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27장 돌에 새긴 법

에발산의 돌

1 모세와 이스라엘 장로들이 백성에게 명령했다.

“오늘 내가 명령하는 이 모든 명령을 지켜라.

2 여호와 네 하나님이 주시는 땅으로 요단강을 건너는 날 — 큰 돌들을 세우고 석회를 발라라.

3 이 율법의 모든 말씀을 그 위에 기록해야 한다. 그러면 네가 여호와 네 하나님이 조상들에게 약속하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건너갈 것이다.

4 요단강을 건넌 후 내가 오늘 명하는 이 돌들을 에발(Ebal)산에 세우고 석회를 발라라.

5 거기서 여호와 네 하나님을 위해 제단을 쌓아야 한다. 다듬은 돌로 만들면 안 된다.

6 다듬지 않은 자연석으로 여호와 네 하나님의 제단을 쌓고 번제를 드려야 한다.

7 화목제도 드리고 거기서 먹으며 여호와 네 하나님 앞에서 기뻐해야 한다.

8 이 율법의 모든 말씀을 그 돌들 위에 아주 분명하게 써야 한다.”

에발산 — 세겜(현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나블루스 인근)에 있는 산이다. 그리심산과 마주 보고 있다. 그리심산이 축복의 산이고 에발산이 저주의 산이다. 율법을 저주의 산에 세운다는 것은 율법이 축복이자 동시에 경고임을 상징한다.

1982–1989년 이스라엘 고고학자 아담 제르탈(Adam Zertal) 이 에발산 정상에서 BC 13–12세기 사각 석조 구조물을 발굴했다. 제르탈은 이것을 여호수아 8:30-35의 이스라엘 제단으로 해석했다 — 정결한 동물 뼈만 출토된 점, 다듬지 않은 돌, 산 정상이라는 위치를 근거로 들었다. 반대 입장도 분명하다. 텔아비브 대학의 이스라엘 핀켈슈타인(Israel Finkelstein) 을 비롯한 회의론자들은 이 구조물이 일반 농가의 망루 또는 정착촌 부속 시설이며 제단으로 단정할 근거가 약하다고 본다. 출토물이 제의의 증거인지 일상 도살의 흔적인지 결론이 갈린다.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의 선포

9 모세와 레위 제사장들이 이스라엘 모두에게 말했다.

“이스라엘이여, 조용히 하고 들어라. 오늘 너희는 여호와 네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다.

10 여호와 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오늘 내가 명령하는 그의 명령과 율례를 행해야 한다.”


그리심산과 에발산의 축복과 저주

11 모세가 그날 백성에게 명령했다.

12 “요단강을 건너거든 시므온, 레위, 유다, 잇사갈, 요셉, 베냐민 지파는 그리심(Gerizim · ㉸ 그리짐)산에 서서 백성을 축복하고,

13 르우벤, 갓, 아셀, 스불론, 단, 납달리 지파는 에발산에 서서 저주를 선포해야 한다.”

여섯 지파씩 두 산으로 나뉘는 이 의식은 여호수아 8장 30–35절에 실제로 실행된다. 세겜은 두 산 사이의 골짜기에 위치해 있다. 그 골짜기에서 율법을 낭독하면 양쪽 산에서 메아리처럼 호응하는 구조적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사마리아인들은 오늘날도 그리심산을 성스럽게 여기고 유월절 제사를 그곳에서 드린다.

14 레위인들이 이스라엘의 모든 사람에게 크게 말할 것이다.


저주들

15 “새긴 우상이나 부어 만든 우상을 만드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다 — 여호와가 혐오하시는 것, 장인의 손으로 만든 것을 은밀히 세우는 자는.”

온 백성이 응답하여 “아멘.”

16 “아버지나 어머니를 무시하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다.”

온 백성이 “아멘.”

17 “이웃의 경계를 옮기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다.”

온 백성이 “아멘.”

18 “앞 못 보는 자를 길에서 넘어지게 하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다.”

온 백성이 “아멘.”

19 “나그네, 고아, 과부의 재판을 왜곡하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다.”

온 백성이 “아멘.”

20 “아버지의 아내와 자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다. 아버지 옷자락을 들추었기 때문이다.”

온 백성이 “아멘.”

21 “어떤 짐승과든 자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다.”

온 백성이 “아멘.”

22 “아버지의 딸이든 어머니의 딸이든 자매와 자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다.”

온 백성이 “아멘.”

23 “장모와 자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다.”

온 백성이 “아멘.”

24 “은밀히 이웃을 치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다.”

온 백성이 “아멘.”

25 “뇌물을 받고 무고한 자를 죽이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다.”

온 백성이 “아멘.”

26 “이 율법의 말씀을 실행하여 지키지 않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다.”

온 백성이 “아멘.”

저주의 목록 구조 — 이 열두 가지 저주는 고대 근동의 조약 문서에서 저주 목록이 나오는 방식과 유사하다. 저주는 신의 이름으로 선언되고 공동체가 집단적으로 동의(“아멘”)함으로써 구속력을 갖는다. 아멘(אָמֵן)은 “그것이 확실하다, 신뢰할 수 있다”는 뜻의 히브리어에서 왔다.

사도 바울이 갈라디아서 3장 10절에서 마지막 저주(26절)를 인용한다. “기록된 바 누구든지 율법 책에 기록된 대로 모든 일을 항상 행하지 아니하는 자는 저주 아래에 있는 자라.” 바울의 논지는 율법을 완전히 지키는 것이 인간에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인간이 이 저주 아래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가 그 저주를 대신 받았다는 속죄론으로 이어진다(갈라디아서 3장 13절).

“은밀히” — 이 목록에서 반복되는 특성은 비밀성이다. 공개적으로 드러나면 법정이 처벌할 수 있지만, 은밀히 행하는 것은 법망을 피한다. 저주는 그 숨겨진 영역에 작동하는 도덕적 기제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하나님이 보신다.


다음 장 — 순종하면 받는 모든 축복, 불순종하면 받는 모든 저주. 역사상 가장 긴 저주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