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 11장 먹어도 되는 것, 안 되는 것

원칙 먼저

1 여호와가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셨다.

2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해라. 지상의 모든 짐승 중에서 먹어도 되는 것은 이렇다.”


육지 동물

3 발굽이 갈라지고 새김질하는 짐승은 먹어도 된다.

4 그러나 새김질만 하거나 발굽만 갈라진 것은 먹으면 안 된다.

낙타 — 새김질은 하지만 발굽이 갈라지지 않는다. 부정하다.

5 바위너구리(혹독살이) — 새김질은 하지만 발굽이 없다. 부정하다.

6 토끼 — 새김질은 하지만 발굽이 갈라지지 않는다. 부정하다.

7 돼지 — 발굽이 갈라지지만 새김질을 안 한다. 부정하다.

8 이것들의 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 사체도 만지면 안 된다. 이것들은 부정하다.

돼지 금기 — 레위기의 음식법 중 오늘날 가장 널리 알려진 금기다. 돼지는 발굽이 갈라지지만 새김질을 안 하기 때문이다. 단순 위생론(“돼지는 더럽다”)으로 설명하는 시각이 있었으나, 현대 학자들은 이것보다는 신학적·우주론적 분류 체계로 읽는다. 돼지는 가나안의 풍요 신 아세라·바알 제의에서 제물로 사용되었다. 이스라엘이 가나안 지역에서 살면서 돼지를 먹지 않는 것은 문화적 정체성의 경계이기도 했다.

바위너구리와 토끼의 새김질 — 이 둘은 실제로 새김질(되새김)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턱을 계속 움직이는 습성이 고대인에게 새김질처럼 보였을 것이다. 현대 동물학 기준으로는 오류이지만, 성경은 외관상 분류를 사용한다.


물고기

9 물에 사는 것 중에서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 것은 먹어도 된다. 바다든 강이든.

10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것은 — 물에서 움직이거나 물에 사는 것이라도 — 부정하다.

11 그것들은 부정하게 여겨야 한다. 고기를 먹으면 안 되고, 사체도 부정하게 여겨야 한다.

12 물에 사는 것 중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것은 혐오스러운 것이다.

수산물 금기 —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것, 즉 새우, 게, 오징어, 조개류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금기를 설명하는 입장은 크게 셋이다.

(1) 위생설 — 12세기 안달루시아 출신 유대 철학자 마이모니데스(Maimonides)가 『당황하는 자들의 안내(Guide for the Perplexed)』 3부 48장에서 정한 것이다. 부패하기 쉽거나 병을 일으키기 쉬운 동물을 금했다는 것. 오랫동안 영향력 있었지만 본문이 위생을 언급하지 않는 점이 약점.

(2) 상징·경계 분류설 — 1966년 영국 인류학자 메리 더글러스(Mary Douglas)가 『순수와 위험(Purity and Danger)』에서 제시한 입장. 각 영역(땅·물·하늘)에는 그 영역의 ‘정상’ 형태가 있고(물고기는 지느러미·비늘), 그 형태에서 벗어난 것 — 비늘 없이 헤엄치는 갑각류, 다리로 기는 물고기 — 은 범주를 흐리는 것으로 부정하다.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 곧 혼돈.

(3) 거룩 구별설 — 1991년 미국 유대교 학자 제이콥 밀그롬(Jacob Milgrom)이 『레위기』 주석(Anchor Bible)에서 제시한 입장. 합리적 이유는 본문에 없다. 핵심은 이스라엘이 다른 민족과 다르게 먹음으로써 매일의 식탁이 거룩 구별의 자리가 되는 것 자체. 식단이 정체성의 표지다.


13 새 중에서 혐오스러운 것들, 먹으면 안 되는 것들:

독수리, 솔개, 물수리, 말똥가리, 갈가마귀 종류, 타조, 올빼미, 갈매기, 새매 종류, 부엉이, 가마우지, 따오기, 백조, 사다새, 독수리(이집트), 황새, 왜가리 종류, 오디새, 박쥐.

새 목록 — 레위기 11장 13–19절, 신명기 14장 11–18절에도 같은 목록이 반복된다. 대부분 육식성이거나 사체를 먹는 새들이다. 피와 사체에 대한 부정함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일부 새의 정확한 동물학적 동정(同定)은 지금도 논쟁 중이다.


날아다니는 것

20 날개가 있고 네 발로 기어다니는 것은 모두 부정하다.

21 그러나 날개 있고 네 발인 것 중에서 땅에서 뛸 수 있는 다리가 있는 것은 먹어도 된다.

22 이 종류는 먹어도 된다. 메뚜기 종류, 베짱이 종류, 귀뚜라미 종류, 팟종이 종류.

23 날개 있고 네 발인 다른 것들은 모두 부정하다.

