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기 1장 온전한 사람의 무너짐
우스 땅의 사람
1 우스(Uz · ㉸ 우츠) 땅에 욥(Job)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는 온전하고 올바른 사람이었다. 하나님을 두려워했고, 악을 피했다.
우스(Uz)의 위치는 알 수 없다. 에돔 동쪽, 혹은 아람 남부로 추정한다. 욥이 이스라엘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은 욥기의 성격을 결정한다 — 이 이야기는 어느 민족의 것도 아니고, 모든 민족의 것이다. 지혜 문학은 언제나 국경을 넘는다.
2 그에게 아들 일곱, 딸 셋이 있었다.
3 그의 재산은 양 칠천, 낙타 삼천, 소 오백 겨리, 암나귀 오백 마리였다. 종도 매우 많았다. 그는 동방 사람들 가운데서 가장 위대한 사람이었다.
부의 척도가 가축이고, 아버지가 직접 자녀를 위해 제사를 드린다. 이 두 가지 풍습은 족장 시대(BC 2000–1500년경)의 사회상과 맞닿는다. 욥기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한 번도 밝히지 않는다.
아들들의 잔치, 아버지의 제사
4 그 아들들이 돌아가며 자기 집에서 잔치를 열었다. 누이 셋에게도 사람을 보내어 함께 먹고 마시게 했다.
5 잔치가 끝나면 욥이 그들을 불러 성별하게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들 수대로 번제를 드렸다.
욥이 생각했다. ‘혹시 내 아들들이 마음속으로 하나님께 죄를 지었을지 모른다.’
욥은 이 일을 항상 그렇게 했다.
“마음속으로 죄를 지었을지” — 욥의 신앙은 외형이 아니라 내면을 향해 있다. 잔치 자리에서 입 밖에 내지 않은 생각까지 염려한다. 욥은 자신만이 아니라 자녀들을 위해서도 중보한다. 이 장면은 이후 하나님이 욥을 “온전하다”고 부르는 근거가 된다.
하늘의 회의
6 하루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여호와(Yahweh) 앞에 서러 왔다.
사탄(הַשָּׂטָן — 그 고소자)도 그들 가운데 섞여 왔다.
사탄(הַשָּׂטָן)에는 정관사 ‘하(ה)‘가 붙어 있다. ‘그 고소자’, ‘그 대적자’라는 뜻의 직책명이다. 욥기 1-2장의 사탄은 인격적 악마라기보다 천상 회의에서 고소 역할을 맡은 존재로 묘사된다. 인격적 악마로서의 사탄은 구약의 역대상 21장, 스가랴 3장 등에서 발전하고, 신약에서 더 또렷해진다. 욥기의 사탄은 여호와의 허락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7 여호와가 사탄에게 물었다.
“네가 어디서 왔느냐?”
사탄이 대답했다.
“땅을 두루 돌아다니다가,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왔습니다.”
8 여호와가 사탄에게 말씀하셨다.
“내 종 욥을 유의하여 보았느냐? 땅에 그와 같은 사람이 없다. 온전하고 올바르며,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악을 피하는 자다.”
9 사탄이 대답했다.
“욥이 까닭 없이 하나님을 두려워하겠습니까?
10 당신이 그와 그의 집과 그의 모든 소유물에 울타리를 치지 않으셨습니까? 그 손이 하는 일에 복을 주셨습니다. 그의 재산이 땅에서 넘칩니다.
11 이제 손을 내밀어 그의 모든 것을 치십시오. 그러면 그가 반드시 당신 앞에서 당신을 저주할 것입니다.”
12 여호와가 사탄에게 말씀하셨다.
“보라. 그의 모든 소유가 네 손에 있다. 다만 그에게 손을 대지는 마라.”
사탄이 여호와 앞에서 떠나갔다.
“까닭 없이” — 사탄의 질문은 날카롭다. 욥의 신앙이 복을 받기 위한 거래인지, 아니면 진짜인지를 묻는다. 욥기 전체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그리고 그 대답은 욥이 아닌, 욥의 온몸으로 나온다.
네 번의 비보
13 하루는 욥의 아들딸들이 큰아들의 집에서 먹고 마시고 있었다.
14 전령이 욥에게 왔다.
“소들은 밭을 갈고 암나귀들은 그 곁에서 풀을 먹고 있었는데,
15 스바(Sheba) 사람들이 들이닥쳐 그것들을 빼앗아 갔습니다. 종들을 칼로 쳤습니다. 저만 홀로 피하여 주인께 알립니다.”
16 그가 말하는 동안 다른 전령이 왔다.
“하나님의 불이 하늘에서 내려와 양과 종들을 태워버렸습니다. 저만 홀로 피하여 주인께 알립니다.”
17 그가 말하는 동안 또 다른 전령이 왔다.
“갈대아(Chaldea · ㉸ 칼데아) 사람 세 무리가 낙타들을 덮쳐서 빼앗아 갔습니다. 종들을 칼로 쳤습니다. 저만 홀로 피하여 주인께 알립니다.”
18 그가 말하는 동안 또 다른 전령이 왔다.
“주인님의 아들딸들이 큰아들의 집에서 먹고 마시고 있었는데,
19 광야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와 집 네 모퉁이를 쳤습니다. 집이 젊은이들 위에 무너졌습니다. 그들이 죽었습니다. 저만 홀로 피하여 주인께 알립니다.”
네 번의 전령이 연이어 달려온다. 각 전령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다음 전령이 온다. 성경은 이 장면을 빠른 박자로 서술한다. 시간도 없고, 숨 쉴 틈도 없다. 재산, 재산, 재산, 그리고 자식들. 순서가 의도적이다.
여호와께서 주셨고
20 욥이 일어나 겉옷을 찢었다. 머리를 밀었다.
땅에 엎드렸다.
예배했다.
21 욥이 말했다.
“내가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왔습니다. 알몸으로 거기 돌아갈 것입니다. 여호와께서 주셨고, 여호와께서 가져가셨습니다. 여호와의 이름이 찬양받으시기를.”
22 이 모든 일에서 욥은 범죄하지 않았다.
하나님께 어리석음을 돌리지 않았다.
겉옷을 찢고 머리를 미는 것은 고대 근동의 애도 의식이다. 욥은 무너지면서도 예배한다. “여호와께서 주셨고, 여호와께서 가져가셨습니다” — 이 한 문장이 욥기 1장 전체의 무게를 받친다. 주신 분과 가져가신 분이 같다. 그 사실 하나로 욥은 하나님을 저주하지 않는다.
다음 장 — 하늘의 회의가 다시 열린다. 이번에는 욥의 몸 자체가 시험대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