물건들을 가져다가 남자의 형상들을 만들어 그것들과 음행하였다.
18 수놓은 네 옷을 가져다가 그것들을 덮었으며 내 기름과 내 향을 그 앞에 두었다.
19 내가 네게 준 내 음식 — 내가 너를 위해 준 고운 밀가루와 기름과 꿀 — 을 네가 그것들 앞에 향기로운 제물로 드렸다. 이것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주 야훼의 말씀이다.
20 또 네가 내게 낳은 네 아들들과 딸들을 데려다가 그것들에게 제물로 먹게 하였다. 네 음행이 작은 것이었겠느냐?
21 네가 내 자녀들을 잡아 그것들을 통과하게 하며 불에 살라 바쳤다.”
“내 자녀들을 불에 살라” — 예루살렘에서 실제로 행해진 자녀 희생 제사를 가리킨다. 예루살렘 남서쪽 힌놈 골짜기(게헨나)에서 몰렉(Molech) 신에게 자녀를 불살라 바치는 의식이 행해졌다(열왕기하 16:3, 23:10). 고고학적으로 레반트 지역에서 이런 희생 제의의 흔적이 발굴되었다. 에스겔은 이것을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다른 남자에게 바치는 배반으로 묘사한다.
음행의 확장 — 이집트·앗수르·바빌론
22 “네 모든 가증한 일들과 음행 중에서 너는 젊었을 때를 기억하지 않았다. 네가 피 속에서 발버둥치던 벌거벗음을.
23 모든 악한 일들 뒤에 — 화가 있을진저, 화가 있을진저, 너에게 — 주 야훼의 말씀이다.
24 네가 너를 위해 높은 곳을 세우고 모든 광장에 산당을 만들었다.
25 길 어귀마다 네 높은 곳을 세우고 네 아름다움을 추하게 하여 지나가는 모든 자에게 다리를 벌려 음행을 많이 하였다.
26 너는 큰 몸을 가진 네 이웃 이집트 자손들과 음행하였고 나를 격노하게 하려고 음행을 더하였다.
27 보라, 내가 너를 향하여 내 손을 뻗어 네 정해진 몫을 줄이고 너를 미워하는 네 대적들, 블레셋 딸들의 마음대로 네게 행하게 하였다. 그들도 네 음란한 행실에 부끄러워하였다.
28 그래도 만족하지 못하여 너는 앗수르 자손들과도 음행하였다. 음행하고도 여전히 만족하지 못했다.
29 또 장사하는 땅 바빌로니아까지 음행을 더하였다. 이렇게 해도 만족하지 못하였다.”
이집트·앗수르·바빌론 — 이 세 강대국은 이스라엘이 정치적 동맹을 구하며 줄을 섰던 나라들이다. 에스겔은 이 외교적 동맹 체결을 음행으로 묘사한다. 야훼만 의지해야 할 이스라엘이 강대국의 힘에 의존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히스기야가 앗수르에 맞서 이집트에 의지했고(이사야 30-31장), 후대 왕들이 바빌론과 이집트 사이에서 줄을 탔다. 에스겔이 보기에 이 모든 외교는 영적 배신이다.
삯을 주는 창기
30 “주 야훼의 말씀이다. 네 마음이 얼마나 약한지! 너는 방탕한 창기처럼 행동하였다.
31 길 어귀마다 높은 곳을 세우고 모든 광장에 산당을 만들었다. 그러나 삯을 멸시하였으니 너는 창기 같지도 않다.
32 음행하는 아내여, 자기 남편 대신 이방 사람들을 들이는구나.
33 사람들은 모든 창기에게 선물을 주지만 너는 도리어 네 선물을 네 사랑하는 모든 자에게 주었다. 그들이 사방에서 너와 음행하도록 매수하였다.
34 너는 다른 여자들과 반대되었다. 너는 음행을 위해 삯을 받은 것이 아니라 삯을 주었다. 이것이 네 다른 점이다.”
“삯을 주는 창기” — 에스겔의 알레고리에서 가장 역설적인 지점이다. 보통 창기는 삯을 받는다. 그러나 예루살렘은 삯을 주면서 음행을 구했다. 국제 동맹을 위해 공물을 바치고, 신전의 보물을 가져다 선물하고, 자국의 자원을 바쳐가며 강대국의 환심을 샀다는 뜻이다. 스스로를 낮춘 굴욕적인 외교가 영적으로는 삯을 주는 음행이다.
심판의 선고
35 “그러므로 창기여, 야훼의 말씀을 들어라.
36 주 야훼가 이렇게 말한다. 네 수치가 드러났기 때문에, 네 음행 중에 네 벌거벗음이 드러났기 때문에, 네 모든 사랑하는 자들과의 음행 때문에, 그리고 네가 그들의 모든 가증한 우상들 때문에 그들의 피를 위해 피를 바쳤기 때문에,
37 보라, 내가 네 사랑하는 자들을 다 모아 네가 즐거워했던 자들과 사랑했던 자들과 미워했던 자들을 다 모아 사방에서 그들을 모아 너에게 올 때 내가 네 벌거벗음을 그들 앞에서 드러내리라. 그들이 네 벌거벗음을 다 볼 것이다.
38 내가 너를 간음하는 여자들과 피를 흘리는 여자들처럼 심판하겠다. 내가 너를 내 분노와 질투의 피로 삼겠다.
39 내가 너를 그들의 손에 넘기겠다. 그들이 네 높은 곳을 헐고 네 산당을 무너뜨릴 것이다. 네 의복을 벗기고 네 아름다운 물건들을 가져가겠다. 너를 벌거벗고 적나라하게 내버려두겠다.
