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하 13장 다말의 잿빛 옷

암논의 집착

1 다윗의 아들 압살롬(Absalom)에게 아름다운 누이가 있었다. 이름은 다말(Tamar · ㉸ 타마르)이었다. 다윗의 다른 아들 암논(Amnon)이 그녀를 사랑했다.

2 암논이 자기 누이 다말 때문에 몸이 상할 만큼 괴로워했다. 그녀가 처녀였으므로 쉽게 다가갈 방법이 없었다.

암논과 다말은 이복 남매였다. 다말의 어머니는 마아가(Maacah)였고, 암논의 어머니는 아히노암(Ahinoam)이었다. 이복 남매 사이의 혼인이 당시 이스라엘에서 전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았지만(창세기 20장에서 아브라함도 이복 여동생 사라와 혼인했다), 모세 율법 레위기 18장은 이를 명시적으로 금한다.

3 암논에게 요나답(Jonadab)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다윗의 형 시므아(Shimeah)의 아들로, 매우 교활한 사람이었다.

4 요나답이 물었다. “왕자님, 어찌 나날이 그리 파리해지십니까? 말씀해 주시지 않으렵니까?”

암논이 말했다. “나는 내 형제 압살롬의 누이 다말을 사랑한다.”

5 요나답이 말했다. “침상에 누우십시오. 아픈 척하십시오. 아버지께서 문병 오시면 이렇게 말씀드리십시오. ‘제 누이 다말이 와서 음식을 먹여 주게 해 주십시오. 제가 보는 앞에서 음식을 만들어 그 손으로 먹이면 좋겠습니다.’”


덫이 놓이다

6 암논이 누워 아픈 척했다. 왕이 문병을 왔다. 암논이 왕에게 말했다. “누이 다말이 와서 제 보는 앞에서 과자를 두어 개 만들어 그 손으로 먹여 주었으면 합니다.”

7 다윗이 다말의 집으로 전령을 보냈다. “네 오빠 암논의 집으로 가서 그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 주어라.”

8 다말이 오빠 암논의 집으로 갔다. 그가 침상에 누워 있었다. 다말이 밀가루를 가져다가 반죽하고 그가 보는 앞에서 과자를 만들어 구웠다.

9 냄비를 가져다가 그 앞에 쏟아 놓았다. 그런데 암논이 먹기를 거부했다. “모두 나가라.” 하인들이 모두 나갔다.

10 암논이 다말에게 말했다. “음식을 안방으로 가져와서 네 손으로 먹여 달라.”

다말이 자기가 만든 과자를 가져다가 안방 오빠 암논에게 갔다.

11 그녀가 가까이 가서 먹이려 하자 암논이 그녀를 붙들었다. “나와 함께 자라. 누이야.”

12 그녀가 그에게 말했다. “오빠, 안 돼요. 강제로 하지 마세요. 이스라엘에서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어요. 이런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마세요.

13 나는 이 수치를 어디 가지고 가겠어요? 오빠는 이스라엘에서 어리석은 자 중의 하나가 될 거예요. 제발 왕께 말씀드려 보세요. 그분이 나를 오빠에게 주시는 것을 막지 않으실 거예요.”

다말의 마지막 말은 절박한 협상이었다. ‘아버지께 청하면 혼인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말로 시간을 벌려 했다. 그러나 본문은 암논이 그 말을 들으려 했는지조차 적지 않는다.

14 암논이 듣지 않았다. 그가 그녀보다 강했으므로 강제로 그녀와 함께 누웠다.


증오로 변한 것

15 그러자 암논이 그녀를 심히 미워했다. 그 미움이 아까 사랑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컸다.

암논이 그녀에게 말했다. “일어나서 나가라.”

16 그녀가 그에게 말했다. “안 돼요. 나를 내쫓는 것은 나에게 한 이 나쁜 짓보다 더한 거예요.”

암논이 듣지 않았다.

17 그가 자기를 시중드는 젊은 종을 불렀다. “이 여자를 밖으로 내쫓고 문을 잠가라.”

18 그 종이 그녀를 밖으로 내쫓고 문을 잠갔다.

다말은 채색 옷을 입고 있었다. 왕의 딸 처녀들은 이런 옷을 입었다.

19 다말이 재를 머리에 뿌렸다. 그 채색 옷을 찢었다. 손을 머리 위에 얹고 울면서 걸어갔다.

다말의 행동은 구약에서 극도의 슬픔과 수치를 표현하는 몸짓이었다. 재를 머리에 뿌리고, 옷을 찢고, 손을 머리 위에 얹는 것 — 이 세 행위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은 되돌릴 수 없는 파국의 신호였다. 본문은 다말이 어디로 갔는지, 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 말하지 않는다. 그녀는 이 장면 이후 두 번 다시 말을 하지 않는다.

