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하 18장 히스기야의 개혁과 산헤립의 칼

유다의 새 왕

1 이스라엘 왕 엘라의 아들 호세아 삼년에 유다 왕 아하스의 아들 히스기야(Hezekiah · ㉸ 히즈키야)가 왕이 되었다.

2 그가 왕이 될 때 스물다섯 살이었다. 예루살렘에서 이십구 년 동안 다스렸다. 그의 어머니는 스가랴(Zechariah)의 딸 아비(Abi)였다.

3 히스기야가 여호와 보시기에 옳은 일을 행했다. 그의 조상 다윗이 행한 모든 것을 따랐다.

4 그가 산당들을 제거했다. 돌 기둥들을 부쉈다. 아세라 목상을 잘랐다. 모세가 만든 청동 뱀을 부쉈다. 이스라엘 자손이 그때까지 그것에게 분향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느후스단(Nehushtan — ‘청동 조각’)이라 불렀다.

청동 뱀은 민수기 21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스라엘 백성이 불뱀에 물렸을 때 모세가 청동 뱀을 만들어 장대에 달았고, 쳐다보는 자는 살았다. 약 700년이 지나는 동안 그 뱀 형상이 예배 대상이 됐다. 히스기야는 그것을 부쉈다. 본래 하나님의 구원 도구였던 것이 우상이 된 순간 가치를 잃는다는 원리다. 예수는 요한복음 3:14에서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든 것처럼 인자도 들려야 하리라”며 이 청동 뱀을 자신의 십자가의 예표로 사용했다.

5 히스기야가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를 신뢰했다. 그의 전후로 유다 왕들 중에 그 같은 자가 없었다.

6 그가 여호와를 꼭 붙들어 떠나지 않았다. 여호와가 모세에게 명하신 계명을 지켰다.

7 여호와가 그와 함께하셨다. 그가 어디로 가든지 형통했다. 그가 앗수르 왕을 배반하고 그를 섬기지 않았다.

8 그가 가사와 그 주변까지 블레셋 사람들을 쳐서 망대에서 견고한 성에 이르기까지 쳤다.


사마리아가 무너졌다

9 히스기야 왕 사년, 이스라엘 왕 엘라의 아들 호세아 칠년에 앗수르 왕 살만에셀이 사마리아를 치러 올라와 포위했다.

10 삼 년 후에 그것을 점령했다. 히스기야 왕 육년, 이스라엘 왕 호세아 구년에 사마리아가 함락됐다.

11 앗수르 왕이 이스라엘을 앗수르로 사로잡아 가서 할라에, 메대 사람들의 도시들 근처에 두었다.

12 이것은 그들이 여호와의 말씀을 듣지 않고 그의 언약을 어겼기 때문이다. 여호와의 종 모세가 명령한 것을 따르지도 않고 행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산헤립이 온다

13 히스기야 왕 십사년에 앗수르 왕 산헤립(Sennacherib)이 유다의 모든 견고한 성읍들을 치고 그것들을 점령했다.

BC 701년이다. 산헤립의 유다 원정은 고고학적으로 가장 잘 입증된 성경 사건 중 하나다. 1847년 오스틴 레이어드(Austen Henry Layard)가 니네베에서 발굴한 산헤립 궁전 부조는 라기스 공성전을 벽면 가득히 세밀하게 묘사한다. 현재 런던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병사들의 갑옷, 공성 기계, 포로들의 행렬, 불타는 성 — 모두 새겨져 있다. 성경과 아시리아 기록이 같은 사건을 각자의 시각으로 기록한다.

14 유다 왕 히스기야가 라기스(Lachish · ㉸ 라키스)에 있는 앗수르 왕에게 사신을 보냈다.

“내가 잘못했습니다. 내게서 물러가십시오. 당신이 내게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든 지겠습니다.”

앗수르 왕이 유다 왕 히스기야에게 은 삼백 달란트와 금 삼십 달란트를 요구했다.

15 히스기야가 여호와의 성전과 왕궁 곳간에 있는 모든 은을 주었다.

16 히스기야가 여호와의 성전 문들과 그가 입힌 성전 기둥들에서 금을 벗겨 앗수르 왕에게 주었다.


랍사게의 연설

17 앗수르 왕이 라기스에서 대장군 다르단(Tartan)과 대신 랍사리스(Rab-saris)와 장관 랍사게(Rabshakeh)를 큰 군대와 함께 예루살렘 왕 히스기야에게 보냈다. 그들이 올라와 예루살렘에 이르렀다. 그들이 올라와서 윗 못(Upper Pool) 수도 옆 세탁자의 밭으로 가는 큰길에 서서 멈추었다.

랍사게는 사람 이름이 아니라 직책명이다. ‘왕의 고위 관리’를 뜻하는 아카드어 ‘랍 샤케’에서 왔다. 그는 앗수르 왕의 외교·심리전 담당이었다. 이후 그가 펼치는 히브리어 연설은 단순한 외교 발언이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정치적 선전이다.

