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2장 오순절
성령이 임하다
1 오순절 날이 이미 이르매 그들이 다같이 한 곳에 모였더니,
2 홀연히 하늘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있어 그들이 앉은 온 집에 가득하며,
3 마치 불의 혀처럼 갈라지는 것들이 그들에게 보여 각 사람 위에 하나씩 임하여 있더니,
4 그들이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고 성령이 말하게 하심을 따라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를 시작하니라.
오순절(샤부오트, Shavuot) — 유월절 50일 후, 맥추절이라고도 한다. 유대력의 세 순례 절기 중 하나로, 해마다 유대인들이 예루살렘으로 올라왔다. 출애굽기 전통에서 이날은 시내산 율법 수여를 기념하는 날이었다. 성령이 이날 임한 것은, 옛 율법이 돌판에 새겨진 날에 새 율법이 사람의 마음에 새겨지는 것의 대응이다.
불의 혀 — 출애굽기 3장 모세의 불 타는 떨기나무, 출애굽기 13장 광야의 불 기둥을 연상시킨다. 불은 하나님의 임재의 표다. 혀는 말하는 것, 증언하는 것을 가리킨다.
각 나라의 언어로
5 그 때에 경건한 유대인들이 천하 각국으로부터 와서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더니,
6 이 소리가 나매 큰 무리가 모여 각각 자기의 방언으로 제자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 소동하여,
7 다 놀라 신기하게 여겨 이르되 “보라, 이 말하는 사람들이 다 갈릴리(Galilee · ㉸ 갈릴래아) 사람이 아니냐?
8 우리가 우리 각 사람이 난 곳 방언으로 듣게 되는 것이 어찌 됨이냐?
9 우리는 바대(Parthians · ㉸ 파르티아)인과 메대(Medes · ㉸ 메디아)인과 엘람(Elamites)인과 메소보다미아(Mesopotamia · ㉸ 메소포타미아)와 유대(Judea · ㉸ 유다)와 갑바도기아(Cappadocia · ㉸ 카파도키아)와 본도(Pontus · ㉸ 폰토스)와 아시아(Asia)에 사는 자와,
10 브루기아(Phrygia · ㉸ 프리지아)와 밤빌리아(Pamphylia · ㉸ 팜필리아)와 애굽(Egypt · ㉸ 이집트)과 구레네(Cyrene · ㉸ 키레네) 근방의 리비아(Libya) 여러 지방에 사는 사람들과 로마로부터 온 나그네 곧 유대인과 유대교에 들어온 사람들과,
11 그레데(Crete · ㉸ 크레타)인과 아라비아(Arabia)인들이라. 우리가 다 우리의 방언으로 하나님의 큰 일을 말함을 듣는도다.”
12 다 놀라며 당황하여 서로 이르되 “이 어찌 된 일이냐?” 하며,
13 또 어떤 이들은 조롱하여 이르되 “그들이 새 술에 취하였다” 하더라.
방언(글로싸, γλῶσσα) — 동일 현상설: 18세기 청교도 신학자 조나단 에드워즈, 그리고 19세기 B.B. 워필드(『위조된 기적들』 1918)는 두 본문의 현상이 본질적으로 같은 외국어 언어 능력이며 고린도의 차이는 통역자 부재로 인한 것이라고 본다. 로버트 건드리(1966 논문 “The Ethnic Tongues of Acts II”)가 같은 입장을 정교화했다. 상이 현상설: F.F. 브루스(『사도행전 주석』 1954), 에른스트 헨헨(Ernst Haenchen, 『사도행전』 1956)은 누가가 신학적 의도로 사도행전 2장의 방언을 ‘뒤집힌 바벨’ 모티프(창세기 11장 ↔ 행 2장)로 재구성했다고 본다. 고린도의 글로솔라리아는 비언어적 황홀 상태의 발화로 분류한다. 오순절·은사주의 진영(고든 피, 『바울 서간 속 성령』 1994)은 두 현상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본질은 성령의 직접 발화라는 점에서 일치한다고 정리한다.
베드로의 첫 설교
14 베드로(Peter)가 열한 사도와 함께 서서 소리를 높여 이르되 “유대인들과 예루살렘에 사는 모든 사람들아, 이 일을 너희로 알게 할 것이니 내 말에 귀를 기울이라.
15 때가 제삼시니 너희 생각과 같이 이 사람들이 취한 것이 아니라.
16 이는 곧 선지자 요엘(Joel)로 말씀하신 것이니 일렀으되,
17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말세에 내가 내 영을 모든 육체에 부어 주리니 너희의 자녀들은 예언할 것이요, 너희의 젊은이들은 환상을 보고, 너희의 늙은이들은 꿈을 꾸리라.
18 그 때에 내가 내 남종과 여종들에게 내 영을 부어 주리니 그들이 예언할 것이요,
19 또 내가 위로 하늘에서는 기사를 아래로 땅에서는 징조를 베풀리니 곧 피와 불과 연기로다.