메뚜기는 먹어도 된다 — 레위기가 허용하는 곤충은 뛰는 다리가 있는 메뚜기류뿐이다. 세례 요한이 광야에서 “메뚜기와 석청”을 먹었다는 기록(마가복음 1장 6절)은 이 규례와 일치한다. 오늘날 이슬람 음식법(할랄)도 메뚜기를 허용한다. 고대 근동에서 메뚜기는 단백질 공급원이었고, 실제로 아시리아 벽화에도 구운 메뚜기 장면이 등장한다.


기어다니는 것

24 이것들로 인해 부정해진다. 누구든 사체를 만지면 저녁까지 부정하다.

25 그 사체를 들면 옷을 빨아야 한다. 저녁까지 부정하다.

26 발굽이 갈라지지 않거나 새김질하지 않는 모든 짐승은 부정하다. 만지는 자마다 부정하다.

27 발바닥으로 걷는 네 발 짐승은 모두 부정하다. 사체를 만지면 저녁까지 부정하다.

28 옷을 빨고 저녁까지 부정하다.

29 땅에서 기어다니는 것 중 부정한 것들: 쥐, 큰 도마뱀 종류, 도마뱀, 사막 도마뱀, 모래 도마뱀, 카멜레온 종류.

30 이것들이 기어다니는 것 중 부정한 것들이다.

31 사체를 만지면 저녁까지 부정하다.

32 이것들이 죽어서 어떤 물건 위에 떨어지면 — 나무 그릇이든, 옷이든, 가죽이든, 자루든 — 물에 담근다. 저녁까지 부정하고, 그 후에 깨끗해진다.

33 토기에 떨어지면, 그 안의 것이 다 부정해진다. 토기는 깨뜨려야 한다.

34 그 안에 물이 들어간 음식은 다 부정해진다. 그 그릇의 마실 것도 다 부정하다.

35 사체가 무엇 위에 떨어지면 부정하다. 화덕이나 솥단지는 깨뜨려야 한다. 부정하기 때문이다.

36 샘이나 물 있는 웅덩이는 깨끗하다. 그러나 사체에 닿은 자는 부정하다.

37 씨앗이 사체에 닿아도 씨앗은 깨끗하다.

38 물에 불린 씨앗이 사체에 닿으면 부정하다.


사체를 먹으면 안 된다

39 먹어도 되는 짐승이 죽었다면, 그 사체를 만지는 자는 저녁까지 부정하다.

40 사체를 먹으면 옷을 빨고 저녁까지 부정하다. 사체를 들면 옷을 빨고 저녁까지 부정하다.

41 땅에서 기어다니는 것은 혐오스럽다. 먹으면 안 된다.

42 배로 다니거나, 네 발로 다니거나, 발이 많은 기어다니는 것은 먹으면 안 된다. 혐오스럽기 때문이다.


거룩하라, 내가 거룩하기 때문이다

43 기어다니는 것으로 자신을 더럽히지 마라. 그것들로 인해 부정해지지 마라.

44 나는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다. 내가 거룩하기 때문에 너희도 거룩해야 한다. 기어다니는 것들로 자신을 더럽히지 마라.

45 나는 이집트 땅에서 너희를 이끌어 낸 여호와다. 너희 하나님이 되려고. 내가 거룩하기 때문에 너희도 거룩해야 한다.

“거룩하라, 내가 거룩하기 때문이다” — 레위기 11장 44–45절, 19장 2절, 20장 7절, 베드로전서 1장 16절. 음식법이 단순한 위생 규칙이 아님을 보여주는 선언이다. 음식 선택이 정체성의 문제다. “무엇을 먹느냐”가 “너는 누구냐”와 연결된다. 이스라엘의 일상이 거룩의 실천이 되어야 한다는 신학이다.

음식법의 고대 근동 사회 배경 —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도 제의적 음식 금기가 있었다. 그러나 레위기의 체계는 그것들과 차별화된 원칙을 갖는다. 메리 더글러스(Mary Douglas)는 1966년 저서 『순수와 위험(Purity and Danger)』에서 레위기 음식법을 “범주적 경계를 넘나드는 것들”에 대한 거부로 해석했다. 완전히 한 범주에 속하는 것만 먹는다는 것이다. 이 해석이 이후 레위기 연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유대교의 카쉬루트 — 이 규례들은 유대교에서 “카쉬루트(כַּשְׁרוּת, 코셔 법)” 체계로 발전했다. 음식 준비, 도살 방식, 육류와 유제품의 분리까지 포함하는 방대한 규례 체계다. 오늘날도 정통 유대인은 이 법을 지킨다. 신약성경에서 베드로는 이 음식법에 충실했으나(사도행전 10–11장), 이방인 선교를 위한 계시를 받는다.

