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20장 반석과 분노
미리암의 죽음
1 첫째 달에 이스라엘 자손 온 회중이 신(Zin) 광야에 이르렀다. 백성이 가데스(Kadesh)에 머물렀다.
그곳에서 미리암(Miriam · ㉸ 미르얌)이 죽어 장사되었다.
한 줄이다. 성경이 미리암의 죽음에 바치는 공간은 딱 한 줄이다. 그녀는 출애굽 첫날 나일강 갈대 사이에서 아기 모세를 지켜본 소녀였다. 홍해를 건넌 후 소고를 들고 노래를 이끈 여인이었다. 40년 광야의 절반을 함께 버텼다. 그리고 그렇게 갔다.
물이 없다
2 회중에게 물이 없었다.
백성이 모세와 아론에게 모였다. 공격이 시작됐다.
3 “차라리 우리 형제들이 주님 앞에서 죽을 때 우리도 같이 죽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4 어째서 주님의 회중을 이 광야로 데리고 와서 우리와 우리 짐승을 여기서 죽게 하느냐?
5 어째서 우리를 이집트에서 올라오게 했느냐? 이 나쁜 곳으로 이끌어 오려고? 씨 뿌릴 곳도 없고 무화과도 포도도 석류도 없고 마실 물도 없는 이 곳으로?”
6 모세와 아론이 회중 앞을 떠나 회막 문으로 갔다. 엎드렸다.
주님의 영광이 그들에게 나타났다.
반석에게 말하라
7 주님이 모세(Moses)에게 말씀하셨다.
8 “지팡이를 가져오라. 너와 형 아론이 회중을 모아라. 그들이 보는 앞에서 반석에게 명령하여라. 그러면 반석이 물을 낼 것이다. 너는 반석에서 물을 내어 회중과 그들의 짐승에게 마시게 하여라.”
9 모세가 명령대로 주님 앞에서 지팡이를 가져왔다.
10 모세와 아론이 회중을 반석 앞에 모았다.
모세가 말했다.
“들어라, 반역자들아.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이 반석에서 물을 내랴?”
11 모세가 손을 들어 지팡이로 반석을 두 번 쳤다.
물이 쏟아졌다. 회중과 그들의 짐승이 다 마셨다.
그러나 이미 무언가 어긋났다. 하나님은 반석에게 말하라 하셨다. 모세는 쳤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을. 그리고 그 입에서 나온 말 —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물을 내랴?” 주님의 능력이 아니라 모세 자신의 것인 양. 40년의 피로가, 미리암의 죽음이, 또다시 반복되는 백성의 원망이 — 그 한 순간에 폭발했다. 물은 나왔다. 그러나 대가가 따랐다.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한다
12 주님이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나를 믿지 않았다. 이스라엘 자손이 보는 앞에서 내 거룩함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이 회중을 내가 그들에게 준 땅으로 이끌어 들이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전부다. 모세는 40년을 걸었다. 이집트에서 바로와 싸웠고, 홍해를 갈랐고, 시나이에서 율법을 받았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의 목적지 — 가나안 — 를 보지 못한다. 딱 한 번의 반석 사건 때문에. “모세의 죄가 정확히 무엇인가”는 중세 유대 주석의 단골 문제였다.
(1) 명령 위반설(라쉬) — 11세기 라쉬(Rashi) 의 입장. 8절에서 하나님은 반석에게 “말하라(דבר)“고 하셨는데 모세는 지팡이로 반석을 두 번 쳤다. 명령된 행위와 실제 행위가 달랐다. 가장 단순한 독해.
(2) 자기 영광 차용설(람반) — 13세기 스페인의 람반(Nachmanides, 모세 벤 나흐만) 이 그의 토라 주석에서 제시. 모세가 10절에서 “우리가 너희를 위해 이 반석에서 물을 내야 하느냐”고 말한 것이 죄다. 능력의 주체를 “여호와”가 아닌 “우리”로 옮긴 것. 12절의 “내 거룩함을 드러내지 않았다”가 이 독해의 근거.
