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헤미야 1장 술 맡은 자의 통곡
수산에서 들려온 소식
1 느헤미야(Nehemiah)의 말들, 곧 하가랴의 아들이 전하는 기록이다. 아닥사스다(Artaxerxes · ㉸ 아르탁세르크세스) 왕 이십 년, 기슬르월(Kislev — 히브리력 아홉 번째 달, 11–12월에 해당)에 내가 수산(Susa · ㉸ 수사) 궁에 있었다.
수산 — 현대 이란 남서부 후제스탄주에 위치한 고대 도시 엘람의 수도. 아케메네스 왕조 페르시아의 겨울 왕궁 소재지였다. 다리우스 1세가 건설한 아파다나 궁전 유적이 남아 있다. 1851년부터 프랑스 고고학팀이 발굴을 시작했고, 함무라비 법전 비석이 이곳에서 발굴되어 현재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2 내 형제 중 하나인 하나니(Hanani)와 몇 사람이 유다에서 왔다. 나는 포로에서 살아남은 유다 사람들과 예루살렘에 대해 물었다.
3 그들이 내게 말했다.
“포로에서 남아 그 지방에 있는 사람들이 큰 환난을 당하고 능욕을 받고 있습니다. 예루살렘 성벽은 무너지고 성문들은 불에 탔습니다.”
“성벽이 무너지고 성문들이 불에 탔다” — 이것이 느헤미야 이야기를 촉발하는 한 문장이다. 그런데 예루살렘 성벽이 무너진 것은 바빌론이 침공한 BC 587년이다. 느헤미야가 이 소식을 듣는 것은 약 BC 445년경이다. 140년이 지났다. 이미 오래전에 에스라가 귀환하여 종교 개혁을 했음에도 성벽은 여전히 폐허 상태였다. 에스라 4장에 따르면 성벽 재건 시도가 있었으나 사마리아 총독의 방해로 중단됐다. 느헤미야가 듣는 것은 새로운 소식이 아닐 수 있다 — 이미 알고 있었던 수치가 다시 한번 귀에 꽂히는 순간이다.
통곡과 기도
4 내가 이 말을 듣고 앉아서 울었다. 며칠 동안 슬퍼하며 하늘의 하나님 앞에서 금식하고 기도했다.
5 내가 말했다.
“하늘의 하나님 여호와, 크고 두려우신 하나님,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계명을 지키는 자들에게 언약을 지키시고 은혜를 베푸시는 분이여,
6 이제 당신의 귀를 기울이시고 눈을 여시어 종의 기도, 곧 내가 지금 주야로 당신의 종 이스라엘 자손들을 위해 드리는 기도를 들어주십시오. 나는 이스라엘 자손이 당신께 범한 죄를 자복합니다. 나와 내 아버지의 집도 죄를 범했습니다.
7 우리가 당신께 심히 범죄하여 당신의 종 모세에게 명령하신 계명과 율례와 규례를 지키지 않았습니다.
8 당신의 종 모세에게 명하신 말씀을 기억하여 주십시오. ‘너희가 범죄하면 내가 너희를 여러 나라 가운데 흩을 것이라.’
9 ‘그러나 너희가 내게로 돌아와 내 계명을 지켜 행하면, 너희 쫓긴 자들이 하늘 끝에 있을지라도 내가 거기서 모아 내 이름이 머물게 하려고 선택한 곳으로 데려오리라.’
10 이들은 당신의 종들이요 당신의 백성, 큰 능력과 강한 손으로 구속하신 자들입니다.
11 주여, 이제 당신의 귀를 기울여 종의 기도와 당신의 이름을 경외하기를 즐겨 하는 종들의 기도를 들어주십시오. 이 종이 오늘 형통하게 하시고 이 사람 앞에서 긍휼히 여김을 받게 하여 주십시오.”
“이 사람” — 아닥사스다 왕을 가리킨다. 느헤미야의 기도는 하나님을 향하지만 시선 끝에는 왕의 마음이 있다. 느헤미야는 기도하면서 이미 다음 단계를 그리고 있다. 이것이 그의 사람됨이다 — 무너지되, 무너진 채로 있지 않는다.
그때 나는 왕의 술 맡은 자였다.
술 맡은 자(cupbearer) — 히브리어 ‘마쉬케(מַשְׁקֶה)’, 페르시아 궁정에서 왕에게 직접 술을 따르는 직책이다. 왕의 음식과 음료가 독살되지 않도록 먼저 시음하는 임무를 포함했다. 왕의 침실 바로 앞까지 접근이 허용된, 절대적 신뢰의 자리였다. 정치적 영향력이 컸고, 이민족 출신도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이집트의 파라오에게도 같은 직책이 있었다 — 창세기 40장에 요셉과 함께 감옥에 갇혔던 바로 그 사람이다. 느헤미야는 포로 공동체 출신이면서도 제국의 핵심 자리에 있었다.
느헤미야 1장 끝.
슬픔이 기도가 되고, 기도가 계획이 되고, 계획이 청원이 되려 한다. 느헤미야는 아직 왕에게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성벽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