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상 21장 사탄이 충동하다
인구조사 명령
1 사탄(Satan)이 이스라엘을 치려고 일어나서 다윗을 충동하여 이스라엘의 수를 세게 했다.
역대상 21장 1절과 사무엘하 24장 1절은 같은 사건을 다르게 시작한다. 사무엘하 24장 1절: “여호와가 다시 이스라엘을 향해 진노하셨다. 그가 다윗을 충동하셨다.” 역대상 21장 1절: “사탄이 이스라엘을 치려고 일어나서 다윗을 충동하여.” 충동한 주체가 사무엘서에서는 여호와, 역대기에서는 사탄이다. 이것은 단순한 필사 오류가 아니다. 역대기가 기록된 시기(BC 4세기경 포로 귀환 이후)는 사무엘서(BC 10세기 전후)보다 수백 년 늦다. 그 사이 이스라엘 신학에서 ‘사탄’ 개념이 발전했다. 욥기 1-2장의 사탄은 하나님의 허락 아래 움직이는 고소자다. 스가랴 3장 1절에도 여호수아를 대적하는 사탄이 등장한다. 역대기 저자는 이 발전된 신학 언어를 사용해서 같은 사건을 재해석했다. ‘하나님이 다윗을 충동했다’는 표현의 신학적 어려움을 ‘사탄의 활동’으로 설명한 것이다. 두 본문이 서로 모순이라기보다, 한 사건의 두 신학적 언어다. 하나님이 허용하고, 사탄이 도구가 된다는 욥기의 틀이 여기에도 작동한다.
2 다윗이 요압과 백성의 지도자들에게 말했다. “가서 브엘세바에서 단까지 이스라엘의 수를 세어서 내게 알려 달라.”
3 요압이 말했다. “여호와께서 그 백성을 지금보다 백 배나 더 많게 하시기를 바랍니다. 내 주 왕이시여, 그들이 모두 왕의 신하들이 아닙니까? 어찌하여 왕이 이것을 요구하십니까? 이스라엘을 범죄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까?”
4 그러나 왕의 말이 요압을 눌렀다. 요압이 나가서 온 이스라엘을 두루 다니다가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
5 요압이 백성의 수를 왕에게 올렸다. 온 이스라엘은 칼을 빼는 자가 백십만이었고, 유다는 사십칠만이었다.
6 레위와 베냐민은 요압이 세지 않았다. 왕의 명령이 역겨웠기 때문이다.
다윗의 후회
7 이 일이 하나님 앞에 악하게 보이셨다. 그래서 이스라엘을 치셨다.
8 다윗이 하나님께 말했다. “내가 이 일을 행함으로 크게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 당신의 종의 죄악을 제거해 주십시오. 내가 심히 어리석게 행했습니다.”
9 여호와가 다윗의 선지자 갓(Gad)에게 말씀하셨다.
10 “가서 다윗에게 말하라. ‘여호와가 말씀하신다. 내가 네게 세 가지를 보여주겠다. 그 중 하나를 선택하면 내가 그것을 네게 행하겠다.’”
세 가지 벌
11 갓이 다윗에게 가서 말했다. “여호와가 이같이 말씀하셨다. ‘네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라.
12 삼 년 기근이냐, 아니면 원수들의 칼에 석 달 동안 쓸려 다니되 여호와의 칼, 곧 전염병이 이 땅에 사흘이냐. 이제 생각하여 내가 나를 보내신 분께 어떻게 대답할지 알려 달라.’”
13 다윗이 갓에게 말했다. “내가 큰 고통에 있습니다. 여호와의 손에 떨어지는 것이 낫습니다. 그의 긍휼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손에는 떨어지지 않겠습니다.”
다윗의 선택에 두 가지가 섞여 있다. 하나는 신학 — 인간의 손보다 하나님의 긍휼을 믿는다. 다른 하나는 계산 — 세 가지 중 가장 짧은 기간이다. 본문은 두 가지를 구별하지 않는다. 다윗의 믿음은 순수하지 않다. 인간의 선택이 대개 그렇듯.
전염병
14 여호와가 이스라엘에 전염병을 보내셨다. 이스라엘에서 일곱 만 명이 죽었다.
15 하나님이 예루살렘을 멸하러 천사를 보내셨다. 천사가 막 멸하려 할 때 여호와가 보시고 재앙을 뉘우치시며 멸하는 천사에게 말씀하셨다. “그만하여라. 이제 손을 거두어라.”
