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4장 지팡이와 뱀, 그리고 형
세 가지 표적
1 모세가 대답했다.
“그들이 나를 믿지 않을 겁니다. 내 말을 듣지 않을 거예요. ‘주님이 네게 나타나셨다고? 말이 되냐’고 할 겁니다.”
2 주님이 물으셨다.
“네 손에 있는 게 뭐냐?”
“지팡이입니다.”
3 “땅에 던져라.”
던졌다. 지팡이가 뱀이 됐다.
모세가 피했다.
4 “손을 뻗어서 꼬리를 잡아라.”
잡았다. 뱀이 다시 지팡이가 됐다.
5 “이것은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 주님이 네게 나타났다는 걸 그들이 믿게 하려는 것이다.”
지팡이(히브리어 맛테, מַטֶּה) — 목동의 일상적인 도구다. 그러나 출애굽기 전체에서 이 지팡이는 재앙을 일으키는 도구로 반복 등장한다. 이집트 왕실의 의례에서도 지팡이(헤카 홀)는 파라오의 권력 상징이었다 — 왕의 지팡이 맞은편에 모세의 지팡이가 서는 구도가 이 이야기의 저변에 깔려 있다.
6 주님이 다시 말씀하셨다.
“이제 네 손을 품에 넣어라.”
넣었다가 꺼내니 — 손이 나병에 걸린 것처럼 눈처럼 희었다.
7 “다시 품에 넣어라.”
넣었다가 꺼냈다. 본래 살과 같이 됐다.
8 “그들이 첫 번째 표적을 믿지 않으면 두 번째 표적을 보여라.”
9 “그래도 믿지 않으면 나일강 물을 떠다 땅에 부어라. 강에서 뜬 물이 땅에서 피가 될 것이다.”
네 번째 거절
10 모세가 주님께 말했다.
“주님, 저는 말을 잘 못합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주님이 말씀하시는 지금 이 순간에도 — 저는 입이 둔하고 혀도 무겁습니다.”
모세의 거절은 이 장에서만 네 번 나온다. 겸손이 아니라 진짜 두려움이었다. 40년 전 실패한 사람이 다시 나서야 하는 것의 무게 — 본문은 그것을 숨기지 않는다.
11 주님이 말씀하셨다.
“사람의 입을 만든 게 누구냐? 말 못하게 하고, 못 듣게 하고, 눈 뜨게 하고, 눈 멀게 하는 게 누구냐? 나, 주님이 아니냐?”
12 “이제 가라. 내가 네 입과 함께하겠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내가 가르쳐주겠다.”
13 그런데도 모세가 말했다.
“주님, 제발 — 다른 사람을 보내주십시오.”
14 주님이 화를 내셨다.
“레위 사람 아론이 네 형 아니냐? 그가 말을 잘한다는 걸 내가 안다. 그가 이미 너를 만나러 오는 길이다. 그를 보면 네 마음이 기쁠 것이다.”
15 “너는 그에게 말하고, 그 말을 그의 입에 담아라. 내가 너희 둘의 입과 함께하며 너희가 할 일을 가르쳐주겠다.”
16 “그가 너 대신 백성에게 말할 것이다. 그는 네 입이 될 것이고, 너는 그에게 하나님 같은 사람이 될 것이다.”
17 “이 지팡이를 손에 잡아라. 이것으로 표적들을 보여라.”
이드로와의 작별
18 모세가 장인 이드로에게 돌아가서 말했다.
“이집트에 있는 내 동족에게 돌아가겠습니다. 그들이 아직 살아 있는지 봐야겠습니다.”
이드로가 말했다. “평안히 가거라.”
19 미디안에서 주님이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돌아가라. 이집트로. 네 목숨을 노리던 자들이 다 죽었다.”
20 모세가 아내와 아들들을 나귀에 태우고 이집트 땅으로 돌아갔다. 하나님의 지팡이를 손에 들고.
강경한 경고
21 주님이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집트로 돌아갈 때, 내가 네 손에 준 모든 이적을 파라오 앞에서 다 행하라. 그러나 내가 그의 마음을 강하게 할 것이다. 그는 백성을 보내지 않을 것이다.”
‘파라오의 마음을 강하게 하셨다’ — 출애굽기에서 가장 많이 논의된 신학적 문제 중 하나다. 히브리어로는 세 가지 다른 동사가 쓰인다. 하자크(chazaq, 강하게 하다), 카베드(kaved, 무겁게 하다), 카샤(qasha, 굳히다). 초반에는 파라오 스스로 마음을 굳혔다고 나오고, 후반에는 하나님이 그 마음을 굳히셨다고 나온다. 자유의지와 하나님의 주권이 어떻게 교차하는지 — 본문은 대답보다 질문을 더 많이 남긴다.
22 “그러면 파라오에게 말하라 — ‘이스라엘은 내 아들, 내 맏아들이다.’”
23 “‘내 아들을 보내라. 그가 나를 섬기게 하라. 그런데 네가 보내기를 거절하면 — 내가 너의 맏아들을 죽이겠다.’”
할례 사건
24 이집트로 가는 길, 어느 숙박지에서 주님이 모세를 만나셨다. 죽이려 하셨다.
25 시브라(Zipporah · ㉸ 치포라)가 부싯돌을 집었다. 아들의 포피를 끊었다. 모세의 발에 갖다 댔다.
“당신은 나에게 피로 얻은 신랑입니다.”
26 주님이 그를 놓아주셨다. 시브라가 ‘피로 얻은 신랑’이라 말한 것은 그 할례 때문이었다.
이 구절은 성경 전체에서 가장 불투명한 단락 중 하나다. ‘죽이려 하셨다’의 주어가 하나님인지, 누구를 죽이려 하셨는지(모세인지 아들인지), 시브라의 행동이 왜 위기를 해소했는지 — 본문은 설명하지 않는다. 이집트로 가는 이스라엘 해방자가 정작 자기 아들에게 할례를 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위기의 핵심으로 보이지만, 본문은 침묵한다. 시브라 — 이방 여인이 위기의 순간에 행동으로 나선다.
형의 만남
27 주님이 아론(Aaron)에게 말씀하셨다.
“광야로 나가서 모세를 만나라.”
아론이 나갔다. 하나님의 산에서 모세를 만났다.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28 모세가 아론에게 다 말했다 — 주님이 자기를 보내신 일, 명하신 모든 표적들.
29 모세와 아론이 함께 이집트로 갔다. 이스라엘 자손의 장로들을 모두 모았다.
30 아론이 주님이 모세에게 말씀하신 모든 것을 전했다. 백성 앞에서 표적들을 보여주었다.
31 백성이 믿었다.
주님이 이스라엘 자손을 찾아오셨다는 것, 그들의 고통을 보셨다는 것을 듣고 — 그들이 엎드려 절했다.
다음 장 — 모세와 아론이 파라오 앞에 서서 처음으로 요청한다. “우리 하나님이 광야에서 제사를 드리자고 하십니다.” 파라오의 대답은 거절이었고, 이스라엘의 노역은 오히려 더 가혹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