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하 24장 아라우나의 타작마당
인구조사의 명령
1 여호와가 다시 이스라엘을 향해 진노하셨다.
그가 다윗을 충동하셨다. “가서 이스라엘과 유다의 인구를 세어라.”
‘여호와가 다윗을 충동하셨다’고 했는데, 역대상 21장 1절은 같은 사건을 “사탄이 이스라엘을 치려고 일어나 다윗을 충동하여”라고 기록한다. 사무엘서는 하나님이, 역대상은 사탄이 충동했다고 한다.
신학사적 변천 독법: 1989년 사라 야페트(Sara Japhet) 의 OTL 역대기 주석은 두 본문의 차이를 포로기 이후의 신학 발전으로 본다 — 하나님께 악의 책임을 묻기 어려워진 BC 4세기 유대 신학이 사탄 개념을 매개로 끌어들였다는 분석. 욥기 1–2장과 스가랴 3장 1–2절의 사탄도 같은 시기 등장이다.
신적 허용 독법: 4세기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e) 의 『신국론』 14권 27장이 두 본문을 조화시켰다 — 하나님이 사탄의 활동을 허용하셨고, 그 허용이 사무엘서가 말하는 “충동”이라는 입장. 16세기 장 칼뱅(John Calvin) 도 같은 노선이다. 욥기 1장의 천상 회의 구조가 그 모형이다.
2 왕이 요압과 함께한 군 지휘관들에게 말했다. “단에서 브엘세바까지 이스라엘 모든 지파를 두루 다니며 백성의 수를 세어라. 내가 백성의 수를 알고 싶다.”
3 요압이 왕에게 말했다. “왕의 하나님 여호와가 지금 백성보다 백 배나 더 많게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내 주 왕이시여, 어찌하여 이 일을 기뻐하십니까?”
4 그러나 왕의 말이 요압과 군 지휘관들을 눌렀다. 요압과 군 지휘관들이 이스라엘 인구를 세러 왕 앞에서 나갔다.
인구조사
5 그들이 요단 강을 건너 갓(Gad) 땅 한가운데, 아로엘(Aroer)의 오른편에 있는 성 곧 야셀(Jazer) 골짜기에 이르렀다.
6 길르앗(Gilead)과 닷딤홋시(Tahtim Hodshi) 땅에 이르렀다가 단야안(Dan Jaan)에 이르렀다가 시돈(Sidon) 방향으로 돌았다.
7 두로(Tyre) 요새와 히위(Hivite)와 가나안(Canaan) 모든 성읍에 이르렀다. 유다(Judah) 브엘세바까지 나왔다.
8 온 땅을 두루 다니고 구 개월 스무 날 만에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
9 요압이 백성의 수를 왕에게 올렸다.
이스라엘은 칼을 뺄 수 있는 용사가 팔십만이었고, 유다 사람은 오십만이었다.
다윗의 뉘우침
10 다윗이 백성의 수를 센 뒤에 마음에 찔렸다. 다윗이 여호와께 말했다. “내가 이 일을 행함으로 크게 죄를 지었습니다. 여호와여, 이제 당신의 종의 죄악을 사해 주십시오. 내가 심히 어리석게 행했습니다.”
인구조사가 왜 죄인가 — 본문은 설명하지 않는다.
속전 누락설: 출애굽기 30장 12절은 인구를 셀 때 한 사람당 반 세겔의 속전(贖錢)을 드려야 재앙이 없다고 규정한다. 다윗이 이 절차를 어겼다는 독법 — 요세푸스(AD 1세기) 의 『유대 고대사』 7권 13장이 이미 이 해석을 따른다. 11세기 라쉬(Rashi) 의 사무엘하 주석도 같다.
군사적 교만설: 군사력 점검이 본질이라는 독법. 본문이 “칼을 뺄 수 있는 자”(9절)만 헤아렸다는 점, 요압이 반대한 명목이 “왕이 무엇하러 이런 일을 하시려고”였다는 점이 단서다. 16세기 장 칼뱅(John Calvin) 이 사무엘 주석에서 이 입장을 강하게 폈다.
신적 시험설: 역대상 21장 1절이 “사탄이 다윗을 충동했다”고 옮겨 적은 반면, 본문은 “여호와의 진노가 … 다윗을 격동시켰다”(1절)고 한다. 두 본문의 차이 자체가 후대 신학의 변천을 보여준다. 본문은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결과만 보여준다.
세 가지 벌 중 하나를 선택하라
11 다윗이 아침에 일어났을 때 다윗의 선지자 갓(Gad)에게 여호와의 말씀이 임했다.
12 “가서 다윗에게 말하라. ‘여호와가 말씀하신다. 내가 네게 세 가지를 보여주겠다. 그중 하나를 선택하면 내가 그것을 행하겠다.’”
