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전서 11장 내가 받은 것을 너희에게 전하노니
머리 가리개
1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같이 너희는 나를 본받으라.
2 너희가 모든 일에 나를 기억하고 또 내가 너희에게 전하여 준 대로 그 전통을 너희가 지키므로 너희를 칭찬하노라.
3 그러나 너희가 알기를 원하노니, 각 남자의 머리는 그리스도요, 여자의 머리는 남자요, 그리스도의 머리는 하나님이시라.
4 무릇 남자로서 머리에 무언가를 쓰고 기도나 예언을 하는 자는 그 머리를 욕되게 하는 것이요,
5 무릇 여자로서 머리에 무언가를 쓰지 않고 기도나 예언을 하는 자는 그 머리를 욕되게 하는 것이니, 이는 머리를 민 것과 같음이라.
6 만일 여자가 머리를 가리지 않거든 깎을 것이요, 만일 깎거나 미는 것이 여자에게 부끄러운 것이면 가릴지니라.
7 남자는 하나님의 형상과 영광이니 그 머리를 마땅히 가리지 않거니와, 여자는 남자의 영광이니라.
8 남자가 여자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여자가 남자에게서 났으며,
9 또 남자가 여자를 위하여 지음을 받지 아니하고, 여자가 남자를 위하여 지음을 받은 것이니,
10 이러므로 여자는 천사들로 말미암아 권세 아래에 있는 표를 그 머리 위에 두어야 하느니라.
11 그러나 주 안에는 남자 없이 여자만 있지 않고 여자 없이 남자만 있지 아니하니라.
12 이는 여자가 남자에게서 난 것 같이 남자도 여자로 말미암아 났음이라. 그리고 모든 것은 하나님에게서 났느니라.
13 너희는 스스로 판단하라. 여자가 머리를 가리지 않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이 합당하냐?
14 남자에게 긴 머리가 부끄러움이 되는 것을 본성이 너희에게 가르치지 아니하느냐?
15 만일 여자가 긴 머리가 있으면 그것은 그에게 영광이 되나니, 긴 머리는 가리는 것을 대신하여 주셨기 때문이니라.
16 논쟁하려는 자가 있을지라도 우리에게나 하나님의 모든 교회에는 이런 관례가 없느니라.
11:3-16은 신약에서 가장 해석하기 어려운 구절 중 하나다. 핵심 쟁점은 “머리”(헬라어 κεφαλή, 케팔레)가 권위(authority)를 뜻하는지, 근원(source)을 뜻하는지다.
권위 해석: 웨인 그루뎀(Wayne Grudem) 의 1985년 논문 Trinity Journal 이 70여 사례를 분석해 케팔레가 1세기 그리스어에서 일반적으로 권위를 함의한다고 주장. 보완주의(complementarianism) 진영의 정초 논문이다.
근원 해석: 고든 피, 카트린 크뢰거, 리처드 크뢰거(Richard Kroeger) 가 변호 — 케팔레가 헬라어에서 “위에 있는 권위”보다는 “흘러나오는 근원”을 뜻한다는 입장. 11:8 “남자가 여자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여자가 남자에게서 난 것이라”가 근거.
“천사들로 말미암아”(11:10) 도 사해 두루마리(1QSa)의 천사 임재 의식 평행에 비추어 예배 중 천사 입회를 가리킨다는 1957년 요제프 피츠마이어(Joseph Fitzmyer) 의 해석이 표준이 되었다. 본문은 11-12절에서 스스로 균형을 잡는다 — 주 안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독립하지 않는다.
주의 만찬
17 이제 내가 명하는 것에서 너희를 칭찬하지 아니하나니, 이는 너희의 모임이 유익이 못 되고 도리어 해로움이 많기 때문이다.
18 먼저 너희가 교회에 모일 때에 너희 중에 분열이 있다 함을 듣고 어느 정도는 믿거니와,
19 너희 중에 파당이 있어야 너희 중에 옳다 인정함을 받은 자들이 나타나게 되리라.
