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22장 섞지 않는 것들

잃어버린 것을 돌려보내라

1 형제의 소나 양이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을 보거든 못 본 체하지 마라. 반드시 형제에게 돌려보내야 한다.

2 형제가 가까이 살지 않거나 그가 누군지 모르면 — 그것을 네 집으로 끌어다가 형제가 찾으러 올 때까지 네가 돌봐야 한다. 그런 다음 돌려주어라.

3 그의 나귀도, 옷도, 형제가 잃어버린 모든 것도 그렇게 해야 한다. 못 본 체해서는 안 된다.

4 형제의 나귀나 소가 길에 쓰러진 것을 보거든 못 본 체하지 마라. 반드시 일으켜 세우는 것을 도와야 한다.

이웃 재산을 돌려보내는 의무 — 출애굽기 23장 4–5절에도 비슷한 규정이 있다. 심지어 원수의 가축도 돌려보내야 한다고 명시한다. 이 규정들은 이스라엘 공동체 내부의 상호 신뢰와 책임을 법제화한 것이다.


구별을 지켜라

5 여자는 남자 물건을 걸치면 안 되고, 남자는 여자 옷을 입으면 안 된다. 이런 일을 행하는 자는 여호와 네 하나님이 혐오하신다.

세 갈래의 해석이 있다.

(1) 가나안 제의 분리설 — 12세기 마이모니데스가 『당황하는 자들의 안내』 3부 37장에서 정식화한 입장. 우상 숭배 의식에서 남자가 여신 앞에 여자 옷을 입고, 여자가 남신 앞에 남자 옷을 입고 무기를 든 관행이 있었다고 보고, 이 구절이 그 의식과의 단절을 명한다고 본다.

(2) 음행 차단설 — 11세기 라쉬의 입장. 남자가 여자 복장을 입으면 여자 무리에 끼어 음행을 도모할 수 있고, 여자가 남자 복장을 입으면 전쟁터에 따라가 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 규정은 그 이중적 위장을 막는 사회 규율이다.

(3) 창조 질서 보존설 — 후기 기독교 전통이 발전시킨 입장. 본문 자체가 “혐오(תּוֹעֵבָה, 토에바)“라는 강한 단어를 쓴 점에서, 창세기 1장의 남녀 구분을 보호하는 원칙으로 읽는다.

6 길에서 나무나 땅에 있는 새 둥지를 만났는데 어미가 알이나 새끼 위에 앉아 있으면 — 어미와 새끼를 함께 잡지 마라.

7 새끼는 가져도 되지만 어미는 반드시 살려서 날려 보내야 한다. 그러면 네가 잘 되고 오래 살 것이다.

어미 새를 살려두는 법 — 이 규정은 탈무드에서 가장 많이 논의된 구절 중 하나다. “가장 쉬운 계명과 가장 어려운 계명 모두 같은 보상이 약속된다”는 가르침(아보트 2:1)의 사례로 쓰인다. 어미 새를 살려두는 것은 생태적 지속 가능성과도 연결된다 — 번식 능력을 보존하는 것. 마이모니데스는 이 법을 동물도 고통을 느낀다는 원칙에서 설명했다.

8 새 집을 지을 때 지붕에 난간을 만들어야 한다. 아무라도 지붕에서 떨어져 피를 흘리지 않도록. 그 피의 책임이 네 집에 돌아오지 않도록.

중동 지방에서 평평한 지붕은 생활 공간이다. 잠자리가 되고, 건조대가 되고, 여름엔 시원한 마루가 된다. 난간 의무는 단순한 건축 규정이 아니라 이웃 안전에 대한 책임을 법으로 명시한 것이다. 현대 건축법의 가장 오래된 조상이라 할 수 있다.

9 포도원에 두 종류 씨를 뿌리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뿌린 씨의 열매와 포도원의 소출이 모두 성소에 속하게 된다.

10 소와 나귀를 함께 멍에를 메워 밭을 갈지 마라.

11 양털과 베실로 짠 옷 — 섞인 실로 짠 것을 입지 마라.

뒤섞지 않는 법 — 이 세 규정(혼합 씨앗·혼합 동물·혼합 옷감)을 히브리어로 ‘킬라임(כִּלְאַיִם)‘이라 한다. “두 종류”라는 뜻이다. 레위기 19장 19절에도 같은 규정이 나온다. 이 법의 목적에 대해 학자들은 창조의 카테고리를 유지하는 것, 혹은 가나안 마법 의식에서 이런 혼합이 사용되었기 때문이라는 두 가지 설명을 제시한다.

12 입는 겉옷 네 귀퉁이에 술을 달아야 한다.

