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9장 이루었다

채찍과 가시 면류관

1 그때 빌라도가 예수를 데려다가 채찍질하게 했다.

2 군인들이 가시로 면류관을 엮어 그의 머리에 씌우고 자주색 겉옷을 입혔다.

3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유대인의 왕 만세!”

그리고 그를 뺨으로 쳤다.

4 빌라도가 다시 밖으로 나가 유대인들에게 말했다.

“보시오, 내가 이 사람을 당신들에게 데려나오겠소. 그에게서 아무 죄도 찾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하려고.”

5 예수가 가시 면류관을 쓰고 자주색 겉옷을 입고 나왔다.

빌라도가 그들에게 말했다.

“보라, 이 사람이다(에체 호모).”

“보라, 이 사람이다(Ecce Homo)” — 라틴어로 그 이후 서양 미술에서 가장 많이 그려진 장면이 되었다. 빌라도는 예수를 조롱당한 채 내보내며 동정심을 유발해 석방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요한복음에서 이 말은 다른 무게를 가진다 — “이 사람”은 1:30의 “내 뒤에 오시는 이”, 4:29의 “내가 한 일을 모두 말해준 이”와 같은 구조다. 빌라도는 자기도 모르게 선언하고 있다.

6 대제사장들과 성전 경비원들이 예수를 보자 외쳤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빌라도가 그들에게 말했다.

“당신들이 데려다가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나는 그에게서 아무 죄도 찾지 못했소.”

7 유대인들이 대답했다.

“우리에게 율법이 있고, 그 율법에 따르면 이 사람은 죽어야 합니다. 스스로 하나님의 아들이라 했기 때문입니다.”

8 빌라도가 이 말을 듣고 더욱 두려워했다.

9 다시 관저 안으로 들어가 예수에게 물었다.

“당신이 어디서 왔소?”

예수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10 빌라도가 말했다.

“내게 말하지 않겠소? 당신을 놓아줄 권한도 있고 십자가에 못 박을 권한도 내게 있는 것을 모르시오?”

11 예수가 대답하셨다.

“위에서 주지 않으면 당신은 나에게 아무 권한도 없소. 그러므로 나를 당신에게 넘긴 사람의 죄가 더 크오.”

12 이 말을 들은 뒤 빌라도가 예수를 풀어주려 했다. 그러나 유대인들이 외쳤다.

“이 사람을 풀어주면 당신은 황제의 친구가 아닙니다. 왕이라 자처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황제를 반대하는 자입니다.”

13 빌라도가 이 말을 듣고 예수를 데리고 나가서 가바다(Gabbatha)라 하는 곳(히브리어로는 가바다, 돌을 깐 뜰)에서 재판 자리에 앉았다.

14 그때는 유월절 준비일이었고 때는 낮 열두 시쯤이었다.

빌라도가 유대인들에게 말했다.

“보라, 당신들의 왕이오.”

15 그들이 외쳤다.

“없애버리시오! 없애버리시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빌라도가 물었다.

“당신들의 왕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는 말이오?”

대제사장들이 대답했다.

“우리에게는 황제 외에 왕이 없습니다.”

16 그래서 빌라도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도록 그들에게 넘겼다.

“유월절 준비일 낮 열두 시” — 이 시각은 성전에서 유월절 어린 양들이 잡히기 시작하는 때였다. 요한복음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시각을 유월절 어린 양이 잡히는 시각과 일치시킨다. 1:29의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과 연결된다. 의도적 구성이다.


골고다

17 그들이 예수를 데리고 갔다.

예수가 십자가를 지시고 해골의 곳(Golgotha · ㉸ 골고타) — 히브리어로 골고다라 하는 곳 — 으로 나가셨다.

18 거기서 그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았다. 다른 두 사람도 예수의 양쪽에서 십자가에 못 박혔고 예수는 가운데 있었다.

19 빌라도가 패를 써서 십자가에 붙였다.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

20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곳이 도성에서 가까웠기 때문에 많은 유대인이 이 패를 읽었다. 히브리어와 라틴어와 헬라어로 쓰여 있었다.

21 유대인들의 대제사장들이 빌라도에게 말했다.

“‘유대인의 왕’이라 쓰지 말고 ‘나는 유대인의 왕이다’라고 그 자신이 말했다고 쓰시오.”

22 빌라도가 대답했다.

“내가 쓴 것은 쓴 것이오.”


십자가 아래에서

23 군인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고 그의 겉옷을 가져다가 넷으로 나누어 군인마다 한 몫씩 가졌다. 그리고 속옷도 가졌는데, 그것은 위에서부터 통으로 짠 것이어서 이음새가 없었다.

