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상 5장 다곤이 쓰러지다
아스돗의 신전
1 블레셋 사람들이 하나님의 궤를 빼앗아 에벤에셀에서 아스돗(Ashdod)으로 가져갔다.
2 블레셋 사람들이 하나님의 궤를 다곤(Dagon) 신전으로 가지고 들어가서 다곤 곁에 세워두었다.
다곤(דָּגוֹן, Dagon)은 블레셋과 가나안 지역 전반에서 숭배된 신이다. 전통적으로 농업의 신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학자는 물고기 신이라는 해석도 제시한다. 아스돗은 오늘날 이스라엘 지중해 해안의 도시다. 블레셋의 다섯 주요 도시(가사, 아스글론, 아스돗, 에그론, 가드) 중 하나였다. 빼앗은 신의 형상을 자국 신전에 세우는 것은 고대 근동에서 흔한 관행이었다 — 신상 포로(divine kidnapping)라고 불린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기록에서도 확인된다. 블레셋은 전쟁의 승리를 다곤이 이스라엘의 신을 이긴 것으로 해석했을 것이다.
3 아스돗 사람들이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보니, 다곤이 여호와의 궤 앞에서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러져 있었다. 그들이 다곤을 일으켜 다시 제자리에 세웠다.
4 그 다음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보니, 다곤이 또 여호와의 궤 앞에서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러져 있었다. 이번에는 다곤의 머리와 두 손이 잘려 문지방에 놓여 있었다. 몸통만 남아 있었다.
5 그 때문에 지금까지도 다곤 제사장들과 다곤 신전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아스돗에 있는 다곤 신전 문지방을 밟지 않는다.
다곤 신상이 스스로 무너지는 장면은 단순한 기적 서술이 아니다. 고대 근동에서 신상이 엎드리는 것은 한 신이 다른 신 앞에 복종하는 것을 의미했다. 머리와 손이 잘린 것은 더 결정적이다 — 포로가 된 신이 힘을 잃고 노예 상태가 된 것이다. 블레셋이 여호와의 궤를 포로로 삼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곤이 여호와의 포로가 된 셈이다. 신들 간의 대결 모티프가 뒤집힌다.
아스돗과 가드와 에그론
6 여호와의 손이 아스돗 사람들에게 무겁게 놓였다. 그들을 황폐하게 하시고 종기로 치셨다. 아스돗과 그 지역 사람들에게.
7 아스돗 사람들이 이 일을 보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의 궤가 우리 가운데 있어서는 안 된다. 그분의 손이 우리와 우리 신 다곤에게 엄하게 내리쳤다.”
8 그들이 블레셋의 다섯 주요 성주들을 모두 불러 모아 물었다.
“이스라엘 하나님의 궤를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이스라엘 하나님의 궤를 가드(Gath)로 옮겨라.”
그들이 이스라엘 하나님의 궤를 가드로 옮겼다.
9 옮긴 뒤 여호와의 손이 그 성읍에도 내려 몹시 큰 혼란이 있었다. 여호와가 그 성읍 사람들을 크고 작은 자를 가리지 않고 치셨다. 그들에게 종기가 생겼다.
10 그들이 하나님의 궤를 에그론(Ekron)으로 보냈다.
하나님의 궤가 에그론에 이르자 에그론 사람들이 외쳤다.
“이스라엘 하나님의 궤를 우리에게 가져와 우리와 우리 백성을 죽이려는 것이냐?”
11 그들이 사람을 보내어 블레셋 주요 성주들을 다 모았다.
“이스라엘 하나님의 궤를 그 본래 자리로 돌려보내십시오. 우리와 우리 백성을 죽이지 않도록.”
성읍 전체에 죽음의 혼란이 있었다. 하나님의 손이 거기에 몹시 무겁게 놓였기 때문이다.
12 죽지 않은 사람들은 종기로 쳤다. 성읍의 부르짖음이 하늘에 이르렀다.
궤가 아스돗에서 가드, 가드에서 에그론으로 옮겨지는 과정은 점점 빨라지는 공포의 연쇄다. 블레셋의 어느 도시도 이스라엘의 하나님의 궤를 감당하지 못한다. 이 서술은 “이스라엘이 졌다”는 4장의 결론을 조용히 뒤집는다. 군사적 패배와 신학적 승리가 공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