40 그들이 군중을 네게 향하게 하고 돌로 치고 칼로 찌를 것이다.
41 그들이 불로 네 집들을 사르고 많은 여자들이 보는 앞에서 너를 심판하겠다. 내가 네 음행을 끝내 버리겠다. 너는 다시는 창기 삯을 주지 못할 것이다.”
불륜한 아내의 처벌 — 고대 근동의 법전에서 간음한 아내는 공개적 치욕, 신체적 처벌, 심한 경우 처형을 받았다. 에스겔의 알레고리는 이 법적 처벌 언어를 신학적 심판에 적용한다. 바빌로니아의 포위와 파괴가 이 처벌의 역사적 실행이다. 일부 유대 전승은 이 장의 노골적인 내용 때문에 공중 예배에서 낭독하는 것을 제한했다. 탈무드 메길라(Megillah 4:10)는 에스겔 16장을 회당에서 낭독하지 않는다고 기록한다.
언니와 동생들
44 “보라, 속담을 쓰는 자는 누구나 네게 대해 이 속담을 쓸 것이다. ‘어미와 같은 딸이라.’
45 너는 남편과 자녀를 혐오한 네 어미의 딸이다. 너는 남편들과 자녀들을 혐오한 네 언니들의 자매다. 네 어미는 헷 사람이고 네 아비는 아모리 사람이다.
46 네 언니는 사마리아(Samaria)이고 — 그녀와 그녀의 딸들이 네 왼쪽에 있다. 네 동생은 소돔(Sodom)이고 — 그녀와 그녀의 딸들이 네 오른쪽에 있다.
47 너는 그들의 길을 걸었느냐? 그들의 가증한 것들을 행하였느냐? 그렇지 않다. 잠깐 사이에 너는 그들보다 더 부패하게 행하였다.
48 주 야훼가 살아있음을 두고 맹세하노니 네 동생 소돔, 그녀와 그녀의 딸들은 네가 한 것과 네 딸들이 한 것을 행하지 아니하였다.
49 보라, 이것이 네 동생 소돔의 죄악이다. 그녀와 그녀의 딸들에게 교만함과 넉넉한 양식과 평온한 번영이 있었으나 가난하고 궁핍한 자의 손을 강하게 하지 아니하였다.
50 그들이 교만하고 내 앞에서 가증한 일을 행하였다. 그래서 내가 보고 그들을 제거하였다.
51 사마리아는 네 죄의 절반도 범하지 않았다. 너는 그들보다 더 많은 가증한 일들을 행하였다. 네가 행한 모든 가증한 일들로 네 자매들이 의롭게 보이게 만들었다.
52 너는 네 자매들에게 변호를 허락한 네 심판을 짊어지라. 네가 그들보다 더 가증하게 죄를 지었다. 그들이 너보다 의롭다. 너는 네 자매들을 의롭게 하였으니 너는 수치를 당하라.”
소돔이 예루살렘보다 낫다는 역설 — 소돔은 구약 전체에서 죄악의 상징이다. 에스겔이 여기서 소돔의 죄를 재정의하는 것이 눈에 띈다. “교만함, 넉넉한 양식, 평온한 번영 속에서 가난하고 궁핍한 자의 손을 강하게 하지 아니함”이 소돔의 죄다. 창세기 19장의 성적 폭력만이 전부가 아니다. 불의와 무관심이 소돔을 멸망시켰다는 에스겔의 해석은 당시 예루살렘을 향한 직접적 고발이다.
영원한 언약
53 “그러나 내가 소돔과 그 딸들, 사마리아와 그 딸들의 포로들을 돌이킬 때 내가 또 네 포로들 — 그 가운데서 — 을 돌이킬 것이다.
54 그리하면 네가 수치를 짊어질 것이다. 네가 그들에게 위로가 되어 한 모든 것으로 인하여.
55 네 자매 소돔과 그 딸들이 예전 상태로 돌아갈 것이고 사마리아와 그 딸들이 예전 상태로 돌아갈 것이며 너와 네 딸들도 예전 상태로 돌아갈 것이다.
58 너는 네 음란함과 네 가증한 일들을 짊어지라. 주 야훼의 말씀이다.
59 주 야훼가 이렇게 말한다. 언약을 경멸하여 맹세를 깨뜨린 네게 내가 행할 것이니 내가 네게 행한 것이 그대로다.
60 그러나 내가 네 젊은 시절에 너와 맺은 내 언약을 기억할 것이다. 내가 너와 영원한 언약을 세울 것이다.
61 그리하면 너는 네 언니들과 네 동생들을 받을 때 네 길을 기억하고 수치를 당할 것이다. 내가 그들을 네 딸들로 네게 주되 네 언약으로 말미암지 않고.
62 내가 너와 내 언약을 세우겠다. 그제야 너는 내가 야훼임을 알 것이다.
63 내가 네 행한 모든 것을 용서할 때 너는 기억하고 수치를 당하고 네 수치로 인하여 다시는 입을 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주 야훼의 말씀이다.”
심판의 마지막 말이 언약 갱신이다 — 에스겔 16장은 구약에서 가장 길고 가장 충격적인 심판 본문 중 하나이지만, 끝은 야훼의 기억으로 마친다. “내가 내 언약을 기억하겠다.” 이 언약은 인간의 충실함에 기반하지 않는다. 야훼가 일방적으로 기억하고 갱신한다. 가장 가혹한 고발이 가장 이상한 은혜로 끝난다.
다음 장 — 두 독수리와 포도나무의 비유. 바빌론과 이집트 사이에서 줄을 타는 시드기야 왕의 정치적 배신이 알레고리로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