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7장 목마른 자는 내게로

형제들과의 대화

1 그 뒤 예수가 갈릴리에서 다니셨다. 유대 지방을 다니려 하지 않으셨다. 유대인들이 자기를 죽이려 했기 때문이었다.

2 유대인의 초막절이 가까웠다.

초막절(Feast of Tabernacles) — 유대교의 추수 감사절이다. 히브리어로 ‘수콧(Sukkot)’.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장막 생활을 했던 것을 기념한다. 레위기 23:34-44. 명절 기간 동안 제사장들은 성전 번제단 주변에 물을 붓는 의식을 행했다 — 광야에서 반석에서 물이 났던 것을 기념하며, 동시에 메시아 시대의 영적 물을 기원하는 예식이다. 예수의 “목마른 자는 내게로” 선언이 이 의식의 맥락 위에서 울려 퍼진다.

3 예수의 형제들이 그에게 말했다.

“여기를 떠나 유대로 가십시오. 당신의 제자들도 당신이 행하는 일을 보게 하십시오.”

4 “공개적으로 알려지기를 바라면서 숨어서 일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 일들을 행하신다면 세상에 당신 자신을 드러내십시오.”

5 형제들도 예수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6 예수가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 너희 때는 항상 준비되어 있다.”

7 “세상이 너희를 미워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미워한다. 세상의 행위가 악하다고 내가 증언하기 때문이다.”

8 “너희는 명절에 올라가거라. 나는 아직 올라가지 않겠다. 내 때가 아직 차지 않았기 때문이다.”

9 이렇게 말씀하시고 갈릴리에 머무르셨다.


성전에서 가르치시다

10 형제들이 명절에 올라간 뒤, 예수도 올라가셨다. 공개적이 아니라 드러내지 않고.

11 명절에 유대인들이 예수를 찾으며 말했다.

“그가 어디 있는가?”

12 무리 가운데 그에 대해 많은 수군거림이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는 선한 사람이다”라고 했고, 다른 사람들은 “아니다, 그가 무리를 미혹하고 있다”라고 했다.

13 그러나 유대인들이 두려워서 아무도 공개적으로 그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14 명절의 중간쯤 되었을 때 예수가 성전에 올라가 가르치셨다.

15 유대인들이 이상하게 여겼다.

“이 사람이 배우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 것을 알고 있는가?”

16 예수가 대답하셨다.

“내 가르침은 내 것이 아니다. 나를 보내신 분의 것이다.”

17 “그분의 뜻을 행하기 원하는 사람은 이 가르침이 하나님에게서 왔는지 내가 스스로 하는 말인지 알게 될 것이다.”

18 “스스로 하는 말을 하는 사람은 자기 영광을 구한다. 자기를 보내신 분의 영광을 구하는 사람은 참되며, 그 안에 불의가 없다.”

19 “모세가 너희에게 율법을 주지 않았느냐? 그런데 너희 중 아무도 율법을 지키지 않는다. 너희가 왜 나를 죽이려 하느냐?”

20 무리가 대답했다.

“당신에게 귀신이 들렸소. 누가 당신을 죽이려 한다는 것이오?”

21 예수가 대답하셨다.

“내가 한 가지 일을 했는데 너희가 다 이상하게 여긴다.”

22 “모세가 너희에게 할례를 주었다 — 사실은 모세가 아니라 조상들에게서부터 시작된 것이지만 — 그래서 너희는 안식일에도 사람에게 할례를 준다.”

23 “모세의 율법을 어기지 않으려고 안식일에 사람이 할례를 받는다면, 내가 안식일에 사람을 완전히 낫게 했다고 해서 왜 나에게 화를 내느냐?”

24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고 공의로운 판단을 하여라.”


이 사람이 그리스도냐

25 예루살렘 사람들 가운데 어떤 이들이 말했다.

“이 사람이 그들이 죽이려는 그 사람이 아닌가?”

26 “보라, 그가 공개적으로 말하는데 아무도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당국자들이 정말로 이 사람이 그리스도인 줄 알게 된 것은 아닐까?”

27 “그러나 이 사람이 어디서 왔는지 우리는 안다. 그리스도가 오실 때는 아무도 그가 어디서 오는지 알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28 예수가 성전에서 가르치시며 큰 소리로 말씀하셨다.

“너희는 나를 알고 어디서 왔는지도 알고 있다. 나는 스스로 온 것이 아니다. 나를 보내신 분은 참되신 분이다. 너희는 그분을 모르지만,”

29 “나는 그분을 안다. 나는 그분에게서 왔고, 그분이 나를 보내셨기 때문이다.”

30 그들이 예수를 잡으려 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에게 손을 대지 못했다. 그의 때가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31 무리 중에 많은 사람이 그를 믿으며 말했다.

“그리스도가 오신다 해도 이분이 행하신 것보다 더 많은 표적을 행하겠는가?”


잡으려는 시도

32 바리새파는 무리가 예수에 대해 이렇게 수군거리는 것을 들었다. 대제사장들과 바리새파가 그를 잡으려고 성전 경비원들을 보냈다.

33 예수가 말씀하셨다.

“나는 조금 더 너희와 함께 있다가 나를 보내신 분에게로 간다.”

34 “너희가 나를 찾겠지만 찾지 못할 것이다. 내가 있는 곳에 너희는 올 수 없다.”

35 유대인들이 서로 말했다.