24 그래서 그들이 서로 말했다.

“이것은 찢지 말고 누구 것이 될지 제비를 뽑자.”

이것은 ‘그들이 내 옷을 나누고 내 옷을 두고 제비를 뽑았다’는 성경을 이루려는 것이었다. 군인들이 이런 일을 했다.

25 예수의 십자가 곁에 예수의 어머니와 어머니의 자매인 글로바(Clopas · ㉸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막달라(Magdala) 마리아가 서 있었다.

26 예수가 그의 어머니와 사랑하시는 제자가 곁에 서 있는 것을 보시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어머니,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27 그리고 그 제자에게 말씀하셨다.

“이 분이 네 어머니다.”

그 시간부터 그 제자가 그녀를 자기 집에 모셨다.


이루었다

28 그 뒤 예수가 모든 것이 이미 이루어진 것을 아시고 성경을 이루려고 말씀하셨다.

“내가 목마르다.”

29 거기 신 포도주가 가득 담긴 그릇이 있었다. 그들이 신 포도주에 해면을 적셔 우슬초에 달아 예수의 입에 갖다 대었다.

30 예수가 신 포도주를 받으신 뒤 말씀하셨다.

“이루었다(테텔레스타이).”

그리고 머리를 숙이시고 영혼을 내놓으셨다.

“이루었다(Τετέλεσται, 테텔레스타이)” — 헬라어 완료형이다. 단순히 “끝났다”가 아니다. 완성됐다, 완전히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1세기 그리스 세계에서 이 단어는 상업 영수증에 도장처럼 찍히는 어휘였다 — “지불 완료(Paid in Full).” 요한이 이 단어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부채가 탕감되었다는 선언이다. 첫 구절 “태초에 말씀이 계셨다”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이 한 단어로 완성된다.


창으로 찌르다

31 그날은 준비일이었다. 안식일에 시체들이 십자가에 남아 있지 않도록 유대인들이 빌라도에게 그들의 다리를 꺾어 치워달라고 부탁했다. 그 안식일은 큰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32 군인들이 와서 예수와 함께 못 박힌 첫 번째 사람과 다른 사람의 다리를 꺾었다.

33 예수에게 와서는 이미 돌아가신 것을 보고 다리를 꺾지 않았다.

34 그러나 군인 중 하나가 창으로 옆구리를 찔렀다. 곧 피와 물이 나왔다.

35 이것을 본 사람이 증언했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그는 자기가 참된 것을 말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너희도 믿도록.

36 이 일들이 일어난 것은 “그의 뼈가 하나도 꺾이지 않을 것이다”라는 성경을 이루려는 것이었다.

37 또 다른 성경에 “그들이 자기들이 찌른 자를 볼 것이다”라고 했다.

“피와 물” — 이 두 요소에 대한 신학적 해석은 다양하다. 의학적으로는 흉강 내 출혈과 흉막 삼출액이 터진 것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신학적으로 초대 교부들은 물을 세례로, 피를 성만찬으로 읽었다. 요한일서 5:6-8에서 요한은 “물과 피와 영”이 증언한다고 한다. 이 장면은 요한 전통에서 중요한 상징적 무게를 가진다.


장사

38 그 뒤 아리마대(Arimathea · ㉸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Joseph)이 — 유대인들이 두려워서 숨어 있는 예수의 제자였다 — 빌라도에게 예수의 시신을 가져가도 좋다고 허락해 달라고 부탁했다. 빌라도가 허락했다. 그가 가서 예수의 시신을 가져갔다.

39 전에 밤에 예수에게 왔던 니고데모도 왔다. 몰약과 침향을 섞은 것을 백 리트라쯤 가지고 왔다.

40 그들이 예수의 시신을 가져다가 유대인의 장례 관례에 따라 향품과 함께 베로 쌌다.

41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곳에 동산이 있고, 동산 안에는 아직 아무도 묻힌 적이 없는 새 무덤이 있었다.

42 그들이 거기에 예수를 모셨다. 유대인들의 준비일이었고, 그 무덤이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니고데모 — 3장에서 밤에 몰래 왔던 사람이다. 7장에서 공의회에서 조용히 예수를 변호한 사람이다. 이제 공개적으로 십자가 앞에 나타났다. 백 리트라의 향품 — 왕의 장례에 쓰이는 양이었다. 니고데모의 마지막 등장에는 이름표가 없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다만 온다.

다음 장 — 사흘째 아침. 막달라 마리아가 무덤에 갔다. 돌이 옮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