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5장 군대와 열두 해

거라사 광인

1 그들이 바다 건너 거라사(Gerasa · ㉸ 게라사) 지방에 이르렀다.

2 예수께서 배에서 나오시자마자 더러운 귀신 들린 사람이 무덤 사이에서 나와 예수를 만났다.

3 그 사람은 무덤 사이에 거처했다. 아무도 쇠사슬로도 그를 묶을 수 없었다.

4 여러 번 쇠고랑과 쇠사슬로 묶었으나 쇠사슬을 끊고 쇠고랑을 부러뜨렸다. 아무도 그를 제어할 힘이 없었다.

5 그는 밤낮 항상 무덤 사이와 산에서 소리를 지르며 돌로 자기 몸을 상하게 했다.

6 그가 멀리서 예수를 보고 달려와 절했다.

7 큰 소리로 외쳤다.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 나와 당신이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하나님께 맹세코 나를 괴롭히지 마십시오.”

8 이는 예수께서 이미 “더러운 귀신아, 그 사람에게서 나오라”고 명령하셨기 때문이다.

9 예수께서 그에게 물으셨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내 이름은 군대(Legion · ㉸ 레지온)입니다. 우리가 많기 때문입니다.”

10 자기들을 그 지방에서 내보내지 말아달라고 간청했다.

‘레기온(Legion)’ — 로마 군단의 기본 단위다. 6,000명 규모. 팔레스타인을 점령한 로마 군대의 이름이 귀신의 이름이 된다.

탈식민주의 정치적 알레고리설: 1990년대 체드 마이어스(Ched Myers, 『강한 자를 묶다 — 마가복음의 정치적 독해』 1988)와 리처드 호슬리(Richard Horsley, 『예수와 제국』 2003)가 정교화 — 거라사(Gerasa) 지역에 실제로 주둔했던 로마 제10군단 프레텐시스(Legio X Fretensis)의 군기에 멧돼지가 새겨져 있었다는 점, 돼지 떼가 ‘바다로 돌격해 익사하는’ 장면이 군사 작전을 패러디한 모습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마가가 의도적으로 로마 점령에 대한 정치적 풍자를 숨겨놓았다는 독법.

영적 차원 우선설: R.T. 프랜스(NIGTC 마가복음 주석 2002), 모르나 후커(BNTC 1991)는 정치적 함축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본문 자체는 영적 해방 서사로 본다 — ‘많기 때문이다(폴로이 에스멘)‘라는 자기 묘사가 1차적으로는 군대적 비유 — 가 아니라 다중 빙의 현상의 표현이라는 것.

11 거기 산 기슭에 돼지 떼가 먹고 있었다.

12 귀신들이 간청했다.

“우리를 돼지들에게 보내어 들어가게 하여 주십시오.”

13 예수께서 허락하셨다. 더러운 귀신들이 나와서 돼지들에게 들어갔다. 약 이천 마리 되는 돼지 떼가 급경사를 내려 바다에 뛰어들어 바다에서 죽었다.

14 돼지를 치는 자들이 달아나 시내와 여러 마을에 전했다. 사람들이 그 이루어진 일을 보러 나왔다.

15 예수께 이르러 귀신 들렸던 자가 옷을 입고 제정신으로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두려워했다. 군대 귀신 들렸던 자에게 있었던 일을 직접 본 자들이 그들에게 알렸다.

16 사람들이 예수께 그 지방에서 떠나 달라고 간청하기 시작했다.

두려움 — 마을 사람들이 두려워한 것은 귀신 들린 사람이 아니었다. 옷을 입고 제정신으로 앉아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천 마리의 돼지. 이 무서운 능력을 가진 자를 가까이 두는 것이 두려웠다.

17 예수께서 배에 오르실 때 귀신 들렸던 자가 함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18 허락하지 않으시고 말씀하셨다.

19 “집으로, 네 가족에게 돌아가라. 주께서 네게 얼마나 큰 일을 하셨는지, 어떻게 불쌍히 여기셨는지 전하라.”

20 그가 가서 예수께서 자기에게 행하신 것을 데가볼리(Decapolis · ㉸ 데카폴리스) 지방에 전파했다. 사람들이 다 놀랐다.

