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복음서 16장 베드로의 고백과 변화산
가이사랴 빌립보의 길
1 예수가 제자들과 함께 가이사랴 빌립보(Caesarea Philippi · ㉸ 카이사리아 필리피) 마을들로 떠나가셨다.
2 그 길에 따로 기도하시다가 제자들에게 물으셨다.
“사람들이 인자를 누구라 하느냐?”
3 그들이 대답했다.
“세례 요한(John)이라 합니다. 어떤 이는 엘리야(Elijah)라 하고, 또 어떤 이는 예레미야(Jeremiah)나 옛 선지자 가운데 한 사람이 다시 일어났다 합니다.”
4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5 시몬 베드로가 대답했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6 예수가 대답하셨다.
“바요나 시몬아, 네가 복이 있다. 이를 네게 알게 한 자는 혈육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다.
7 또 내가 네게 이른다. 너는 베드로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겠다.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할 것이다.
8 내가 천국 열쇠를 네게 주겠다.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다. 땅에서 무엇이든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9 그러고는 자기가 그리스도라는 것을 아무에게도 이르지 말라고 제자들을 단단히 경계하셨다.
가이사랴 빌립보 — 헤르몬산 남쪽 기슭, 요단강의 한 발원지가 있는 곳이다. 현대 이스라엘 북부의 바니아스(Banias). 그리스 신 판(Pan)을 섬기는 신전이 있어 헬라 시대에는 파니온(Paneion)이라 불렸다. 헤롯 대왕의 아들 빌립이 BC 2세기경 도시로 확장하고 자신의 보호자 황제 가이사 아우구스투스의 이름을 붙였다. 베드로의 고백이 이방 신전 곁에서 일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 “당신은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선언이 죽은 신상들 앞에서 울렸다.
“너는 베드로다 이 반석 위에” — 헬라어로 베드로는 페트로스(Πέτρος, 남성형 돌), 반석은 페트라(πέτρᾳ, 여성형 큰 바위)다. 아람어로는 둘 다 케파(Kepha). 해석사가 셋으로 갈렸다. 가톨릭의 베드로 수위권설은 3세기 키프리아누스, 5세기 레오 1세를 거쳐 1870년 제1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황 무류성으로 발전했다.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칼뱅은 “이 반석”을 베드로 자신이 아니라 그의 신앙 고백 내용으로 보았다. 현대 가톨릭 학자 레이먼드 브라운(『앤터켓』 1973)은 이 본문이 베드로 개인을 가리키되 그 권위가 자동으로 후계자에게 이전된다는 결론까지 가지는 않는다고 보아 양쪽을 절충한다. 개신교 학자 오스카 쿨만(『베드로 — 사도, 순교자, 제자』 1953)도 본문상 베드로 개인이라고 인정하나 후계자 이전은 거부한다.
첫 수난 예고
10 그때부터 예수가 자기가 반드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고 사흘 만에 살아나야 할 것을 제자들에게 드러내기 시작하셨다.
11 베드로가 예수를 붙들고 따로 데리고 나가 그를 꾸짖었다.
“주여, 그리 마옵소서. 이 일이 결코 주께 미치지 않을 것입니다.”
12 예수가 돌이키시고 베드로를 보시며 꾸짖으셨다.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너는 내게 걸림돌이다.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을 생각한다.”
13 무리와 제자들을 함께 부르시고 말씀하셨다.
“누구든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14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자는 잃을 것이고, 나와 복음을 위해 자기 목숨을 잃는 자는 구할 것이다.
15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 목숨을 잃으면 무슨 유익이 있겠느냐. 사람이 자기 목숨을 무엇과 바꾸겠느냐.
16 누구든 음란하고 죄 많은 이 세대에서 나와 내 말을 부끄러워하면, 인자도 아버지의 영광 안에서 거룩한 천사들과 함께 올 때에 그를 부끄러워할 것이다.
17 진실로 너희에게 이른다. 여기 서 있는 자 가운데 죽음을 맛보지 않고 하나님의 나라가 권능으로 임하는 것을 볼 자도 있다.”
베드로는 한 장면 안에서 가장 높은 칭찬과 가장 날카로운 책망을 받는다. “복이 있다”와 “사탄아 물러가라”가 같은 호흡 안에 있다. 베드로의 고백 자체는 정확했다. 그러나 그가 머릿속에 그린 그리스도는 고난받지 않는 메시아였다. 1세기 유대 메시아 기대 다수가 그러했다 — 솔로몬의 시편 17편(BC 1세기)의 메시아상은 “이방인을 짓밟는 다윗의 자손” 군사적 왕이었다. 예수의 첫 수난 예고는 그 통념을 정면으로 부쉈다.