술(히브리어 ‘치치트’) — 민수기 15장 38–40절에 처음 명령된다. 유대인 남성이 착용하는 기도 숄(탈리트)의 네 모퉁이에 달린 술이 이것이다. 예수도 이것을 달았다 — 혈루증 여인이 “그의 옷술을 만지면”이라고 한 것이 이것이다(마태복음 9장 20절, 마가복음 6장 56절).


혼인 분쟁의 법

13 어떤 사람이 여자와 결혼하여 그녀와 함께한 후 그녀를 싫어하게 되어,

14 근거 없는 말을 만들어 그녀에게 나쁜 이름을 붙여 말하기를 “내가 이 여자와 결혼했는데 가까이 했더니 처녀가 아니었다”고 하면,

15 그 여자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 처녀의 증거를 가져다가 성읍 문에 있는 장로들 앞에 내놓아야 한다.

16 그 여자의 아버지가 장로들에게 말해야 한다. “내 딸을 이 남자에게 주었는데 그가 그녀를 싫어하여,

17 근거 없는 말을 만들어 ‘당신의 딸이 처녀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처녀의 증거가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옷을 성읍 장로들 앞에 펼쳐야 한다.

18 성읍 장로들이 그 남자를 잡아 징계해야 한다.

19 은 백 세겔을 물어 그 여자의 아버지에게 줘야 한다. 이스라엘 처녀에게 나쁜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다. 그 여자는 그 남자의 아내로 머물러야 한다. 그는 평생 그녀를 내보낼 수 없다.

20 그러나 그 말이 사실이어서 그 여자가 처녀라는 증거가 없으면,

21 그 여자를 아버지 집 문 앞으로 데려와서 성읍 사람들이 돌로 쳐서 죽여야 한다. 아버지 집에 있으면서 창녀 노릇을 하여 이스라엘에서 부끄러운 일을 했기 때문이다. 너희 중에서 악을 제거해야 한다.

“처녀의 증거” — 히브리어로 ‘베툴림(בְּתוּלִים)’. 첫날밤 침상에 피가 묻은 옷을 의미한다. 이것이 법적 증거로 보관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처녀막 출혈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현대 의학 지식을 고대에는 알지 못했다. 이 기준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위험한지를 본문은 말하지 않는다. 무고한 여인이 거짓 고발로 처형될 가능성이 있는 법 체계다.


간음에 대한 법

22 남자가 유부녀와 함께 누우면 둘 다 죽여야 한다. 이스라엘에서 악을 제거해야 한다.

23 약혼한 처녀가 성읍 안에 있는데 남자가 그녀와 누우면,

24 둘 다 성읍 문으로 끌어내어 돌로 쳐서 죽여야 한다. 여자는 성읍 안에서 소리치지 않았기 때문이고, 남자는 이웃의 아내를 욕보였기 때문이다. 너희 중에서 악을 제거해야 한다.

25 그러나 남자가 들에서 약혼한 여자를 만나 강제로 그녀와 누우면 — 그 남자만 죽여야 한다.

26 여자에게는 죽을 이유가 없다. 이 사건은 사람이 이웃을 죽이는 것과 같다.

27 그가 그녀를 들에서 만났을 때 그녀가 소리쳤다 해도 구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28 약혼하지 않은 처녀를 남자가 발견하여 붙잡고 그녀와 누워 발각되면,

29 그 남자가 그녀의 아버지에게 은 오십 세겔을 줘야 하고 그녀와 결혼해야 한다. 그가 그녀를 욕보였기 때문에 평생 그녀를 내보낼 수 없다.

이 법들은 현대 독자에게 충격적이다. 강간 피해자가 가해자와 결혼해야 한다는 규정은 현대 법 기준으로 용납할 수 없다. 그러나 당시 사회에서 혼전 성관계가 알려진 여성은 결혼이 거의 불가능했다. 이 법은 피해자 여성의 경제적 생존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이 최선이었다는 뜻이 아니라 — 시대의 한계 안에서 가능한 보호 장치였다는 것이다.

30 남자는 아버지의 아내를 취해서는 안 된다. 아버지 옷자락을 들추지 마라.

“아버지 옷자락을 들추지 마라” — 아버지의 아내, 즉 계모를 성적으로 취하지 말라는 금지를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르우벤이 야곱의 첩 빌하와 동침한 사건(창세기 35장 22절)과 관련된 법이다. 사도 바울이 고린도 교회의 근친상간 사건을 책망할 때(고린도전서 5장 1절) 이 배경이 깔려 있다.


다음 장 — 회중에 들어오지 못하는 자들. 도망 노예 보호. 이자 금지. 서원의 의무. 이웃 밭의 포도는 그 자리에서 먹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