데가볼리 — 이방 열 도시 지역. 예수가 이방 땅에서 자기 신원을 숨기지 않은 드문 경우다. 제자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던 것과 달리, 거라사 사람에게는 ‘가서 전하라’고 했다.


야이로의 딸과 열두 해 혈루병 여인

21 예수께서 다시 배로 건너편으로 가시니 큰 무리가 모여들었다. 예수께서 바닷가에 계셨다.

22 회당장 중 야이로(Jairus)라 하는 사람이 왔다. 예수를 보고 발 앞에 엎드려,

23 간청했다.

“내 어린 딸이 죽게 되었습니다. 오셔서 손을 얹으소서. 그러면 살아나겠습니다.”

24 예수께서 그와 함께 가셨다. 큰 무리가 따라가 밀었다.

25 십이 년 동안 혈루병을 앓던 여인이 있었다.

26 많은 의사에게 많은 괴로움을 당하고 있던 것을 다 써버렸으나 아무 효험이 없고 도리어 더 악해졌다.

27 예수의 소문을 듣고 무리 가운데 섞여 뒤에서 예수의 옷에 손을 대었다.

28 ‘그의 옷에만 손을 대어도 나을 것이다’ — 생각했기 때문이다.

29 곧 혈루의 근원이 마르고 병이 나은 줄을 몸으로 느꼈다.

30 예수께서 그에게서 능력이 나간 줄을 즉시 아시고 무리 가운데서 돌이켜 말씀하셨다.

“내 옷에 손을 댄 자가 누구냐?”

31 제자들이 말씀드렸다.

“무리가 이렇게 선생님을 밀고 있는데 ‘누가 내게 손을 댔느냐’고 물으십니까?”

32 예수께서 이 일을 행한 여인을 보려고 두루 살피셨다.

33 여인이 두렵고 떨며 자기에게 이루어진 일을 알고 와서 예수 앞에 엎드려 모든 사실을 말씀드렸다.

34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라. 네 병에서 놓여 건강하여라.”

‘딸아’ — 예수가 낯선 여인을 딸이라 부른 것은 마가복음에서 이 한 번이다. 유대 정결법에서 혈루병 여인은 부정했고, 그를 만지는 것도 부정했다. 여인은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뒤에서 옷에만 손을 댔다. 예수는 그녀를 찾아 이름 대신 ‘딸’이라 불렀다.

35 아직 말씀하실 때에 회당장의 집에서 사람들이 왔다.

“당신의 딸이 죽었습니다. 어찌하여 선생님을 더 수고롭게 하십니까?”

36 예수께서 그 말을 듣고 회당장에게 말씀하셨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라.”

37 베드로와 야고보와 야고보의 형제 요한 외에는 아무도 따라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38 회당장의 집에 이르러 시끄러움과 많이 울며 통곡함을 보셨다.

39 들어가셔서 말씀하셨다.

“왜 울며 떠드느냐? 이 아이가 죽은 것이 아니라 잔다.”

40 사람들이 비웃었다. 예수께서 그들을 다 내보내시고 아이의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있는 자들을 데리고 아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셨다.

41 아이의 손을 잡고 말씀하셨다.

달리다굼(Talitha koum) — 소녀야, 내가 네게 말한다. 일어나라.”

42 소녀가 곧 일어나 걸었다. 나이 열두 살이었다. 사람들이 크게 놀랐다.

43 이 일을 아무도 알지 못하게 하라고 엄히 말씀하시고, 소녀에게 먹을 것을 주라고 하셨다.

‘달리다굼’ — 아람어다. 마가는 예수의 실제 언어를 기록한다. 가장 거칠고 가장 날 것인 목격자의 기억. 학자들이 마가를 ‘베드로의 회상록’이라 부르는 이유 중 하나다. 베드로가 현장에 있었다. 그 아람어 단어를 기억했다. 그것이 마가에 남았다.

열두 해와 열두 살 — 혈루병 여인의 열두 해와 야이로 딸의 열두 살. 마가는 설명하지 않는다. 숫자가 겹친다. 독자가 느끼게 한다.

다음 장 — 예수가 고향 나사렛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거절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