변화산
18 엿새 뒤에 예수가 베드로와 야고보(James)와 그 형제 요한을 데리고 따로 높은 산에 올라가셨다.
19 그들 앞에서 변화되셨다. 얼굴이 해처럼 빛났고 옷은 빛처럼 희어졌다. 세상의 어떤 빨래꾼도 그렇게 희게 할 수 없을 만큼 희었다.
20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 예수와 더불어 말하고 있었다. 예루살렘에서 별세하실 일을 두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21 베드로와 함께한 자들이 졸음을 견디다가 정신이 들어 예수의 영광과 그와 함께 선 두 사람을 보았다.
22 그들이 떠나려 할 때 베드로가 예수께 말했다.
“주여,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습니다. 원하시면 초막 셋을 짓되 하나는 주를 위하여, 하나는 모세를 위하여, 하나는 엘리야를 위하여 짓겠습니다.”
23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하고 한 말이었다. 그들이 두려워하고 있었다.
24 그가 말할 때에 빛난 구름이 그들을 덮었다. 구름 속에서 소리가 났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그의 말을 들으라.”
25 제자들이 듣고 얼굴을 땅에 대고 심히 두려워했다.
26 예수가 다가와 그들을 만지시며 말씀하셨다.
“일어나라. 두려워하지 마라.”
27 그들이 눈을 들어 보니 오직 예수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변화산 위치 — 4세기 제롬(히에로니무스) 이래 전통적으로 갈릴리 남부의 다볼산(Mount Tabor)이 후보였다. 그러나 다볼산은 갈릴리 호수에서 멀고, 가이사랴 빌립보에서 엿새 뒤라는 시간 표시와 잘 맞지 않는다. 19세기 이래 학자 다수(헨리 알포드, 윌리엄 핸드릭센, R.T. 프랜스)가 헤르몬산(2,814m)을 지지한다 — 가이사랴 빌립보 직후 위치, “높은 산”이라는 표현, 그리고 헤르몬산이 시야 안에 들어오는 지리적 정황이 근거다.
모세와 엘리야 — 율법과 선지자다. 모세는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았고(출애굽 19–24장) 엘리야는 호렙산에서 야훼의 작은 음성을 들었다(열왕기상 19장). 두 사람 모두 산 위 하나님 만남의 전형이다. 누가만 그들이 예루살렘에서의 “별세”(엑소도스 — ἔξοδος)를 두고 이야기했다고 적는다(누가 9:31). 출애굽이라는 단어로 예수의 죽음을 가리킨 것이다.
산에서 내려와
28 그들이 산에서 내려올 때 예수가 명하셨다.
“인자가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기까지는 본 것을 아무에게도 이르지 마라.”
29 제자들이 그 말씀을 마음에 두고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난다는 것이 무엇인지 서로 물었다.
30 그들이 물었다.
“어찌하여 서기관들은 엘리야가 먼저 와야 한다고 합니까?”
31 예수가 대답하셨다.
“엘리야가 와서 모든 것을 회복하리라는 것은 옳다. 그런데 인자에 대해서도 기록되기를 그가 많은 고난을 받고 멸시를 당한다 했으니 어찌 됨이냐.
32 내가 너희에게 이른다. 엘리야가 이미 왔다. 사람들이 그를 알지 못하고 자기 마음대로 행했다. 인자도 그들에게 그렇게 고난을 받을 것이다.”
33 그제야 제자들이 예수가 세례 요한을 두고 하신 말씀임을 깨달았다.
산 아래의 아이
34 그들이 무리에게 가까이 이르렀을 때, 큰 무리가 제자들을 둘러싸고 서기관들이 그들과 변론하고 있었다.
35 무리가 예수를 보고 곧 놀라 달려와 인사했다.
36 예수가 물으셨다.
“무엇을 그들과 변론하느냐?”
37 무리 가운데 한 사람이 대답했다.
“선생이여, 내 아들을 데려왔습니다. 말 못하게 하는 영이 있습니다.
38 어디서든 영이 그를 잡으면 거꾸러지고 거품을 흘리며 이를 갈고 점점 마릅니다. 자주 불에도 떨어지고 물에도 떨어집니다.
39 당신의 제자들에게 데려와 쫓아내 달라 했으나 그들이 능히 하지 못했습니다.”
40 예수가 대답하셨다.
“믿음이 없는 세대여, 내가 얼마나 너희와 함께 있어야 하느냐. 얼마나 너희를 참아야 하느냐. 그를 내게로 데려오라.”