“이 사람이 어디로 가려고 우리가 찾지 못한다는 것인가? 헬라(Greece · ㉸ 그리스) 사람들 가운데 흩어져 사는 유대인들에게 가서 헬라인들을 가르치려는 것인가?”

36 “‘나를 찾겠지만 찾지 못할 것이다’라고, ‘내가 있는 곳에 너희는 올 수 없다’라고 한 이 말이 무슨 뜻인가?”


생수의 강

37 명절의 마지막 날, 가장 큰 날에, 예수가 서서 큰 소리로 말씀하셨다.

“목마른 사람은 내게로 와서 마셔라.”

38 “나를 믿는 사람은 성경이 말한 것처럼,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올 것이다.”

39 이것은 그를 믿는 사람들이 받을 성령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었다. 아직 성령이 계시지 않았다. 예수가 아직 영광을 받지 못하셨기 때문이었다.

초막절 마지막 날의 물 붓는 의식(Simhat Beit HaShoeva)은 이 명절의 정점이었다. 제사장이 실로암 못에서 물을 길어다가 번제단 주변에 부었다. 스가랴 14:8의 “예루살렘에서 생수가 흘러나온다”는 예언을 기다리는 의식이었다. 예수가 바로 이 의식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에 “목마른 자는 내게로 오라”고 외쳤다. 청중은 그 맥락을 이해했을 것이다.

40 무리 중에 이 말씀을 들은 어떤 사람들이 말했다.

“이분이 정말로 그 선지자다.”

41 다른 사람들은 “이분이 그리스도다”라고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사람들은 “그리스도가 갈릴리에서 오겠는가?”라고 했다.

42 “성경이 그리스도가 다윗의 자손에게서 오고 다윗이 살던 베들레헴(Bethlehem) 마을에서 오리라고 하지 않았는가?”

1세기 예루살렘 사람들에게 갈릴리는 “그리스도가 나올 만한 곳”이 아니었다. 이유는 여러 겹이다.

지리적·정치적: 갈릴리는 예루살렘에서 북쪽 약 100km 떨어진 변방이었다. AD 1세기 헤롯 안티파스의 분봉지로, 유대 본토 행정과 분리되어 있었다. 이 절 뒤 52절에서 바리새인들이 니고데모에게 “갈릴리에서 무슨 선지자도 나지 못하느니라”고 못 박는 것이 그 정서를 압축한다.

인종적: BC 8세기 아시리아의 티글랏 빌레셀 III(BC 733–732) 가 북왕국을 정벌하면서 갈릴리는 가장 먼저 이방인이 섞여 들어간 지역이 됐다. 이사야 9:1이 “이방의 갈릴리”라 부른 그 자리다. BC 2세기 마카베오 시대에 다시 유대화됐지만(요한 히르카누스, 아리스토불루스 I), 1세기 정통 유대인 시각에서 갈릴리는 여전히 “혼혈”의 분위기를 풍겼다.

언어적·문화적: 갈릴리 사투리는 식별 가능했다. 후성음(인후음) 발음이 무뎌서 다른 발음과 구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벨론 탈무드 에루빈 53b는 갈릴리 사람들의 부정확한 발음을 조롱하는 일화를 모은다. 마태 26:73에서 베드로가 “네 말투가 너를 표명한다”며 발각된 그 사투리다.

경제적·종교적: 갈릴리는 농어업 중심의 시골이었고, 예루살렘 제사장 계급의 시각에서 율법 준수가 느슨한 암 하아레츠(עַם הָאָרֶץ, ‘땅의 사람들’) 의 땅으로 여겨졌다. 1세기 유대 역사가 요세푸스(Josephus) 는 『유대 전쟁사』에서 갈릴리인을 “전투에 익숙하고 용맹하다”고 묘사하지만, 이는 정중한 뉘앙스로 시골뜨기·반항적이라는 의미를 담는다.

성경적: 무엇보다 미가 5:2가 메시아의 출생지를 베들레헴으로 못 박는다. 예수가 실제로 베들레헴에서 태어났다는 사실(누가 2)을 군중은 모르고 있었다. 그들은 “나사렛 예수”로만 알았다. 출생지와 성장지의 구분이 없는 한 갈릴리 출신이라는 사실 자체가 메시아 자격을 부정하는 근거였다.

43 이렇게 예수 때문에 무리 가운데 분열이 생겼다.

44 그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예수를 잡으려 했지만, 아무도 그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


성전 경비원들의 보고

45 성전 경비원들이 대제사장들과 바리새파에게 돌아왔다. 그들이 물었다.

“왜 잡아오지 않았느냐?”

46 경비원들이 대답했다.

“이 사람처럼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47 바리새파가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도 미혹당했느냐?”

48 “당국자들이나 바리새파 가운데 그를 믿은 사람이 있느냐?”

49 “율법을 모르는 이 무리는 저주를 받은 것이다.”

50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인 니고데모 — 전에 예수에게 왔던 사람 — 가 그들에게 말했다.

51 “우리 율법은 먼저 그 사람의 말을 듣고 그가 무엇을 하는지 알기 전에는 심판하지 않지 않습니까?”

52 그들이 그에게 대답했다.

“당신도 갈릴리 사람이오? 찾아보시오. 갈릴리에서는 선지자가 나오지 않소.”

53 그들은 각자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장 —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이 성전 뜰로 끌려왔다. 그리고 예수는 다시 선언하신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