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22장 당나귀가 말한 날
발락의 공포
1 이스라엘 자손이 출발하여 모압(Moab) 평지, 여리고 맞은편 요단 강 건너편에 진을 쳤다.
2 십볼(Zippor)의 아들 발락(Balak)이 이스라엘이 아모리인에게 한 모든 일을 보았다.
3 모압이 심히 두려워했다. 이스라엘 백성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모압이 이스라엘 앞에서 떨었다.
4 모압이 미디안 장로들에게 말했다.
“이제 이 무리가 우리 주변의 것을 다 핥아버릴 것이다. 소가 들판의 풀을 핥아 없애듯이.”
그때 십볼의 아들 발락은 모압의 왕이었다.
5 그가 브올(Beor)의 아들 발람(Balaam · ㉸ 발라암)에게 전령들을 보냈다. 발람은 그의 백성의 땅, 강가의 브돌(Pethor)에 있었다.
“보라, 한 백성이 이집트에서 나왔다. 그들이 온 땅을 덮었고 내 앞에 머물렀다.
6 오라. 나를 위해 이 백성을 저주해 달라. 그들이 나보다 강하다. 혹시 내가 그들을 칠 수 있을지, 그들을 이 땅에서 몰아낼 수 있을지. 네가 복을 주는 자는 복을 받고 저주하는 자는 저주를 받는 것을 내가 알기 때문이다.”
발람 — 성경 밖에서도 실존을 확인할 수 있는 인물이다. 1967년 요르단 데이르 알라(Deir Alla) 발굴에서 BC 8세기의 비문이 발견됐다. 거기에 “브올의 아들 발람”이 신들로부터 계시를 받는 예언자로 등장한다. 히브리 성경에서 묘사된 인물과 정확히 같은 이름, 같은 출신이다. 고대 근동에서 실제로 명성을 누린 예언자였던 것이다.
하나님이 먼저 말씀하셨다
7 모압의 장로들과 미디안의 장로들이 복채를 손에 들고 떠났다. 발람에게 가서 발락의 말을 전했다.
8 발람이 말했다.
“오늘 밤 여기서 자시오. 내가 주님이 내게 하시는 말씀을 여러분에게 전하겠소.”
모압의 지도자들이 발람의 집에 머물렀다.
9 하나님이 발람에게 오셨다.
“네와 함께 있는 이 사람들은 누구냐?”
10 발람이 하나님께 말씀드렸다.
“모압 왕 십볼의 아들 발락이 나에게 사람들을 보냈습니다.
11 이집트에서 나온 백성이 온 땅을 덮었으니 오라, 내게 그들을 저주하라, 혹시 내가 그들과 싸워 몰아낼 수 있을까 했습니다.”
12 하나님이 발람에게 말씀하셨다.
“그들과 함께 가지 마라. 그 백성을 저주하지 마라. 그들은 복을 받은 자들이다.”
13 발람이 아침에 일어나 발락의 지도자들에게 말했다.
“당신들 나라로 돌아가시오. 주님이 나에게 당신들과 함께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14 모압의 지도자들이 일어나 발락에게 돌아가 말했다.
“발람이 우리와 함께 오기를 거절했습니다.”
다시 부름
15 발락이 다시 더 많고 더 높은 지위의 지도자들을 보냈다.
16 그들이 발람에게 와서 말했다.
“십볼의 아들 발락이 이렇게 말합니다. ‘제발 아무것도 가로막지 않게 해달라. 나에게 오라.
17 내가 크게 존귀하게 하겠다. 네가 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하겠다. 오라, 내게 이 백성을 저주해 달라.’”
18 발람이 발락의 신하들에게 대답했다.
“발락이 은금으로 가득 찬 자기 집을 내게 준다 해도, 나는 내 하나님 주님의 말씀을 어기고 크고 작은 일을 할 수 없소.
19 그래도 당신들도 오늘 밤 여기 머무시오. 주님이 더 말씀하시는 것이 있는지 알아보겠소.”
20 밤에 하나님이 발람에게 오셨다.
“이 사람들이 너를 부르러 왔다면, 일어나 그들과 함께 가라. 그러나 내가 네게 말하는 것만 하여라.”
천사와 나귀
21 발람이 아침에 일어나 자기 나귀에 안장을 얹고 모압 지도자들과 함께 갔다.
22 하나님이 그가 가는 것을 보시고 진노하셨다. 주님의 천사가 그 길에서 그를 막으려고 섰다.
