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14장 홍해가 갈라진 밤

돌아라, 바다를 향해

1 여호와가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2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해라. 돌이켜 바다 앞 믹돌(Migdol)바알스본(Baal-zephon) 사이 비하히롯(Pi-hahiroth) 앞에 진을 쳐라. 바다 앞에 진을 쳐라.”

3 “파라오가 말할 것이다. ‘이스라엘 자손이 광야에 갇혀 헤매고 있다.’ 내가 파라오의 마음을 완고하게 할 것이다. 그가 너희를 쫓아올 것이다. 내가 파라오와 그의 온 군대를 통해 영광을 받을 것이다. 이집트인들이 내가 여호와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 자손은 그대로 했다.


파라오가 돌아섰다

5 이스라엘 자손이 떠났다는 소식이 이집트 왕에게 전해졌다.

파라오와 그 신하들의 마음이 돌아섰다.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건가. 이스라엘을 내보내서 우리 부릴 자들을 잃었구나.”

파라오는 장자를 잃었고, 하룻밤 새 백성들의 곡소리를 들었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쫓아가기로 한다. 슬픔이 분노로, 충격이 회복 의지로 바뀌는 순간 — 그것이 가장 위험한 때다.

6 파라오가 전차를 준비했다. 자기 군대를 이끌고 나섰다.

7 600대의 정예 전차를 이끌었다. 이집트의 모든 전차와, 각 전차에 장교들을 태워 나섰다.

8 여호와가 이집트 왕 파라오의 마음을 완고하게 하셨다. 파라오가 이스라엘 자손을 쫓아갔다.

이스라엘 자손은 당당하게 나가고 있었다.

9 이집트 사람들이 쫓아왔다. 파라오의 말들과 전차들과 기병들과 군대가 바다 가에, 비하히롯 앞 바알스본 곁에 진 친 이스라엘을 따라잡았다.

전차 600대 — 이집트 신왕국 시대 군대의 핵심은 전차 부대였다. 전차 한 대에 보통 두 명 — 운전자와 궁수. 람세스 2세의 카데시 전투(BC 1274) 기록에 따르면 이집트는 수천 대의 전차를 보유했다. 600대는 정예 부대만 추린 숫자일 것이다. 보행 이스라엘 난민들과 이집트 전차 부대의 대비는 처음부터 싸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두려움

10 파라오가 다가왔다.

이스라엘 자손이 눈을 들었다.

이집트인들이 뒤에서 쏟아져 오고 있었다.

이스라엘은 몹시 두려워했다.

여호와를 향해 울부짖었다.

11 그들이 모세에게 소리쳤다.

“이집트에 무덤이 없어서 우리를 광야에서 죽으라고 끌고 나온 거냐? 이집트에서 그냥 죽게 내버려 두지 — 왜 우리를 데리고 나왔냐?”

12 “이집트에 있을 때 우리가 뭐라고 했냐? ‘우리를 내버려 두라, 이집트를 섬기겠다’고 했잖아. 광야에서 죽는 것보다 이집트를 섬기는 게 낫다!”

이 불평은 출애굽기 전체에서 반복될 패턴의 첫 번째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백성은 “이집트가 더 나았다”고 외친다. 노예살이의 고통은 빠르게 잊혀진다. 눈앞의 위험이 과거의 고통보다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 인간의 본성이다.


두려워하지 마

13 모세가 백성에게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라. 서서 보아라. 여호와가 오늘 너희를 위해 행하실 구원을.”

“오늘 보이는 저 이집트인들 —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다. 영원히.”

14 “여호와가 너희를 위해 싸우실 것이다. 너희는 조용히 있어라.”

“조용히 있어라” — 히브리어 원문은 “잠잠하라(하라쉬, חָרַשׁ)“다. 싸우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떠들며 공황에 빠지지 말라는 뜻에 가깝다. 이 상황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 무력함 안에서 신뢰하는 것 — 그것이 모세의 요청이었다.


움직여라

15 여호와가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왜 내게 울부짖느냐?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해서 앞으로 나아가게 해라.”

16 “지팡이를 들고 바다 위로 손을 뻗어라. 바다를 갈라라. 이스라엘 자손이 바다 한가운데 마른 땅을 걸어서 건너갈 것이다.”

17 “내가 이집트인들의 마음을 완고하게 하겠다. 그들이 뒤따라 들어올 것이다. 내가 파라오와 그의 모든 군대, 전차들과 기병들을 통해 영광을 받겠다.”

18 “이집트인들이 알게 될 것이다. 내가 파라오와 그의 전차들과 기병들을 통해 영광을 받을 때 — 내가 여호와임을.”


