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복음서 13장 백부장, 풍랑, 거라사

가버나움 백부장의 종

1 예수가 모든 말씀을 백성들에게 다 마치신 후 가버나움으로 들어가셨다.

2 거기 한 백부장이 있었다. 그가 사랑하는 종 하나가 병들어 죽게 되었다.

3 백부장이 예수의 소문을 듣고, 유대인의 장로들을 보내어 예수께 청했다. 와서 자기 종을 살려 달라는 청이었다.

4 장로들이 예수께 이르러 간절히 구하며 말했다.

“이 일을 하시는 것이 이 사람에게는 합당합니다. 그는 우리 민족을 사랑하고 또한 우리를 위하여 회당을 지어 주었습니다.”

5 예수가 그들과 함께 가셨다. 이미 집에서 멀지 않았을 때, 백부장이 친구들을 통해 다시 말을 전해 왔다.

“주여, 수고하시지 마십시오. 내 집에 들어오심을 나는 감당하지 못합니다.

6 그러므로 나도 감히 주께 나아가지 못하였습니다. 다만 말씀만 하소서. 그러면 내 종이 낫겠습니다.

7 나도 남의 수하에 있는 자요, 내 아래에도 군사가 있습니다. 이 사람더러 ‘가라’ 하면 가고, 저 사람더러 ‘오라’ 하면 옵니다. 내 종더러 ‘이것을 하라’ 하면 합니다.”

8 예수가 이것을 들으시고 놀라셨다. 따르는 무리에게 돌아서서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스라엘 가운데서도 이만한 믿음을 보지 못하였다.

9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동쪽과 서쪽에서 많은 사람이 와서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 함께 하늘 나라에 앉을 것이다.

10 그러나 이 나라의 자손들은 바깥 어두운 곳으로 쫓겨날 것이다. 거기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11 보낸 자들이 집에 돌아가 보니 그 종이 이미 나아 있었다.

백부장은 로마군 1개 백인대(centuria, 약 80명)를 지휘하는 직급이다. 가버나움에 주둔한 부대는 헤롯 안티파스의 갈릴리 분봉령에 속한 보조부대(auxilia)였을 가능성이 높다. 마태(8:5-13)는 백부장이 직접 와서 예수와 대화한 것으로 적는다. 누가(7:1-10)는 그 사이에 두 단계의 중재 — 유대 장로들과 친구들 — 가 들어 있다. 학자 D.A. 카슨은 두 보고가 모순이 아니라 같은 사건의 다른 측면을 강조한다고 본다. 마태는 메시지의 근원지인 백부장에게 초점을, 누가는 중재 구조를 통해 백부장의 겸손을 강조했다. 이 통합본은 누가의 더 자세한 보고를 뼈대로 삼았다.


나인성 과부의 아들

12 그 다음, 예수가 나인(Nain)이라 하는 성으로 가셨다. 제자들과 많은 무리가 함께 갔다.

13 성문에 가까이 이르셨을 때, 사람들이 한 죽은 자를 메고 나오는 중이었다. 그는 한 어머니의 외아들이었고, 그 어머니는 과부였다. 그 성의 많은 무리가 그녀와 함께 나오고 있었다.

14 예수가 그 과부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시며 말씀하셨다.

“울지 말아라.”

15 가까이 가서 관에 손을 대시니 멘 자들이 멈춰 섰다. 예수가 말씀하셨다.

“청년아, 내가 네게 이르노니 일어나라.”

16 죽었던 자가 일어나 앉고 말하기 시작했다. 예수가 그를 어머니에게 돌려 드렸다.

17 모든 사람이 두려워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큰 선지자가 우리 가운데 일어나셨다.”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돌아보셨다.”

18 예수에 대한 이 소문이 온 유대와 사방에 두루 퍼졌다.

