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표지

요한복음 1장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로고스

1 태초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나님과 함께 계셨다.

말씀은 하나님이셨다.

2 그가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다.

3 모든 것이 그로 말미암아 만들어졌다.

만들어진 것 가운데 그 없이 만들어진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4 그 안에 생명이 있었다.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5 빛이 어둠 속에서 빛난다.

어둠이 그것을 이기지 못했다.

요한복음 첫 절은 창세기 1:1을 의도적으로 반향한다 — “태초에.” 창세기는 세상의 시작을 말하고, 요한은 그 이전을 말한다. ‘말씀(Logos — 로고스)‘은 헬레니즘 세계에서 이미 무거운 개념어였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로고스를 우주를 관통하는 이성·질서로 보았다. 알렉산드리아의 유대 철학자 필로(Philo, 기원전 20년경~기원후 50년경)는 로고스를 하나님과 세상 사이의 중재자 원리로 사용했다. 요한은 그 로고스를 한 사람에게 적용했다. “그가 누구인가”는 1장 끝에서 밝혀진다.


빛의 증언자

6 하나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있었다.

그 이름은 요한(John)이었다.

7 그는 증언하러 왔다. 빛에 대해 증언하려고. 모든 사람이 자기를 통해 믿게 하려고.

8 그 자신은 빛이 아니었다.

그는 다만 빛을 증언하러 온 사람이었다.

9 참 빛이 있었다. 세상에 와서 모든 사람을 비추는 빛이.

세례 요한은 구약의 마지막 목소리다. 말라기가 예언한 엘리야의 자리에 선 사람(말 4:5). 그러나 요한복음에서 그의 역할은 단 하나다 — 빛을 가리키는 것. 주석자들은 이 구절이 요한 공동체 안에서 세례 요한을 과도하게 높이는 분파에 대한 교정이라고 본다. “그는 빛이 아니었다.”

10 그가 세상에 계셨다.

세상이 그로 말미암아 만들어졌다.

그런데 세상이 그를 알지 못했다.

11 그가 자기 땅에 오셨다.

자기 백성이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2 그러나 그를 받아들인 사람들, 그 이름을 믿은 사람들 — 그는 그들에게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셨다.

13 그들은 혈통으로 난 것도 아니고, 육체의 욕망으로 난 것도 아니고, 사람의 뜻으로 난 것도 아니었다. 하나님께서 나게 하신 것이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14 말씀이 육신이 되셨다.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았다.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 은혜와 진리가 충만한 영광을.

“말씀이 육신이 되어” — 신학자들이 ‘성육신(incarnation)‘이라 부르는 사건이다. 라틴어로 ‘육체 안으로(in carne).’ 헬라 철학 전통에서 신성한 것은 물질과 섞이지 않는다고 보았다. 플라톤주의에서 육체는 영혼의 감옥이었다. 요한복음은 정반대를 말한다 — 영원한 말씀이 살과 피를 입었다고. 이 한 문장이 이후 1천 년 교리 논쟁의 출발점이 되었다.

15 요한이 그에 대해 증언하여 외쳤다.

“내가 말했던 분이 바로 이분이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이 나보다 앞서 계셨다. 나보다 먼저 계셨기 때문이다.”

16 우리 모두가 그의 충만함으로부터 은혜 위에 은혜를 받았다.

17 율법은 모세(Moses)를 통해 주어졌다.

은혜와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왔다.

18 아무도 하나님을 본 적이 없다.

아버지 품에 계신 독생자 — 그분이 하나님을 알려 주셨다.


나는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

19 예루살렘의 유대인들이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을 요한에게 보내어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20 요한은 부인하지 않았다. 분명히 말했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오.”

21 그들이 물었다.

“그러면 누구요? 엘리야(Elijah)요?”

“아니오.”

“그 선지자요?”

“아니오.”

22 그들이 말했다.

“그러면 누구라고 우리를 보낸 자들에게 말해야 하오? 당신 자신에 대해 무엇이라 하오?”

23 요한이 말했다.

“나는 이사야 선지자가 말한 그 소리다.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 주의 길을 곧게 하라.’”

24 그들은 바리새파에서 보낸 사람들이었다.

25 그들이 물었다.

“당신이 그리스도도 아니고 엘리야도 아니고 그 선지자도 아니라면, 왜 세례를 주는 것이오?”

26 요한이 대답했다.

“나는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런데 너희 가운데 너희가 알지 못하는 분이 서 계신다.”

27 “내 뒤에 오시는 분,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 자격도 없다.”

