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 24장 나와 내 집은
세겜에 모이다
1 여호수아가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를 세겜(Shechem · ㉸ 스켐)에 모았다. 이스라엘의 장로들과 두령들과 재판관들과 지도자들을 불렀다. 그들이 하나님 앞에 나아왔다.
세겜은 이야기가 겹치는 땅이다. 아브라함이 가나안에 들어와 처음 제단을 쌓은 곳(창세기 12:6-7). 야곱이 가족과 함께 살았고 후에 거기서 자기 신상들을 땅에 묻었던 곳(창세기 35:4). 요셉의 뼈가 묻힌 곳(여호수아 24:32). 훗날 북이스라엘 왕국의 첫 수도(열왕기상 12장). 이 도시에서 언약 갱신이 이루어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역사가 가장 많이 쌓인 땅에서 다시 선택이 이루어진다.
세겜 발굴 — 1913-14년 에른스트 젤린, 1956-69년 조지 어니스트 라이트가 이끈 하버드·드루·맥코믹 팀이 집중 발굴했다. BC 12세기 큰 신전 유적이 확인되었다(미그달 신전, “요새 신전”). 사사기 9장의 바알 브릿 신전이 이 시기와 겹친다. BC 12세기 세겜에 대규모 종교 집회가 가능한 시설이 존재했다는 고고학적 근거다.
역사 낭독
2 여호수아가 온 백성에게 말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가 이렇게 말씀하셨소.
‘오래 전에 당신들의 조상들 — 아브라함(Abraham)의 아버지, 나홀(Nahor)의 아버지 데라(Terah) — 이 유브라데 강 건너편에 살며 다른 신들을 섬겼다.
3 내가 당신들의 조상 아브라함을 강 건너편에서 데리고 와서 가나안 온 땅을 돌아다니게 하고 그의 자손을 많게 했다. 내가 그에게 이삭(Isaac)을 주었다.
4 이삭에게는 야곱(Jacob)과 에서(Esau)를 주었다. 에서에게는 세일(Seir) 산을 유산으로 주었다. 그러나 야곱과 그의 자녀들은 이집트로 내려갔다.
5 내가 모세와 아론(Aaron)을 보냈고, 이집트에 내가 행한 것들로 이집트를 쳤다. 그 후에 당신들을 이끌어 냈다.
6 내가 당신들의 조상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어 바다에 이르렀다. 이집트인들이 병거와 마병으로 당신들의 조상들을 갈대 바다(Red Sea)까지 쫓았다.
7 그들이 여호와에게 부르짖었고 내가 당신들과 이집트인들 사이에 어둠을 두었다. 바다를 그들 위에 쏟아부어 그들을 덮었다. 당신들의 눈이 이집트에서 행한 것을 보았다. 당신들이 광야에서 오랜 날을 살았다.
8 내가 당신들을 요단 강 동편에 사는 아모리(Amorite) 사람의 땅으로 데려갔다. 그들이 당신들과 싸웠고 내가 그들을 당신들 손에 넘겼다. 당신들이 그 땅을 차지했고 내가 그들을 당신들 앞에서 멸했다.
9 그때 모압(Moab) 왕 십볼의 아들 발락(Balak son of Zippor)이 일어나 이스라엘과 싸웠다. 그가 보내서 브올의 아들 발람(Balaam son of Beor)을 불러 당신들을 저주하게 했다.
10 그러나 나는 발람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가 당신들을 거듭 축복했다. 내가 당신들을 그의 손에서 건졌다.
11 당신들이 요단 강을 건넜다. 여리고에 이르렀다. 여리고 성주들 — 아모리, 브리스, 가나안, 헷, 기르가스, 히위, 여부스 사람들 — 이 당신들과 싸웠다. 내가 그들을 당신들 손에 넘겼다.
12 내가 당신들 앞에 왕벌(hornet)을 보내어 아모리 사람의 두 왕을 당신들 앞에서 쫓아냈다. 당신들의 칼이 아니었고 당신들의 활이 아니었다.