13 갓이 다윗에게 가서 말했다. “이 땅에 칠 년 기근이 있겠습니까? 세 달 동안 원수들 앞에서 도망치겠습니까? 사흘간 이 땅에 전염병이 있겠습니까? 이제 생각하여 내게 어떻게 대답할지 알게 하십시오.”
14 다윗이 갓에게 말했다. “내가 큰 고통에 있습니다. 여호와가 매우 자비로우시니 우리가 여호와의 손에 떨어집시다. 사람의 손에는 떨어지지 않겠습니다.”
다윗의 선택이 이 장의 핵심이다. 그는 하나님의 자비를 믿었다. 사람의 손보다 하나님의 손이 낫다고 했다. 그래서 사흘 전염병을 선택했다. 이것은 믿음인가, 아니면 가장 짧은 기간을 고른 계산인가. 두 가지가 섞여 있을 것이다.
전염병
15 여호와가 그 아침부터 정한 때까지 이스라엘에 전염병을 보내셨다. 단에서 브엘세바까지 백성 중에서 죽은 자가 칠만 명이었다.
16 천사가 손을 예루살렘으로 뻗어 멸하려 할 때 여호와가 재앙을 뉘우치시고 백성을 치는 천사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그쳐라. 네 손을 거두어라.”
여호와의 천사가 여부스(Jebusite) 사람 아라우나(Araunah)의 타작마당 곁에 있었다.
17 다윗이 백성을 치는 천사를 보았을 때 여호와께 말했다. “보십시오, 내가 죄를 지었습니다. 내가 어리석은 짓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양들은 무엇을 했습니까? 제 손이 자기와 제 아버지의 집을 쳐 주십시오.”
타작마당을 사다
18 갓이 그날 다윗에게 와서 말했다. “올라가서 여부스(Jebusite) 사람 아라우나의 타작마당에 여호와를 위해 제단을 쌓으십시오.”
19 다윗이 갓의 말대로, 여호와가 명하신 대로 올라갔다.
20 아라우나가 내려다보다가 왕과 그의 신하들이 자기에게로 오는 것을 보았다. 아라우나가 나가 왕에게 얼굴을 땅에 대고 절했다.
21 아라우나가 물었다. “어찌하여 내 주 왕이 종에게 오셨습니까?”
다윗이 말했다. “네 타작마당을 사서 여호와를 위해 제단을 쌓아 백성에게서 재앙을 물리치려 한다.”
22 아라우나가 다윗에게 말했다. “내 주 왕이 좋으시다면 올려드리십시오. 번제에 드릴 소도 있고, 나무로 쓸 타작기와 소의 멍에도 있습니다.
23 아라우나가 이 모든 것을 왕께 드립니다. 왕의 하나님 여호와가 왕을 받아주시기를.”
24 왕이 아라우나에게 말했다. “아니다. 값을 주고 사겠다. 값 없이는 내 하나님 여호와께 번제를 드리지 않겠다.”
다윗이 은 오십 세겔로 타작마당과 소를 샀다.
25 다윗이 거기서 여호와를 위해 제단을 쌓고 번제와 화목제를 드렸다. 여호와가 땅을 위한 기도를 들어 주셨다. 이스라엘의 재앙이 그쳤다.
아라우나의 타작마당 — 이 작은 땅이 구약에서 가장 무거운 자리다. 역대하 3장 1절은 솔로몬이 성전을 세운 곳이 “예루살렘의 모리아 산”이라고 기록한다. 그리고 “다윗의 아버지 다윗이 준비한 곳, 즉 여부스 사람 오르난의 타작마당”이라고 덧붙인다(역대상 21:18-22:1의 평행 이야기). 이 타작마당이 솔로몬 성전의 자리였다. 그 성전은 파괴되었고, 헤롯 성전이 그 자리에 다시 세워졌다. 그 성전도 파괴되었다. 오늘 그 자리에는 이슬람 황금 돔, ‘바위 돔(Dome of the Rock)‘이 서 있다. 이슬람이 세 번째로 거룩하게 여기는 성지다. 유대교와 기독교와 이슬람이 가장 격렬하게 만나는 한 장소가, 이 이름 없는 여부스 사람의 타작마당이다.
창세기 22장에서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치려 한 모리아 산과 여기 모리아 산을 동일시하는 전통이 강하다. 아브라함이 숫양을 발견한 그 언덕에서, 다윗이 소를 잡았다. 솔로몬이 성전을 세웠다. 예수가 성전 뜰에서 가르쳤다. 그리고 지금 황금 돔이 있다. 한 장소에 수천 년의 역사가 겹쳐 있다.
사무엘하는 여기서 끝난다. 다윗은 아직 죽지 않았다. 그의 죽음과 솔로몬의 즉위는 열왕기상 1-2장에 기록된다. 사무엘하는 열왕기상으로 이어진다. 타작마당을 사는 것으로 책이 끝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구매, 제단, 기도, 응답 — 이것이 사무엘하가 선택한 마지막 장면이다. 반역, 도주, 통곡 뒤에 제단이 남았다.
사무엘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