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기 6장 보리 타작 틀 속의 용사

메뚜기 떼 같은 미디안

1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행했다. 여호와가 그들을 미디안(Midian)의 손에 칠 년 동안 넘기셨다.

2 미디안의 손이 이스라엘을 강하게 눌렀다. 이스라엘 자손이 미디안 때문에 산의 굴과 동굴과 산성을 만들었다.

3 이스라엘이 씨를 뿌리면 미디안과 아말렉과 동방 사람들이 올라왔다.

4 그들이 이스라엘을 치러 올라와 가사(Gaza)까지 이르는 땅의 소산을 멸하고 이스라엘에 먹을 것을 남기지 않았다. 양도, 소도, 나귀도 남기지 않았다.

5 그들이 그 가축과 장막을 가지고 올라왔다. 메뚜기 떼처럼, 그들과 그 낙타들을 셀 수 없었다. 그들이 이스라엘 땅에 들어와 황폐하게 했다.

낙타 — 사사기 6-8장에 가축화된 낙타가 대규모로 등장한다. 고고학적 연구에 따르면 낙타의 광범위한 가축화와 상업적 이용은 대략 BC 1100년 이후에 본격화된다. 사사 시대(일반적으로 BC 1200–1050년경)와 시간적으로 겹친다. 낙타 떼를 앞세운 미디안의 습격은 당시 새롭게 등장한 전쟁 방식이었다. 메뚜기처럼 이동하며 농작물을 쓸어가는 유목 기마 전술이다. 기존 보병 중심의 가나안 전쟁과 전혀 다른 방식이어서 이스라엘이 대응하기 어려웠다.

6 이스라엘이 미디안으로 인해 심히 가난해졌다.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께 부르짖었다.

7 이스라엘 자손이 미디안으로 인해 여호와께 부르짖었을 때

8 여호와가 이스라엘 자손에게 한 선지자를 보내셨다. 그가 말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가 이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희를 이집트에서 인도하여 내었다. 종살이하던 집에서 너희를 이끌어 냈다.

9 내가 너희를 이집트의 손에서, 너희를 압제하는 모든 자들의 손에서 건졌다. 내가 그들을 너희 앞에서 쫓아내고 그들의 땅을 너희에게 주었다.

10 내가 너희에게 말했다.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 너희가 사는 아모리 사람의 신들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러나 너희가 내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포도즙 틀 옆의 부름

11 여호와의 사자가 와서 오브라(Ophrah)에 있는 상수리나무 아래에 앉았다. 그 상수리나무는 아비에셀(Abiezrite) 사람 요아스(Joash)의 것이었다. 요아스의 아들 기드온(Gideon)이 미디안 때문에 숨기려고 포도즙 틀에서 밀을 탈곡하고 있었다.

기드온(גִּדְעוֹן) — ‘쓰러뜨리는 자’, ‘잘라내는 자’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는 부름받을 때 밀을 포도즙 틀에서 탈곡하고 있었다. 밀 탈곡은 바람이 겨를 날려버리도록 언덕 위에서 하는 일이다. 포도즙 틀은 낮고 은밀한 장소다. 기드온이 거기서 탈곡하는 것은 적에게 들킬 것이 무서워 숨어서 하는 행동이다. ‘용사’라는 호칭과 숨어서 탈곡하는 현실의 간격이 이 장면의 힘이다.

12 여호와의 사자가 그에게 나타나 말했다.

“큰 용사여, 여호와가 너와 함께하신다.”

13 기드온이 대답했다.

“오, 나의 주여, 여호와가 우리와 함께하신다면 어찌하여 이 모든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습니까? 우리 조상들이 우리에게 이르기를 여호와가 우리를 이집트에서 인도하여 내셨다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금 여호와가 우리를 버리시어 미디안의 손에 주셨습니다.”

14 여호와가 그를 돌아보며 말씀하셨다.

“네가 가진 이 힘으로 가서 이스라엘을 미디안의 손에서 구원하라. 내가 너를 보내는 것이 아니냐?”

15 기드온이 말했다.

“오, 주여, 내가 어떻게 이스라엘을 구원할 수 있겠습니까? 보십시오, 내 집안이 므낫세 중에서 가장 가난합니다. 나는 내 아버지 집에서 가장 작은 자입니다.”

16 여호와가 말씀하셨다.

“내가 분명히 너와 함께할 것이다. 네가 미디안을 한 사람 치듯 칠 것이다.”

“가장 작은 자” — 기드온의 자기소개는 모세의 자기소개와 닮았다(출애굽기 3-4장). 부름받은 자가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말하는 패턴이다. 구약의 부름 이야기(소명 서사)에 반복되는 구조다. 그리고 그 부족함이 정확히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지점이 된다.


고기와 무교병

17 기드온이 말했다.

“당신이 나에게 은혜를 베푸시면 내게 표적을 보여주십시오. 당신이 나와 말씀하신 분이심을 보여주십시오.

18 내가 제물을 가져와 당신 앞에 놓을 때까지 떠나지 마십시오.”

“네가 돌아올 때까지 내가 머물겠다.”

19 기드온이 들어가 염소 새끼를 준비하고 무교병 한 바구니를 만들었다. 고기를 바구니에 담고, 국물을 냄비에 담아 상수리나무 아래로 가져와 드렸다.

20 하나님의 사자가 말했다.

“고기와 무교병을 가져다가 이 바위 위에 놓고 국물을 부어라.”