구름 기둥이 뒤로 옮겨갔다

19 이스라엘 군대 앞에서 가던 하나님의 천사가 뒤로 옮겨 갔다.

구름 기둥도 앞에서 뒤로 옮겨 갔다.

20 구름 기둥이 이집트 진영과 이스라엘 진영 사이에 섰다.

이집트 쪽에는 어두움이었다.

이스라엘 쪽에는 밤이 환하게 밝았다.

밤새도록 한 쪽은 다른 쪽에 가까이 가지 못했다.

구름이 방패가 되었다. 이스라엘을 추격하던 군대는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같은 밤, 한쪽에는 빛이 — 다른 쪽에는 어둠이. 이 대비는 출애굽 이야기 전체의 구조를 압축한다.


바다가 갈라졌다

21 모세가 바다 위로 손을 뻗었다.

여호와가 밤새도록 강한 동풍을 불게 하셔서 바다를 물러가게 하셨다.

바다가 마른 땅이 되었다.

물이 갈라졌다.

22 이스라엘 자손이 바다 한가운데 마른 땅을 걸어 건넜다.

물이 그들의 오른쪽과 왼쪽에서 벽이 되었다.

“강한 동풍” — 본문은 초자연적 사건을 자연 현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풍을 도구로 쓰셨다고 기록한다. 이 구절을 근거로 일부 학자들은 수에즈 만 북쪽 갈대 호수 지대에서 강풍이 수위를 낮추는 현상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1992년 수치 모델 연구). 기적의 여부와 자연 현상 여부는 별개의 질문이다. 본문이 강조하는 것은 ‘언제(이스라엘이 위기에 처했을 때)‘와 ‘누가(여호와)‘다.

23 이집트인들이 쫓아왔다.

파라오의 모든 말들과 전차들과 기병들이 바다 한가운데로 뒤따라 들어왔다.

24 새벽 파수 때, 여호와가 불기둥과 구름 기둥으로 이집트 군대를 내려다보시며 이집트 군대를 혼란에 빠뜨리셨다.

25 전차 바퀴를 빠지게 하셔서 몰기가 힘들게 하셨다.

이집트인들이 소리쳤다.

“이스라엘 앞에서 도망가자. 여호와가 이집트를 치려고 저들을 위해 싸우고 계신다!”


바다가 돌아왔다

26 여호와가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바다 위로 손을 뻗어라. 물이 이집트인들과 전차들과 기병들 위로 돌아오게 해라.”

27 모세가 바다 위로 손을 뻗었다.

새벽이 밝아올 때, 바다가 본래대로 돌아왔다.

이집트인들이 도망가다가 물과 맞닥뜨렸다.

여호와가 이집트인들을 바다 한가운데로 뒤엎으셨다.

28 물이 돌아와 전차들과 기병들을 덮었다. 이스라엘을 쫓아 바다에 들어온 파라오 군대 전체가 잠겼다.

하나도 남지 않았다.

29 그러나 이스라엘 자손은 바다 한가운데 마른 땅을 걸었다.

물이 오른쪽과 왼쪽에서 그들의 벽이 되었다.


여호와를 믿었다

30 그날 여호와가 이스라엘을 이집트인들의 손에서 구하셨다.

이스라엘이 바다 가에서 이집트인들의 시신을 보았다.

31 이스라엘이 여호와가 이집트에 행하신 큰 일을 보았다.

백성이 여호와를 두려워했다.

여호와와 그의 종 모세를 믿었다.

믿음(faith) — 히브리어 “아만(אָמַן)”. 이 동사에서 “아멘(Amen)“이 나왔다. ‘확고하다, 신뢰할 만하다’는 뜻이다. 위기 속에서 두려움에 빠졌던 백성이 — 사건이 끝난 뒤 믿음에 도달한다. 믿음은 때로 결과를 본 후에야 뒤늦게 오는 것이기도 하다.

홍해 도하의 역사성 — 이 사건에 대한 고고학적 직접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이집트 기록에서 대규모 노예 이탈이나 군대 수몰의 기록도 확인되지 않는다. 이집트는 패배한 사건을 기록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학자들은 이 사건의 핵심을 역사적 기억이 신학적으로 정형화된 것으로 보기도 하고, 소규모 실제 사건이 과장되어 전승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본문 자체는 역사 보고서가 아니라 고백의 언어로 쓰여 있다.


다음 장 — 살아남은 자들이 노래한다. 모세의 노래, 미리암의 노래. 성경에서 가장 오래된 시 가운데 하나. 그리고 광야 길이 시작된다 — 쓴 물, 단 물, 첫 번째 불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