41 그들이 데려왔다. 영이 예수를 보자마자 곧 그 아이를 심하게 경련시켰다. 아이가 땅에 엎드러져 굴며 거품을 흘렸다.
42 예수가 그 아버지에게 물으셨다.
“이렇게 된 지 얼마나 되었느냐?”
“어릴 때부터입니다. 영이 그를 죽이려고 자주 불과 물에 던져 넣었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하실 수 있다면,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고 도우소서.”
43 예수가 말씀하셨다.
“‘할 수 있다면’이 무엇이냐. 믿는 자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44 그 아이의 아버지가 곧 외쳐 말했다.
“내가 믿습니다. 나의 믿음 없는 것을 도와주소서.”
45 예수가 무리가 달려 모이는 것을 보시고 더러운 영을 꾸짖으셨다.
“말 못 하게 하고 못 듣게 하는 영아, 내가 네게 명한다. 그에게서 나오라. 다시는 그에게 들어가지 마라.”
46 영이 외치며 그를 심하게 경련시키고 나갔다. 아이가 죽은 것 같이 되어 많은 자가 “죽었다” 했다.
47 예수가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아이가 일어났다.
48 예수가 집에 들어가셨을 때 제자들이 따로 물었다.
“우리가 어찌하여 능히 쫓아내지 못했습니까?”
49 “이런 종류는 기도 외에는 무엇으로도 나갈 수 없다.”
둘째 수난 예고
50 그들이 그곳을 떠나 갈릴리를 지나갔다. 예수가 아무에게도 알게 하려 하지 않으셨다. 제자들을 가르치고 계셨다.
51 “인자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 그들이 그를 죽일 것이고, 죽은 지 사흘 만에 그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52 그들이 그 말씀을 깨닫지 못했다. 묻기도 두려워했다.
마가는 제자들이 묻기를 두려워했다고만 적는다(9:32). 누가는 “그 말씀이 그들에게 감추어졌다”고 적는다(9:45). 첫 수난 예고에서 베드로가 격렬히 반발한 직후라 다시 부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받아들이지도 못했다. 침묵으로 길이 이어진다.
성전세
53 그들이 가버나움에 이르렀다. 반 세겔(성전세)을 받는 자들이 베드로에게 와서 물었다.
“너희 선생은 반 세겔을 내지 않느냐?”
54 베드로가 대답했다. “내신다.”
55 베드로가 집에 들어갔을 때, 예수가 먼저 말씀하셨다.
“시몬아, 네 생각은 어떠하냐. 세상 임금들이 누구에게서 관세나 세금을 받느냐. 그 아들들에게서냐, 타인에게서냐?”
56 “타인에게서입니다.”
“그렇다면 아들들은 면제된다.
57 그러나 우리가 그들을 걸려 넘어지게 하지 않기 위해, 너는 호수에 가서 낚시를 던져 처음 올라오는 물고기를 잡아라. 그 입을 열면 한 세겔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가져다 나와 너를 위해 그들에게 주어라.”
반 세겔(드라크마 — δίδραχμον) — 출애굽 30:13의 명령에 근거한 성전세다. 매년 20세 이상 모든 유대 남자가 내야 했다. 1세기에는 두로 셰켈(Tyrian shekel)로만 받았다 — 두로 셰켈의 은 함량이 가장 정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전 뜰에 환전상이 필요했다. 1986년 이스라엘 박물관이 갈릴리 마그달라(Magdala) 근처에서 1세기 두로 셰켈 동전 다수를 출토했다. 이 성전세 일화는 마태에만 있다. AD 70년 성전 파괴 후 로마 황제 베스파시아누스가 같은 세금을 자신의 유피테르 신전을 위해 거두는 피스쿠스 유다이쿠스(Fiscus Judaicus) 로 바꾼다. 마태가 이 일화를 보존한 의도에 대해 학자들의 논의가 있다 — R.T. 프랜스(『매튜 NICNT』 2007)는 마태 공동체가 성전 파괴 후 새 세금 압박 아래 있었기에 예수의 응답이 모범으로 기억되었다고 본다.
이 장은 마태 16:13-17:27 / 마가 8:27-9:32 / 누가 9:18-45를 통합했다. 베드로의 고백에서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두 번째 부분(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은 마태에만 있다. “너는 베드로다”의 반석 본문 역시 마태 고유. 변화산은 셋 모두에 있고, 누가가 “별세(엑소도스)“라는 단어와 모세·엘리야와 나눈 대화 내용을 추가한다. 성전세는 마태 고유 자료(M자료).
다음 장 — 갈릴리 호숫가에서 예수가 배에 오르신다. “씨 뿌리는 자가 씨를 뿌리러 나갔다.” 일곱 비유가 한 자리에서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