18 그들이 왕을 부르자 힐기야의 아들 왕실 총무 엘리아김(Eliakim · ㉸ 엘야킴)과 서기관 셉나(Shebna)와 아삽의 아들 사관 요아(Joah · ㉸ 요아흐)가 나왔다.

19 랍사게가 그들에게 말했다.

“히스기야에게 말하라. 대왕, 앗수르 왕이 이같이 말씀하셨다. 네가 의지하는 이 의뢰가 무엇이냐?

20 내가 말하노라. 너는 그저 입술의 말뿐이라고 한다. 전쟁을 위한 전략과 힘이 있다. 이제 네가 누구를 의지하고 나를 배반했느냐?

21 보아라. 너는 저 상한 갈대 지팡이 이집트를 의지하는구나. 그것은 사람이 그 위에 기대면 그 손을 찌를 것이다. 이집트 왕 파라오는 자기를 의지하는 모든 자에게 그러하다.

22 혹 네가 내게 말하기를 우리가 우리 하나님 여호와를 의지한다 하겠지만, 그는 히스기야가 그 산당들과 제단을 제거하여 유다와 예루살렘에게 말하기를 이 제단 앞에서만 예배하라 한 그 신이 아니냐?”

랍사게는 히브리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이것이 심리전의 핵심이었다. 아람어(국제어)가 아닌 히브리어로 말함으로써 성벽 위의 병사들과 백성들이 직접 듣게 했다. 더 교묘한 것은 그의 신학적 주장이다. 히스기야의 개혁 — 산당 철폐 — 을 오히려 여호와를 배신한 행동으로 뒤집어 해석했다. 진실을 비틀어 혼란을 만드는 전략이다.

23 이제 내 주 앗수르 왕과 내기를 해보아라. 네가 말 탈 자를 줄 수 있다면 내가 말 이천 마리를 네게 줄 것이다.

24 어떻게 내 주의 종들 중 가장 작은 장관 하나를 물리칠 수 있겠느냐? 그런데 너는 병거와 마병을 위해 이집트를 의지하는구나.

25 내가 이제 여호와의 뜻 없이 이 곳을 치러 올라왔겠느냐? 여호와가 내게 이르시기를 이 땅을 올라가서 쳐서 멸하라 하셨다.”

26 엘리아김과 셉나와 요아가 랍사게에게 말했다.

“청컨대 당신의 종들에게 아람 말로 말씀하십시오. 우리가 알아듣습니다. 성 위에 있는 백성이 듣는 데서 유다 말로 우리에게 말씀하지 마십시오.”

27 랍사게가 그들에게 말했다.

“내 주가 이 말을 네 주와 너에게만 하라고 나를 보냈겠느냐? 자기 똥을 먹고 자기 오줌을 마셔야 할 성 위의 사람들에게도 하라고 보낸 것이 아니냐?”

28 랍사게가 일어서서 유다 말로 크게 외쳤다.

“대왕, 앗수르 왕의 말씀을 들어라.

29 왕이 이같이 말씀하셨다. 히스기야에게 속지 말라. 그가 너희를 내 손에서 구원하지 못할 것이다.

30 히스기야가 너희로 여호와를 의지하게 하면서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반드시 우리를 구원하실 것이라고 하거든 믿지 말라. 이 성이 앗수르 왕의 손에 넘겨지지 않을 것이라고 해도 믿지 말라.

31 히스기야의 말을 듣지 말라. 앗수르 왕이 이같이 말씀하셨다. 나와 화친하고 내게로 나오면 너희가 각각 자기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의 열매를 먹고 각각 자기 우물의 물을 마실 것이다.

32 내가 와서 너희를 곡식과 포도주와 떡과 포도원의 땅으로, 올리브기름과 꿀의 땅으로 데려가기까지는. 그러면 너희가 살고 죽지 않을 것이다. 히스기야를 따르지 말라. 여호와가 우리를 구원하실 것이라 하며 너희를 꾀는 그의 말을 듣지 말라.

33 나라들의 신들 중에 어느 신이 앗수르 왕의 손에서 자기 나라를 구원했느냐?

34 하맛(Hamath)아르밧(Arpad)의 신들이 어디 있느냐? 스발와임과 헤나와 이와의 신들이 어디 있느냐? 그들이 내 손에서 사마리아를 구원했느냐?

35 여러 나라의 모든 신들 중에 어느 신이 자기 나라를 내 손에서 구원했느냐? 여호와가 어떻게 내 손에서 예루살렘을 구원하겠느냐?”

36 백성이 잠잠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왕이 이르되 그에게 대답하지 말라 하셨기 때문이다.

37 힐기야의 아들 엘리아김과 서기관 셉나와 아삽의 아들 요아가 옷을 찢고 히스기야에게 나아가 랍사게의 말을 전했다.


성벽 위의 침묵은 공포가 아니었다. 왕의 명령이었다. 히스기야가 대화 자체를 거부했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더 강한 쪽이 유리하다. 히스기야는 그것을 알았다. 다음 장에서 그는 기도를 선택한다.

다음 장 — 히스기야가 옷을 찢고 성전으로 올라간다. 이사야에게 묻는다. 그리고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이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