20 오빠 압살롬이 그녀에게 물었다. “네 오빠 암논이 너와 함께 있었느냐? 지금은 잠잠히 있어라. 그는 네 오빠다. 이 일을 마음에 너무 담지 마라.”

다말이 오빠 압살롬의 집에 살았다. 황폐하게 지냈다.

21 다윗 왕이 이 모든 일을 들었을 때 매우 화가 났다.

히브리어 원문은 여기서 끝난다. 다윗이 화가 났다 — 그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고대 사해 사본과 칠십인역에는 “암논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를 꾸짖으려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 추가되어 있다. 아버지는 피해자에게도, 가해자에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압살롬에게 복수의 칼을 쥐어 주었다.


압살롬의 2년

22 압살롬이 암논에게 좋게도 나쁘게도 말하지 않았다. 압살롬이 암논을 미워했다. 그가 누이 다말을 욕보였기 때문이었다.

23 이 년이 지났다. 에브라임(Ephraim) 근처 바알하솔(Baal Hazor)에서 압살롬의 양털 깎는 일이 있었다. 압살롬이 왕의 모든 아들을 초청했다.

24 압살롬이 왕에게 가서 말했다. “이제 종의 양털을 깎고 있습니다. 왕과 왕의 신하들도 함께 와 주십시오.”

25 왕이 말했다. “아니다, 내 아들아. 우리가 다 가면 네게 짐이 된다.” 왕이 가기를 거부했지만 축복해 주었다.

26 압살롬이 말했다. “그러면 내 형 암논이라도 함께 가게 해 주십시오.”

왕이 물었다. “그가 왜 너와 함께 가야 하느냐?”

27 압살롬이 간청하자 왕이 허락했다. 암논과 왕의 모든 아들을 함께 보냈다.


복수

28 압살롬이 자기 종들에게 명령했다. “보아라, 암논이 포도주로 기분이 좋아졌을 때 내가 ‘암논을 쳐라’ 하거든, 그를 죽여라.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명령한 것이 아니냐. 담대히 용감하게 하라.”

29 압살롬의 종들이 압살롬이 명령한 대로 암논에게 했다. 왕의 모든 아들이 일어나 각각 자기 노새에 올라타 도망쳤다.

30 그들이 길에 있는데 다윗에게 소문이 왔다. “압살롬이 왕의 모든 아들을 죽여 한 명도 남지 않았습니다.”

31 왕이 일어나 자기 옷을 찢고 땅에 누웠다. 그의 모든 신하도 옷을 찢고 서 있었다.

32 요나답이 말했다. “왕자들이 다 죽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암논만 죽었습니다. 압살롬이 누이 다말을 욕보인 날부터 이것을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33 왕은 왕자들이 다 죽었다는 소식에 마음 쓰지 마십시오. 암논만 죽었습니다.”

34 압살롬은 도망갔다.

압살롬이 도망간 곳은 그술(Geshur)이었다. 외가가 있는 땅이었다. 그의 어머니 마아가가 그술 왕 달매의 딸이었다. 민족의 경계 바깥, 아버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보초 소년이 고개를 들어보니 호로나임(Horonaim) 길로 사람들이 많이 오고 있었다.

35 요나답이 왕에게 말했다. “왕자들이 오고 있습니다. 종이 말씀드린 대로 됐습니다.”

36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왕자들이 와서 소리 높여 울었다. 왕과 모든 신하도 크게 울었다.


도망간 압살롬

37 압살롬이 도망가서 암미훌(Ammihud)의 아들 그술 왕 달매(Talmai)에게 갔다. 다윗은 날마다 자기 아들 때문에 슬퍼했다.

38 압살롬이 도망가서 그술에 있었다. 삼 년이었다.

39 다윗 왕이 압살롬에 대해 마음이 풀렸다. 암논이 죽었으므로 슬픔이 가셨다.

본문이 “다윗이 나가기를 그쳐 압살롬을 보고자 마음을 돌이켰다”(개역한글 표현)고 말할 때, 이것은 용서인지 그리움인지 분명하지 않다. 아버지는 두 아들을 모두 잃었다. 한 명은 무덤 안에서, 한 명은 국경 너머에서. 그 사이 다말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곳에서 황폐하게 살고 있었다.


다음 장 — 요압이 드고아의 지혜로운 여인을 이용해 압살롬의 귀환을 주선한다. 다윗이 허락한다. 그러나 압살롬은 2년 동안 왕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