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겔 29장 이집트 신탁 1 — 큰 악어

나일강의 악어

1 제10년 열째 달 열두째 날에 야훼의 말씀이 내게 임했다.

2 “사람아, 네 얼굴을 이집트(Egypt)파라오(Pharaoh · ㉸ 파라온)에게로 향하고 그와 온 이집트를 향하여 예언하여라.

3 말하여라. 주 야훼가 이같이 말한다. 이집트 왕 파라오야, 네 나일(Nile) 강들 가운데 엎드려 있는 큰 악어야, 내가 너를 대적한다. 네가 말했다. ‘나일강은 내 것이다. 내가 나를 만들었다.’

4 내가 네 턱에 갈고리를 꿰고 네 나일강의 물고기들을 네 비늘에 붙게 할 것이다. 내가 너를 네 나일강 강들 가운데서 끌어올리겠다. 네 비늘에 붙은 온 물고기와 함께.

5 내가 너와 네 나일강의 모든 물고기를 광야에 던지겠다. 들판에 쓰러지겠다. 모이지도 않고 거두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땅의 짐승들과 하늘의 새들에게 먹이로 줄 것이다.

“큰 악어(הַתַּנִּים הַגָּדוֹל, 하탄닌 하가돌)” — 히브리어 탄닌은 큰 바다 짐승·용·악어를 가리킨다. 창세기 1:21에서 하나님이 창조한 “큰 바다 짐승들”에도 같은 단어가 쓰인다. 이집트를 나일강의 악어로 비유한 것은 고대 근동 도상학에서도 이집트와 악어의 연관성이 두드러진다. 이집트 신화의 소베크(Sobek)는 악어 머리를 가진 신이다. “나일강은 내 것이다. 내가 나를 만들었다” — 이집트의 자급자족 신화를 직접 겨냥한다. 나일강 범람이 농업과 문명을 지탱하는 이집트에서, 강의 주인임을 주장하는 것은 창조주를 자처하는 것이다.

6 이집트의 모든 주민들이 내가 야훼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이집트가 이스라엘 족속에게 갈대 지팡이였기 때문이다.

7 그들이 손으로 너를 잡을 때 너는 부러져 그들의 어깨를 찔렀다. 그들이 너에게 기댈 때 너는 꺾여 그들의 허리를 휘게 했다.

8 그러므로 주 야훼가 이같이 말한다. 보라, 내가 칼을 네게 오게 하겠다. 내가 네 안에서 사람과 짐승을 끊을 것이다.

9 이집트 땅이 황폐해지고 텅 빌 것이다. 그제야 그들이 내가 야훼임을 알게 될 것이다. 파라오가 ‘나일강은 내 것이다. 내가 만들었다’ 했기 때문이다.

10 보라, 내가 너와 네 나일강들을 대적한다. 이집트 땅을 믹돌(Migdol — 이집트 북동쪽 국경 요새)에서 스웨네(Syene — 남쪽 끝, 오늘의 아스완)까지 에티오피아 경계까지 황폐하게 하겠다.

“믹돌에서 스웨네까지” — 이집트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라는 뜻이다. 믹돌은 지중해 연안 국경 요새, 스웨네(아스완)는 나일강 제1폭포 지점으로 이집트의 남쪽 경계였다. 전국 전체를 가리키는 숙어적 표현이다.

11 사람의 발도 지나가지 않고 짐승의 발도 지나가지 않겠다. 40년 동안 거주하는 자가 없을 것이다.

12 내가 이집트 땅을 황폐한 나라들 가운데 황폐하게 하겠다. 그 성읍들도 40년간 황폐한 성읍들 가운데 황폐하게 되겠다. 내가 이집트 사람들을 민족들 가운데 흩겠다. 여러 나라에 흩어지게 하겠다.


이집트의 회복 — 작아진 왕국

13 주 야훼가 이같이 말한다. 40년이 끝날 때 내가 이집트 사람들을 내가 흩어놓은 민족들 가운데서 모을 것이다.

14 내가 이집트를 사로잡혀 간 자들을 돌아오게 하겠다. 내가 그들을 바드로스(Pathros — 상이집트, 나일강 남쪽 지역) 땅, 그들의 고향 땅으로 돌아가게 하겠다. 거기서 그들이 보잘것없는 나라가 될 것이다.

15 나라들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나라가 될 것이다. 다시는 이스라엘 족속 위에 군림하지 못할 것이다.

16 이집트는 다시는 이스라엘 족속이 기대는 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바라볼 때마다 죄악이 기억나게 할 뿐이다. 그제야 그들이 내가 주 야훼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이집트의 운명에 대한 에스겔의 예언은 40년 황폐함과 그 후의 회복을 말한다. 실제 역사에서 이집트는 바빌로니아의 완전한 정복을 피했다. 기원전 525년 페르시아의 캄비세스 2세(Cambyses II)에게 정복되었다. 예언과 역사의 구체적 대응은 학자들 사이에서 계속 논의된다.


느부갓네살에게 이집트가 보상으로

17 제27년 첫째 달 초하루에 야훼의 말씀이 내게 임했다.

18 “사람아, 바빌로니아 왕 느부갓네살이 두로를 치려고 그 군대를 큰 수고로 부렸다. 모든 머리카락이 빠지고 모든 어깨 가죽이 벗겨질 때까지. 그런데 그와 그의 군대가 두로에서 한 수고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

바빌로니아 연대기에 따르면 느부갓네살은 13년간(기원전 585-573년) 두로를 포위했으나 섬 도시의 완전한 항복을 얻지 못했다. 두로는 협상으로 종속 관계를 맺는 데 그쳤다. 이 신탁은 기원전 571년에 기록된 것으로, 에스겔서에서 가장 늦은 날짜의 기록이다.

19 그러므로 주 야훼가 이같이 말한다. 내가 이집트 땅을 바빌로니아 왕 느부갓네살에게 주겠다. 그가 그 무리를 이끌어 가겠다. 이집트를 약탈하고 노략하고 빼앗겠다. 그것이 그의 군대의 보상이 되겠다.

20 내가 이집트 땅을 그 수고에 대한 보상으로 그에게 줄 것이다. 그들이 나를 위해 수고했기 때문이다. 주 야훼의 말씀이다.

21 그날에 내가 이스라엘 족속을 위해 뿔 하나를 돋게 하겠다. 내가 네 입이 그들 가운데서 열리게 하겠다. 그제야 그들이 내가 야훼임을 알게 될 것이다.”

“뿔 하나를 돋게 하겠다” — 뿔은 힘과 구원의 상징이다. 시편 132:17의 “거기서 내가 다윗을 위해 뿔이 돋게 하리라”와 같은 관용구다. 에스겔의 이집트 신탁은 단순한 심판 선언이 아니다. 이방의 심판 뒤편에 이스라엘의 회복이 있다는 구조를 반복한다.

다음 장 — 이집트를 향한 두 번째 신탁. 파라오의 팔이 꺾이는 날을 선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