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기 31장 결백의 맹세

눈과의 계약

1 “내가 내 눈과 계약을 맺었으니 어떻게 처녀에게 시선을 줄 수 있겠느냐?

2 그렇게 하면 하나님이 위에서 내리시는 분깃이 무엇이며 높은 곳에서 전능자가 주시는 기업이 무엇이겠느냐?

3 불의한 자에게는 재앙이 아니냐 악을 행하는 자에게는 화가 아니냐?

4 그가 내 길을 보지 아니하시느냐 내 걸음을 세지 아니하시느냐?”

31장의 문학적 형식은 ‘조건부 저주(conditional self-imprecation)‘다. 히브리어로 ‘임(אִם)’ — “만약 내가 ~했다면, ~한 벌이 내게 임하기를”이라는 구조다. 이 형식은 이집트의 ‘사자의 서(Book of the Dead)’ 125장에 나오는 ‘42가지 부정 고백(Negative Confession)‘과 구조적으로 닮았다. 이집트에서는 사후 재판정에서 죽은 자가 각종 죄를 짓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욥은 살아있는 자로서 동일한 고백을 한다 — 하나님의 법정 앞에서.


죄목별 부정

5 “내가 거짓을 걷지 아니하였고 내 발이 속임수 쪽으로 달려가지 않았다면,

6 그가 나를 올바른 저울로 달아보실지니 그리하면 하나님이 나의 온전함을 아시리라.

7 만일 내 걸음이 길에서 벗어났거나 내 마음이 내 눈을 따랐거나 내 손에 무슨 흠이 붙었다면

8 내가 심은 것을 남이 먹어도 좋고 나의 소생도 뽑히기를 바라나이다.

9 만일 내 마음이 여자를 향하여 유혹되어 내 이웃의 문에서 엿보았다면

10 내 아내가 남의 맷돌을 갈기도 하며 다른 남자들이 그녀와 동침하기를 바라노라.

11 그것은 분노가 임할 죄악이니 사법적 처벌을 받을 죄로다.”

1절에서 욥은 눈의 욕망으로 시작하여(간음의 근원), 9-10절에서 실제 간음에 이른다. 죄의 계단을 내려가는 구조다. 욥이 이 두 단계 모두를 부정한다. 예수의 산상수훈(마태복음 5:28)에서도 마음의 간음을 눈으로 연결시킨다. 욥기가 먼저다.

12 “그것은 멸망에 이르는 불이라 내 모든 소득을 불사를 것이니라.

13 만일 내 남종이나 여종이 나와 다투는 데에 내가 그들의 권리를 무시했다면

14 하나님이 일어나실 때 내가 어찌하겠느냐? 그가 나를 심문하실 때 내가 무엇이라 대답하겠느냐?

15 나를 태 속에 만드신 이가 그들도 만들지 않으셨겠느냐? 우리를 태 속에서 한 분이 지으신 것이 아니겠느냐?”

13-15절이 욥기에서 가장 혁명적인 단락 중 하나다. 욥은 종의 권리를 인정한다. 주인과 종을 같은 하나님이 지으셨다는 논리로. 고대 근동에서 종은 법적으로 재산이었다. 종의 ‘권리’를 말하는 것 자체가 당시 사회 규범의 경계를 넘는 선언이다.


가난한 자와 약자를 향한 맹세

16 “내가 가난한 자의 소원을 막지 않았으며 과부의 눈이 실망하게 하지 않았으며

17 나만 혼자 먹고 고아는 먹이지 않았던가?

18 실상은 내가 어릴 때부터 아버지처럼 고아를 돌보았으며 어머니의 태에서 나온 이래로 과부를 이끌었노라.

19 내가 의복 없이 죽게 된 자를 보았거나 덮을 것 없는 가난한 자를 보았을 때

20 내가 그에게 양털로 옷을 입히지 않았다면 그의 허리가 나를 위해 복을 빌었겠느냐?

