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야 14장 가뭄, 그리고 두 번의 거절

땅이 갈라지다

1 가뭄에 관하여 예레미야에게 임한 야훼의 말씀이다.

2 유다가 슬퍼하고, 성문들이 쇠약해졌다. 사람들은 땅에 엎드려 통곡한다. 예루살렘의 부르짖음이 올라온다.

3 귀인들이 자기 종들을 물 길으러 보냈다. 그들이 웅덩이들로 갔으나 물을 찾지 못했다. 빈 그릇을 들고 돌아왔다. 수치스러워 얼굴을 가렸다.

4 땅에 비가 없으므로 밭 갈이하는 자들이 부끄러워했다. 농부들이 머리를 가렸다.

5 들판의 암사슴도 새끼를 낳았으나 풀이 없으므로 새끼를 버리고 떠났다.

6 들나귀들이 민둥산 위에 서서 승냥이처럼 숨을 헐떡였다. 풀이 없으므로 눈이 흐려졌다.

가뭄은 고대 이스라엘에서 야훼의 진노의 징표였다. 신명기 28:23-24 — “하늘은 놋이 되고 땅은 철이 된다.” 암사슴이 새끼를 버리는 장면은 모성의 마지막 방어선이 무너지는 것이다. 자연 질서의 붕괴가 사회 질서의 붕괴보다 먼저다.


예레미야의 첫 번째 중보

7 “비록 우리의 죄악들이 우리를 거슬러 증언할지라도 야훼여, 당신의 이름을 위하여 행하소서. 우리의 반역이 많습니다. 우리가 당신께 죄를 지었습니다.

8 이스라엘의 소망이시여, 환난 때의 구원자이시여, 어찌하여 이 땅에서 나그네같이, 하룻밤 묵는 나그네같이 하시나이까?

9 어찌하여 어쩔 줄 모르는 사람같이, 구원하지 못하는 용사같이 하시나이까? 야훼여, 당신이 우리 가운데 계십니다. 우리는 당신의 이름으로 불리는 자들입니다. 우리를 버리지 마소서.”

“당신의 이름을 위하여” — 중보자 예레미야가 쓰는 논거다. 이스라엘의 자격이 아니라 야훼의 명예를 호소한다. 모세도 같은 논거를 썼다(출애굽기 32:11-13). 중보는 공로를 주장하지 않는다. 이름에 호소한다.


야훼의 거절

10 이 백성에 대하여 야훼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들이 방랑하기를 좋아하고 발을 억제하지 않았다. 그래서 야훼가 그들을 기뻐하지 않는다. 이제 그들의 죄악을 기억하고 그들의 죄를 벌할 것이다.”

11 야훼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이 백성을 위하여 복을 빌지 마라.

12 그들이 금식할지라도 내가 그들의 부르짖음을 듣지 않겠다. 번제와 소제를 드릴지라도 내가 받지 않겠다. 칼과 기근과 전염병으로 내가 그들을 소멸하겠다.”

야훼가 중보 자체를 금지하는 장면이다. 예레미야 7:16, 11:14에도 같은 명령이 나온다. 중보자의 가장 큰 고통은 중보 자체가 막히는 것이다. 예언자가 하나님과 백성 사이에서 그것을 경험한다.


거짓 예언자 문제

13 내가 말했다. “아, 주 야훼여. 보소서, 예언자들이 그들에게 말하기를 ‘너희는 칼을 보지 않겠고, 기근이 너희에게 오지 않겠고, 이 곳에서 참된 평화를 주겠다’고 합니다.”

14 야훼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그 예언자들이 내 이름으로 거짓을 예언한다. 내가 그들을 보내지 않았고, 그들에게 명하지도 않았고, 그들에게 말하지도 않았다. 그들이 너희에게 예언하는 것은 거짓 환상과 점복과 허탄한 것과 자기 마음의 속임이다.

15 그러므로 내가 보내지 않은 이 예언자들에 대하여 야훼가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이 땅에 칼과 기근이 없으리라’고 말하지만 그 예언자들은 칼과 기근으로 끝날 것이다.

16 그들의 예언을 들은 백성도 기근과 칼 때문에 예루살렘 거리에 던져질 것이다. 그들을 장사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 남녀와 자녀들까지 그렇게 될 것이다. 내가 그들의 악을 그 위에 부을 것이다.”


예레미야의 두 번째 중보

17 너는 이 말을 그들에게 하여라.

“내 눈이 눈물을 흘려라, 밤낮 끊이지 말아라. 처녀 딸 내 백성이 크게 상하여 무서운 상처를 입었구나.

18 내가 들에 나가보니 칼에 죽은 자들이 있고. 내가 성읍에 들어가니 기근으로 병든 자들이 있었다. 예언자도 제사장도 알지 못하는 땅으로 갔다.”

19 주께서 유다를 완전히 버리셨나이까? 시온을 싫어하셨나이까? 어찌하여 우리를 치셨는데 치유가 없나이까? 평화를 바랐으나 좋은 것이 없고 치유의 때를 기다렸으나 두려움뿐입니다.

20 야훼여, 우리의 악과 우리 조상들의 죄악을 인정합니다. 우리가 당신께 죄를 지었습니다.

21 당신의 이름을 위하여 우리를 혐오하지 마소서. 당신의 영광의 보좌를 욕되게 하지 마소서. 우리와 맺으신 언약을 기억하소서. 깨뜨리지 마소서.

22 이방의 우상들 중에 비를 내릴 수 있는 것이 있나이까? 하늘이 소나기를 내릴 수 있나이까? 오직 당신 야훼 우리 하나님이시여. 우리가 당신을 기다리나이다. 이 모든 것을 당신이 만드셨기 때문입니다.

14장은 중보-거절-재중보의 구조로 된 전례(典禮) 문학이다. 이스라엘의 공동 탄식시(시편 44편, 74편, 80편)와 같은 장르다. 예레미야는 혼자이지만 민족의 입술이 된다. 15장에서 야훼는 다시 거절하고, 그 거절 앞에서 예레미야는 처음으로 자신의 고통을 털어놓는다.


다음 장 — 야훼는 세 번째 거절을 선언한다. 모세와 사무엘이 와도 소용없다고. 그 말 앞에서 예레미야는 처음으로 자신의 탄생을 저주에 가까운 말로 탄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