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상 표지

사무엘상 1장 입술만 움직인 기도

실로로 가는 길

1 에브라임(Ephraim) 산지 라마다임소빔(Ramathaim-Zophim)엘가나(Elkanah)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는 여로함의 아들이고, 여로함은 엘리후의 아들이고, 엘리후는 도후의 아들이고, 도후는 숩의 아들이었다. 에브라임 사람이었다.

2 엘가나에게 아내가 둘 있었다. 하나는 한나(Hannah), 다른 하나는 브닌나(Peninnah)였다. 브닌나에게는 자녀가 있었다. 그러나 한나에게는 자녀가 없었다.

두 아내를 두는 것은 고대 이스라엘에서 드문 일이 아니었지만, 본문은 그 결과를 바로 보여준다 — 한 아내에게는 아이가 있고, 다른 아내에게는 없다. 이 비대칭이 이 장 전체의 동력이다.

3 이 사람이 매년 자기 성읍에서 올라가 실로(Shiloh)에서 만군의 여호와께 경배하고 제사를 드렸다. 그 곳에 엘리의 두 아들 홉니(Hophni)비느하스(Phinehas · ㉸ 피느하스)가 여호와의 제사장으로 있었다.

실로는 에브라임 산지에 있던 성막 중심지다. 현대 이스라엘 서안 지구의 키르벳 셀룬(Khirbet Seilun)이 그 자리로 여겨진다. 핀켈슈타인(Israel Finkelstein)이 이끄는 발굴팀이 1981–1984년 이 지역을 발굴했다. BC 11세기 후반 대규모 화재 흔적이 발견되었다 — 사무엘상 4–5장에 기록된 블레셋 전쟁 이후 실로가 파괴된 사건과 시간적으로 일치할 가능성이 있다.

4 엘가나가 제사를 드리는 날, 그는 아내 브닌나와 그녀의 모든 아들과 딸에게 제물의 몫을 주었다.

5 한나에게는 두 배의 몫을 주었다. 여호와가 그녀의 태를 닫으셨는데도, 그는 한나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6 한나의 적수 브닌나가 한나를 심히 격동시켰다. 여호와가 그녀의 태를 닫으셨다는 이유로.

7 해마다 그랬다. 성막에 올라갈 때마다 브닌나가 한나를 그렇게 괴롭혔다. 한나가 울며 먹지 않았다.

8 남편 엘가나가 말했다.

“한나야, 왜 울어? 왜 먹지 않아? 왜 그렇게 마음이 슬퍼? 내가 열 아들보다 낫지 않아?”


입술만 움직이다

9 실로에서 먹고 마신 뒤에 한나가 일어났다. 여호와의 성전 문 기둥 곁에 엘리(Eli) 제사장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10 한나가 마음이 괴로워 여호와께 기도하며 통곡했다.

11 그녀가 서원했다.

“만군의 여호와여, 당신이 정말로 당신의 여종의 고통을 돌아보시고 나를 기억하시어 당신의 여종을 잊지 않으시고 아들을 주신다면, 저는 그를 평생 여호와께 드리겠습니다. 삭도를 그의 머리에 대지 않겠습니다.”

“삭도를 그의 머리에 대지 않겠다”는 서원은 나실인(Nazirite) 서약을 가리킨다. 민수기 6장에 규정된 하나님께 특별히 드린 사람의 표시다. 삼손도 나실인이었다. 한나의 서원은 아이를 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 얻으면 곧바로 드리겠다고 한다. 받기도 전에 내어놓는 기도다.

12 한나가 여호와 앞에서 계속 기도하는 동안, 엘리가 그녀의 입술을 살펴보았다.

13 한나가 마음속으로만 기도했기 때문에 입술이 움직일 뿐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엘리는 그녀가 술에 취했다고 생각했다.

14 엘리가 한나에게 말했다.

“언제까지 술에 취해 있으려는 거요? 포도주를 끊으시오.”

15 한나가 대답했다.

“아닙니다, 내 주여. 저는 마음이 괴로운 여자입니다. 포도주도 독주도 마시지 않았습니다. 저는 여호와 앞에 제 마음을 쏟아낸 것뿐입니다.

16 당신의 여종을 못된 여자로 여기지 마십시오. 저는 깊은 슬픔과 격분 때문에 지금껏 기도한 것입니다.”

17 엘리가 대답했다.

“평안히 가시오.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당신이 구한 것을 허락하시기를 빕니다.”

18 한나가 말했다.

“당신의 여종이 당신 눈에 은혜를 입기를 바랍니다.”

그 여자가 가서 먹었다. 그 얼굴에 다시는 수심이 없었다.


한나가 임신하다

19 그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 여호와 앞에서 예배하고, 돌아와 라마(Ramah)에 있는 집으로 갔다. 엘가나가 아내 한나와 동침했다. 여호와가 그녀를 기억하셨다.

20 때가 이르러 한나가 임신하고 아들을 낳았다. 그녀가 이름을 사무엘(Samuel)이라 했다.

“여호와께 구했다(שָׁאַל, sha’al).”

사무엘(שְׁמוּאֵל)의 이름 어원은 복잡하다. 한나는 “여호와께 구했다”는 뜻으로 설명하지만, ‘사무엘’이라는 이름 자체는 ‘엘이 들으셨다’ 혹은 ‘그의 이름은 하나님’이라는 뜻에 가깝다. 어원학적 설명이 정확하게 맞지 않아 보이는 이 패턴은 구약에서 자주 나온다 — 이름의 뜻보다 그 이름을 부르는 순간의 감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나는 이 아이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내가 구했다”는 기억을 되살리려 했다.


서원을 이행하다

21 엘가나와 그의 온 집이 여호와께 매년 제사를 드리고 서원을 이행하러 올라갔다.

22 그러나 한나는 올라가지 않았다. 남편에게 말했다.

“아이가 젖을 떼면 그때 데려가겠습니다. 여호와 앞에 나타나게 하고, 거기서 영원히 있게 하겠습니다.”

23 남편 엘가나가 말했다.

“당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대로 해요. 젖을 뗄 때까지 있어요. 여호와가 그 말씀을 이루시기를 빌기만 해요.”

그 여자가 머물러 아이에게 젖을 먹였다. 젖을 떼기까지.

24 젖을 뗀 뒤 그녀는 아이를 데리고 올라갔다. 수소 세 마리와 밀가루 한 에바와 포도주 한 가죽 부대를 가지고 실로의 여호와 집에 이르렀다. 아이는 어렸다.

25 그들이 수소를 잡고 아이를 엘리에게 데려갔다.

26 한나가 말했다.

“내 주여, 당신의 혼이 살아 있음을 두고 맹세합니다. 저는 여기서 당신 곁에 서서 여호와께 기도하던 여자입니다.

27 이 아이를 위해 내가 기도했습니다. 여호와가 내가 구한 것을 내게 허락하셨습니다.

28 그래서 저도 이 아이를 여호와께 드립니다. 그가 사는 날 동안 여호와께 드린 자입니다.”

그가 거기서 여호와께 경배했다.

한나가 아이를 받자마자 돌려드린다. 서원이 단순한 흥정이 아니었음을 이행으로 증명한다. 이 행동이 다음 장의 노래로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