13 내가 당신들에게 당신들이 수고하지 않은 땅과 당신들이 건축하지 않은 성읍들을 주었다. 당신들이 거기서 살았다. 당신들이 심지 않은 포도원과 올리브나무에서 먹는다.’
이 역사 낭독의 구조 — 신명기 26장의 “유랑하는 아람인”으로 시작하는 신앙 고백과 유사하다. 이스라엘 예배의 핵심 행위 중 하나가 구원의 역사를 공동으로 낭독하는 것이었다. 1938년 독일 학자 게르하르트 폰 라트(Gerhard von Rad) 의 『육경의 양식 비평적 문제』가 이 양식을 ‘역사적 신경(geschichtliches Credo)‘이라 명명했다 — 신명기 26장 5–9절, 여호수아 24장, 시편 78편이 같은 양식의 사례다. 개인의 기억이 아니라 공동체의 기억이 신앙을 형성한다.
선택의 순간
14 “이제 여호와를 경외하고 온전하고 진실하게 그분을 섬기시오. 당신들의 조상들이 강 건너편과 이집트에서 섬기던 신들을 치워버리고 여호와만 섬기시오.
15 만약 여호와를 섬기는 것이 당신들 눈에 나쁘다면, 강 건너편에서 당신들의 조상들이 섬기던 신들이든, 당신들이 사는 땅의 아모리 사람들의 신들이든 — 섬길 자를 오늘 선택하시오.
그러나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소.”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소(וַאֲנִי וּבֵיתִי נַעֲבֹד אֶת-יְהוָה)” — 구약성경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구절 중 하나다. 이 선언의 힘은 강요가 아닌 선택에 있다. 여호수아는 다른 선택지를 먼저 열어둔다. “섬길 자를 선택하라.” 그리고 자신의 답을 말한다. 이것은 명령이 아닌 고백이다. 오늘날 이 문장은 기독교 가정에서 가장 많이 걸리는 성경 문구 중 하나다.
백성의 응답
16 백성이 대답했다.
“여호와를 버리고 다른 신들을 섬기는 것은 우리에게 없는 일이오.
17 여호와 우리 하나님이 우리와 우리 조상들을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 내시고, 우리 눈앞에서 이 큰 표적들을 행하셨소. 우리가 걸어온 길 — 온 민족들 가운데서 — 내내 우리를 지키셨소.
18 여호와가 이 땅에 사는 아모리 사람들을 포함하여 모든 민족을 우리 앞에서 쫓아내셨소. 우리도 여호와를 섬기겠소. 그분이 우리 하나님이시기 때문이오.”
19 여호수아가 백성에게 말했다.
“당신들이 여호와를 섬기지 못할 것이오. 그분은 거룩한 하나님이오. 질투하시는 하나님이오. 당신들의 배반과 죄를 용납하지 않으실 것이오.
20 당신들이 여호와를 버리고 이방 신들을 섬기면, 그분이 돌이켜 당신들에게 해를 끼치고 당신들에게 선을 베푸신 뒤에 당신들을 멸하실 것이오.”
여호수아의 경고는 역설적이다. 백성이 “섬기겠다”고 하자, “못 섬길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비관론이 아니다. 언약의 무게를 알고 받으라는 도전이다. 쉽게 하는 맹세는 의미가 없다. 얼마나 어려운 약속인지 알고 그럼에도 선택하라는 것이다.
언약의 돌
21 백성이 여호수아에게 말했다. “아니오. 우리는 여호와를 섬기겠소.”
22 여호수아가 백성에게 말했다. “당신들이 여호와를 선택했다는 증인은 당신들 자신이오.” 그들이 말했다. “증인이오.”
23 “그러면 이방 신들을 당신들 가운데서 치워버리고 당신들의 마음을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로 향하시오.”
24 백성이 여호수아에게 말했다. “우리 하나님 여호와를 섬기고 그분의 말씀을 따르겠소.”
25 그날 여호수아가 세겜에서 백성과 언약을 세웠다. 그들을 위해 규례와 법도를 제정했다.
26 여호수아가 이 말들을 하나님의 율법책에 기록했다. 큰 돌을 취하여 여호와의 성소 곁에 있는 상수리나무 아래 세웠다.
