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4장 우물가의 여인
사마리아를 지나가며
1 예수가 요한보다 더 많은 제자를 얻고 세례를 준다는 말이 바리새파에게 전해졌다.
2 (사실 예수 자신이 세례를 준 것이 아니라 제자들이 준 것이었다.)
3 예수가 이 말을 들으시고 유대를 떠나 갈릴리로 다시 가셨다.
4 그 길에 사마리아(Samaria)를 거쳐 가야 했다.
유대인들은 사마리아를 피해 돌아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사마리아인들은 기원전 722년 아시리아 정복 이후 혼혈이 된 북이스라엘 주민들의 후손이었다. 유대인들은 그들을 정통 유대교에서 벗어난 혼합 민족으로 보았고, 양쪽의 반목은 깊었다. 예수는 돌아가지 않았다.
5 예수가 사마리아의 수가(Sychar · ㉸ 시카르)라는 마을에 오셨다. 야곱(Jacob)이 아들 요셉(Joseph)에게 준 땅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6 야곱의 우물이 거기 있었다.
예수가 길을 오느라 지치셔서 그 우물 곁에 그냥 앉으셨다.
때는 정오쯤이었다.
”물을 좀 주시오”
7 사마리아 여인 하나가 물을 길러 왔다.
예수가 말씀하셨다.
“물을 좀 주시오.”
8 제자들은 음식을 사러 마을에 들어갔었다.
9 사마리아 여인이 말했다.
“당신은 유대인인데, 어떻게 사마리아 여자인 저에게 물을 달라고 하십니까?” 유대인은 사마리아인과 상대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10 예수가 대답하셨다.
“네가 하나님의 선물을 알았더라면, 그리고 ‘물을 좀 달라’고 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았더라면, 네가 그에게 청했을 것이고 그는 너에게 생수를 주었을 것이다.”
11 여인이 말했다.
“선생님, 두레박도 없고 우물도 깊은데, 어디서 그 생수를 얻겠습니까?”
12 “우리 조상 야곱이 이 우물을 우리에게 주었습니다. 그가 자기도 마시고 자기 아들들과 짐승들도 마셨는데, 당신이 야곱보다 더 크십니까?”
13 예수가 대답하셨다.
“이 물을 마시는 사람은 다시 목마를 것이다.”
14 “그러나 내가 줄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줄 물은 그 사람 안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솟아나는 샘이 될 것이다.”
15 여인이 말했다.
“선생님, 그 물을 내게 주십시오. 그래서 내가 목마르지 않고 여기 물 길으러 오지 않아도 되게 해 주십시오.”
다섯 남편
16 예수가 말씀하셨다.
“가서 네 남편을 불러오너라.”
17 여인이 대답했다.
“저는 남편이 없습니다.”
예수가 말씀하셨다.
“남편이 없다고 한 것이 맞다.”
18 “남편이 다섯이었고, 지금 함께 사는 사람도 네 남편이 아니니, 네 말이 맞다.”
19 여인이 말했다.
“선생님, 선지자이시군요.”
20 “우리 조상들은 이 산에서 예배를 드렸는데, 당신들은 예배드려야 할 곳이 예루살렘이라고 합니다.”
“이 산” — 사마리아인들이 성지로 여기는 그리심 산(Mount Gerizim · ㉸ 그리짐 산)이다. 신명기 11:29에서 모세가 축복을 선포할 산으로 지명된 곳이다. 기원전 4세기에 사마리아인들이 여기 성전을 세웠고, 유대인들이 기원전 128년에 파괴했다. 여인의 질문은 단순한 신학 논쟁이 아니다 — 그녀 민족 전체의 상처가 담긴 질문이다.
21 예수가 말씀하셨다.
“나를 믿어라. 여인이여, 이 산도 아니고 예루살렘도 아닌 곳에서 아버지께 예배드릴 때가 온다.”
22 “너희는 알지 못하는 것을 예배하고, 우리는 아는 것을 예배한다. 구원이 유대인에게서 나기 때문이다.”
23 “그러나 아버지께 참으로 예배드리는 사람들이 영과 진리로 예배드릴 때가 온다. 지금이 그 때다.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예배드리는 사람들을 찾으신다.”
24 “하나님은 영이시다. 그분께 예배드리는 사람들은 영과 진리로 예배드려야 한다.”
25 여인이 말했다.
“메시아, 곧 그리스도라 불리는 분이 오실 줄 저는 압니다. 그분이 오시면 우리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실 것입니다.”
26 예수가 말씀하셨다.
“너와 이야기하고 있는 내가 그다.”
