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기 8장 기드온의 에봇

에브라임의 불만

1 에브라임 사람들이 기드온에게 말했다.

“미디안과 싸우러 갈 때 우리를 부르지 않은 것은 무슨 일이냐? 그들이 기드온과 심하게 다퉜다.

2 기드온이 그들에게 대답했다.

“내가 이제 한 일이 너희가 한 일과 비교해서 무엇이냐? 에브라임의 포도원 끝물이 아비에셀의 만물보다 낫지 않느냐?

3 하나님이 미디안의 방백 오렙과 스엡을 너희 손에 주셨다. 내가 한 것이 너희가 한 것과 어찌 비교할 수 있겠느냐?”

이 말을 듣고 에브라임 사람들의 기세가 꺾였다.

기드온의 외교 — 에브라임은 이스라엘 지파 중 강력한 지파였고 자존심이 센 집단이었다. 기드온은 분쟁을 피하기 위해 에브라임의 공로를 높이 평가하는 말로 분노를 가라앉혔다. 이 짧은 외교적 재치가 지파 내전을 막는다. 그러나 10장에서 기드온의 아들 입다가 같은 상황에서 에브라임과 충돌하면 내전이 벌어진다.


숙곳과 브누엘의 거절

4 기드온이 요단 강을 건너갔다. 그와 함께한 삼백 명이 지쳐 있었지만 계속 추격했다.

5 기드온이 숙곳(Succoth) 사람들에게 말했다.

“내 뒤를 따르는 백성이 피곤합니다. 빵을 주십시오. 나는 미디안의 왕들 세바(Zebah)살문나(Zalmunna)를 추격하고 있습니다.”

6 숙곳의 방백들이 대답했다.

“세바와 살문나가 이미 네 손에 들어 있느냐? 우리가 왜 네 군대에게 빵을 주어야 하느냐?”

7 기드온이 말했다.

“그렇다면 여호와가 세바와 살문나를 내 손에 주실 때, 내가 광야의 가시와 찔레로 너희 살을 찢겠다.”

8 기드온이 거기서 올라가 브누엘(Penuel · ㉸ 프니엘)로 갔다. 거기서도 같은 말을 했다. 브누엘 사람들도 숙곳 사람들이 대답한 것처럼 대답했다.

9 기드온이 브누엘 사람들에게도 말했다.

“내가 평안히 돌아올 때에 이 망대를 헐겠다.”

숙곳과 브누엘은 요단 강 동편 지역이었다. 미디안 군대의 잔재가 아직 그 지역 근처에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기드온을 돕기를 거부한 것은 미디안의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아직 결과가 불확실할 때 편을 드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기드온은 그 거절을 배신으로 기억한다.


세바와 살문나를 잡다

10 세바와 살문나가 갈골(Karkor)에 있었다. 그들의 군대는 약 만오천 명이었다. 동방 사람들의 군대 가운데 칼을 뽑은 자들이 이미 십이만 명이나 엎드러진 뒤였다.

11 기드온이 노바와 욕브하 동쪽에 있는 천막 거주자들의 길로 올라가 적진을 쳤다. 군대가 방심하고 있었다.

12 세바와 살문나가 도망쳤다. 기드온이 추격하여 미디안의 두 왕 세바와 살문나를 잡고 온 군대를 흩뜨렸다.

13 요아스의 아들 기드온이 헤레스(Heres) 고개를 통해 전쟁터에서 돌아왔다.

14 숙곳 사람들 가운데 한 젊은이를 붙잡아 그를 심문하니 숙곳의 방백들과 장로들 칠십칠 명을 그에게 써주었다.

15 기드온이 숙곳 사람들에게 가서 말했다.

“보라, 세바와 살문나다. 너희가 나를 조롱하여 ‘세바와 살문나가 이미 네 손에 있느냐? 우리가 왜 네 피곤한 사람들에게 빵을 주어야 하느냐?‘고 했었다.”

16 기드온이 성읍의 장로들을 잡아 광야의 가시와 찔레로 숙곳 사람들을 징벌했다.

17 브누엘의 망대를 헐고 그 성읍 사람들을 죽였다.

18 기드온이 세바와 살문나에게 말했다.

“너희가 다볼에서 죽인 자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느냐?”

“그들은 당신과 같았습니다. 왕의 아들 같이 생겼습니다.”

19 기드온이 말했다.

“그들은 내 형제들, 내 어머니의 아들들이었다. 여호와가 살아 계심으로 맹세한다. 너희가 그들을 살려두었더라면 내가 너희를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

20 기드온이 자기의 맏아들 여델(Jether)에게 말했다.

“일어나 그들을 죽여라.”