28 이 일은 요단(Jordan · ㉸ 요르단) 강 건너편 베다니(Bethany · ㉸ 베타니아)에서 있었다. 요한이 세례를 주던 곳이었다.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어린 양

29 다음 날, 요한이 예수가 자기에게 오시는 것을 보고 말했다.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다.”

“하나님의 어린 양” — 이사야 53:7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과 출애굽기의 유월절 어린 양이 하나로 겹치는 표현이다. 요한복음에서 예수가 십자가에 달리시는 날은 유월절 어린 양이 성전에서 잡히는 시간과 정확히 맞는다(요 19:14). 우연이 아니다.

30 “이분이 내가 말한 그분이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이 나보다 앞서 계셨다. 나보다 먼저 계셨기 때문이다.”

31 “나는 그분을 몰랐다. 그러나 내가 물로 세례를 준 것은 그분을 이스라엘에 나타내기 위해서다.”

32 요한이 또 증언했다.

“나는 성령이 비둘기처럼 하늘에서 내려와 그분 위에 머무는 것을 보았다.”

33 “나도 그분을 몰랐다. 그러나 나를 보내어 물로 세례를 주게 하신 그분이 내게 말씀하셨다. ‘성령이 내려와 어떤 사람 위에 머무는 것을 네가 보거든, 그가 성령으로 세례를 주는 분이다.’”

34 “나는 보았다. 그래서 증언한다. 이분이 하나님의 아들이시다.”


첫 제자들

35 다음 날, 요한이 다시 두 제자와 함께 서 있었다.

36 예수가 지나가시는 것을 보고 말했다.

“보라, 하나님의 어린 양이다.”

37 두 제자가 그 말을 듣고 예수를 따라갔다.

38 예수가 돌아서서 그들이 따라오는 것을 보셨다.

“무엇을 찾느냐?”

“랍비, 어디서 묵고 계십니까?” (랍비는 선생님이라는 뜻이다.)

39 “와서 보라.”

그들이 가서 예수가 묵고 계신 곳을 보았다. 그 날 그분과 함께 머물렀다. 때는 오후 네 시쯤이었다.

40 두 사람 가운데 하나는 시몬(Simon) 베드로의 형제 안드레(Andrew · ㉸ 안드레아)였다.

41 그가 먼저 자기 형제 시몬을 찾아가 말했다.

“우리가 메시아를 만났다.” (메시아는 그리스도라는 뜻이다.)

42 그가 시몬을 예수께 데려갔다.

예수가 그를 보시고 말씀하셨다.

“너는 요한의 아들 시몬이다. 너를 게바(Cephas — 아람어로 ‘바위’)라 부를 것이다.” (게바는 그리스어로 베드로(Peter)다.)


빌립과 나다나엘

43 다음 날 예수가 갈릴리로 가려 하셨다. 빌립(Philip · ㉸ 필립보)을 만나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오라.”

44 빌립은 안드레와 베드로와 같은 마을 벳새다(Bethsaida · ㉸ 벳사이다) 출신이었다.

45 빌립이 나다나엘(Nathanael · ㉸ 나타나엘)을 찾아가 말했다.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고 선지자들이 쓴 그분을 만났다. 요셉의 아들, 나사렛(Nazareth · ㉸ 나자렛) 예수다.”

46 나다나엘이 말했다.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올 수 있겠소?”

빌립이 말했다.

“와서 보라.”

47 예수가 나다나엘이 오는 것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보라, 정말 이스라엘 사람이다. 그 안에 거짓이 없다.”

48 나다나엘이 물었다.

“어떻게 나를 아십니까?”

“빌립이 너를 부르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 있을 때, 내가 너를 보았다.”

49 나다나엘이 말했다.

“랍비, 선생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이스라엘의 왕이십니다.”

50 예수가 말씀하셨다.

“내가 너를 무화과나무 아래서 보았다고 해서 믿느냐? 이보다 더 큰 것을 보게 될 것이다.”

51 그리고 말씀하셨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이 열리고 하나님의 천사들이 인자(人子) 위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너희가 보게 될 것이다.”

“인자” — 다니엘 7:13의 “인자 같은 이”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예수가 자신을 부를 때 자주 사용한 칭호다. 하늘이 열리고 천사들이 오르내리는 장면은 창세기 28장 야곱의 사닥다리를 반향한다. 야곱이 보았던 것, 나다나엘은 예수 위에서 보게 된다는 말이다.

다음 장 — 갈릴리 가나의 혼인 잔치. 포도주가 떨어진다. 예수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말한다. 요한복음의 첫 표적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