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29장 모압의 언약

보이지 않는 것들

1 이것이 여호와가 모세에게 명령하여 모압 땅에서 이스라엘 자손과 맺게 하신 언약의 말씀이다 — 호렙에서 맺은 언약 외에 또 하나.

신명기 29장은 히브리어 성경에서 새 장의 시작이지만, 한국어 번역에서는 29장으로 시작한다. 모압 평야에서의 언약 갱신은 호렙(시내) 언약과 별개의 새 언약이다. 같은 하나님, 같은 백성, 그러나 새로운 상황 — 가나안 진입을 앞에 두고.

2 모세가 온 이스라엘을 불러 말했다.

“여호와께서 이집트 땅에서 파라오와 모든 신하와 온 땅에 행하신 것을 너희 눈으로 보았다.

3 큰 시험과 표적과 큰 기적을.

4 그러나 오늘까지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깨닫는 마음과 보는 눈과 듣는 귀를 주지 않으셨다.

5 내가 너희를 40년 동안 광야에서 이끌었다. 너희 몸의 옷이 낡지 않았고 신발도 닳지 않았다.

6 떡을 먹지 않았고 포도주나 독주를 마시지 않았다. 여호와가 너희 하나님임을 알게 하시려고.

7 너희가 이 곳에 이르렀을 때 헤스본(Heshbon)의 왕 시혼과 바산의 왕 옥이 우리와 싸우러 나왔으나 우리가 그들을 쳤다.

8 그들의 땅을 취하여 르우벤, 갓, 므낫세 반 지파의 기업으로 주었다.

“깨닫는 마음을 주지 않으셨다” — 4절의 이 말은 충격적이다. 하나님이 의도적으로 이해를 보류하셨다는 뜻인가? 바울은 로마서 11:8에서 이 구절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설명한다. 세 입장이 갈린다.

(1) 점진적 계시설 — 11세기 라쉬가 탈무드(아보다 자라 5b)를 따라 제시한 입장. 학습자가 스승의 지혜를 온전히 받기까지 40년이 걸리듯, 이스라엘도 광야 한 세대를 다 살아내야 비로소 깨달음에 이른다는 것. 4절은 시간의 신학이다.

(2) 신적 예정설 — 5세기 아우구스티누스가 펠라기우스 논쟁에서 이 구절을 자유의지 비판의 근거로 활용했고, 16세기 칼뱅이 『기독교 강요』 3권에서 신명기 29:4와 로마서 11:8을 묶어 이중 예정 — 어떤 자에게는 깨닫게 하시고 어떤 자에게는 보류하신다 — 의 본문 근거로 삼았다.

(3) 사법적 강팍설 — 동시대 안디옥 학파 흐름에 가까운 입장. 이스라엘이 먼저 불순종했고, 그 결과로 하나님이 깨달음을 거두신 사법적 결과라는 해석. 출애굽기의 바로의 마음 강팍함(출 9:34→10:1)이 같은 구조 — 인간이 먼저 굳혔고 하나님이 굳어진 상태를 봉인하셨다.


언약의 대상

9 이 언약의 말씀을 지켜 행해야 한다. 행하는 것이 모든 일에 형통하게 할 것이다.

10 오늘 너희 모두 — 지파 지도자들, 장로들, 관리들, 모든 이스라엘 남자,

11 어린아이들, 여자들, 진영 안의 나그네, 나무를 패는 자부터 물을 긷는 자까지 — 여호와 네 하나님 앞에 서 있다.

12 여호와 네 하나님이 오늘 너와 맺는 언약으로 들어가게 하시려고. 맹세로.

13 오늘 너를 그의 백성으로 삼으시고 그가 네 하나님이 되시려고. 조상 아브라함, 이삭, 야곱에게 맹세하신 것처럼.

14 내가 이 언약과 이 맹세를 오늘 여기 우리와 함께 여호와 앞에 서 있는 자들과만 맺는 것이 아니다.

15 오늘 여기 우리와 함께 있는 자들과 오늘 여기 우리와 함께 있지 않은 자들과도 맺는 것이다.

“오늘 여기 있지 않은 자들” — 언약은 현재 세대에만 아니라 모든 미래 세대에게 효력이 있다. 언약의 시간적 초월성을 선언하는 구절이다. 유대교 전통에서 시내산 언약에 미래의 모든 유대인 영혼이 참여했다고 보는 근거 중 하나가 이 구절이다.


배교의 위험

16 너희가 이집트 땅과 여러 나라를 지나온 것을 알고 있다.

17 그 민족들의 혐오스러운 것, 나무와 돌과 은과 금으로 만든 우상들을 보았다.

18 오늘 여호와 우리 하나님을 떠나 그 민족들의 신들을 섬기러 가는 독초와 쓴 뿌리가 너희 중에 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19 이 저주의 말을 듣고도 자기 마음으로 복을 빌며 “내 마음대로 해도 괜찮을 것이다”라고 하면 — 젖은 것과 마른 것이 함께 없어질 것이다.

20 여호와께서 그를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 여호와의 분노와 질투가 그 사람에게 불붙을 것이다. 이 책에 기록된 모든 저주가 그에게 임할 것이다. 여호와가 그의 이름을 하늘 아래서 지우실 것이다.

21 여호와께서 이 언약 책에 기록된 모든 저주대로 이스라엘 모든 지파에서 그를 분리하여 해를 입히실 것이다.


미래의 질문

22 뒤에 올 세대 — 너희 자손과 멀리서 오는 외국인이 이 땅의 재앙과 여호와가 내리신 질병을 볼 것이다.

23 소돔과 고모라, 아드마와 스보임처럼 온 땅이 유황과 소금으로 타버린 것을 볼 것이다. 씨앗도 안 나고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다.

24 모든 민족이 물을 것이다. “왜 여호와께서 이 땅에 이렇게 하셨는가? 이 큰 진노가 무슨 까닭인가?”

25 그들이 대답할 것이다. “이스라엘 자손이 조상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실 때 하신 언약을 버리고,

26 가서 알지도 못하고 주시지도 않은 다른 신들을 섬기며 절했기 때문이다.

27 그러므로 여호와의 분노가 이 땅에 타오르고 이 책에 기록된 모든 저주를 내리셨다.

28 여호와께서 진노와 분함과 큰 노여움으로 그들을 땅에서 뽑아 다른 나라로 내던지셨다 — 오늘과 같이.”


숨겨진 것과 드러난 것

29 숨겨진 것들은 여호와 우리 하나님께 속한다. 드러난 것들은 영원히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속한다 — 이 율법의 모든 말씀을 행하도록.

29절은 신명기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구절 중 하나다. “숨겨진 것은 여호와께 속하고, 드러난 것은 우리에게 속한다.” 하나님의 뜻 중 우리가 알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우리의 책임은 알 수 있는 것 — 율법을 행하는 것에 있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호기심보다 알 수 있는 것에 대한 순종이 요구된다.

이 구절은 종종 하나님의 섭리와 인간의 자유 의지 논쟁에서 인용된다. 왜 하나님이 이런 일을 허락하셨는가 하는 물음에 대해 — 그것은 숨겨진 영역이고, 우리는 드러난 것 안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답이다.


다음 장 — 돌이켜 오면 회복될 것이다. 생명과 사망, 두 가지를 네 앞에 두겠다. 선택은 너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