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하 17장 사마리아의 함락

북왕국의 마지막 왕

1 유다 왕 아하스 십이년에 엘라(Elah)의 아들 호세아(Hoshea)가 사마리아에서 이스라엘 왕이 되어 구 년 동안 다스렸다.

2 그가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행했다. 그러나 그 이전 이스라엘 왕들처럼 하지는 않았다.

3 앗수르(Assyria · ㉸ 아시리아) 왕 살만에셀(Shalmaneser · ㉸ 살만에세르)이 올라왔다. 호세아가 그의 종이 되어 조공을 바쳤다.

4 앗수르 왕이 호세아가 반역하는 것을 알았다. 호세아가 이집트 왕 소(So)에게 사신을 보내고, 해마다 바치던 조공을 앗수르 왕에게 바치지 않았다. 앗수르 왕이 그를 감금하고 옥에 가뒀다.

5 앗수르 왕이 온 나라를 거슬러 올라와 사마리아(Samaria)를 치러 와서 삼 년 동안 포위했다.

6 호세아 구년에 앗수르 왕이 사마리아를 점령하고 이스라엘을 앗수르로 사로잡아 갔다. 그들을 할라(Halah)고산(Gozan) 강가 하볼과 메대 사람들의 여러 성읍에 두었다.

BC 722년의 일이다. 살만에셀 5세가 포위를 시작했으나, 함락 시점에는 사르곤 2세(Sargon II)가 왕위에 있었다. 사르곤 2세의 궁전 비문(니네베 발굴)은 “사마리아 주민 27,290명을 포로로 끌고 갔다”고 구체적으로 기록한다. 이것으로 북왕국 이스라엘의 역사가 끝났다. 북왕국은 BC 930년경 분열 이후 약 200년 만에 사라졌다. 사마리아는 아시리아 직할 행정구역이 됐다. 열 지파(북왕국)는 역사에서 자취를 감췄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7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이스라엘 자손이 그들을 이집트 왕 파라오의 손에서 이끌어 낸 하나님 여호와께 죄를 범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다른 신들을 경외하고

8 여호와가 이스라엘 자손 앞에서 쫓아낸 민족들의 규례와 이스라엘 왕들이 만든 규례를 따랐기 때문이다.

9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 하나님께 마땅하지 않은 일들을 행했다. 그들이 망대에서 견고한 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성읍에 산당을 세웠다.

10 모든 높은 산 위와 모든 푸른 나무 아래 돌 기둥들과 아세라 목상들을 세웠다.

11 여호와가 그 앞에서 쫓아낸 민족들처럼 거기 모든 산당에서 분향했다. 나쁜 일을 행하여 여호와를 노하게 했다.

12 그들이 여호와가 “너희는 이런 일을 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는데도 우상을 섬겼다.

17장 7-23절은 북왕국 멸망에 대한 열왕기 저자의 긴 해석이다. 단순한 역사 서술이 아니라 신학적 판결문이다. 이 단락은 신명기 사관(Deuteronomistic History)의 핵심 목소리다. 왜 하나님의 백성이 망했는가 — 저자는 군사력이나 외교의 실패가 아니라 언약 위반을 답으로 제시한다. 이 해석의 틀이 열왕기 전체, 나아가 여호수아-사사기-사무엘-열왕기 네 권의 공통 렌즈다.

13 그러나 여호와가 모든 선지자와 선견자를 통해 이스라엘과 유다에게 경고하셨다.

“너희 악한 길에서 돌이켜라. 내가 너희 조상들에게 명하고 내가 너희에게 보낸 모든 내 종 선지자들을 통해 너희에게 보낸 율법에 따라 내 명령과 규례를 지켜라.”

14 그러나 그들이 듣지 않고 목을 뻣뻣하게 했다. 그것은 여호와 하나님을 믿지 않았던 그들의 조상들의 목처럼 했다.

15 그들이 여호와의 규례와 그가 그들의 조상들과 맺은 언약과 경계하신 증거를 거절했다. 헛것을 좇아 헛된 자들이 되었다. 여호와가 하지 말라 하신 모든 민족들을 따랐다.

16 여호와 하나님의 모든 명령을 버렸다. 두 송아지 형상을 만들었다. 아세라 목상을 만들었다. 하늘의 모든 천체를 경배하고 바알(Baal)을 섬겼다.

17 자녀들을 불에 지나가게 했다. 점치는 것과 술수 쓰는 것을 행하고, 여호와 보시기에 악한 일을 행하여 여호와를 노하게 했다.

18 여호와가 이스라엘에게 심히 노하시어 그들을 그의 앞에서 제거하셨다. 유다 지파만 남았다.

19 유다도 여호와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지 않고 이스라엘이 만든 규례를 따랐다.

20 여호와가 이스라엘의 모든 자손을 거절하고, 그들을 괴롭게 하고, 약탈자들의 손에 내어주셨다. 마침내 그들을 그의 앞에서 쫓아내셨다.

21 여호와가 이스라엘을 다윗의 집에서 찢어버리셨을 때 그들이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을 왕으로 삼았다. 여로보암이 이스라엘을 여호와에게서 이탈하게 하고 큰 죄를 짓게 했다.

22 이스라엘 자손이 여로보암이 행한 모든 죄를 따랐다. 거기서 떠나지 않았다.

23 여호와가 그의 종 모든 선지자를 통하여 말씀하신 대로 마침내 이스라엘을 그의 앞에서 제거하셨다. 이스라엘이 자기 땅에서 앗수르로 사로잡혀 오늘까지 거기 있다.