제자들의 귀환
27 바로 그때 제자들이 돌아왔다. 예수가 여인과 이야기하시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겼다. 그러나 “무엇을 원하십니까?” 혹은 “왜 그 여인과 이야기하십니까?” 라고 묻는 사람이 없었다.
28 여인이 물동이를 두고 마을로 들어가 사람들에게 말했다.
29 “와서 보십시오. 내가 한 일을 모두 말해준 사람이 있습니다. 혹시 그분이 그리스도가 아니겠습니까?”
30 그들이 마을에서 나와 예수께로 왔다.
31 그동안 제자들이 예수께 청했다.
“랍비, 드십시오.”
32 예수가 말씀하셨다.
“나에게는 너희가 모르는 먹을 것이 있다.”
33 제자들이 서로 수군거렸다.
“누가 드실 것을 갖다 드렸나?”
34 예수가 말씀하셨다.
“내 음식은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행하고 그분의 일을 완성하는 것이다.”
35 “너희는 ‘아직 넉 달이 있어야 추수 때가 된다’고 하지 않느냐? 보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눈을 들어 밭을 보라. 이미 추수할 때가 되었다.”
36 “거두는 사람이 이미 삯을 받고 영원한 생명을 위해 열매를 모은다. 씨 뿌리는 사람과 거두는 사람이 함께 기뻐하게 된다.”
37 “이것이 ‘한 사람은 심고 다른 사람은 거둔다’는 말이 맞는 이유다.”
38 “나는 너희를 네가 수고하지 않은 것을 거두도록 보냈다. 다른 사람들이 수고했고, 너희는 그 수고의 열매를 받은 것이다.”
많은 사람이 믿다
39 그 마을 사마리아 사람들이 많이 예수를 믿었다. “그분이 내가 한 일을 모두 말해주었습니다”라고 증언한 여인의 말 때문이었다.
40 사마리아 사람들이 예수께 와서 함께 머물러 달라고 청했다. 예수가 거기서 이틀을 머무셨다.
41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예수의 말씀을 듣고 믿었다.
42 그들이 여인에게 말했다.
“이제 우리가 믿는 것은 당신의 말 때문만이 아니오. 우리 자신이 직접 듣고, 이분이 정말 세상의 구원자이신 줄 알았소.”
사마리아 여인은 요한복음에서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는 요한복음 최초의 전도자가 되었다. 마을 전체가 그녀의 증언으로 움직였다. 정오에, 아무도 없을 때 물을 길러 온 여인 — 밤에 몰래 온 지도자 니고데모와 대비된다. 둘 다 예수를 만났다. 하나는 이름이 있고 하나는 없다. 하나는 지도자이고 하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다.
왕의 신하 아들을 고치다 — 두 번째 표적
43 이틀 뒤 예수가 갈릴리로 떠나셨다.
44 예수 자신이 “선지자는 자기 고향에서 존경을 받지 못한다”고 증언하셨다.
45 갈릴리에 이르셨을 때 갈릴리 사람들이 그를 환영했다. 유월절에 예루살렘에서 그가 행하신 일을 모두 보았기 때문이었다.
46 예수가 다시 갈릴리 가나에 가셨다. 물을 포도주로 만드신 곳이었다.
가버나움(Capernaum)에 왕의 신하 한 사람이 있었다. 그의 아들이 병들어 있었다.
47 그 사람이 예수가 유대에서 갈릴리로 오셨다는 말을 듣고 예수께 와서 아들을 고쳐달라고 간청했다. 아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48 예수가 말씀하셨다.
“너희는 표적과 기적을 보지 않으면 믿지 않을 것이다.”
49 왕의 신하가 말했다.
“선생님, 아이가 죽기 전에 내려와 주십시오.”
50 예수가 말씀하셨다.
“가거라. 네 아들이 살 것이다.”
그 사람은 예수의 말씀을 믿고 떠났다.
51 그가 내려가는 도중에 종들이 마주 나와 아들이 살았다고 알려주었다.
52 그가 아들이 좋아진 때를 물으니, 종들이 어제 오후 한 시에 열이 떨어졌다고 했다.
53 아버지는 그것이 예수가 “네 아들이 살 것이다”라고 하신 바로 그 시간인 줄 알았다. 그와 그의 온 집안이 믿었다.
54 이것은 예수가 유대에서 갈릴리로 오신 뒤에 행하신 두 번째 표적이었다.
다음 장 — 예루살렘의 베데스다 못. 삼십팔 년을 앓아온 사람이 거기 누워 있었다. 예수가 그에게 묻는다. “낫고자 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