발람은 자기 나귀를 탔고 종 둘이 그와 함께 있었다.
23 나귀가 주님의 천사가 칼을 빼들고 길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나귀가 길을 벗어나 밭으로 들어갔다.
발람이 나귀를 길로 돌이키려고 쳤다.
24 주님의 천사가 포도원 사이 좁은 길 — 양쪽에 담이 있는 곳에 서 있었다.
25 나귀가 주님의 천사를 보고 담에 몸을 바짝 붙였다. 발람의 발이 담에 눌렸다. 발람이 다시 쳤다.
26 주님의 천사가 더 좁은 곳으로 가서 섰다. 좌우로 비킬 길이 없었다.
27 나귀가 주님의 천사를 보고 발람 밑에 엎드렸다.
발람의 화가 터졌다. 지팡이로 나귀를 쳤다.
28 주님이 나귀의 입을 열었다.
나귀가 발람에게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무슨 짓을 했기에 나를 세 번씩이나 때렸습니까?”
29 발람이 나귀에게 말했다.
“네가 나를 놀렸기 때문이다. 내 손에 칼이 있었다면 당장 너를 죽였을 것이다.”
30 나귀가 발람에게 말했다.
“나는 당신이 태어난 날부터 오늘까지 당신이 탄 나귀가 아닙니까? 내가 당신에게 이런 짓을 한 적이 있었습니까?”
발람이 말했다.
“없다.”
나귀가 말한다. 발람은 놀라지 않는다. 대화를 이어간다. 이것이 이 장면의 가장 이상한 지점이다. 동물이 갑자기 말을 하는데 그는 그저 말다툼을 계속한다. 어떤 학자들은 이것을 발람의 영적 둔감함의 표현으로 읽는다. 그는 그렇게 오래 하나님의 말씀을 다루는 사람이었는데 — 나귀조차 천사를 보는데 그는 보지 못했다. 나귀 입을 통해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것조차 그는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예언자가 동물보다 영적으로 둔할 수 있다는 역설이다. 베드로후서 2:16은 이 사건을 인용하며 같은 맥락으로 말한다.
천사가 나타나다
31 그때 주님이 발람의 눈을 열었다.
발람이 주님의 천사가 칼을 빼들고 길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발람이 고개를 숙이고 엎드렸다.
32 주님의 천사가 그에게 말했다.
“어째서 네 나귀를 세 번씩이나 쳤느냐? 보라, 내가 너를 막으려고 나온 것은 네 길이 내 앞에서 잘못됐기 때문이다.
33 나귀가 나를 보고 세 번 내 앞에서 비켰다. 만약 비키지 않았다면 내가 벌써 너는 죽이고 나귀는 살렸을 것이다.”
34 발람이 주님의 천사에게 말했다.
“내가 죄를 지었습니다. 당신이 내 앞에 서 있는 것을 몰랐습니다. 이것이 당신의 눈에 나쁘게 보인다면 내가 돌아가겠습니다.”
35 주님의 천사가 발람에게 말했다.
“그 사람들과 함께 가라. 그러나 내가 네게 말하는 것만 말하여라.”
발람이 발락의 지도자들과 함께 갔다.
발락이 맞이하다
36 발락이 발람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나와 맞이했다 — 아르논 끝에 있는 모압 경계 성읍까지.
37 발락이 발람에게 말했다.
“내가 급히 불렀는데 왜 오지 않았소? 내가 당신을 존귀하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거요?”
38 발람이 발락에게 말했다.
“이제 내가 왔소. 그러나 내가 내 마음대로 무슨 말이든 할 수 있겠소? 하나님이 내 입에 주시는 말씀만 말할 것이오.”
39 발람이 발락과 함께 갔다. 기럇후솟(Kirjath-huzoth)에 이르렀다.
40 발락이 소와 양을 잡아 발람과 함께한 지도자들에게 보냈다.
41 아침이 되자 발락이 발람을 데리고 바알의 산당(Bamoth-baal)에 올라갔다.
거기서 발람이 이스라엘 진영의 끝부분을 볼 수 있었다.
발락은 저주를 주문한다. 그러나 그가 데려온 예언자는 이미 입에 재갈이 물려 있다. “내가 하는 말만 하여라.” 다음 장, 발람의 입이 열린다 — 그런데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 쏟아진다.
다음 장 — 발람이 세 번 예언한다. 세 번 모두 저주가 아니다. 발락이 분노한다. 발람이 뒤로 물러설 수 없다. 하나님이 그의 입을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