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기 3장 왼손잡이의 단검

남겨진 민족들

1 여호와가 이스라엘을 시험하려고 남겨두신 민족들이 있었다. 가나안의 모든 전쟁을 알지 못하는 세대를 시험하시기 위함이었다.

2 이스라엘 자손의 세대들이 전쟁을 알게 하려 하셨다. 적어도 이전에 전쟁을 알지 못했던 자들에게.

3 그 민족들은 블레셋의 다섯 방백들과 모든 가나안 사람과 시돈 사람과 바알 헤르몬 산에서 하맛(Hamath) 어귀까지의 히위 사람이었다.

4 이들을 남겨두신 것은 이스라엘을 시험하시기 위함이었다. 여호와가 모세에게 명한 명령들을 이스라엘이 듣는지 알아보려 하셨다.

5 이스라엘 자손이 가나안 사람과 헷 사람과 아모리 사람과 브리스 사람과 히위 사람과 여부스 사람 가운데 살면서

6 그들의 딸들을 아내로 맞이하고 자기 딸들을 그들의 아들들에게 주고 그들의 신들을 섬겼다.


첫 번째 순환: 옷니엘

7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행하여 자기들의 하나님 여호와를 잊어버리고 바알들과 아세라들을 섬겼다.

8 여호와가 이스라엘에게 진노하여 그들을 메소포타미아(Mesopotamia)구산 리사다임(Cushan-rishathaim)의 손에 파셨다. 이스라엘 자손이 구산 리사다임을 팔 년 동안 섬겼다.

구산 리사다임(כּוּשַׁן רִשְׁעָתַיִם) — 이름 자체가 ‘이중 사악함의 구산’이라는 뜻이다. 이 왕이 외부 사료로 확인된 사례는 없다. 1948년 벤야민 마자르(Benjamin Mazar) 와 1962년 아브라함 말라마트(Abraham Malamat) 의 연구는 이를 본명이 아닌 본문 편집자의 경멸적 별칭(타나크 명명 관행)으로 본다. 메소포타미아는 ‘두 강 사이의 땅’, 즉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를 가리키는 그리스어다. 히브리어 본문은 ‘아람 나하라임(Aram-Naharaim — 두 강의 아람)‘이라 표기한다. 현대 시리아 북부~이라크 북부에 해당한다.

9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께 부르짖었다. 여호와가 그들을 위해 구원자를 세우셨다. 갈렙의 아우 그나스의 아들 옷니엘(Othniel)이었다.

10 여호와의 영이 그에게 임하셨다. 그가 이스라엘을 사사로 다스렸다. 그가 싸우러 나갔다. 여호와가 메소포타미아 왕 구산 리사다임을 그의 손에 넘기셨다. 그의 손이 구산 리사다임을 이겼다.

11 그 땅이 사십 년 동안 평온했다. 그나스의 아들 옷니엘이 죽었다.

옷니엘 이야기는 사사 순환의 가장 정형화된 형태다. 죄 — 압제 — 부르짖음 — 구원 — 평온 — 죽음. 이 여섯 단계가 뒤에 나오는 사사들의 이야기에서 변주되고 복잡해진다. 옷니엘은 앞 장(1:13)에서 기럇세벨을 정복한 영웅이다. 첫 번째 사사는 이미 증명된 전사였다.


두 번째 순환: 왼손잡이 에훗

12 이스라엘 자손이 다시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행했다. 여호와가 모압(Moab)에글론(Eglon)을 강하게 하셨다. 이스라엘이 악을 행했기 때문이다.

13 에글론이 암몬(Ammon)아말렉(Amalek) 자손을 모아 이스라엘을 쳐서 야자나무 성을 점령했다.

14 이스라엘 자손이 모압 왕 에글론을 십팔 년 동안 섬겼다.

15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께 부르짖었다. 여호와가 그들을 위해 구원자를 세우셨다. 베냐민 사람 게라의 아들 에훗(Ehud)이었다. 그는 왼손잡이였다.

이스라엘 자손이 그의 손으로 모압 왕 에글론에게 공물을 보냈다.

에훗(אֵהוּד)이 왼손잡이라는 사실을 본문은 명시한다. 히브리어 원문은 더 정확히 “오른손을 쓰지 못하는 자”라고 표현한다. 베냐민(בִּנְיָמִין)이라는 지파 이름은 아이러니하게도 ‘오른쪽의 아들’, 즉 ‘행운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사사기 20장 16절은 베냐민 지파에서 왼손을 쓰는 뛰어난 전사 칠백 명을 따로 언급한다. 왼손잡이는 무기 검색에서 오른쪽 허리를 확인하는 경비를 속이기 유리했다.