21 만일 나에게 성문에서 도움이 있는 것을 보고 고아를 해치려고 손을 들었다면

22 내 팔이 어깨에서 빠지고 내 팔이 뼈마디에서 부러지기를 바라나이다.”


땅과 은에 대한 맹세

23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재앙이 두렵고 그의 위엄으로 인하여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도다.

24 만일 내가 금을 내 신뢰의 근거로 삼고 순금에게 말하기를 — 너는 나의 의뢰하는 바라 하였다면

25 만일 내가 내 재산의 많음과 내 손이 많이 얻었다고 기뻐하였다면

26 만일 내가 빛나는 해를 보고 달이 밝게 운행하는 것을 보고

27 내 마음이 은혹하여 입맞춤을 보냈다면

28 이는 분명히 처벌받을 죄악이니 내가 위에 계신 하나님을 속인 것이니이다.”

26-27절은 천체 숭배를 가리킨다. 태양과 달에게 손을 입에 대고 입맞추는 것은 고대 근동 전역에서 행해진 경배의 몸짓이었다. 욥은 이것도 행하지 않았다고 맹세한다. 욥의 결백 선언은 종교적 순결까지 포함한다.


원수와 나그네에 대한 맹세

29 “만일 내가 나를 미워하는 자의 멸망을 기뻐하고 그가 재앙을 만날 때에 기꺼워하였다면

30 나는 실로 내 입으로 범죄하지 않았노라 그의 생명을 저주하여 달라고 구하지도 않았도다.

31 내 집 사람들도 말하지 않았느냐 — 그의 고기로 배불리지 못한 자가 누구인가?

32 나그네가 밖에 머물지 않았으며 내가 나그네를 위하여 내 문을 열어두었도다.”


숨긴 것이 없다

33 “혹 아담처럼 내가 나의 허물을 숨겨서 내 죄악을 내 품에 감추었다면

34 내가 무리를 두려워하고 족속의 멸시가 내게 두려워서 내가 잠잠하고 문 밖에 나가지 않았다면.

35 아, 나를 청취하는 자가 있으면 좋겠구나! 나의 서명이 여기 있으니 전능자가 대답해 주시기를! 나의 대적자가 소송장을 기록하였다면

36 내가 반드시 그것을 내 어깨에 메고 왕관처럼 내 머리에 묶었으리라.

37 내가 나의 발걸음의 수를 그에게 알리고 마치 군왕처럼 그에게 나아갔으리라.

38 만일 내 땅이 나를 향해 부르짖고 그 이랑이 함께 울었다면

39 만일 내가 값을 지불하지 않고 그 소산물을 먹었거나 그 토지 주인들의 생명을 끊어 마음에 상하게 하였다면

40 밀 대신에 가시덤불이 나고 보리 대신에 잡풀이 나기를 바라노라.”

욥의 말이 끝났다.

31장의 구조는 고대 결백 선언의 가장 정교한 형태 중 하나다. 눈(1절) → 정직(5절) → 간음(9절) → 종의 권리(13절) → 빈자 돌봄(16절) → 재물 신뢰(24절) → 천체 숭배(26절) → 원수 저주(29절) → 나그네 환대(32절) → 땅(38절). 삶의 모든 관계 영역을 순서대로 훑는다.

35-37절이 이 장의 절정이다. “나의 서명이 여기 있으니” — 법정 언어다. 욥은 자기 진술에 서명한다. 상대가 고소장을 낸다면 그것을 어깨에 메고 왕관처럼 쓰고 나아가겠다고 한다. 이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도전이다. 결백에 대한 확신이 이 정도 크기에 이르렀을 때, 인간이 할 수 있는 말은 다 했다. 이제 하늘이 말할 차례다.


다음 장 — 세 친구의 침묵 뒤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젊은 엘리후, 분노로 가득하여 오래 기다려온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