나인성 사건은 누가복음 고유의 자료다. 마태에도 마가에도 요한에도 없다. 학자들이 L자료(Lukan source)라 부르는 누가 단독 자료에 속한다. 본문의 표현은 열왕기상 17:23의 메아리다. 사르밧(시돈 땅)의 과부의 아들을 살린 엘리야가 “그를 그 어머니에게 돌려주었다”고 적은 그 표현이다. 누가는 11장에서 예수가 나사렛 회당에서 엘리야와 사르밧 과부를 언급했던 그 메아리를 자기 본문에서 실현시킨다.


풍랑

19 그날 저녁이 되었을 때 예수가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건너편으로 가자.”

20 제자들이 무리를 떠나 보내고 예수를 배에 모시고 갔다. 다른 배들도 함께 있었다.

21 큰 바람이 일어나 물결이 배에 부딪쳐 들어와 배에 가득하게 되었다. 예수는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시고 계셨다.

22 제자들이 깨우며 말했다.

“선생님, 우리가 죽게 된 것을 돌보지 않으십니까?”

23 예수가 일어나서 바람을 꾸짖으시며 바다에게 말씀하셨다.

“잠잠하라. 고요하라.”

바람이 그치고 아주 잔잔하게 되었다.

24 예수가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두려워하느냐? 너희에게 어찌 믿음이 없느냐?”

25 그들이 심히 두려워하며 서로 말했다.

“이 분이 누구이기에 바람과 바다도 그에게 순종하는가?”

갈릴리 호수는 해수면보다 약 200미터 낮은 분지에 있다. 서쪽 골란 고원에서 차가운 공기가 따뜻한 호면 위로 갑자기 내려오면 짧은 시간에 거센 풍랑이 일어난다. 1986년 호숫가에서 발견된 1세기 어선 — 길이 약 8미터, 너비 약 2.3미터 — 은 이 사건의 무대를 짐작하게 한다. 본문의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는 마가만 보존한 디테일이다. 베드로의 회상록으로 알려진 마가복음의 기억의 결이다.


거라사 군대 귀신

26 그들이 바다 건너편 거라사(Gerasa · ㉸ 게라사 — 데가폴리스 지역) 지방에 이르렀다.

27 예수가 배에서 나오시자마자 더러운 귀신 들린 사람이 무덤 사이에서 나와 그를 만났다.

28 그 사람은 무덤 사이에 거처했다. 아무도 쇠사슬로도 그를 묶을 수 없었다.

29 여러 번 쇠고랑과 쇠사슬로 묶었으나 쇠사슬을 끊고 쇠고랑을 부러뜨렸다. 아무도 그를 제어할 힘이 없었다.

30 그는 밤낮으로 무덤 사이와 산에서 소리를 지르며 돌로 자기 몸을 상하게 했다.

31 그가 멀리서 예수를 보고 달려와 절했다.

32 큰 소리로 외쳤다.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여, 나와 당신이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하나님께 맹세코 나를 괴롭히지 마십시오.”

33 이는 예수가 이미 “더러운 귀신아, 그 사람에게서 나오라” 하고 명령하셨기 때문이었다.

34 예수가 그에게 물으셨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35 “내 이름은 군대(Legion · ㉸ 레지온)입니다. 우리가 많기 때문입니다.”

36 자기들을 그 지방에서 내보내지 말아 달라고 간청했다.

37 거기 산기슭에 큰 돼지 떼가 먹고 있었다. 약 이천 마리였다.

38 귀신들이 간청했다.

“우리를 돼지들에게 보내어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

39 예수가 허락하셨다. 더러운 귀신들이 나와 돼지들에게 들어갔다. 돼지 떼 전체가 비탈을 내려 바다에 뛰어들어 물속에서 죽었다.

40 돼지를 치던 자들이 달아나 시내와 마을에 알렸다. 사람들이 그 일어난 일을 보러 나왔다.

41 예수께 이르러, 군대 귀신 들렸던 자가 옷을 입고 제정신으로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두려워했다.

42 본 사람들이 그 일을 그들에게 알렸다.

43 사람들이 예수께 그 지방에서 떠나 달라고 간청했다.

44 예수가 배에 오르실 때, 귀신 들렸던 자가 함께 있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45 예수는 허락하지 않으셨다. 다만 말씀하셨다.

