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상 17장 다섯 개의 매끄러운 돌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1 블레셋 사람들이 군대를 모아 소고(Socoh)에 집결했다. 아세가(Azekah) 사이 에베스담밈(Ephes-dammim)에 진을 쳤다.
2 사울과 이스라엘 사람들이 모여 엘라(Elah) 골짜기에 진을 치고 블레셋과 마주 섰다.
3 블레셋이 이쪽 산에, 이스라엘이 저쪽 산에. 그 사이에 골짜기가 있었다.
4 블레셋 진영에서 한 사람이 나왔다. 그 이름은 골리앗(Goliath), 가드(Gath) 사람이었다.
키가 여섯 규빗 한 뼘이었다.
여섯 규빗 한 뼘은 마소라 본문(전통 히브리어 성경)의 수치로 약 2.97미터에 해당한다. 그러나 사해사본과 70인역(그리스어 구약)에는 “네 규빗 한 뼘”으로 나온다 — 약 2.06미터. 학자들은 후자를 더 원본에 가깝다고 본다. 어느 쪽이든 보통 사람보다 훨씬 큰 전사였다.
5 머리에는 놋 투구. 몸에는 비늘 갑옷을 입었는데, 그 무게가 놋 오천 세겔이었다.
6 다리에는 놋 각반. 어깨에는 놋 단창.
7 창 자루는 베틀 채 같았고, 철 창날 무게가 육백 세겔이었다. 방패 든 자가 앞에서 걸었다.
골리앗의 무장은 당시 블레셋의 기술력을 보여준다. 철 창날은 철 제련 기술이 없던 이스라엘이 만들 수 없는 무기였다. 사무엘상 13장 19절은 당시 이스라엘에 대장장이가 없었다고 기록한다 — 블레셋이 철 기술을 독점하고 있었다. 이 독점이 전장에서의 절대적 비대칭을 만들었다.
챔피언 결투의 관습
8 골리앗이 서서 이스라엘 군대를 향해 외쳤다.
“왜 나왔느냐? 전쟁을 벌이려고? 나는 블레셋 사람이고 너희는 사울의 종들이 아니냐. 너희 중에서 한 사람을 택해 내게 내려보내라.
9 그가 나와 싸워 나를 죽이면 우리가 너희의 종이 되겠다. 내가 이겨 그를 죽이면 너희가 우리의 종이 되어 우리를 섬길 것이다.
10 내가 오늘 이스라엘 군대를 모욕한다. 한 사람을 내어 나와 싸우게 하라.”
11 사울과 온 이스라엘이 이 말을 듣고 낙담하여 크게 두려워했다.
골리앗이 제안한 것은 챔피언 결투(single combat)다. 두 군대 전체가 싸우는 대신 대표 전사 하나씩이 싸워 전쟁의 결말을 정하는 방식이다. 고대 근동에서 이 관습은 흔했다 — 이집트와 헷(히타이트)의 전쟁 기록,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서 헥토르와 아킬레스의 대결이 이 문화를 반영한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이 제안을 받아들일 전사가 없다는 것이 수치였다.
이새의 막내아들
12 다윗은 유다 베들레헴(Bethlehem) 사람 이새의 아들이었다. 이새에게는 여덟 아들이 있었다. 사울 시대에 이미 노인이었다.
13 이새의 세 맏아들이 사울을 따라 전쟁에 나갔다. 맏아들은 엘리압(Eliab), 둘째는 아비나답(Abinadab), 셋째는 삼마(Shammah)였다.
14 다윗은 막내였다. 세 형들은 사울을 따랐고,
15 다윗은 사울에게 갔다가 베들레헴으로 돌아와 아버지 양 떼를 쳤다.
16 블레셋 사람이 사십 일을 아침저녁으로 나와 섰다.
17 이새가 아들 다윗에게 말했다.
“볶은 곡식 한 에바와 이 떡 열 개를 들고 진영으로 빨리 가서 형들에게 전하여라.
18 그리고 이 치즈 열 덩이는 그들의 천부장에게 가져가라. 형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증표를 받아 와라.”
19 사울과 형들과 이스라엘 사람들이 엘라 골짜기에서 블레셋과 싸우고 있었다.
20 다윗이 아침 일찍 일어났다. 양 떼를 지킬 자에게 맡기고 짐을 챙겨 길을 떠났다. 진영에 이르니 군대가 함성을 지르며 전열을 갖추러 나가고 있었다.
21 이스라엘과 블레셋이 마주 서서 전열을 갖추었다.