(3) 분노·평정 상실설(마이모니데스) — 12세기 마이모니데스(Maimonides) 가 『여덟 장(Shemonah Perakim)』에서 제시. 모세가 10절에서 백성을 “패역한 자들아”라고 부른 분노 자체가 지도자의 자질에 흠이 됐다. 거룩한 평정의 상실.
신명기 32장에서 모세 자신은 이 사건을 다른 방식으로 기억한다.
13 이곳이 므리바(Meribah) 물이다. 이스라엘 자손이 주님과 다투었던 곳. 거기서 주님의 거룩함이 드러났다.
에돔이 거절하다
14 모세가 에돔(Edom) 왕에게 전령을 보냈다.
“우리는 당신의 형제 이스라엘이오. 우리가 겪은 모든 고난을 당신도 알 것이오.
15 우리 조상들이 이집트로 내려갔고 우리는 오랫동안 이집트에 있었소. 이집트인들이 우리와 우리 조상을 괴롭혔소.
16 우리가 주님께 부르짖자 주님이 우리 소리를 들으셨고 천사를 보내어 이집트에서 우리를 이끌어 내셨소. 이제 우리는 당신의 변방에 있는 가데스 성에 있소.
17 부탁이오. 당신 땅을 지나가게 해주시오. 밭으로도 포도원으로도 지나가지 않겠소. 우물물도 마시지 않겠소. 왕의 큰길로만 가겠소. 당신 경계를 다 지날 때까지 좌우로 치우치지 않겠소.”
18 에돔이 답했다.
“안 된다. 네가 지나가면 칼로 막겠다.”
19 이스라엘 자손이 다시 말했다.
“우리는 큰길로 가겠소. 우리나 우리 짐승이 물을 마시면 값을 내겠소. 걸어서 지나가겠소.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소.”
20 에돔이 다시 말했다.
“안 된다.”
에돔이 많은 병사와 강한 손으로 나왔다.
21 에돔이 이스라엘에게 자기 땅을 통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돌아섰다.
에돔은 에서의 자손이다. 이스라엘은 야곱의 자손이다. 형제가 형제의 길을 막았다. 창세기의 오래된 갈등이 광야 길목에서 되살아났다. 이스라엘은 에돔을 공격하지 않았다. 돌아서서 다른 길을 찾았다. 수백 년 후 이 에돔은 유다가 바빌론에 멸망할 때 기뻐했고, 그 일이 오바댜서의 심판 선언이 된다.
아론의 죽음
22 이스라엘 자손 온 회중이 가데스를 떠나 호르 산(Mount Hor)에 이르렀다.
23 에돔 경계 근처 호르 산에서 주님이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셨다.
24 “아론이 그의 백성에게로 돌아갈 것이다. 므리바 물에서 너희가 내 명령을 거역했기 때문에 그는 내가 이스라엘 자손에게 준 땅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25 아론과 그의 아들 엘르아살(Eleazar · ㉸ 엘아자르)을 데리고 호르 산에 올라가라.
26 아론의 옷을 벗겨 그의 아들 엘르아살에게 입혀라. 아론은 거기서 죽을 것이다.”
27 모세가 주님이 명령하신 대로 했다. 그들이 온 회중이 보는 앞에서 호르 산에 올라갔다.
28 모세가 아론의 옷을 벗겨 그의 아들 엘르아살에게 입혔다.
아론이 그 산 꼭대기에서 죽었다.
모세와 엘르아살이 산에서 내려왔다.
29 온 회중이 아론이 죽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스라엘 온 집이 30일 동안 아론을 위해 울었다.
세 남매 — 미리암, 아론, 모세. 이 장에서 둘이 간다. 미리암은 장의 첫 줄에서 사라졌다. 아론은 산 꼭대기에서 옷을 벗고 누웠다. 옷이 아들에게 넘어갔다. 대제사장 직분이 엘르아살에게 이어지는 그 순간이 동시에 아버지와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모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본문은 말하지 않는다. 그저 내려왔다.
다음 장 — 이스라엘이 다시 움직인다. 길목에서 가나안 왕과 싸워 이기고, 불뱀에 물려 신음하고, 놋으로 만든 뱀을 올려다보며 살아남는다. 그리고 시혼과 옥, 두 왕이 차례로 쓰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