기드온이 그대로 했다.

21 여호와의 사자가 손에 잡은 지팡이 끝을 내밀어 고기와 무교병에 댔다. 불이 바위에서 올라와 고기와 무교병을 살랐다. 여호와의 사자가 사라졌다.

22 기드온이 그가 여호와의 사자인 것을 알고 말했다.

“아, 주 여호와여! 내가 여호와의 사자를 대면하여 보았습니다.”

23 여호와가 기드온에게 말씀하셨다.

“두려워하지 말라. 너는 죽지 않을 것이다.”

24 기드온이 거기서 여호와를 위해 제단을 쌓고 여호와 살롬(Yahweh-shalom — ‘여호와는 평화’) 이라 불렀다. 그것이 오늘도 아비에셀 사람의 오브라(Ophrah)에 있다.


바알의 제단을 허물다

25 그 날 밤에 여호와가 기드온에게 말씀하셨다.

“네 아버지의 수소를 취하고, 곧 일곱 해 된 둘째 수소를 취하고, 네 아버지에게 있는 바알의 제단을 헐어라. 그 곁에 있는 아세라 목상을 찍어버려라.

26 그리고 이 산성 꼭대기에 네 하나님 여호와를 위해 제단을 쌓아라. 순서에 따라 쌓아라. 찍은 아세라 목상으로 번제를 드려라.”

27 기드온이 종 열 명을 데리고 여호와의 말씀대로 행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가족과 성읍 사람들이 두려워서 낮에는 못 하고 밤에 했다.

28 성읍 사람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보니 바알의 제단이 헐려 있었다. 그 곁의 아세라가 찍혀 있었다. 새로 쌓은 제단 위에 둘째 수소가 번제로 드려져 있었다.

29 “누가 이렇게 했느냐?”

그들이 서로 물어 알아보니 “요아스의 아들 기드온이 했다”는 것이었다.

30 성읍 사람들이 요아스에게 말했다.

“네 아들을 끌어내라. 그가 죽어야 한다. 바알의 제단을 헐었고 그 곁의 아세라를 찍었다.”

31 요아스가 자기를 에워싼 모든 자에게 말했다.

“너희가 바알을 위해 다투느냐? 너희가 바알을 구원하려느냐? 바알을 위해 다투는 자는 아침까지 죽을 것이다. 바알이 신이라면 자신을 위해 다툴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제단을 헐었으니.”

32 그 날 기드온을 여룹바알(Jerubbaal — ‘바알이 다투게 하라’) 이라 불렀다. 그가 바알의 제단을 헐었기 때문이다.

기드온(여룹바알)의 두 이름 — ‘기드온’은 히브리어로 ‘쓰러뜨리다’는 뜻이고, ‘여룹바알’은 아이러니하게도 ‘바알이 다투게 하라’, 즉 ‘바알이 자기 일을 처리하게 하라’는 뜻이다. 아버지 요아스가 제단을 헌 아들을 지키기 위해 한 말이 이름이 되었다. 이후 사사기에서 기드온은 두 이름으로 병행 표기된다. 구약에서 두 이름을 동시에 사용하는 인물들이 여럿 있다 — 이름 자체가 그의 이야기 안에 있다.


미디안이 집결하다

33 미디안과 아말렉과 동방 사람들이 모두 함께 모여 요단 강을 건너 이스르엘(Jezreel) 골짜기에 진을 쳤다.

34 여호와의 영이 기드온에게 임했다. 기드온이 나팔을 불었다. 아비에셀 족속이 그를 따라 소집되었다.

35 기드온이 사자들을 온 므낫세에 두루 보냈다. 므낫세도 그를 따르려고 소집되었다. 아셀과 스불론과 납달리에도 사자들을 보냈다. 그들이 올라와 만났다.


양털 표적

36 기드온이 하나님께 말했다.

“당신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스라엘을 내 손으로 구원하시려면

37 내가 양털 한 뭉치를 타작 마당에 두겠습니다. 이슬이 양털에만 있고 사방 땅은 다 말라 있으면, 당신이 말씀하신 대로 내 손으로 이스라엘을 구원하실 것을 내가 알겠습니다.”

38 기드온이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양털을 움켜쥐었다. 그릇에 가득할 만큼 이슬이 양털에서 짜여 나왔다.

39 기드온이 하나님께 다시 말했다.

“내게 노하지 마십시오. 한 번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양털로 한 번 더 시험하게 해주십시오. 이번에는 양털만 마르고 사방 땅에 이슬이 있게 해주십시오.”

40 하나님이 그 날 밤 그대로 행하셨다. 양털만 말랐고 사방 땅에 다 이슬이 있었다.

기드온의 두 번의 표적 요청은 믿음의 부족이 아니라 확신을 구하는 과정으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첫 번째 요청에서도 이미 “당신이 말씀하신 것처럼”이라는 조건절이 있다 — 기드온은 이미 여호와의 말씀을 받아들인 상태에서 확증을 구한다. 물리적 표적 요청은 구약에서 드문 패턴이 아니다 — 아브라함(창세기 15장), 기드온, 히스기야(이사야 38장) 모두 표적을 구했다.

다음 장 — 삼만이천 명이 모였다. 여호와가 말씀하셨다. “너무 많다.” 줄이고 또 줄여서 삼백 명. 그 삼백 명이 횃불과 항아리를 들고 미디안 진영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