그런데 왜 오늘날 기독교인은 안 지키나 — 신약 세 장면에서 풀린다. (1) 사도행전 10장: 베드로가 욥바에서 환상을 본다. 하늘에서 보자기가 내려오는데 부정한 짐승들이 가득하고, “잡아 먹어라”는 음성이 들린다. 베드로가 거절하자 “하나님이 깨끗하게 하신 것을 네가 속되다 하지 말라”는 답이 세 번 반복된다. 이 환상의 표면은 음식이지만, 직후의 적용은 이방인 백부장 고넬료를 받아들이는 사건이다. 정결법 자체가 ‘이방과 이스라엘을 가르던 울타리’였기 때문에, 울타리가 거두어지는 순간 음식 규정도 함께 풀린다. (2) 마가복음 7장 19절: 예수가 “사람 밖에서 들어가는 것은 더럽힐 수 없다”고 가르친 직후, 마가는 괄호 주석으로 “이는 모든 음식을 깨끗하다 하심이라”라고 못박는다. (3) 사도행전 15장 — 예루살렘 공의회: 이방 신자에게 모세 율법을 부과할지 논쟁한 끝에, “피·목매어 죽인 것·우상의 제물·음행만 금하면 된다”고 결정. 돼지·갑각류 같은 정결법은 이방 신자에게 묶지 않기로 공식 합의된다.

셋으로 나뉜 율법 — 초기 교회는 모세 율법을 셋으로 나눠 봤다. (1) 도덕법 — 십계명의 핵심, 영구히 유효. (2) 시민법 — 고대 이스라엘 국가의 법, 국가가 사라졌으니 폐기. (3) 의식법 — 제사·정결·식사,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어 폐기. 돼지 금지는 (3)에 들어간다. 히브리서가 제사 제도를 “장차 올 것의 그림자”(10장 1절)라고 부른 논리가 식사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율법이 무효가 된 게 아니라 성취되어 더 이상 구속력이 없다는 신학이다.

“성취되어 폐기”가 무슨 뜻인가 — “성취”는 폐지의 반대말처럼 들리지만, 신약 신학에서는 둘이 한 동작이다. 예수는 “내가 율법을 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완전케 하러 왔다”(마태복음 5장 17절)고 선언했다. 핵심 비유는 그림자와 실체다. 히브리서 10장 1절은 옛 제사 제도를 “장차 올 좋은 일의 그림자일 뿐, 실체 자체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림자는 실체가 도착하면 사라진다. 무가치해서가 아니라, 가리키던 대상이 도착해서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성취됐나 — (1) 제사: 매년 반복하던 짐승 제사는 십자가의 단번 제사로 완성됐다(히브리서 9장 12절, 10장 10–14절). 더 이상 송아지 피와 염소 피가 필요 없다. (2) 유월절 어린양: 이집트의 죽음을 막던 그 어린양은 “우리의 유월절 양 그리스도”로 성취된다(고린도전서 5장 7절). (3) 성막·성전: 거룩한 분이 사람과 함께 거하는 자리가 그리스도의 몸으로 옮겨졌고(요한복음 2장 19–22절), 이후 성령으로 신자 안에 거한다. (4) 정결법(음식·접촉): 부정한 것이 깨끗한 것을 오염시킨다는 옛 방향이, 그리스도가 부정한 자를 만져 깨끗하게 하는 새 방향으로 뒤집힌다. 나병 환자를 만지고, 시체를 만지고, 부정한 여인의 손길을 받는 장면들이 다 같은 신호다. 그래서 음식의 정·부정 구분도 더는 필요 없어진다.

왜 이게 “폐기”로 보이나 — 효과 면에서는 똑같이 안 지킨다. 차이는 왜 안 지키나에 있다. 율법주의자가 보면 “성경이 명한 걸 무시한다”가 되고, 무관심한 자가 보면 “그냥 옛날 이야기”가 된다. 신약의 입장은 제3의 길이다 — 명령은 진짜였고, 가리키던 실체에 도달했고, 표지판은 목적지에 닿은 사람에게는 불필요해졌다는 것. 비계는 건물이 서면 치우고, 약혼반지는 결혼 후 결혼반지로 대체된다. 그게 “성취되어 폐기”다.

모두가 풀어 준 건 아니다 —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SDA, Seventh-day Adventist)는 오늘날도 돼지·갑각류를 안 먹고, 에티오피아 정교회·콥트 정교회도 돼지를 피하는 전통이 강하다. 동방 정교회는 사순절·대림절 같은 금식 기간에 육류 전반을 끊는다. 이슬람의 할랄(돼지 금지)도 같은 셈족 전통의 연속선이다. “안 지킨다”는 건 주로 서방 가톨릭과 개신교 주류의 입장이지, 기독교 전체의 합의는 아니다.

46 짐승과 새와 물에 사는 것과 땅에서 기어다니는 것의 규례다.

47 부정한 것과 정한 것을 구별하고, 먹어도 되는 것과 먹으면 안 되는 것을 구별하기 위한 것이다.


다음 장 — 아이를 낳은 산모의 정결 기간. 아들과 딸의 기간이 다르다. 피의 신학이 새 생명의 탄생과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