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19장 도망칠 곳
도피성 세 곳
1 여호와 네 하나님이 그 민족들을 끊어버리고 그들의 땅을 네게 주실 때 — 네가 그들의 성읍들과 집들을 차지하거든,
2 여호와 네 하나님이 네게 기업으로 주시는 그 땅 가운데서 세 성읍을 구별해야 한다.
3 네게 길을 닦아두어야 한다. 여호와 네 하나님이 네게 기업으로 주시는 그 땅을 셋으로 나눠, 살인자가 그리로 도피할 수 있도록.
4 살인자가 도피하여 살 수 있는 경우는 이렇다. 미워하지 않던 이웃을 부지중에 죽인 자.
5 이웃과 함께 숲에 나무 베러 갔다가, 나무를 찍으려고 손에 도끼를 드는데, 도끼 머리가 자루에서 빠져나가 이웃에게 맞아 죽으면 — 그 사람이 이 성읍들 중 하나로 도피하면 살 수 있다.
6 그렇지 않으면 피의 보복자가 분노에 타올라 그를 뒤따라가 거리가 멀면 따라잡아 칠 수 있다. 그 사람은 미워하지 않았는데, 죽을 이유가 없다.
7 그러므로 내가 너에게 명령하는 것이다. “세 성읍을 구별하라.”
도피성(도피성, 히브리어로 ‘이르 미클라트’)은 고대 이스라엘의 법적 제도다. 부족 사회에서 살인은 피해자 가족이 보복할 권리가 있었다. 그런데 고의 살인과 실수 살인을 구별하지 않으면 무고한 사람이 희생된다. 도피성은 그 구별을 제도화한 것이다. 민수기 35장에도 같은 제도가 나온다.
도피성은 이스라엘 땅에 총 여섯 곳이 지정되었다. 요단 동편에 세 곳(베셀, 길르앗 라못, 바산 골란), 요단 서편에 세 곳(게데스, 세겜, 헤브론). 현대 이스라엘 지역으로 보면 북에서 남까지 분산 배치된 구조다.
세 성읍이 더 필요할 때
8 여호와 네 하나님이 조상들에게 맹세하신 대로 네 영토를 넓혀 주시고, 네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온 땅을 다 주시면,
9 오늘 내가 명령하는 이 모든 명령을 지켜 행하여 여호와 네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 도를 항상 따라갈 때 — 이 세 성읍 외에 세 성읍을 더 추가해야 한다.
10 그렇게 해야 무고한 피가 여호와 네 하나님이 네게 기업으로 주시는 네 땅에서 흘리지 않을 것이다. 피 흘린 죄가 네게 돌아오지 않도록.
고의 살인자는 도피성도 소용없다
11 그러나 만약 누군가 이웃을 미워하여, 기다렸다가 그를 쳐서 죽이고 이 성읍들 중 하나로 도피하면,
12 그 성읍의 장로들이 사람을 보내 그를 거기서 데려다가 피의 보복자의 손에 넘겨 죽여야 한다.
13 불쌍히 여기지 마라. 이스라엘에서 무고한 피의 죄를 없애야 한다. 그러면 네가 잘 될 것이다.
도피성은 면죄 장치가 아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의 안전 공간이다. 고의 살인으로 판명나면 도피성도 보호막이 되지 못한다. 재판은 성읍 장로들이 진행한다 — 오늘날로 치면 지역 법원의 역할이다.
경계석을 옮기지 마라
14 조상들이 정해둔 네 이웃의 경계를 옮기지 마라. 여호와 네 하나님이 네게 기업으로 주시는 땅에서.
고대 근동에서 경계석(히브리어 ‘게불’)은 신성한 것이었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경계 표시 비석(쿠두루)에 신들의 저주를 새겨 함부로 옮기지 못하게 했다. 이 짧은 구절 하나가 땅 경계를 신학적으로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잠언 22장 28절, 23장 10절에도 같은 경고가 반복된다.
증인의 법
15 어떤 사람의 모든 불의와 모든 죄는 한 증인만으로 확정할 수 없다. 두 증인이나 세 증인의 말로 확정해야 한다.
16 만약 거짓 증인이 일어나 어떤 사람을 불법으로 고발하면,
17 그 분쟁 당사자 두 사람이 여호와 앞에, 제사장들과 그 때의 재판관들 앞에 서야 한다.
18 재판관들이 세심하게 조사해야 한다. 그 증인이 거짓 증인이면, 형제에게 거짓말한 것이 드러나면,
19 그가 형제에게 행하려 했던 대로 그에게 행해야 한다. 이렇게 하여 너희 중에서 악을 제거해야 한다.
20 그러면 나머지 사람들이 듣고 두려워하여 다시는 이런 악을 행하지 않을 것이다.
21 불쌍히 여기지 마라. 생명은 생명으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손은 손으로, 발은 발로.
“두 명 또는 세 명의 증인” — 이 원칙은 신약성경에도 이어진다. 마태복음 18장 16절, 고린도후서 13장 1절, 디모데전서 5장 19절. 유대교 법정(산헤드린)에서도 사형 선고에는 최소 두 명의 증인이 필요했다. 예수의 재판에서 대제사장들이 증인을 찾으려 했던 것도 이 규정 때문이다(마가복음 14장 55–59절).
“눈에는 눈” — 히브리어로 ‘탈리오(talio)’ 원칙이라 부른다. 라틴어에서 온 법학 용어다. 이것이 잔인한 복수를 명령한다고 오해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눈을 잃은 사람이 상대방의 목숨을 요구하던 시대에, 피해와 동등한 보복만 허용한다는 상한선을 정한 것이다. 고대 근동의 함무라비 법전(BC 18세기)에도 같은 원칙이 등장한다.
다음 장 — 전쟁의 법. 이스라엘이 전쟁에 나갈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두려운 자, 집 지은 자, 포도원 심은 자, 약혼한 자는 돌아가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