27 여호수아가 온 백성에게 말했다.
“이 돌이 우리에게 증거가 될 것이오. 이 돌이 여호와가 우리에게 하신 모든 말씀을 들었기 때문이오. 당신들이 당신들의 하나님을 부인할 때 이것이 당신들을 치는 증거가 될 것이오.”
28 여호수아가 백성을 각자의 유산으로 떠나보냈다.
“상수리나무 아래” — 창세기 12:6에서 아브라함이 세겜에 처음 도착했을 때 “상수리나무 곁”에 섰다. 창세기 35:4에서 야곱이 이방 신상들을 세겜의 상수리나무 아래 땅에 묻었다. 같은 나무 아래, 또는 같은 종류의 나무 아래에서 역사가 되풀이된다. 이방 신들을 묻었던 그 자리에서 여호와 언약의 돌이 선다.
세 사람이 묻히다
29 이 일들 뒤에 눈의 아들 여호수아(Joshua son of Nun)가 죽었다 — 110세.
30 그들이 그를 그의 유산의 경계 안에 있는 딤낫 세라(Timnath-serah) — 에브라임 산지 — 에 묻었다. 가아스 산 북쪽이었다.
31 이스라엘이 여호수아의 생애 동안 여호와를 섬겼다. 여호수아 뒤에 살아남은 장로들 — 여호와가 이스라엘에게 행하신 모든 일을 아는 자들 — 의 날 동안도.
“여호수아 뒤에 살아남은 장로들의 날 동안” — 이것이 여호수아서가 끝나는 지점이다. 그 장로들이 죽은 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사사기 2:10이 이어받는다 — “그 세대도 그들의 조상들에게로 돌아갔고, 그 후에 일어난 다른 세대는 여호와를 알지 못하였다.” 기억의 단절이 신앙의 단절이 된다.
32 이스라엘 자손이 이집트에서 가져온 요셉(Joseph)의 뼈를 세겜(Shechem)에 묻었다 — 야곱이 세겜의 아버지 하몰(Hamor)의 자손에게서 은 백 개로 산 땅 구역에. 그것이 요셉 자손의 유산이 되었다.
요셉의 뼈 — 창세기 50:25에서 요셉은 임종 전 이스라엘 자손에게 맹세를 받는다. “하나님이 반드시 당신들을 돌아보실 것이니 당신들은 내 뼈를 여기서 가지고 나가시오.” 출애굽기 13:19에서 모세가 그 뼈를 가지고 나갔다. 광야 40년, 가나안 정복, 땅 분배 — 그 긴 여정 끝에 뼈가 땅에 묻힌다. 요셉이 꿈꾸었던 땅에 돌아온다.
33 아론(Aaron)의 아들 엘르아살(Eleazar)도 죽었다. 그를 에브라임 산지 기브아(Gibeah)에 묻었다 — 그의 아들 비느하스(Phinehas)에게 준 땅.
세 죽음으로 책이 닫힌다 — 여호수아(지도자), 요셉의 뼈(오랜 약속), 엘르아살(제사장). 지도자, 약속, 제사장직이 모두 다음 세대로 넘어간다. 여호수아서는 완성이 아니라 인계로 끝난다.
세 종교의 세겜 — 세겜(오늘날 팔레스타인 자치구 나블루스 근교)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 모두에게 의미 있는 땅이다. 유대교에서는 족장들의 땅. 기독교에서는 요한복음 4장 예수와 사마리아 여인의 만남 장소(야곱의 우물). 이슬람에서는 예언자 유수프(요셉)가 묻힌 땅으로 기억한다. 오늘날 요셉의 무덤(Tomb of Joseph)은 나블루스 동쪽에 있으며 유대인·기독교인·사마리아인·무슬림 모두가 순례하는 장소다.
여호수아서가 끝났다. 땅은 나뉘었고, 약속은 이루어졌고, 지도자는 묻혔다. 그러나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사사기가 이어받는다 — “여호수아 뒤에 이스라엘이 여호와를 알지 못하는 다른 세대가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