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겔 3장 두루마리를 삼키다

꿀처럼 달았다

1 야훼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아, 눈에 보이는 것을 먹어라. 이 두루마리를 먹고 이스라엘 집에 가서 말하여라.”

2 내가 입을 벌렸다. 그가 나에게 그 두루마리를 먹게 했다.

3 그가 내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아, 내가 네게 주는 이 두루마리로 배를 채우고 창자에 가득 채워라.” 내가 그것을 먹었다. 내 입에서 꿀처럼 달았다.

두루마리 안에는 “애가와 탄식과 재앙”이 적혀 있었다(2:10). 그 내용은 쓴데, 먹으면 달다. 예언자의 역설이다. 예레미야도 비슷하게 말했다: “주의 말씀이 내게 기쁨과 내 마음의 즐거움이오나”(예레미야 15:16). 요한계시록 10장에서 요한이 천사에게 두루마리를 받아 먹는 장면이 이 본문을 의식적으로 재현한다 — 입에서는 달고 배에서는 써진다.


완고한 백성

4 야훼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아, 일어나라. 이스라엘 집으로 가서 내 말로 그들에게 말하여라.

5 너는 말이 어렵고 언어가 까다로운 백성에게 보냄을 받은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집에게 보냄을 받은 것이다.

6 말이 어렵고 언어가 까다로운 많은 민족들에게가 아니다 — 네가 그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너를 그들에게 보냈다면 그들은 너에게 들었을 것이다.

7 그러나 이스라엘 집은 너에게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온 집은 이마가 굳고 마음이 굳다.

8 보라, 내가 네 얼굴을 그들의 얼굴만큼 굳게 하였다. 네 이마를 그들의 이마만큼 단단하게 하였다.

9 내가 네 이마를 부싯돌보다 강한 금강석처럼 만들었다. 그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그들 앞에서 떨지 마라. 그들은 반역하는 집이다.”

“이마를 금강석처럼” — 에스겔은 원래 완고한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야훼가 그를 굳게 만든다. 완고한 청중에게는 완고한 예언자가 필요하다. 이것은 예언자를 청중에게 맞춘 것이다.

10 야훼께서 또 내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아, 내가 너에게 말하는 내 말을 모두 받아 마음에 새겨 두고 귀로 들어라.

11 일어나 포로 자손들에게, 네 백성의 자녀들에게 가서 그들이 듣든지 아니 듣든지 그들에게 말하여라. ‘주 야훼께서 이같이 말씀하신다’고.”


영이 나를 들어 올림

12 영이 나를 들어 올렸다. 내 뒤에서 큰 굉음 소리를 들었다 — “야훼의 영광이 그 처소에서 찬양을 받으시기를.”

13 생물들의 날개 소리와 바퀴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 — 굉음, 큰 소리.

14 영이 나를 들어 올려 데려갔다. 나는 내 영이 화가 나고 분하여 떠났다. 야훼의 손이 내 위에 강하게 있었다.

에스겔은 기쁘게 떠나지 않는다. “화가 나고 분하여.” 소명 받은 예언자가 기꺼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영이 떠미는 대로 떠났다. 예레미야도 불평했다. 요나는 반대 방향으로 달아났다. 예언자는 사명에 열광하는 자가 아니라, 사명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자다.

15 나는 그발 강 옆 텔아빕(Tel Abib · ㉸ 텔 아빕)에 사는 포로들에게 이르렀다. 그리고 그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칠 일 동안 그들 가운데 앉아 놀라움 가운데 있었다.

텔아빕 — 히브리어로 “봄의 언덕” 또는 “홍수의 언덕”. 이것이 오늘날 이스라엘의 도시 텔아비브(Tel Aviv)의 이름 출처다. 시오니스트 지도자 나훔 소콜로프가 1910년 헤르츨의 소설 「알트노이란트(Altneuland)」를 히브리어로 번역하면서 이 지명을 사용했다. 에스겔이 7일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만 있었다는 것은 충격과 압도의 표현이다.


파수꾼 임명

16 칠 일이 지나서 야훼의 말씀이 내게 임했다.

17 “사람의 아들아, 내가 너를 이스라엘 집의 파수꾼으로 삼았다. 너는 내 입에서 말을 듣고 나를 대신하여 그들에게 경고하여라.

18 내가 악인에게 ‘너는 반드시 죽으리라’고 할 때 네가 그에게 경고하지 않고 악인이 그 악한 길에서 떠나도록 그의 생명을 구하려고 말하지 않으면 그 악인은 자기 죄악으로 죽을 것이지만 그의 피 값은 내가 네 손에서 요구하겠다.

19 그러나 네가 악인에게 경고했는데 그가 자기의 악함과 악한 길에서 떠나지 않으면 그는 자기 죄악으로 죽을 것이지만 너는 네 영혼을 건진 것이다.

20 의인이 자기 의에서 돌이켜 악을 행할 때 내가 그 앞에 거치는 것을 두면 그는 죽을 것이다. 네가 그에게 경고하지 않았기에 그는 자기 죄로 죽을 것이고 그가 행한 의는 기억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피 값을 내가 네 손에서 요구하겠다.

21 그러나 네가 의인에게 죄를 짓지 않도록 경고했고 의인이 죄를 짓지 않아 살았다면 그는 살 것이다. 너도 네 영혼을 건진 것이다.”

파수꾼 비유는 이스라엘 성벽에서 망을 보는 파수꾼의 이미지를 빌린다. 파수꾼이 위험을 보고도 나팔을 불지 않으면 그 피가 파수꾼에게 돌아간다. 에스겔 33장에서 이 비유가 다시 등장하며 확장된다. 예언자의 책임은 결과가 아니라 경고 자체에 있다.


벙어리가 됨

22 야훼의 손이 거기서 내 위에 있었다. 야훼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일어나 들판으로 나가라. 거기서 내가 너에게 말하겠다.”

23 내가 일어나 들판으로 나갔다. 야훼의 영광이 거기 서 있었다. 내가 본 그발 강 가의 영광과 같았다. 나는 얼굴을 땅에 대었다.

24 영이 나 안으로 들어와 나를 일으켜 세웠다. 야훼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네 집에 들어가 문을 닫아라.

25 사람의 아들아, 보라, 그들이 줄로 너를 묶어 너로 하여금 그들 가운데 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다.

26 내가 네 혀를 네 입천장에 붙게 하여 너를 벙어리가 되게 하겠다. 너는 그들에게 책망하는 자가 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반역하는 집이기 때문이다.

27 그러나 내가 너에게 말할 때 너의 입을 열겠다. 너는 그들에게 말하여라. ‘주 야훼께서 이같이 말씀하신다.’ 듣는 자는 들을 것이고 거부하는 자는 거부할 것이다. 그들은 반역하는 집이다.”

에스겔은 말하다가 침묵하고, 침묵하다가 다시 말한다. 33:22에서 예루살렘 함락 소식이 도착하는 날 밤에 그의 입이 열린다. 에스겔의 침묵과 발화는 야훼가 통제한다. 이것은 예언자의 역설이다 — 말하도록 부름받았으나 말하는 것마저 야훼의 손안에 있다.


다음 장 — 말 대신 몸이 말하기 시작한다. 에스겔은 토기판에 예루살렘을 그리고, 390일과 40일을 옆으로 누워 포위를 연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