22 다윗이 짐을 짐 지키는 자에게 맡기고 전열로 달려가 형들에게 안부를 물었다.
공개 모욕
23 다윗이 형들과 이야기하는 동안, 가드 사람 골리앗이 블레셋 전열에서 나왔다. 그가 전과 같은 말을 했다. 다윗이 들었다.
24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 사람을 보고 크게 두려워하며 도망쳤다.
25 이스라엘 사람이 말했다.
“저 올라온 자를 보았느냐? 이스라엘을 모욕하러 올라왔다. 저를 죽이는 자에게 왕이 큰 재물을 주고, 왕의 딸도 주겠다. 그의 아버지 집을 이스라엘에서 세금을 면제해 주겠다고 했다.”
26 다윗이 곁에 선 사람들에게 물었다.
“저 블레셋 사람을 죽여 이스라엘의 수치를 제하는 자에게 어떤 보상을 주겠다 했느냐? 저 할례받지 않은 블레셋 사람이 누구이기에 살아 계신 하나님의 군대를 모욕하느냐?”
27 백성이 전과 같이 대답했다.
28 맏형 엘리압이 다윗이 사람들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 엘리압이 다윗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
“왜 내려왔느냐? 누구에게 그 양 몇 마리를 맡겨두었느냐? 네 교만과 마음의 완악함을 내가 안다. 전쟁 구경하려고 내려왔구나.”
29 다윗이 말했다.
“내가 무엇을 했습니까? 그냥 물어봤을 뿐인데요.”
30 다윗이 다른 사람 쪽으로 돌아서서 같은 말을 물었다. 사람들이 전과 같은 대답을 했다.
사울 앞에 서다
31 다윗이 한 말을 어떤 사람이 듣고 사울에게 전했다. 사울이 다윗을 불러들였다.
32 다윗이 사울에게 말했다.
“아무도 저 사람 때문에 낙심하지 마십시오. 왕의 종이 가서 저 블레셋 사람과 싸우겠습니다.”
33 사울이 다윗에게 말했다.
“네가 가서 저 블레셋 사람과 싸울 수 없다. 너는 아직 어린아이고, 저 자는 어릴 때부터 전사였다.”
34 다윗이 사울에게 말했다.
“왕의 종이 아버지의 양을 쳤습니다. 사자가 와서, 또 곰이 와서 양 떼에서 새끼를 물고 갔습니다.
35 내가 따라가 쳐서 그 입에서 건졌습니다. 그것이 일어나 나를 치려 하면 그 수염을 잡고 쳐 죽였습니다.
36 왕의 종이 사자와 곰을 쳤습니다. 저 할례받지 않은 블레셋 사람도 그것들 중 하나같이 될 것입니다. 살아 계신 하나님의 군대를 모욕했으니.”
37 다윗이 말했다.
“사자와 곰의 발에서 건져내신 여호와께서 저 블레셋 사람의 손에서도 나를 건지실 것입니다.”
사울이 다윗에게 말했다. “가라. 여호와가 너와 함께하시기를.”
갑옷을 벗다
38 사울이 자기 군복을 다윗에게 입혔다. 머리에 놋 투구를 씌우고 갑옷을 입혔다.
39 다윗이 군복 위에 칼을 차고 걸어보려 했다. 익숙하지 않았다.
다윗이 사울에게 말했다.
“이것들을 입고는 걸을 수가 없습니다. 익숙하지 않아서요.”
다윗이 그것들을 벗었다.
40 다윗이 지팡이를 손에 들었다. 시냇가에서 매끄러운 돌 다섯 개를 골라 목자의 전대 곧 주머니에 넣었다. 손에는 물매를 들었다. 골리앗에게 나아갔다.
물매(sling)는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었다. 고대 군대의 원거리 투척 무기였다. 숙련된 물매꾼은 100미터 이상 거리에서 사과 크기의 돌을 시속 100킬로미터 이상으로 날릴 수 있었다. 앗시리아 부조와 이집트 벽화에도 물매 부대가 등장한다. 베냐민 지파의 물매꾼은 사사기 20장 16절에서 “왼손잡이로 머리털 하나를 겨냥하여도 빗나가지 않는” 자들로 묘사된다. 다윗의 물매는 원시적인 무기가 아니었다.
골리앗의 조롱
41 블레셋 사람이 걸어와 다윗에게 가까이 왔다. 방패 든 자가 앞에 섰다.
42 블레셋 사람이 다윗을 바라보았다. 다윗이 젊고 혈색이 좋고 잘생긴 것을 보고 그를 멸시했다.