외국인들이 사마리아에 들어오다

24 앗수르 왕이 바빌론과 구다와 아와와 하맛과 스발와임에서 사람들을 데려다가 이스라엘 자손 대신 사마리아 여러 성읍에 두었다. 그들이 사마리아를 차지하여 그 여러 성읍에 살았다.

사르곤 2세의 비문은 바빌론, 엘람, 아람 등 여러 지역 주민을 사마리아에 이주시켰음을 확인해준다. 이것이 사마리아인(Samaritans)의 기원이다. 순수 이스라엘 혈통이 아닌 혼합 민족이 이 땅에 살게 되었다. 신약 시대 유대인들이 사마리아인을 멸시한 것, “유대인이 사마리아인과 상종치 아니함이라”(요한복음 4:9)는 이 역사적 뿌리에서 비롯된다. 예수가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를 말하고, 사마리아 여인과 대화한 것은 이 수백 년의 분리선을 넘는 행동이었다.

25 그들이 처음 거기 살 때 여호와를 경외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호와가 사자들을 그들 가운데로 보내시어 그들 중 몇 사람을 죽게 하셨다.

26 앗수르 왕에게 말했다.

“당신이 사마리아 여러 성읍으로 옮겨 정착시킨 민족들이 그 땅 신의 법도를 알지 못합니다. 그가 사자들을 그들 가운데 보내었고, 그것들이 그들을 죽이는 것은 그 땅 신의 법도를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27 앗수르 왕이 명했다.

“거기서 데려온 제사장 하나를 거기로 돌아가 살게 하여라. 그가 그 땅 신의 법도를 그들에게 가르쳐라.”

28 사마리아에서 사로잡혀 갔던 제사장 하나가 벧엘(Bethel · ㉸ 베텔)에 살면서 그들에게 어떻게 여호와를 경외할지를 가르쳤다.


혼합 신앙

29 그러나 각 민족이 자기 신들을 만들어 사마리아 사람들이 지은 산당 안에 두었다. 각 민족이 각자 살고 있는 성읍에서 그랬다.

30 바빌론 사람들은 숙곳브놋(Succoth-benoth)을 만들었다. 구다 사람들은 네르갈(Nergal)을 만들었다. 하맛 사람들은 아시마(Ashima)를 만들었다.

31 아와 사람들은 닙하스(Nibhaz)다르닥(Tartak)을 만들었다. 스발와임 사람들은 그들의 자녀들을 스발와임 신 아드람멜렉(Adrammelech)아남멜렉(Anammelech)에게 불사르었다.

32 그들이 여호와를 경외하면서 또한 자기들 중에서 산당의 제사장들을 세웠다. 그들이 사마리아 산당에서 그들을 위해 제사를 드렸다.

33 그들이 여호와를 경외하기도 하고 또한 자기 나라에서 있던 풍습대로 자기 신들을 섬기기도 했다.

34 오늘까지 그들이 이전 풍습대로 행하며, 여호와를 경외하지 않고, 여호와가 이스라엘이라 이름을 바꾸어 주신 야곱의 자손에게 명한 규례와 법도와 율법과 계명을 따르지 않는다.

사마리아인들의 신앙은 여호와 신앙과 이방 신앙이 뒤섞인 혼합주의였다. 이 혼합이 유대교 입장에서 순수 야훼 신앙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여겨졌다. 완전한 이방보다 절반의 신앙이 더 길들이기 힘들다는 인식이다. 사마리아인들은 후에 독자적인 오경 전통(사마리아 오경)을 발전시켰고, 그리심 산을 예루살렘 성전 대신 예배 중심지로 삼았다. 이 분쟁이 요한복음 4장 20절 — “우리 조상들은 이 산에서 예배했는데” — 의 배경이다.

35 여호와가 그들과 언약을 맺으며 명령하셨다.

“다른 신들을 경외하지 말라. 그들에게 절하지 말라. 그들을 섬기지 말라. 그들에게 제물을 드리지 말라.

36 큰 능력과 편 팔로 이집트 땅에서 너희를 이끌어 낸 여호와를 경외하고 절하고 그에게 제물을 드려라.

37 그가 너희에게 기록해 준 규례와 법도와 율법과 계명을 영원히 지켜 다른 신들을 경외하지 말라.

38 내가 너희와 맺은 언약을 잊지 말라. 다른 신들을 경외하지 말라.

39 오직 너희 하나님 여호와를 경외하라. 그가 너희를 모든 원수들의 손에서 건져줄 것이다.”

40 그러나 그들이 듣지 않았다. 이전 풍습대로 행했다.

41 이 민족들이 여호와를 경외하면서 또한 자기 조각한 신상들도 섬겼다. 그 자녀도, 자녀의 자녀도 마찬가지로 행했다. 그들의 조상들이 행한 것을 오늘까지 그대로 따른다.


17장은 북왕국 이스라엘에 대한 사형선고이자 사후 부검이다. 열 지파는 돌아오지 않았다. 사마리아는 혼합된 사람들의 땅이 됐다. 이 함락이 성경 세계의 절반을 영원히 바꿔 놓았다. 이제 남은 것은 유다뿐이다. 그 유다가 얼마나 더 버티는지, 그것이 18장부터의 이야기다.

다음 장 — 히스기야가 왕이 됐다. 아버지 아하스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앗수르 산헤립이 쳐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