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하 3장 세 왕이 광야에서 목마를 때
여호람과 모압
1 아합(Ahab)의 아들 여호람(Jehoram)이 사마리아에서 이스라엘 왕이 되었다. 유다 왕 여호사밧 십팔년이었다. 그가 십이 년 동안 다스렸다.
2 그가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행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처럼은 아니었다. 그의 아버지가 만든 바알의 석상을 없애버렸다.
3 그러나 느밧(Nebat)의 아들 여로보암(Jeroboam)이 이스라엘에게 범하게 한 죄를 그가 따르고 떠나지 않았다.
4 모압(Moab) 왕 메사(Mesha)는 양을 치는 자였다. 그가 이스라엘 왕에게 어린 양 십만 마리와 수양 십만 마리의 털을 바쳤다.
모압 왕 메사 — 이 이름은 성경 밖 자료에도 등장한다. 1868년 요르단 디본(Dibon)에서 발견된 메사 비문(Mesha Stele, 또는 모압 비석)이 바로 이 왕이 남긴 것이다. BC 850년경으로 추정되는 검은 현무암 비석으로 현재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비석에는 이스라엘의 지배에서 벗어난 모압의 해방을 선언하는 메사의 말이 새겨져 있다. 성경의 기록과 같은 사건을 정반대 시각, 즉 모압의 입장에서 기록한 드문 사료다. 성경 인물이 등장하는 비성경 사료 중 가장 상세한 것 중 하나다.
5 아합이 죽자 모압 왕이 이스라엘 왕을 배반했다.
6 그때 여호람 왕이 사마리아에서 나와 모든 이스라엘을 둘러보았다.
7 그가 또 유다 왕 여호사밧에게 사람을 보내어 말했다.
“모압 왕이 나를 배반했습니다. 나와 함께 모압을 치러 가시겠습니까?”
“내가 가겠습니다. 나는 당신과 같고 내 백성은 당신의 백성과 같고 내 말은 당신의 말과 같습니다.”
8 “어느 길로 올라가겠습니까?”
“에돔(Edom) 광야 길로 갑시다.”
물이 없다
9 이스라엘 왕과 유다 왕과 에돔 왕이 출발했다. 사흘을 돌아다녔으나 군대와 가축들을 위한 물이 없었다.
10 이스라엘 왕이 말했다.
“슬프다. 여호와가 이 세 왕을 불러 모아 모압의 손에 주려 하시는구나.”
11 여호사밧이 말했다.
“여기에 우리가 여호와께 물을 수 있는 여호와의 선지자가 없습니까?”
이스라엘 왕의 신하 중 한 사람이 대답했다.
“사밧(Shaphat)의 아들 엘리사가 여기 있습니다. 그는 엘리야의 손에 물을 붓던 자입니다.”
“엘리야의 손에 물을 붓던 자” — 이것이 엘리사를 소개하는 방식이다. 위대한 선지자의 수종자. 하인. 그러나 바로 이 수종자가 스승의 영을 두 갑절로 물려받았다.
12 여호사밧이 말했다.
“그에게 여호와의 말씀이 있습니다.”
세 왕이 그에게로 내려갔다.
엘리사와 세 왕
13 엘리사가 이스라엘 왕에게 말했다.
“당신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당신의 아버지의 선지자들과 어머니의 선지자들에게로 가십시오.”
이스라엘 왕이 말했다.
“아닙니다. 여호와가 이 세 왕을 불러 모아 모압의 손에 넘기려 하시기 때문입니다.”
14 엘리사가 말했다.
“만군의 여호와의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합니다. 내가 유다 왕 여호사밧을 존중하지 않았다면 내가 당신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15 이제 거문고 타는 사람을 내 앞에 데려오십시오.”
거문고 타는 사람이 타니 여호와의 손이 엘리사에게 임했다.
선지자가 예언하기 전에 음악이 먼저다. 사무엘상 10장에서 사울이 선지자 무리를 만날 때 그들 앞에 비파와 수금과 소고와 피리가 있었다. 음악은 영적 집중을 돕는 수단이었다. 엘리사가 거문고를 요청한 것은 같은 맥락이다. 본문은 이 연결을 설명하지 않는다.
16 그가 말했다.
“여호와가 이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이 골짜기에 도랑들을 파라.
17 여호와가 이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바람도 보지 못하고 비도 보지 못하겠으나, 이 골짜기에 물이 가득 차서 너희와 너희 가축이 마실 것이다.
18 이것은 여호와의 눈에 쉬운 일입니다. 여호와가 모압을 너희 손에 주실 것입니다.
19 너희가 모든 견고한 성읍과 모든 아름다운 성읍을 치고, 모든 좋은 나무를 찍고, 모든 샘을 막고, 좋은 밭을 돌로 가득 채울 것입니다.”
물과 피
20 아침 제사 드릴 때가 되었다. 에돔 길에서 물이 흘러왔다. 온 땅이 물로 가득 찼다.
21 모압 사람들이 세 왕이 자기들을 치러 올라왔다는 것을 들었다. 그들이 갑옷을 입을 수 있는 자들을 다 소집하여 국경에 세웠다.
22 그들이 아침 일찍 일어났을 때, 해가 물 위에 비쳤다. 모압 사람들이 물이 피처럼 붉은 것을 건너편에서 보았다.
23 “저것은 피다. 왕들이 서로 쳐서 죽였을 것이다. 모압이여, 가서 노략하자!”
24 그들이 이스라엘 진영에 이르렀다. 이스라엘이 일어나 모압 사람들을 쳤다. 그들이 이스라엘 앞에서 도망했다. 이스라엘이 그 땅으로 들어가 모압을 쳤다.
25 성읍들을 헐었다. 각자 돌을 던져 좋은 밭마다 가득 채웠다. 모든 샘을 막고 모든 좋은 나무를 찍었다. 길하레셋(Kir-hareseth · ㉸ 키르 하레셋)의 돌은 남겨 두었으나 투석군들이 에워싸고 쳤다.
메사의 마지막 선택
26 모압 왕이 전쟁이 자기에게 너무 심한 것을 보고 칼을 찬 군사 칠백 명을 이끌고 에돔 왕에게 뚫고 나가려 했으나 능하지 못했다.
27 그가 장자, 자기 왕위를 이을 자를 데려다 성벽 위에서 번제로 드렸다. 이스라엘에 대한 크게 분노하는 마음이 일어났다. 그들이 그를 떠나 본국으로 돌아갔다.
메사가 자기 아들을 번제로 드린 것은 당시 가나안 주변 문화에서 전쟁의 극단적 위기에 신을 달래는 행위였다. “이스라엘에 대한 크게 분노하는 마음”이 누구의 것인지는 본문이 명확히 말하지 않는다. 모압 신 그모스(Chemosh)의 분노인지, 주변 민족들의 반감인지, 이스라엘 군대 안의 불안인지 해석이 갈린다. 메사 비문에서 메사는 그모스가 자기 백성을 구했다고 기록한다. 성경은 이 전쟁의 결론을 흐릿하게 남긴다.
다음 장 — 가난한 과부의 기름 단지가 가득 찬다. 수넴 여인이 아들을 얻는다. 그리고 그 아들이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