여델이 칼을 뽑지 않았다. 두려워서. 아직 청년이었다.

21 세바와 살문나가 말했다.

“네가 일어나 우리를 쳐라. 사람이 되어야 힘도 있다.”

기드온이 일어나 세바와 살문나를 죽이고 그들의 낙타 목에 있던 초승달 장식들을 취했다.

초승달 장식 — 고대 근동에서 초승달 모양의 금속 장식은 달신(月神)의 상징이었다. 미디안과 아라비아 부족들이 사용한 이 장식은 종교적 의미와 전리품의 가치를 동시에 지녔다. 낙타의 목에 달린 장식이라는 세부 묘사는 당시 부족 문화의 실감나는 증언이다.


왕이 되기를 거부하다

22 이스라엘 사람들이 기드온에게 말했다.

“당신이 우리를 미디안의 손에서 구원했으니 당신이 우리를 다스려라. 당신과 당신의 아들과 당신의 손자가.”

23 기드온이 그들에게 말했다.

“내가 너희를 다스리지 않겠다. 내 아들도 너희를 다스리지 않겠다. 여호와가 너희를 다스릴 것이다.”

이 거절은 사사기 안에서 중요한 정치신학적 선언이다. 기드온은 왕정을 거부한다. 사사기의 편집자(신명기 사관)는 인간 왕이 여호와의 통치를 대체하는 것을 반대한다. 그러나 바로 다음에 기드온의 행동이 그 선언과 모순을 일으킨다.

24 기드온이 그들에게 말했다.

“내가 한 가지를 청하겠다. 각자 빼앗은 것들 가운데 귀고리들을 내게 주라.” 그들이 이스마엘 사람들의 금 귀고리들을 가졌기 때문이다.

25 그들이 대답했다. “기꺼이 드리겠습니다.”

겉옷을 펼치고 거기에 각자 빼앗은 귀고리들을 던졌다.

26 기드온이 청한 금 귀고리들의 무게가 금 천칠백 세겔이었다. 초승달 장식들과 고리들과 미디안 왕들이 입었던 자주색 옷들과 낙타 목에 두른 사슬들은 따로였다.

27 기드온이 그것으로 에봇(ephod)을 만들어 자기 성읍 오브라에 두었다. 온 이스라엘이 거기서 그것을 음란하게 따랐다. 그것이 기드온과 그 집에 덫이 되었다.

에봇(אֵפוֹד) — 본래 대제사장이 입는 예복의 일부이자 신탁(神託)을 구하는 도구였다. 기드온이 만든 에봇은 성막이 아닌 자기 고향 오브라에 두었다.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 — 이스라엘의 예배는 한 곳, 정해진 성막에서 이루어져야 했다. 기드온은 왕이 되기를 거부했지만, 예배의 중심을 자기 고향에 두는 것은 사실상 종교적 권력을 취한 것이다. “그것이 기드온과 그 집에 덫이 되었다”는 기록자의 직접 평가가 이 에봇의 결말을 예고한다.


기드온의 죽음

28 이스라엘이 그처럼 미디안을 굴복시켰다. 그들이 다시는 머리를 들지 못했다. 기드온이 사는 동안 사십 년 동안 그 땅이 평온했다.

29 요아스의 아들 여룹바알이 자기 집으로 돌아가 살았다.

30 기드온에게는 아들 칠십 명이 있었다. 아내가 많았기 때문이다.

31 세겜에 있는 그의 첩도 아들을 낳았다. 기드온이 그 이름을 아비멜렉(Abimelech — ‘내 아버지가 왕’)이라 했다.

아비멜렉이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다. ‘내 아버지가 왕’이라는 뜻의 이름을, 왕이 되기를 거부한 아버지가 지었다는 아이러니다. 이 이름이 9장 전체를 예고한다.

32 요아스의 아들 기드온이 나이가 많아 죽어 아비에셀 사람의 오브라에 있는 아버지 요아스의 묘에 장사되었다.

33 기드온이 죽자 이스라엘 자손이 다시 돌아가 바알들을 따랐다. 바알 브릿(Baal-Berith — ‘언약의 바알’)을 자기들의 신으로 삼았다.

34 이스라엘 자손이 자기들을 모든 원수의 손에서 구원한 자기들의 하나님 여호와를 기억하지 않았다.

35 여룹바알, 곧 기드온이 이스라엘에게 베푼 모든 은혜에 따라 그의 집에 친절을 베풀지 않았다.

다음 장 — 기드온의 아들 아비멜렉이 형제 칠십 명을 죽이고 왕이 되려 한다. 사사기 안의 왕정 실험, 그리고 그 파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