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2장 에덴이라는 첫 정원

일곱째 날

1 하늘과 땅, 그 안의 모든 것이 이렇게 다 만들어졌다.

2 하나님은 일곱째 날에 자기 일을 다 마치셨다.

그리고 그 날에 쉬셨다.

3 하나님은 일곱째 날을 복되게 하시고, 거룩한 날로 정하셨다.

세상이 처음으로 숨을 돌린 날이었다.

인류가 수천 년 뒤 ‘주말’이라 부를 개념의 원본이, 이 날 등록되었다.


정원이 세워지기 전

4 하늘과 땅이 만들어진 이야기는 이렇다. 여호와 하나님이 땅과 하늘을 만드시던 그 날,

5 땅에는 아직 들풀 하나 자라지 않았고 채소 하나 돋아나지 않았다.

여호와 하나님이 땅에 아직 비를 내리지 않으셨고, 땅을 갈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6 대신 땅에서 안개가 피어올라 땅 전체를 적셨다.

7 그리고 여호와 하나님은 땅의 흙으로 사람을 빚으셨다.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자, 사람이 살아있는 존재가 되었다.

1장 27절이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다”라는 요약 카메라였다면, 이 2장 7절은 그 창조 장면의 슬로모션 리플레이다.


에덴 정원

8 여호와 하나님은 동쪽에덴(Eden) 이라는 땅에 정원 하나를 만드셨다.

그리고 방금 빚으신 사람을 그곳에 두셨다.

에덴의 좌표는 본문에 없다. 다만 이어지는 네 강 이름이 힌트다 — 학자들 대부분은 현대 이라크 남부, 페르시아만에 가까운 메소포타미아 일대로 추정한다.

9 여호와 하나님은 보기에 아름답고 먹기에 좋은 온갖 나무를 땅에서 자라게 하셨다.

그리고 정원 한가운데 두 그루의 특별한 나무를 심으셨다.

  1. 생명 나무 — 먹으면 죽지 않는다.
  2.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 이름 그대로다.

네 개의 강

10 에덴에서 강 하나가 흘러나와 정원을 적셨다. 정원을 지나며 네 갈래로 갈라졌다.

11 첫째 강은 비손(Pishon · ㉸ 피손) 이다. 하윌라(Havilah) 온 땅을 감싸고 흐른다.

하윌라는 현대 아라비아 반도 어딘가로 추정된다. 비손강은 지금의 지도에 남아있지 않다.

12 그 땅에서는 순금이 난다. 향료로 쓰는 베델리엄과 호마노 보석도 난다.

13 둘째 강은 기혼(Gihon) 이다. 구스(Cush · ㉸ 쿠시) 온 땅을 감싸고 흐른다.

구스는 일반적으로 현재 수단·에티오피아 일대를 가리킨다. 일설로는 기혼이 나일강의 옛 이름이다.

14 셋째 강은 힛데겔(Hiddekel), 오늘날의 티그리스강이다. 앗수르(Asshur) 앞으로 흐른다 — 훗날 아시리아 제국이 일어날 현대 이라크 북부다.

넷째 강은 유브라데(Euphrates), 오늘날의 유프라테스강이다.

두 강은 여전히 현대 이라크를 가로지르며 흐르고 있다. 에덴의 좌표가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은 셈이다.


정원 관리자

15 여호와 하나님은 사람을 에덴 정원으로 데려가, 그곳을 경작하고 지키게 하셨다.

‘관리’가 아니라 ‘경작하고 지키는’ 일이었다. 놀고먹는 게 아니다. 인간에게는 처음부터 ‘일’이 주어졌다. 다만 아직 ‘노동의 고통’은 없었다.

16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정원에 있는 모든 나무의 열매는 마음대로 먹어도 된다.”

17 “단,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만은 먹지 마라.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는다.”

에덴 캠퍼스의 단 하나의 규정이었다.


짝을 찾다

18 여호와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다. 그에게 어울리는 짝을 만들어주겠다.”

6일 내내 “좋다, 좋다”만 연발하시던 하나님이, 처음으로 입 밖에 내신 부정 평가였다.

19 여호와 하나님은 땅의 모든 들짐승과 공중의 모든 새를 사람 앞으로 데려오셨다.

사람이 각 생물을 뭐라고 부르는지 보시려는 것이었다.

사람이 부른 그 이름이, 그 생물의 이름이 되었다.

20 사람은 모든 가축, 공중의 새, 들짐승에게 이름을 붙였다.

인류 최초의 생물 분류학이었다.

그러나 — 그 어느 생물도 그의 짝은 되지 못했다.

사자는 멋졌지만 대화가 안 됐다. 독수리는 아름다웠지만 같은 자리에 서 있지 않았다. 양은 따뜻했지만 눈을 마주 바라보지 않았다.

사람은 마지막 동물에게 이름을 붙이고 나서, 처음으로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뭔지 짐작하기 시작했다.


여자의 창조

21 여호와 하나님이 사람에게 깊은 잠을 내리셨다.

사람이 잠든 사이, 하나님은 그의 갈비뼈 하나를 꺼내시고 살로 그 자리를 메우셨다.

전신 마취의 원형이다.

22 그 갈비뼈로 여호와 하나님은 여자를 만드셨다.

그리고 여자를 사람에게 데려오셨다.

23 사람이 깨어났다. 자기 앞에 서 있는 또 한 명의 사람을 보았다.

그리고 인류 최초의 시(詩)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것이야말로 내 뼈 중의 뼈, 내 살 중의 살이다. 남자에게서 나왔으니, ‘여자’라 부르리라.”

히브리어로 남자는 ‘이쉬(אִישׁ)’, 여자는 ‘이샤(אִשָּׁה)’. 발음부터 한 쌍이다.

24 그래서 남자는 부모를 떠나 아내와 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된다.

전 세계 모든 결혼 서약문의 뿌리가 되는 문장이 여기서 나왔다.

25 그때 남자와 여자는 둘 다 벌거벗은 채였지만,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이 아직 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 장 — 정원에 방문객이 나타난다. 모든 짐승 중 가장 영리한 자, 말을 걸 줄 아는 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