20 주의 크고 영화로운 날이 이르기 전에 해가 변하여 어둠이 되고 달이 변하여 피가 되리라.
21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라’ 하였느니라.”
22 “이스라엘 사람들아, 이 말을 들으라. 나사렛 예수는 하나님이 능력과 기사와 표적으로 너희 가운데서 확증하신 사람이라. 이것은 너희도 아는 바와 같으니라.
23 그가 하나님께서 정하신 뜻과 미리 아신 대로 내준 바 되었거늘, 너희가 법 없는 자들의 손을 빌려 못 박아 죽였으나,
24 하나님께서 사망의 고통을 풀어 살리셨으니 이는 그가 사망에 매여 있을 수 없었음이라.”
25 “다윗이 그를 가리켜 이르되 ‘내가 항상 내 앞에 계신 주를 뵈었음이여, 나로 요동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그가 내 우편에 계시도다.’”
26 “‘이러므로 내 마음이 기뻐하였고 내 혀도 즐거워하였으며 육체도 희망에 거하리니,
27 이는 내 영혼을 음부에 버리지 아니하시며 주의 거룩한 자로 썩음을 당하지 않게 하실 것임이로다.’”
28 “‘주께서 생명의 길을 내게 보이셨으니 주의 앞에서 내게 기쁨이 충만하게 하시리로다’ 하였으니.”
29 “형제들아, 내가 족장 다윗에 대하여 담대히 말할 수 있노니 다윗이 죽어 장사되어 그 묘가 오늘까지 우리 중에 있도다.
30 그는 선지자라. 하나님이 이미 맹세하사 그 자손 중에서 한 사람을 그 보좌에 앉게 하리라 하심을 알고,
31 미리 보는 고로 그리스도의 부활을 말하되 그가 음부에 버림이 되지 않고 그 육신이 썩음을 당하지 아니하리라 하더니,
32 이 예수를 하나님이 살리신지라. 우리가 다 이 일에 증인이로다.
33 하나님이 오른손으로 예수를 높이시매, 그가 약속하신 성령을 아버지께 받아서 너희가 보고 듣는 이것을 부어 주셨느니라.”
34 “‘다윗은 하늘에 올라가지 못하였어도 친히 말하여 이르되 주께서 내 주에게 이르시되,
35 내가 네 원수로 네 발등상이 되게 하기까지 너는 내 우편에 앉아 있으라 하셨도다’ 하였으니.”
36 “그런즉 이스라엘 온 집은 확실히 알지니라.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은 이 예수를 하나님이 주와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느니라.”
삼천 명이 돌아오다
37 그들이 이 말을 듣고 마음에 찔려 베드로와 다른 사도들에게 물어 이르되 “형제들아, 우리가 어찌할꼬?”
38 베드로가 이르되 “너희가 회개하여 각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죄 사함을 받으라. 그리하면 성령의 선물을 받으리니,
39 이 약속은 너희와 너희 자녀와 모든 먼 데 사람 곧 주 우리 하나님이 얼마든지 부르시는 자들에게 하신 것이라.”
40 베드로가 이 외에도 여러 말로 확증하며 권하여 이르되 “너희가 이 패역한 세대에서 구원을 받으라.”
41 그 말을 받은 사람들은 세례를 받으매, 이 날에 신도의 수가 삼천이나 더하더라.
삼천 명 — 이 숫자는 출애굽기 32장을 의식적으로 뒤집는다. 황금 송아지 사건 때 레위 자손이 삼천 명을 칼로 죽였다. 오순절에는 삼천 명이 죽음이 아닌 세례로 더해졌다. 옛날 율법의 날에 죽은 삼천, 성령의 날에 살아난 삼천.
첫 공동체
42 그들이 사도의 가르침을 받아 서로 교제하고 떡을 떼며 오로지 기도하기를 힘쓰니라.
43 사람마다 두려움이 생기매, 사도들로 말미암아 기사와 표적이 많이 나타나니,
44 믿는 사람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45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 주며,
46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47 하나님을 찬미하며 또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 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
이 단락은 이상적인 공동체의 그림이다. 이상화 가설: 에른스트 헨헨(『사도행전』 1956)과 한스 콘첼만(『사도행전 주석』 1963)은 그리스 황금시대의 우정 이상(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9장의 ‘친구들 사이엔 모든 것이 공유된다 — 코이나 타 톤 필론’)과 헬레니즘 유대교의 에세네 공동체(쿰란 1QS 6장의 재산 공유 규례) 모티프를 누가가 이상화 도구로 사용했다고 본다. 역사 보고설: F.F. 브루스, 마틴 헹엘(『초대 교회의 재산과 부』 1974), R. 베욱햄은 쿰란 공동체의 재산 공유가 실제로 작동했다는 고고학적 증거를 들어 예루살렘 교회의 코이노니아도 일정 기간 실재했다고 본다. 다만 이 그림은 뒤의 아나니아·삽비라 이야기(5장)와 대비를 이룬다. 이상과 균열이 사도행전의 긴장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