16 에훗이 길이가 한 규빗(cubit — 약 45cm)인 양날 단검을 만들어 자기 옷 속 오른쪽 허벅지에 찼다.

17 에훗이 모압 왕 에글론에게 공물을 바쳤다. 에글론은 매우 살찐 사람이었다.

18 에훗이 공물을 바치기를 마치고 공물을 가지고 온 자들을 보냈다.

19 그러나 에훗은 길갈(Gilgal) 근처에 있는 돌 조각상들에서 돌이켰다.

“왕이여, 내가 당신에게 아뢸 은밀한 말씀이 있습니다.”

왕이 말했다. “조용히 하라.”

왕 앞에 서있던 모든 신하들이 물러갔다.

20 에훗이 왕에게 나아갔다. 에글론이 시원한 다락방에 혼자 앉아 있었다.

에훗이 말했다. “내가 하나님의 말씀을 당신에게 전할 것이 있습니다.”

왕이 보좌에서 일어났다.

21 에훗이 왼손을 뻗어 오른쪽 허벅지에서 단검을 빼내 왕의 배를 찔렀다.

22 칼자루까지 들어갔다. 칼 뒤에 기름이 나왔다. 에글론이 매우 살쪘기 때문에 칼날이 그의 배에 박혀 칼 자루를 뺄 수가 없었다.

23 에훗이 현관 쪽으로 나와 다락방 문들을 닫고 잠갔다.

24 에훗이 나간 뒤에 신하들이 와서 보니 다락방 문들이 잠겨 있었다.

“왕이 시원한 방에서 용변을 보시나보다.”

25 그들이 한참을 기다렸다. 그래도 왕이 다락방 문들을 열지 않자 열쇠를 가져다가 열었다. 보니 주인이 땅에 쓰러져 죽어 있었다.

이 암살 장면은 사사기에서 가장 생생한 서술 중 하나다. 히브리 저자는 칼날이 살 속에 잠기는 것, 문을 잠그고 도망치는 것, 신하들이 문밖에서 기다리는 것을 담담하게 기록한다. 구약 서사 중 드물게 폭력의 물리적 세부를 이렇게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독자를 불편하게 하는 사실주의다.

26 그들이 기다리는 동안 에훗이 도망쳐 돌 조각상들을 지나 스이라(Seirah)로 피했다.

27 그가 도착하자 에브라임 산지에서 나팔을 불었다. 이스라엘 자손이 그를 따라 산에서 내려갔다. 에훗이 그들의 앞에서 이끌었다.

28 “나를 따르라. 여호와가 너희 원수 모압을 너희 손에 주셨다.”

그들이 에훗을 따라 내려가 요단 강 나루터들을 빼앗아 모압 사람이 건너지 못하게 했다.

29 그 때 그들이 모압 사람 약 만 명을 쳤다. 모두 건장한 자들, 용사들이었다. 도망한 자가 한 명도 없었다.

30 그 날 모압이 이스라엘 손 아래에 굴복했다. 그 땅이 팔십 년 동안 평온했다.


세 번째: 삼갈

31 에훗 후에 아낫(Anath)의 아들 삼갈(Shamgar)이 있었다. 그가 소 모는 막대기(oxgoad)로 블레셋 사람 육백 명을 쳤다. 그도 이스라엘을 구원했다.

삼갈 이야기는 단 한 절이다. 그러나 이 한 절이 중요한 정보를 담는다. 소 모는 막대기(히브리어 ‘말마드’, מַלְמָד)는 끝이 뾰족한 긴 막대로, 소가 밭을 갈 때 방향을 잡아주는 농기구다. 무기가 아니다. 블레셋 육백 명을 이것으로 쳤다는 것은 — 정규 무기가 없었거나, 갑작스러운 상황이었거나, 극적 과장이거나. 삼갈은 아낫의 아들이라는 이름에서 가나안 전쟁 여신 아낫(Anat)의 숭배자나 그 신전 사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스라엘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사사기는 구원자의 출신을 가리지 않는다.

다음 장 — 드보라. 여인이 이스라엘의 사사가 되고, 또 다른 여인이 적장 시스라를 천막 말뚝으로 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