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2장 물이 포도주가 되던 날

가나의 혼인 잔치

1 사흘째 되는 날, 갈릴리(Galilee · ㉸ 갈릴래아) 가나(Cana · ㉸ 카나)에 혼인 잔치가 있었다.

예수의 어머니도 거기 있었다.

2 예수와 그 제자들도 혼인 잔치에 초대받았다.

3 포도주가 떨어졌다.

예수의 어머니가 예수에게 말했다.

“포도주가 없구나.”

4 예수가 말씀하셨다.

“어머니, 이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내 때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내 때” — 요한복음에서 예수의 ‘때(호라)‘는 십자가 사건을 가리키는 고정된 표현이다. 7:30, 8:20에서 적들이 예수를 잡으려 하지만 “아직 그의 때가 오지 않았다”고 한다. 12:23에서 마침내 “인자가 영광을 받을 때가 왔다”고 선언하신다. 2장의 이 짧은 대화는 그 긴 여정의 첫 문장이다.

5 그의 어머니가 하인들에게 말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든 그대로 하여라.”

6 거기 돌로 만든 물항아리 여섯 개가 놓여 있었다. 유대인의 정결 예식에 쓰이는 것이었다. 각각 두세 동이 들어가는 크기였다.

7 예수가 하인들에게 말씀하셨다.

“항아리에 물을 채워라.”

그들이 항아리마다 가득 채웠다.

8 예수가 말씀하셨다.

“이제 떠서 잔치 진행자에게 갖다 주어라.”

그들이 갖다 주었다.

9 잔치 진행자가 포도주가 된 물을 맛보았다. 그 물이 어디서 왔는지 알지 못했다. 떠온 하인들은 알고 있었다.

잔치 진행자가 신랑을 불러 말했다.

10 “보통은 좋은 포도주를 먼저 내놓고, 손님들이 취한 뒤에 낮은 것을 냅니다. 그런데 당신은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아껴두었군요.”

11 이것이 예수가 행하신 첫 번째 표적이었다. 갈릴리 가나에서 행하셨다. 그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제자들이 그를 믿었다.

요한복음은 기적을 ‘표적(세메이온)‘이라고 부른다. 공관복음(마태·마가·누가)은 ‘능력 있는 행위(뒤나미스)‘라고 부른다. 표적은 가리키는 것이다 — 그것 자체가 아니라 그 너머를 향해 손가락을 든다. 가나의 물항아리 여섯 개는 유대교 정결 예식의 물이었다. 물이 포도주로 바뀌었다. 율법이 가리키던 것이 실체로 왔다는 뜻이다.


예루살렘으로

12 그 뒤 예수가 어머니와 형제들과 제자들과 함께 가버나움(Capernaum · ㉸ 카파르나움)으로 내려가 며칠 머무셨다.

13 유대인의 유월절이 가까워졌다. 예수가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셨다.


성전 정화

14 성전 뜰에서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사람들과 돈 바꾸는 자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셨다.

15 예수가 끈으로 채찍을 만드셨다. 양과 소를 모두 성전에서 쫓아내셨다. 돈 바꾸는 자들의 돈을 쏟아버리고 상을 엎으셨다.

16 비둘기 파는 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이것들을 여기서 가져가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17 제자들은 이 말씀을 기억했다. “주의 전에 대한 열심이 나를 삼키리라”(시편 69:9).

공관복음(마태·마가·누가)은 성전 정화를 예수의 마지막 예루살렘 방문 때 기록한다. 요한복음은 사역 초반에 배치한다. 두 사건설: 16세기 종교개혁 주석가 요한 칼뱅, 17세기 존 라이트풋 이래 보수 진영에서는 두 번 일어난 별개의 사건으로 정리해왔다. 현대에서 D.A. 카슨(『요한복음 주석』 1991), 레온 모리스가 같은 입장이다. 신학적 재배치설: 루돌프 불트만(『요한복음』 1941)과 C.H. 도드(『네 번째 복음서의 해석』 1953)는 한 사건의 신학적 재배치로 본다 — 요한이 성전 대체 모티프를 사역 초반에 두어 복음서 전체의 해석학적 열쇠로 삼았다는 것. 레이먼드 브라운(『요한복음』 Anchor Bible 1966)은 절충안으로, 한 사건이지만 요한이 자료적 자유에 의해 옮겨놓았다고 본다.

18 유대인들이 대답하여 말했다.

“이런 일을 하다니, 당신이 어떤 표적을 우리에게 보여주겠소?”

19 예수가 대답하셨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20 유대인들이 말했다.

“이 성전을 짓는 데 사십육 년이 걸렸는데, 당신이 사흘 안에 세우겠다는 말이오?”

21 그러나 예수가 말씀하신 성전은 자기 몸이었다.

22 예수가 죽은 자들 가운데서 살아나신 뒤에, 제자들은 그가 이 말씀을 하셨던 것을 기억했다. 성경과 예수가 하신 말씀을 믿었다.


예수가 알고 계신 것

23 예수가 유월절 기간에 예루살렘에 계실 때, 많은 사람이 그가 행하시는 표적들을 보고 그의 이름을 믿었다.

24 그러나 예수는 자신을 그들에게 맡기지 않으셨다. 모든 사람을 알고 계셨기 때문이다.

25 그는 사람에 대해 누군가가 증언해 줄 필요가 없으셨다. 사람 안에 무엇이 있는지 스스로 알고 계셨다.

다음 장 — 밤에 찾아온 바리새파의 지도자 니고데모. 그는 예수에게 묻는다. 사람이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까?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대답이 그를 당혹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