20 그런즉 너희가 함께 모여 주의 만찬을 먹을 수 없으니,
21 이는 먹을 때에 각각 자기의 만찬을 먼저 갖다 먹으므로, 어떤 사람은 배고프고 어떤 사람은 취함이라.
22 너희가 먹고 마실 집이 없느냐? 너희가 하나님의 교회를 업신여기고 빈궁한 자들을 부끄럽게 하느냐? 내가 너희에게 무슨 말을 하랴? 너희를 칭찬하랴? 이것으로 칭찬하지 않노라.
초대 교회의 만찬(아가페, 愛餐)은 실제 저녁 식사였다. 각자 음식을 가져오거나, 교회 후원자들이 제공했다. 부유한 자들은 먼저 와서 먹고, 일이 늦게 끝나 오는 가난한 자들(노예 등)은 먹을 것이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것이 주의 만찬을 둘러싼 불평등이었다.
최후 만찬 전승
23 내가 너희에게 전한 것은 주께 받은 것이니, 주 예수가 잡히시던 밤에 떡을 가지사,
24 축사하시고 떼어 이르시되 “이것은 너희를 위하는 내 몸이니,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하시고,
25 식후에 또한 그와 같이 잔을 가지시고 이르시되 “이 잔은 내 피로 세운 새 언약이니, 이것을 행하여 마실 때마다 나를 기념하라” 하셨으니,
26 너희가 이 떡을 먹으며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의 죽으심을 그가 오실 때까지 전하는 것이니라.
11:23-26은 신약에서 최후 만찬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마태·마가·누가복음보다 앞선다. 이 편지는 AD 54-55년에 쓰였고, 복음서들은 이보다 10-30년 후에 기록되었다. 바울은 “주께 받은 것”이라고 명시하고, “내가 너희에게 전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구전 전승의 공식 언어다. 이 전승 자체는 AD 35년경 예루살렘 교회에서 형성된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한다. “나를 기념하라(아나므네시스)“는 단순한 추모가 아니라 현재 속에 과거를 불러오는 행위다.
분별하여 먹으라
27 그러므로 누구든지 주의 떡이나 잔을 합당하지 않게 먹고 마시는 자는 주의 몸과 피에 대하여 죄를 짓는 것이니라.
28 사람이 자기를 살피고, 그 후에야 이 떡을 먹고 이 잔을 마실지니,
29 주의 몸을 분별하지 못하고 먹고 마시는 자는 자기의 죄를 먹고 마시는 것이니라.
30 그러므로 너희 중에 약한 자와 병든 자가 많고 잠자는 자도 적지 아니하니,
31 우리가 우리를 살폈으면 판단을 받지 아니하려니와,
32 우리가 판단을 받는 것은 주께 징계를 받는 것이니, 이는 우리로 세상과 함께 정죄함을 받지 않게 하려 하심이라.
33 그런즉 내 형제들아, 먹으러 모일 때에 서로 기다리라.
34 만일 누구든지 시장하거든 집에서 먹을지니, 이는 너희가 판단받기 위하여 모이지 않게 하려 함이라. 그 밖의 일들은 내가 갈 때에 바로잡겠노라.
“주의 몸을 분별하지 못하고” — 이 구절의 해석이 종교개혁 시대 논쟁의 핵심이었다. 루터는 그리스도의 몸이 성만찬의 떡에 실재한다고 보았다(공재설). 츠빙글리는 기념의 의미라고 보았다. 칼뱅은 그 사이 어딘가에서 영적 임재를 주장했다. 가톨릭은 화체설(transubstantiation)을 공식 교리로 가진다. 바울의 원문 자체는 이 신학적 분류를 강제하지 않는다. “분별하지 못한다”는 것이 고린도 상황에서는 부유한 자들이 가난한 자들을 배려하지 않고 먼저 먹어버리는 행위, 즉 공동체의 몸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을 가리킬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