43 골리앗이 다윗에게 말했다.
“내가 개냐, 네가 지팡이를 들고 나왔느냐?”
그가 자기 신들의 이름으로 다윗을 저주했다.
44 골리앗이 다윗에게 말했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네 살을 공중의 새와 들짐승에게 주겠다.”
45 다윗이 블레셋 사람에게 말했다.
“너는 칼과 창과 단창으로 내게 오지만, 나는 네가 모욕한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으로 네게 간다.
46 오늘 여호와가 너를 내 손에 넘기실 것이다. 내가 너를 쳐 네 머리를 베고, 블레셋 군대의 주검을 오늘 공중의 새와 땅의 들짐승에게 주겠다. 온 땅이 이스라엘에 하나님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47 여호와는 칼과 창으로 구원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이 모인 모든 사람들이 알 것이다. 전쟁은 여호와의 것이니, 그분이 너희를 우리 손에 넘기실 것이다.”
다섯 개의 돌 중 하나
48 블레셋 사람이 다가와 다윗에게 가까이 왔다. 다윗이 달렸다. 전열을 향해 블레셋 사람에게 달려갔다.
49 다윗이 전대에 손을 넣어 돌 하나를 꺼냈다. 물매질해 쏘았다.
돌이 블레셋 사람의 이마에 박혔다.
돌이 이마에 박히자 그가 얼굴을 땅에 대고 쓰러졌다.
50 다윗이 블레셋 사람을 이겼다. 물매와 돌 하나로. 다윗의 손에 칼이 없었는데도 블레셋 사람을 치고 그를 죽였다.
51 다윗이 달려가 블레셋 사람 위에 올라서서 그의 칼을 칼집에서 빼어 그를 죽이고 그 머리를 베었다.
블레셋 사람들이 자기 용사가 죽은 것을 보고 도망쳤다.
“다윗이 돌 다섯 개를 골랐다.” 하나만 쏘고 끝났다. 나머지 넷은 쓰지 않았다. 후대 랍비 해석자들은 “나머지는 골리앗의 형제들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사무엘하 21장 15-22절에는 실제로 골리앗의 형제들이 등장하고 다윗의 용사들이 그들을 죽인다. 본문은 말하지 않는다 — 그러나 숫자는 남아 있다.
52 이스라엘과 유다 사람들이 일어나 소리를 지르며 블레셋 사람들을 가드(Gath)와 에그론(Ekron) 성문까지 쫓았다. 블레셋 사람의 주검이 사아라임(Shaaraim) 길에 쓰러졌다.
53 이스라엘 자손이 블레셋 사람을 쫓다가 돌아와 그 진영을 노략했다.
54 다윗이 그 블레셋 사람의 머리를 가져다가 예루살렘(Jerusalem)으로 가져가고, 그 무기들은 자기 장막에 두었다.
왕의 질문
55 사울이 다윗이 블레셋 사람을 치러 나가는 것을 보고 군사령관 아브넬(Abner · ㉸ 아브네르)에게 물었다.
“아브넬, 저 소년의 아버지가 누구냐?”
“왕이시여, 왕의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노니, 나는 알지 못합니다.”
56 왕이 말했다. “네가 알아봐라. 저 소년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57 다윗이 블레셋 사람을 죽이고 돌아올 때, 아브넬이 데리고 사울 앞으로 갔다. 다윗은 블레셋 사람의 머리를 손에 들고 있었다.
58 사울이 다윗에게 물었다.
“소년아, 네 아버지가 누구냐?”
다윗이 대답했다. “왕의 종 베들레헴 사람 이새의 아들입니다.”
사울은 다윗의 얼굴을 이미 알고 있었다 — 16장에서 다윗이 사울의 수금 연주자로 섬긴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여기서 사울이 다윗의 아버지를 모르는 것처럼 묻는다. 1971년 율리우스 벨하우젠(Julius Wellhausen) 의 후기 본문비평과 1980년 P. 키일 매카터(P. Kyle McCarter) 의 앵커성서주석 사무엘상은 이 긴장을 두 개의 독립된 다윗 입궁 전승의 결합 흔적으로 본다 — 칠십인역(LXX) 사무엘상은 17장 12–31절과 55–58절을 통째로 생략한 단축본이다. 마소라 본문은 두 전승을 모두 보존한 합본이다. 두 이야기 모두 중요한 사실을 전한다 — 다윗이 어떻게 사울의 궁정에 들어왔는가, 그리고 어떻게 이스라엘의 영웅이 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