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상 20장 랍바가 함락되다

랍바의 포위

1 봄이 되어 왕들이 전쟁에 나가는 때에, 요압이 군대를 이끌고 암몬 자손의 땅을 폐허로 만들고 랍바(Rabbah)를 와서 포위했다.

다윗은 예루살렘에 남아 있었다.

요압이 랍바를 쳐서 무너뜨렸다.

이 한 단락이 역대기가 감행한 가장 의도적인 생략이다. 사무엘하 11-12장에서 이 동일한 상황 — 봄, 왕들이 전쟁에 나가는 때, 다윗이 예루살렘에 남음 — 은 밧세바 사건으로 이어진다. 다윗이 옥상을 거닐다 목욕하는 밧세바를 보고, 불러들이고, 동침하고, 그녀의 남편 우리야를 전선에서 죽게 한다. 역대기는 그 사건 전체를 잘라냈다. “다윗은 예루살렘에 남아 있었다.” 이 짧은 문장만 남기고 이야기는 곧장 랍바 함락으로 건너뛴다. 역대기 저자가 다윗의 죄를 몰랐을 리 없다. 사무엘서는 수십 년 전에 기록되어 있었다. 포로 귀환 공동체에게 다윗은 성전을 준비한 자, 예배를 조직한 자로 기억되어야 했다. 역대기가 선택한 것은 삭제가 아니라 강조다. 어떤 것을 앞으로 가져오느냐에 따라 인물이 달리 보인다.


다윗의 랍바 입성

2 다윗이 암몬(Ammon) 왕의 머리에서 왕관을 빼앗았다. 무게가 금 한 달란트이고 보석이 달려 있었다. 그것이 다윗의 머리 위에 얹혔다. 다윗이 그 성에서 많은 전리품을 가져왔다.

3 그 안에 있는 백성들은 끌어내어 톱질하게 하고, 써레질하게 하고, 도끼질하게 했다. 다윗이 암몬 자손의 모든 성읍에 이같이 했다. 그런 다음 다윗과 모든 백성이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

“톱질하게 하고, 써레질하게 하고, 도끼질하게 했다” — 사무엘하 12장 31절과 같은 본문이지만 히브리어 원문이 모호하다. 자음 본문 וַיָּשֶׂם은 “두다(노역에 배치하다)“로도 “톱으로 자르다(שׂוּר 어근의 사역형)“로도 읽을 수 있다.

노역 독법: 11세기 라쉬(Rashi) 의 사무엘하 주석, 다비드 킴히(Radak, 12–13세기), 1611년 영어 흠정역(KJV)은 모두 노동 도구로 읽었다. 1965년 P. 키일 매카터(P. Kyle McCarter) 의 앵커성서주석 사무엘하가 이 독법을 본문비평적으로 옹호했다.

처형 독법: 칠십인역(LXX)과 4세기 히에로니무스(Jerome) 의 라틴어 불가타가 이쪽으로 옮겼다 — “톱과 도끼로 갈기갈기 찢었다.” 16세기 장 칼뱅(John Calvin) 도 사무엘서 주석에서 처형설을 따른다. 본문은 어느 쪽도 명시하지 않는다.


블레셋과의 전투들

4 그 뒤에 게셀(Gezer)에서 블레셋과 전쟁이 있었다. 그때에 후사(Hushah)십브개(Sibbecai)르바(Rephaim)의 자손인 십배(Sippai)를 죽였다. 그리하여 블레셋이 굴복했다.

5 또 블레셋과의 전쟁이 있었다. 야이르(Jair)의 아들 엘하난(Elhanan)골리앗(Goliath)의 아우 라흐미(Lahmi)를 죽였다. 라흐미의 창 자루는 베틀 채 같았다.

엘하난이 죽인 것은 “골리앗의 아우 라흐미”다. 사무엘하 21장 19절은 같은 사건을 “엘하난이 골리앗을 죽였다”고 기록한다.

필사 오류 복원설: 1875년 율리우스 벨하우젠(Julius Wellhausen) 의 『사무엘서 본문』과 1980년 P. 키일 매카터(P. Kyle McCarter) 의 앵커성서주석 사무엘하는 사무엘서가 원형이고 역대기 텍스트가 더 보수적인 사본이라고 본다 — 사무엘하의 “야레-오레김(אֹרְגִים, 베틀)“이 라흐미(לַחְמִי)의 자모를 잘못 옮긴 결과로 분석한다.

신학적 조화설: 1989년 사라 야페트(Sara Japhet) 의 OTL 역대기 주석은 역대기 저자가 사무엘하의 “엘하난이 골리앗을 죽였다”가 다윗이 죽인 골리앗(사무엘상 17장)과 충돌함을 의식하고 의도적으로 “골리앗의 아우”로 수정해 두 기록을 조화시켰다고 본다.

6가드(Gath)에서 전쟁이 있었다. 거기에 키 큰 사람이 있었는데, 손가락과 발가락이 각각 여섯 개씩 모두 스물네 개였다. 그도 르바의 자손이었다.

7 그가 이스라엘을 조롱하므로, 다윗의 형제 시므아(Shimea)의 아들 요나단(Jonathan)이 그를 죽였다.

8 이 사람들은 가드(Gath)르바(Rephaim)의 자손이었다. 다윗과 그의 신하들이 그들의 손에 넘어졌다.

르바 — 가나안의 거인족이다. 민수기와 신명기에서 이들은 아낙 자손과 함께 정복 이전 가나안 땅의 두려운 주민들로 언급된다. “그 땅의 거인들 앞에서 우리는 메뚜기 같았다”고 정탐꾼들이 보고했던 그 족속들의 마지막 후예들이 여기 등장한다. 역사의 마지막 남은 거인들이, 이름도 기록되지 않은 다윗의 신하들 손에 하나씩 쓰러진다.


다음 장 — 다윗이 인구조사를 명한다. 역대기는 사무엘하와 다른 언어로 그 원인을 기록한다. 가장 첨예한 신학적 차이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