여호와의 천사가 여부스(Jebusite) 사람 오르난(Ornan · ㉸ 아라우나)의 타작마당 곁에 서 있었다.
16 다윗이 고개를 들었다. 여호와의 천사가 땅과 하늘 사이에 서서 예루살렘을 향하여 뽑은 칼을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다윗과 장로들이 굵은 베옷을 입고 엎드렸다.
17 다윗이 하나님께 말했다. “수를 세라고 명한 것이 바로 나입니다. 내가 죄를 지었습니다. 내가 악을 행했습니다. 그러나 이 양들은 무엇을 했습니까? 여호와 나의 하나님이여, 주의 손이 나와 내 아버지의 집을 치시고, 주의 백성에게는 재앙이 없게 하십시오.”
오르난의 타작마당
18 여호와의 천사가 갓에게 명하셨다. 다윗에게 말하여 오르난의 타작마당에 여호와를 위한 제단을 쌓으라 하라.
19 다윗이 갓이 여호와의 이름으로 한 말을 따라 올라갔다.
20 오르난이 돌아서서 천사를 보았다. 그의 네 아들과 함께 숨었다. 그때 오르난은 밀을 타작하고 있었다.
21 다윗이 오르난에게 나아갈 때 오르난이 내려다보았다. 다윗을 보자 타작마당에서 나와 다윗에게 얼굴을 땅에 대고 절했다.
22 다윗이 오르난에게 말했다. “이 타작마당 자리를 내게 팔라. 내가 제 값을 치르겠다. 내가 여호와께 제단을 쌓아 백성에게서 재앙이 그치게 하려 한다.”
23 오르난이 다윗에게 말했다. “그냥 가져가십시오. 내 주 왕이 좋으신 것을 하십시오. 번제에 쓸 소도 있고, 나무로 쓸 타작기도 있고, 밀 제물도 있습니다. 다 드리겠습니다.”
24 다윗 왕이 오르난에게 말했다. “아니다. 제 값을 주고 사겠다. 네 것을 여호와께 드리지 않겠다. 값 없이 드리는 번제는 드리지 않겠다.”
25 다윗이 그 자리의 값으로 금 육백 세겔을 오르난에게 주었다.
사무엘하 24장 24절은 타작마당 값을 “은 오십 세겔”로 기록한다. 역대상 21장 25절은 “금 육백 세겔”이다. 숫자와 재질이 다르다. 사무엘서는 타작마당의 값이고, 역대기는 그 주변 땅 전체의 값일 수 있다. 아니면 두 전승이 다른 숫자를 갖고 있는 것이다. 본문은 설명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두 본문 모두 다윗이 값을 치렀다는 데 동의한다. 거저 받지 않겠다는 다윗의 원칙이 중심이다.
제단과 성전 터
26 다윗이 거기서 여호와를 위해 제단을 쌓고 번제와 화목제를 드렸다. 여호와를 불렀더니 여호와가 하늘에서 불로 번제단 위에 응답하셨다.
27 여호와가 천사에게 명하시자 천사가 칼을 칼집에 꽂았다.
28 그때에 다윗이 여호와가 오르난의 타작마당에서 자기에게 응답하신 것을 보고 거기서 제사를 드렸다.
29 여호와의 성막과 번제단은 그때에 기브온(Gibeon) 산당에 있었다.
30 다윗이 그 앞에 나아가서 하나님을 구할 수 없었다. 여호와의 천사의 칼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오르난의 타작마당 — 역대하 3장 1절은 이 자리를 명시한다. “솔로몬이 예루살렘 모리아 산에 여호와의 전 건축하기를 시작하니, 이는 다윗의 아버지에게 여호와가 나타나신 곳이요, 다윗이 정한 곳이니 곧 여부스 사람 오르난의 타작마당이라.” 모리아 산이다. 창세기 22장에서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치려 했던 그 산과 전통이 동일시한다. 같은 자리에서 아브라함이 숫양을 드렸고, 다윗이 소를 잡았고, 솔로몬이 성전을 세웠다. 그 성전이 파괴되었고, 헤롯이 다시 세웠고, 그 성전도 파괴되었다. 오늘 그 자리에 이슬람의 황금 돔이 서 있다. 한 타작마당이 세계 역사의 교점이 되었다.
다음 장 — 다윗이 성전 건축을 위한 자재를 준비한다. 그리고 솔로몬에게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