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상 3장 지혜를 구하다
이집트와의 동맹
1 솔로몬이 이집트(Egypt) 왕 파라오(Pharaoh)와 혼인 관계를 맺었다. 파라오의 딸을 아내로 삼아 다윗 성으로 데려왔다. 자기 왕궁과 여호와의 성전과 예루살렘 사방 성벽을 건축할 때까지 그녀를 그곳에 두었다.
2 그때까지 백성이 산당에서 제사를 드렸다. 여호와의 이름을 위한 성전이 아직 건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3 솔로몬이 여호와를 사랑했다. 아버지 다윗의 법도를 따라 행했다. 다만 산당에서 제사하고 분향했다.
파라오의 딸과의 결혼은 이집트가 이스라엘을 대등한 세력으로 인정했다는 신호다. 이 시기 이집트는 제21왕조(BC 1070-945)였다. 파라오의 딸이 이스라엘 왕에게 시집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 고대 이집트는 왕녀를 외국에 시집보내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일부 학자들은 이 기록의 역사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다만 솔로몬의 외교적 위상이 상당했다는 점은 본문 전체가 지지한다.
기브온의 꿈
4 왕이 기브온(Gibeon)으로 가서 제사를 드렸다. 그곳이 가장 큰 산당이었기 때문이다. 솔로몬이 거기서 일천 번제를 드렸다.
5 기브온에서 밤에 여호와가 솔로몬의 꿈에 나타나셨다.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내게 무엇을 줄까? 구하라.”
6 솔로몬이 말했다.
“주는 주의 종 내 아버지 다윗에게 큰 인자를 베푸셨습니다. 이는 그가 주 앞에서 진실하고 공의롭고 정직한 마음으로 주와 함께 행했기 때문입니다. 또 주가 그를 위해 이 큰 인자를 그대로 두어 그의 자리에 앉을 아들을 주셨습니다.
7 나의 하나님 여호와여, 주는 종을 내 아버지 다윗을 이어 왕이 되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나는 작은 아이라 나가고 들어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8 주의 종이 주의 택하신 백성 가운데 있습니다. 그들은 큰 백성이라 그 수가 많아 셀 수도 없습니다.
9 주의 종이 주의 백성을 재판하고 선악을 분별할 수 있도록 듣는 마음을 주소서. 이렇게 많은 주의 백성을 누가 재판할 수 있겠습니까?”
“듣는 마음(לֵב שֹׁמֵעַ, 레브 쇼메아)” — 직역하면 ‘듣는 심장’이다. 고대 히브리어에서 심장(레브)은 감정만이 아니라 이성과 판단의 자리였다. 솔로몬이 구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경청하는 능력이었다. 이 요청이 하나님을 기쁘게 한 이유가 거기 있다. 권력을 위한 것도, 부를 위한 것도 아니었다.
10 솔로몬이 이것을 구한 것이 주의 마음에 들었다.
11 하나님이 그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것을 구하여 장수도 구하지 않고 부도 구하지 않고 원수의 목숨도 구하지 않고 오직 재판하기 위해 이해하는 마음을 구하였으니,
12 내가 네 말대로 하겠다. 네가 지혜롭고 이해하는 마음을 주어 네 전에도 너 같은 자가 없었고 네 후에도 너 같은 자가 없을 것이다.
13 또 네가 구하지 않은 것도 주겠다. 부와 영광이다. 네 평생에 왕들 중에 너와 같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14 네가 네 아버지 다윗이 행한 것같이 내 길로 행하고 내 법도와 명령을 지키면 내가 또 네 날을 길게 하겠다.”
15 솔로몬이 깨어났다. 꿈이었다. 그가 예루살렘에 돌아와 여호와의 언약궤 앞에 서서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고 자기의 모든 신하를 위해 잔치를 베풀었다.
두 어머니와 한 아이
16 그때 창녀 두 여자가 왕에게 왔다. 왕 앞에 섰다.
17 한 여자가 말했다.
“왕이여, 나와 이 여자가 한 집에 살았습니다. 내가 이 여자와 한 집에 있는 중에 아이를 낳았습니다.
18 내가 아이를 낳은 지 사흘 만에 이 여자도 아이를 낳았습니다. 우리가 함께 있었습니다. 집에 우리 둘 외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19 밤에 이 여자의 아이가 죽었습니다. 이 여자가 자는 중에 그 아이를 눌렀기 때문입니다.
20 그가 밤중에 일어나 내가 잠든 틈을 타서 내 아이를 내 곁에서 가져가 자기 품에 두고 자기의 죽은 아이를 내 품에 두었습니다.
21 아침에 내가 아이에게 젖을 먹이려고 일어나 보니 그가 죽어 있었습니다. 아침에 자세히 보니 내가 낳은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22 다른 여자가 말했다.
“아니다. 살아 있는 것은 내 아이이고 죽은 것은 당신 아이다.”
첫 번째 여자가 말했다.
“아니다. 죽은 것은 당신 아이이고 살아 있는 것은 내 아이다.”
그들이 왕 앞에서 다투었다.
23 왕이 말했다.
“한 여자는 ‘살아 있는 것이 내 아이이고 죽은 것은 당신 아이다’라고 하고, 다른 여자는 ‘죽은 것은 당신 아이이고 살아 있는 것이 내 아이다’라고 한다.”
24 왕이 말했다.
“칼을 가져오라.”
그들이 왕 앞에 칼을 가져왔다.
25 왕이 말했다.
“살아 있는 아이를 둘로 나누어 반은 이 여자에게, 반은 저 여자에게 주어라.”
26 살아 있는 아이의 어머니가 자기 아이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 왕에게 말했다.
“왕이여, 살아 있는 아이를 저 여자에게 주십시오. 죽이지 마십시오.”
다른 여자가 말했다.
“나도 당신도 갖지 말고 나누어라.”
27 왕이 대답했다.
“살아 있는 아이를 첫 번째 여자에게 주어라. 죽이지 마라. 그가 그 어머니다.”
28 온 이스라엘이 왕이 내린 이 판결을 들었다. 그들이 왕을 두려워했다. 하나님의 지혜가 그의 안에 있어 재판함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 재판 이야기는 고대 근동의 왕의 지혜 문학 전통에 속한다. 비슷한 구조의 이야기가 인도 불교 문헌과 중국 전설에도 등장한다. 함무라비 법전(BC 18세기)에서도 비슷한 갈등 상황이 나온다. 그러나 이야기의 핵심 — 어머니의 사랑을 역설로 드러내는 방법 — 은 독특하다. 솔로몬은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인간 심리를 이용해 진실을 꺼냈다. 아이를 죽이려 한 것이 아니라 어머니를 가려내는 방법이었다.
다음 장 — 솔로몬의 행정 조직이 갖춰진다. 이스라엘 전국이 열두 지방으로 나뉘고,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아래서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는 시대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