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상 21장 나봇의 포도원

아합의 청

1 이 일들 뒤에 이스르엘 사람 나봇(Naboth)이스르엘(Jezreel · ㉸ 이즈르엘)에 포도원을 가지고 있었다. 그 포도원이 사마리아 왕 아합의 왕궁 곁에 있었다.

2 아합이 나봇에게 말했다.

“당신의 포도원이 내 집 옆에 있으니 그것을 내게 주어 채소밭으로 삼고 싶소. 그 대신 더 좋은 포도원을 주거나, 당신이 원하면 그 값을 은으로 드리겠소.”

3 나봇이 아합에게 말했다.

“내 조상들의 유산을 왕에게 드리는 것은 여호와가 금하시는 일입니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나봇의 거절은 단순한 고집이 아니다. 레위기 25장의 토지법에 근거한 것이다. 이스라엘에서 가족 토지는 영구적으로 양도할 수 없었다. 그 땅은 하나님의 것이고 각 가문은 그 위탁자다. “조상들의 유산” — 이 말이 핵심이다. 나봇은 법을 따른 것이다. 왕에게 거절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법을 지킨 것이다.

4 아합이 그 말에 근심하고 화가 나서 자기 집으로 돌아왔다. 이스르엘 사람 나봇이 “내 조상의 유산을 네게 드리지 않겠다” 한 말 때문이었다. 아합이 침상에 누워 얼굴을 돌리고 먹지 않았다.

5 그의 아내 이세벨이 와서 말했다.

“어찌하여 근심하고 먹지 않습니까?”

6 아합이 그녀에게 말했다.

“이스르엘 사람 나봇에게 ‘네 포도원을 은을 주고 살겠다. 네가 원하면 다른 포도원을 주겠다’고 했더니 ‘내 포도원을 네게 주지 않겠다’고 했소.”


이세벨의 계략

7 이세벨 아내가 그에게 말했다.

“지금 이스라엘을 다스리는 것이 당신 아닙니까? 일어나 먹으십시오. 기운을 내십시오. 이스르엘 사람 나봇의 포도원을 내가 드리겠습니다.”

8 이세벨이 아합의 이름으로 편지를 써서 그의 도장을 찍었다. 나봇의 성읍에 사는 장로들과 귀족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9 편지에 이렇게 썼다.

“금식을 선포하고 나봇을 백성 앞의 높은 자리에 앉혀라.

10 그리고 두 불량배를 그의 앞에 앉히고 그를 고발하여 ‘당신이 하나님과 왕을 저주했다’고 하게 하라. 그런 다음 그를 끌어내어 돌로 쳐죽여라.”

11 나봇의 성읍 장로들과 귀족들이 이세벨이 보낸 편지에 쓴 대로 행했다.

12 금식을 선포하고 나봇을 백성 앞의 높은 자리에 앉혔다.

13 두 불량배가 와서 나봇의 맞은편에 앉아 백성 앞에서 나봇을 고발하여 말했다.

“나봇이 하나님과 왕을 저주했습니다.”

그들이 나봇을 성 밖으로 끌어내어 돌로 쳐죽였다.

14 그들이 이세벨에게 사람을 보내 말했다.

“나봇이 돌에 맞아 죽었습니다.”

15 이세벨이 나봇이 돌에 맞아 죽었다는 말을 듣고 아합에게 말했다.

“일어나 이스르엘 사람 나봇이 은을 받고 팔기를 거절한 포도원을 취하십시오. 나봇이 살아 있지 않습니다. 죽었습니다.”

16 아합이 나봇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일어나 이스르엘 사람 나봇의 포도원을 차지하러 내려갔다.

나봇의 죽음에서 권력의 구조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왕이 직접 하지 않는다. 아내가 한다. 아내도 직접 하지 않는다. 편지를 쓴다. 편지도 왕의 도장을 찍는다. 지역 장로들이 실행한다. 불량배들이 증언한다. 법의 형식이 살인 도구가 된다. 이것이 제도적 폭력의 원형이다.


엘리야의 선언

17 여호와의 말씀이 디셉 사람 엘리야에게 임했다.

18 “일어나 이스라엘 왕 아합을 만나러 가라. 그가 사마리아에 있다. 나봇의 포도원에 내려갔다. 거기서 그것을 차지하려 한다.

19 그에게 말하라. 여호와가 이같이 말씀하셨다. 네가 죽이고 또 빼앗았느냐? 나봇이 피를 흘린 곳에서 개들이 네 피를 핥을 것이다.”

20 아합이 엘리야에게 말했다.

“내 원수여, 당신이 나를 찾았소?”

“당신이 스스로를 팔아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행하였으므로 나를 찾은 것이오.

21 여호와가 이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재앙을 내리겠습니다. 당신의 뒤를 끊겠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아합에게 속한 모든 남자를 종이든 자유인이든 끊겠습니다.

22 당신의 집을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Jeroboam)의 집처럼, 아히야(Ahijah)의 아들 바아사(Baasha)의 집처럼 만들겠습니다. 당신이 나를 노하게 하고 이스라엘을 죄에 빠트렸기 때문입니다.

23 이세벨에 대해서도 여호와가 이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개들이 이스르엘 성벽 곁에서 이세벨을 먹을 것입니다.

24 아합에게 속한 자가 성읍에서 죽으면 개가 먹고, 들에서 죽으면 하늘의 새가 먹을 것입니다.”


아합의 회개

25 아합은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행하려고 자신을 판 자였다. 그의 아내 이세벨이 그를 충동했다.

26 아합은 여호와가 이스라엘 자손 앞에서 쫓아낸 아모리(Amorite) 사람들이 행한 대로 우상을 따르며 매우 심하게 가증한 일을 행했다.

27 아합이 이 말들을 듣고 옷을 찢고 굵은 베옷을 입고 금식했다. 누울 때도 굵은 베옷으로 덮고 천천히 걸어 다녔다.

28 여호와의 말씀이 디셉 사람 엘리야에게 임했다.

29 “아합이 내 앞에서 스스로 낮추는 것을 보느냐? 그가 내 앞에서 스스로 낮추었으므로,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내가 재앙을 내리지 않겠다. 그의 아들의 날에 내가 그 집에 재앙을 내리겠다.”

아합은 성경에서 가장 악한 왕으로 평가되면서도 회개했을 때 심판이 유예된다. 하나님의 반응이 그것이다. 판결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때가 미뤄진다. 아합에 대한 신학적 평가가 복잡해지는 지점이다. 이세벨에게 충동된 자이면서도 스스로 굴복할 수 있었던 자. 그러나 그의 굴복은 지속되지 않는다. 22장에서 아합은 다시 전쟁터로 향한다.

다음 장 — 삼 년이 지났다. 아합이 아람의 라못 길르앗을 탈환하려 한다. 여호사밧이 함께한다. 거짓 선지자들은 이긴다고 한다. 오직 미가야 한 사람만 진실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