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 5장 잔치와 처형대
안뜰에 선 에스더
1 삼 일째 되던 날 에스더가 왕후 예복을 입고 왕궁 안뜰에 섰다. 왕궁을 마주 보는 자리였다. 왕은 왕궁 안에서 왕궁 문을 향하여 자기 왕좌에 앉아 있었다.
2 왕이 왕후 에스더가 안뜰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에스더가 은혜를 입었다.
왕이 손에 든 금 홀을 에스더에게 내밀었다.
에스더가 가까이 나아가 그 홀 끝을 만졌다.
금 홀을 내밀었다. 죽지 않는다. 이 짧은 순간에 에스더서의 축이 돌아선다. 삼 일의 금식, “죽으면 죽으리이다”의 결단, 모든 것이 이 한 장면으로 수렴된다. 본문은 감정을 설명하지 않는다. 행동만 기술한다. “왕이 홀을 내밀었다.” 독자가 그 의미를 느끼도록 그냥 두는 것이다.
3 왕이 에스더에게 말했다.
“왕후 에스더여, 무엇을 원하느냐? 나라의 절반이라도 주겠다.”
4 에스더가 말했다.
“왕이 좋게 여기시면 오늘 내가 왕을 위해 마련한 잔치에 하만과 함께 오소서.”
첫 잔치
5 왕이 말했다.
“하만을 빨리 불러와 에스더의 말대로 하라.”
왕과 하만이 에스더가 베푼 잔치에 왔다.
6 잔치에서 포도주를 마실 때 왕이 에스더에게 물었다.
“무슨 간청이 있느냐? 허락하겠다. 무엇을 원하느냐? 나라의 절반이라도 들어주겠다.”
7 에스더가 대답했다.
“내 간청과 요구가 있습니다.
8 왕이 내게 은혜를 베푸시고 내 간청을 들어주시며 내 요구를 시행하시기를 원하신다면, 내가 왕을 위해 마련한 잔치에 하만과 함께 오십시오. 내일 왕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에스더가 두 번이나 잔치에 초대하며 정작 요구를 미룬다. 본문은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긴장 고조 전략: 13세기 이븐 에즈라(Ibn Ezra) 의 에스더 주석은 에스더가 왕의 호기심과 호의를 점진적으로 끌어올리는 전략을 폈다고 본다. 1908년 루이스 패튼(Lewis Bayles Paton) 의 ICC 에스더 주석도 이 노선이다.
섭리적 지연: 1979년 마이클 폭스(Michael V. Fox) 의 『에스더서 인물론』은 본문의 “지연”이 6장의 우연 — 왕이 잠을 못 자 모르드개의 공로를 기억하는 — 을 가능케 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에스더의 망설임이 결과적으로 모르드개의 구원을 만들었다. 본문이 의도한 문학적 효과라는 독법.
두려움의 솔직한 노출: 바벨론 탈무드 메길라 15b는 에스더가 단순히 두려웠고, 결정적 순간을 늦추고 싶었다고 본다. 영웅서사의 통상적 결단력이 아니라 인간적 망설임의 기록이라는 입장. 에스더의 내면은 독자의 몫이다.
하만의 기쁨과 분노
9 하만이 그날 기쁘고 마음이 즐거워 나갔다. 하만이 모르드개가 대문에 있는 것을 보았다. 모르드개가 일어나지도 않고 동요하지도 않았다.
하만이 모르드개로 인해 분노로 가득 찼다.
10 그러나 하만이 자제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자기 친구들과 아내 세레스(Zeresh)를 불렀다.
11 하만이 자기 영화의 부함과 아들들이 많은 것과 왕이 자기를 높여 방백들과 신하들 위에 두었던 모든 일을 그들에게 말했다.
12 “또 왕후 에스더가 자기가 베푼 잔치에 나 외에는 아무도 왕과 함께 오게 하지 않았고, 내일도 왕과 함께 왕후의 잔치에 초대받았습니다.
13 그러나 유대인 모르드개가 왕의 대문에 앉아 있는 것을 보는 한 이 모든 것이 내게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14 그의 아내 세레스와 모든 친구들이 말했다.
“높이가 오십 규빗 되는 나무를 만들게 하고 내일 아침 왕에게 모르드개를 거기 달도록 청하세요.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왕과 함께 잔치에 가세요.”
하만이 이 말을 좋게 여겨 나무를 만들게 했다.
오십 규빗은 약 22미터다. 7층 건물 높이에 해당한다. 성 전체가 볼 수 있도록 높이 매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만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이 숫자가 말해준다. 그런데 그 나무가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이 되는지, 독자는 이미 짐작한다.
다음 장 — 그 날 밤 왕이 잠을 이루지 못한다.