“집으로, 네 가족에게 돌아가거라. 주께서 네게 얼마나 큰 일을 하셨는지, 어떻게 너를 불쌍히 여기셨는지 전하라.”

46 그가 가서 예수께서 자기에게 행하신 것을 데가볼리(Decapolis · ㉸ 데카폴리스) 지방에 전했다. 사람들이 다 놀랐다.

‘레기온(Legion)’ — 로마 군단의 기본 단위다. 한 군단은 보병 약 5,000명에 보조 병력을 더해 6,000명 규모였다. 팔레스타인을 점령한 로마 군대의 이름이 귀신의 이름이 된다. 1990년대 체드 마이어스(『강한 자를 묶다 — 마가복음의 정치적 독해』 1988)와 리처드 호슬리(『예수와 제국』 2003)는 이 이름이 의도된 정치적 풍자라고 본다. 거라사 인근에 주둔한 로마 제10군단 프레텐시스(Legio X Fretensis)의 군기에 멧돼지가 새겨져 있었다는 점, 돼지 떼가 ‘바다로 돌격해 익사하는’ 장면이 군사 작전의 패러디라는 점을 지적한다.

지명의 사본 차이 — 마태(8:28)는 ‘가다라(Gadara)’ 사람의 땅, 마가(5:1)와 누가(8:26)는 ‘거라사(Gerasa)’ 사람의 땅으로 적는다. 가다라는 호숫가에서 약 10킬로미터, 거라사는 약 50킬로미터 떨어져 있어 둘 다 정확한 지리는 아니다. 4세기에 오리겐(Origen)이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게르게사(Gergesa)를 제안했고, 이후 일부 사본들이 이 이름으로 수정되었다. 게르게사는 호숫가의 현대 쿠르시(Kursi)에 해당하며, 비잔틴 시대 교회 유적과 가파른 비탈이 본문의 묘사와 잘 맞는다. 학자 다수가 게르게사를 실제 무대로 본다.

마태와 마가·누가의 사람 수 차이 — 마태(8:28)는 두 사람, 마가(5:2)와 누가(8:27)는 한 사람이라고 적는다. 마태가 두 사람을 적는 패턴(마태 9:27의 두 시각장애인, 20:30의 두 시각장애인)이 마가의 한 사람 보고를 보충하는 형태다. 학자 R.T. 프랜스(NICNT 마태복음 2007)는 마태가 마가의 한 사람을 둘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마가가 더 두드러진 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 것이고 실제 두 사람이 있었다는 마태의 보고가 더 완전할 수 있다고 본다. 다른 입장 — W.D. 데이비스데일 앨리슨(『마태복음 주석』 1988-97)은 마태의 편집적 첨가로 본다. 이 통합본은 마가·누가의 한 사람 보고를 따랐다. 마가는 그 사람의 행동을 가장 자세히 묘사하고, 그가 옷을 입고 제정신으로 돌아온 모습을 마가가 가장 인상적으로 보존한다.

데가폴리스(Decapolis) — 그리스어로 ‘열 도시’다. 갈릴리 호수 동쪽과 남쪽의 헬레니즘 도시 연합이었다. 1세기 로마의 시리아 속주에 속했고, 이방인 인구가 다수였다. 돼지 떼가 있었다는 것은 이곳이 유대인의 영토 밖이라는 명확한 표지다. 예수가 이방 땅에서 자기 신원을 숨기지 않은 드문 경우다. 제자들에게는 함구하라고 한 일을 거라사 사람에게는 “가서 전하라”고 했다.

이 장은 마태 8:5-13(백부장), 누가 7:1-10(백부장 — 더 자세), 누가 7:11-17(나인성 과부의 아들 — L자료), 마태 8:23-27, 마가 4:35-41, 누가 8:22-25(풍랑), 마태 8:28-34, 마가 5:1-20, 누가 8:26-39(거라사 귀신 들림)을 통합했다. 사건 순서는 마가의 시간표를 우선했다.

다음 장 — 한 사람의 머리가 쟁반에 담겨 나오고, 광야에서 다섯 개의 빵이 한없이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